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86)
이족 보행 형태의 동체를 가진 녀석은 얼핏 보면 다른 맨티스 쉬림프들과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
하지만, 상우가 학살한 맨티스 쉬림프들이 검은 빛의 색을 띠고 있던 반면에, 녀석은 유난히 하얀 색깔을 띠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게다가, 주변에 널려 있는 새하얀 빛깔의 알들.
거의 수백 개는 될 법한 수많은 알들을 보면서 상우는 눈치챘다.
‘찾았다.’
여왕인지 왕인지 알 수는 없으나, 상우가 위키에서 본 가재의 습성을 볼 때 저 녀석은 분명 가재들의 우두머리가 분명했다.
‘여왕가재겠지.’
녀석은 상우가 허공에서 자신을 살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쉴 새 없이 알들을 뒤꽁무니 부분을 통해 생산해내고 있었다.
‘골치 아파지기 전에 처리해야겠어.’
상우는 곧장 여왕가재에게 내려섰다.
[블링크]
그가 내려선 곳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듯한 자세로 누워 있는 녀석의 등짝 부분.
상우는 블링크 스킬 이후에 윈드워크를 활용하여 껍질 부분에 살포시 내려섰기에 여왕가재가 자신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하나 그건 상우의 판단 미스였다.
쿠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등껍질에도 촉각이란 게 있는 걸까.
녀석은 단번에 상우의 등장을 눈치채고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날뛰기 시작했다.
크하아아아아아악-
그 거센 몸부림에 상우는 튕겨져나갈 뻔하다가 재빨리 등껍질 사이에 볼케닉 레이저를 박아넣었다.
콱!
그리고 박힌 검을 지지대 삼아 투우사처럼 여왕가재의 몸에서 균형을 잡았다.
‘읏차.’
지금 균형을 잡는 것에 집중하는 한편, 상우는 들킨 건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사실 상우는 몰랐지만, 이미 여왕가재는 만전 경계상태였다.
안 그래도 이미 무지막지한 회오리 공격에 자신의 모든 수하들을 잃었기 때문.
즉, 상우가 내려서기 직전까지 여왕가재가 몰두하던 알 생산 행위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켜줄 호위부대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긴장 중인 여왕가재는 상우의 기척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녀석은 지금 날뛰는 중이었다.
살기 위해서.
‘빈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요놈 발악하네.’
그리고 그렇게 날뛴다는 건, 거대한 겉모습과 달리 여왕가재가 속빈 강정이라는 걸 뜻했다.
아니, 애초에 녀석이 다른 가재들보다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서 등을 내준 이상, 녀석이 상우를 상대로 이길 방법은 거의 전무했다.
녀석의 신체 구조상, 등을 공격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아냐. 꼬리가 있었지.’
하지만, 상우는 문득 꼬리에 생각이 미쳤다.
거대한 동체를 지탱하기 위해 바닥에 붙어 있다시피한 녀석의 꼬리.
이게 휘둘러져 자신을 공격한다면?
상우의 추측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의 꼬리가 자신의 등을 향해 내리쳐졌다.
깡-!
상우의 신형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쇠끼리 부딪치는 듯한 끔찍한 소음과 함께 등껍질 부분에서 불똥이 튀었다.
다행히 이미 몸을 피한 상우는 꼬리가 미치지 못하는 범위인 목부분까지 올라선 상태였다.
‘휘유… 꼬리가 생각보다 유연하네.’
그러나 이미 피한 상황.
이제 모든 전투의 주도권은 상우에게 있었다.
녀석은 상우를 떼놓기 위해 닿지도 않는 목 뒷부분을 향해 팔을 휘두르고, 기공포를 쏘아댔다.
거기에 강력한 페로몬 공격을 퍼부었고, 그도 통하지 않자 바닥을 뒹구는 등 발광을 했지만, 그뿐이었다.
상우는 그때마다 요리조리 움직이며 녀석을 조롱하고 있었다.
그나마 페로몬 공격이 좀 신선하긴 했지만, 강력한 독내성과 정신력 때문인지 상우에게는 조금의 영향도 주질 못했다.
오히려 녀석의 몸체만, 자신이 쏘아낸 기공포에 조금씩 파괴되어갔고 그때마다 녀석의 하얀 속살과 체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키에에에에에에엑-
녀석이 분한지, 아니면 고통스러운지 기괴한 울음을 토해냈다.
이미 승패가 확실히 보이는 싸움.
상우가 녀석의 머리를 노리면 금방 끝날 싸움이었다.
그런데 상우는 왜 여왕가재를 죽이지 않고 질질 끄는 걸까.
그건 그의 머릿속을 채운 하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요거… 어떻게 못 키우나.’
크기 20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가재 몬스터를 키운다니?
상우는 지금 만약 그의 생각을 볼 수 있다면 모두가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울 법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양식하면 대박일 거 같은데.’
그렇다.
상우는 녀석을 키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맛있으니까.
