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36)
그는 B급 헌터 김명식이었다.
“X발! X발! X발!”
그는 끊임없이 오우거를 향해 나아가는 자신을 욕했다.
B급 헌터인 자신은 예전에 오우거를 잡아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제대로 준비를 하고 공략을 했을 때였고, 지금은 달랐다.
그는 헐렁한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텅 비어 있는 그 자리.
사실 김명식은 대지진 때 건물에 깔리면서 왼팔을 잃은 상태였던 거였다.
‘최상의 컨디션이어도 모자랄 판에.’
그런데 이런 부상당한 몸으로 오우거라니.
그는 자신의 신세가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 같다고 느끼면서도 달리는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 김명식을 감정이 없는 듯한 무서운 눈초리로 보는 오우거.
녀석의 몸 역시 움직였다.
거대하고 묵직해 보이는 덩치와는 다르게 엄청난 급가속.
순식간에 얼굴 앞까지 다가온 오우거의 손아귀에 김명식은 가까스로 몸을 밑으로 슬라이딩했다.
건물 잔해들과 함께 추르르륵 미끄러져 들어가는 김명식의 몸.
그는 오우거의 가랑이로 빠져나가며 멀쩡한 오른팔을 뻗었다.
[라이트닝 애로우]
손에서 뻗어 나간 번개의 화살.
시전 시간도 짧고 관통력도 좋은 그의 성명절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날린 번개의 화살은 정확하게 오우거의 급소에 격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고통이 대단했던 걸까.
격중과 동시에 오우거는 발작하며 날뛰었고, 김명식은 뒷발에 걷어차여 날아갔다.
퍽!
압도적인 충격과 함께 건물 잔해에 처박힌 김명식.
울컥 피를 토해내며 그는 간신히 눈을 들었다.
귀에서 띠이이- 하는 이명과 함께 머리가 멍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강한 충격에 이은 단기 기억상실.
다행히 잠시 후 이내 자신이 오우거와 싸우던 중이었던 걸 떠올릴 수 있었다.
‘…X발.’
하나 급소를 공격당한 오우거는 생명에는 영향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녀석의 흉성을 자극한 건지 녀석은 벽에 처박힌 김명식을 향해 뛰어오는 중이었다.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나.’
그냥 도망칠 걸 하고 후회하면서도 김명식은 웃었다.
그래도 자신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도망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오우거의 거대한 주먹을 바라보았다.
‘제발 안 아프길.’
저 오우거가 단숨에 숨을 끊어주길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시스템 관리자가 축복을 부여합니다.]
[모든 부상이 치유됩니다.]
[사망 24시간 이내의 신체 훼손이 적은 유저는 부활합니다.]
눈앞에 촤르르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김명식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흐릿했던 눈동자가 맑아지며 시야가 한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온몸이 으스러진 듯한 통증이 가셨고, 전신에 활력이 돌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스스슥-
왼팔이 없어서 헐렁했던 전투슈트의 왼쪽 소맷자락으로부터 팔이 돋아났다.
눈으로 보기에도 믿기 힘든 변화.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김명식은 몸을 날렸다.
쾅!
자신이 있던 자리를 박살 낸 오우거.
오우거는 자신의 공격이 빗나갔음에 분노했다.
크허어어어어어엉!
곧장 사라진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등을 돌리는 오우거.
하나 오우거의 시야를 가득 채운 건 환한 빛줄기였다.
[라이트닝 애로우]
[라이트닝 애로우]
바로 김명식의 두 팔을 통해 뿜어져 나온 두 발의 번개 화살이 오우거의 두 눈을 격중한 것.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두 눈을 잃은 오우거가 발광했다.
하지만, 시야가 사라진 녀석은 이제 손쉬운 먹잇감일 뿐.
김명식은 조심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오우거를 공략했고, 마침내 쓰러뜨릴 수 있었다.
“…이겼다.”
혼자서 오우거를 쓰러뜨리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새로 돋아난 왼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살펴보았다.
‘시스템 관리자라고?’
시스템 알람에는 시스템 관리자가 축복을 부여했다고 떠 있었다.
연원은 몰랐지만, 그동안 숨 쉬듯 당연시 여겼던 시스템에 관리자가 있다니.
‘…신?’
신이란 게 정말 있는 건가.
그래서 천재지변 후에 이렇게 인류를 위해 기적을 내린 건가.
그렇게 김명식이 혼란스러워할 때였다.
쿵- 쿵- 쿵- 쿵!
저 멀리서 쿵쿵거리며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안한 징조.
아니나 다를까.
크어어어어어어어!
크어어어어어어어!
크어어어어어어어!
3마리의 오우거의 모습이 높이 솟은 건물 잔해들 위로 떠올랐다.
아마도 방금 김명식에게 당한 오우거의 비명 소리를 듣고 왔을 터.
녀석들을 바라보는 김명식의 눈에 절망이 스쳤다.
“…미친.”
1마리도 힘든데 3마리임에야.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속속들이 오우거들이 몰려들었다.
단체 생활을 안 하는 오우거들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저렇게 모인 걸까.
“…신이시여.”
그는 저도 모르게 신을 불렀다.
시스템 관리자라는 존재.
그가 정말 신이라면 지금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그리고 그의 화답이라도 하듯,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쾅!
무엇에 당한지도 모르는 채로 산산이 터져나가는 오우거들.
김명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굉음과 함께 오우거의 뼈와 살점들이 비산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을 뿐.
그리고 그들 한가운데 서 있는 전투슈트를 입은 남성.
검은 머리에 잘생긴 그 얼굴을 보며 김명식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정상우?”
그가 중얼거리자마자.
팟!
정상우는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김명식.
“신의 사자….”
그는 오우거들의 피를 뒤집어쓴 채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 * *
대재앙이 펼쳐진 후 십여 일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정부와 민간 할 것 없이 모든 이가 힘을 합쳐 인명 구조와 파괴된 시설 재건에 힘썼다.
다행히 급속도로 발전한 마나공학 덕분에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벙커와 간이설치형 즉석 집 등이 있어서 생각보다 빨리 정부와 도시의 기능이 회복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히 기능을 멈췄던 공장과 회사, 공공기관 역시 점차 제 기능을 되찾아갔다.
그렇게 인류가 대재앙을 극복해나가는 이때.
언론 역시 속속들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처음 언론기관이 제 기능을 하면서 쏟아낸 보도들은 대부분 재앙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유럽에 이제 영국은 사라졌다.
영국이 있단 자리에 남은 건 작은 돌섬처럼 남아버린 잔해들뿐.
그야말로 수천만 명이 증발해버렸다.
그뿐만 아니었다.
영국에서 일어난 대폭발의 여파로 발생한 대지진.
그 대지진은 지구를 뒤흔들었다.
어찌나 그 힘이 강했는지 진도를 매기는 것도 불가능할 수준이었다.
사람이 공중으로 튕겨 나갈 정도의 충격파였으니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가 소행성 충돌로 벌어졌다고 추측하는 가운데,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직격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얘기했다.
만약 지구와 정면충돌했으면 지구는 현재 완전히 부서졌을 거라고 말이다.
즉, 소행성이 스쳐 지나간 여파만으로도 영국은 사라졌고, 그로 발생한 대지진이 지구를 뒤흔들었다고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물론 그 여파와 후유증으로 지구의 태양계 공전궤도가 밀려났다는 둥, 자전축이 기울었다는 둥 말이 많았지만 아직 정확히 검증된 이야기는 없었다.
그보단 죽은 자들의 대한 애도와 슬픔,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