상우는 방금 먹었던 가재구이의 맛에 완벽히 반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난리통 속에서 녀석을 사로잡을 방법이 없는지 계속 궁리 중이었다.
‘계속 두고두고 먹고 싶은데 방법이 없나.’
무엇이 상우에게 이런 신박한 미친 생각을 하게 한 걸까.
사실 상우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몬스터를 양식할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대격변 이후에 이미 지구에서는 몬스터들 중에서 독성이 없기에 식용이 가능하면서도 강력한 번식력을 지닌 거대쥐나 거대돼지 등을 사로잡아 키우려는 시도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시도는 곧장 백지화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양식해서 키우는 것보다, 던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량이 더 많았으니까.
몬스터들이 던전 코어를 통해 무한히 생산 중인데, 굳이 잡아서 키울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몬스터를 잡아 가둬둘 시설 비용, 몬스터의 야성을 억제해야 될 위험부담, 먹이를 주는 비용 등등 이런 여러 가지 부대비용을 생각하면 그냥 사냥하는 게 수지타산에 더 알맞았기에 몬스터 양식에 대한 계획은 금세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즉, 지구에 있는 몬스터 고기 요리들 대부분은 해당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을 독점한 헌터들에 의해 공급된 것이었다.
‘근데 이 가재들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네.’
그런데 상우가 많은 사람들이 포기한 양식을 결심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 맨티스 쉬림프들이 튀어나온 코어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
사실, 상우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던 많은 분신들이 이미 이 근방을 샅샅이 정찰 중이었다.
그 사이 상우가 여왕가재를 먼저 발견하여 제압 중이었던 것.
헌데, 이상하게도 그 어디에서도 가재가 튀어나오는 듯한 코어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 가재 몬스터들이 나타난 걸 보면 어딘가에 이 녀석들이 최초로 만들어진 코어가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상우는 함부로 여왕가재를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죽이면 그야말로 끝인데.’
가재는 암컷 가재가 있기에, 여왕가재가 죽으면 암컷 가재가 새로이 여왕가재가 되어 번식과 생산을 담당한다고 한다.
하나, 이 몬스터들이 그런 가재의 습성과 완전히 일치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런 습성 정보 하나만 믿고 가재를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컸다.
만약 여왕가재를 없애버려서 영영 생성되지 않는다면, 다시는 이 맛있는 가재의 맛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상우가 지금 어떻게 사로잡을지 고민 중이었던 것.
그리고, 그가 여왕가재를 사로잡을 수단은 단 하나뿐이었다.
‘야수 조련 뿐인데.’
그가 얼마 전에 오크 군단을 상대하면서 얻은 야수 조련 스킬이 바로 그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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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조련(Lv.1)/시전형]: 정신의 힘으로 야수와 몬스터를 길들입니다. 강력한 몬스터일수록 조련이 어렵습니다.
-현재 강제 조련 가능한 개체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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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킬은 몬스터를 길들이는 일종의 테이밍 스킬이었다.
그것은 같이 싸울 조력자가 생긴다는 의미였기에 일반 헌터들에게는 매우 매우 유용한 스킬이었다.
몬스터와 함께 싸울 수 있기에 다른 헌터들에 비해 딜은 거의 두 배 이상, 위험할 때는 피해를 대신 받아줄 수 있는 여벌의 목숨 역할도 할 수 있었으니까.
때문에 판매한다고 치면 매우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 위상이 어느 정도냐 하면, 한국의 봉황 길드의 단장이 불새를 소환하는 스킬로 A급 헌터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환 계열이나 테이머 계열 헌터들은 각광받고 인기가 많았다.
하나 상우에게는 그저 그런 스킬이었다.
이미 분신이라는, 그 어떤 펫들도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막강한 조력자들이 있는 상우였으니까.
이미 분신 하나가 웬만한 펫들을 다 씹어먹을 정도로 강력했고, 특히 성장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펫이나 소환수들과는 다르게 분신은 지금도 끝을 모를 정도로 성장 중이었다.
‘그런데 이걸 이렇게 써먹네. 역시 스킬을 다다익선이군.’
보자마자 평생 쓰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야수조련 스킬을 이렇게 활용하게 될 줄이야.
상우가 앞으로도 더욱 스킬들을 모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였다.
그렇게 약간 감회에 젖으면서 상우는 여왕가재의 반짝반짝 하얗게 빛나는 뒤통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
[야수 조련]
스킬을 사용하자, 상우의 머리에서 무형의 파동이 퍼져나갔다.
지이잉-
소울링크나 염동력 스킬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감각.
그의 머리에서 퍼져나간 그 파동은 곧장 여왕가재를 향했다.
키야아아아아악-
그리고 순간적으로 상우는 녀석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분노.
적의.
긴장.
공포.
두려움.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감정은 ‘분노’였다.
그 맹렬한 적의가 너무 강력하여 상우와 가재의 정신적 연결은 순식간에 깨져나갔다.
‘뭐야. 끝?’
상우는 스킬이 실패했다는 걸 알고는 이내 실망했다.
야수 조련 스킬 설명에 나와 있는 ‘정신의 힘’으로 길들인다는 말에 정신력 하나를 믿고 시도했으니까.
하나, 사실 따지고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긴 고작 1레벨이니까.’
야수 조련 스킬의 레벨은 이제 고작 1레벨.
게다가 사용도 이제 처음 해본 상태였다.
스킬 설명에도 강력한 몬스터들은 조련이 어렵다는 코멘트가 달려 있었는데 상우도 고전하던 초강력 몬스터를 상대로는 오죽하랴.
‘이러면 나가린데….’
실망하는 상우.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스킬 레벨… 까짓것 올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지금 당장 스킬을 써야 하는데 스킬 레벨을 올리겠다니?
언뜻 보면 이상한 판단이지만, ‘분신’이 있는 상우에게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여왕가재는 분신으로 묶어놓고, 그 사이 분신들 노가다 시켜서 야수 조련 스킬 레벨업 해야겠어.’
결론은 분신을 이용한다는 것.
기승전‘분신’이었다.
‘그럼 혹시 모르니까 분신 하나 더 소환하고.’
상우는 아공간을 열어 주변에 있던 분신 하나를 여왕가재 옆에 소환했다.
그렇게 총 2기의 분신이 여왕가재를 상대로 놀아주는(?) 동안 다른 분신들을 굴려 스킬 노가다를 할 생각이었다.
‘다 모여.’
상우는 지금 여왕가재를 상대 중인 분신에게서 접속을 해제하고는 다른 분신들을 총 집합시켰다.
레이븐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분신이 아공간을 열자, 그곳을 통해 모여드는 분신들.
탓, 탓, 탁-
자리에 도열하는 분신들을 보며 레이븐이 입을 열었다.
-끝났느냐.
-아뇨. 여왕가재는 찾았는데….
상우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여왕가재는 찾았는데 코어는 못 찾았다는 얘기였다.
그 말에 레이븐이 턱을 긁적거렸다.
-흠… 왠지 그 여왕가재가 파수꾼인 것 같구나.
-파수꾼이요? 그게 뭐에요?
-몇몇 강력한 던전 코어를 파괴하면 나타나는 정예 몬스터다.
레이븐이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파수꾼이란, 코어를 파괴할 때 등장하는 강력한 몬스터라고 했다.
어찌나 강력한지 그 몬스터 때문에 예전에는 드래곤이나 영웅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음? 근데 파수꾼이라 치기엔 가재들은 좀 약하지 않았어요?
상우가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레이븐이 고개를 저었다.
-제자야, 너무 너 자신을 과소평가하는구나. 만약 저 가재들이 성공적으로 번식을 마치고 군단화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겠느냐. 과연, 너와 내가 없었다면 유렌시아 제국이 그들을 막을 수 있을 거라 보느냐.
상우는 잠시 머릿속에 그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일반적인 공격은 통하지도 않는 단단한 껍질로 무장한 채 기공포를 쏘아내는 거대한 가재들.
녀석들이 결계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말이다.
기공포 수천, 수만 발에 약해지는 결계.
그리고 괴상한 펀치를 쓰는 크랩 맨티스 쉬림프에 의해 깨져나가는 결계의 모습까지.
인류가 그들을 막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음… 확실히 그렇겠네요.
-다행히 우리가 이 자리에 있어서 미리 막아낼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 파수꾼들을 얕보면 안 된다. 알겠느냐.
-예. 알겠어요. 흠. 그럼 양식은 없던 일로 해야 되나.
상우의 말에 레이븐이 무슨 소린가 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 대답을 재촉하는 듯한 눈빛에 상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아, 그게 여왕가재 좀 잡아서 키워보려고 했거든요.
-…뭐라고?
-그냥 잡아두고 번식시켜서 두고두고 잡아먹으면 어떨까 싶어서… 하하하.
상우가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레이븐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자야. 몬스터를 키운다니…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 게다가 파수꾼일지도 모르는 몬스터다.
그의 염려에 상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조련 스킬만 먹히면 제 몬스터가 되는 거잖아요? 이게 먹히면 제 생각대로 될 거 같아서요.
-음….
조련 스킬은 일종의 정신 제어 기술.
상우의 말도 일리가 있기에 레이븐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너의 기술이 먹힌다면 가능성이 있겠구나.
레이븐의 동의에 상우가 신난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쵸? 아무튼 한 번 시도해 보려구요.
-그래도 좀 위험할 것 같은데….
레이븐의 미적지근한 반응.
하나, 상우의 사부인 그는 성정이 칼 같았기에 절대 이렇게 우유부단하게 고민하는 적이 없었다.
즉, 그 역시 상우의 아이디어에 흔들리고 있었던 것.
상우는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베어버리죠 뭐. 그리고 성공하면 사부님도 가재살 마음껏 드실 수 있어요.
말을 끝내며 상우가 옆에 널린 가재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 시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레이븐의 눈동자.
그의 목울대가 꿀꺽 넘어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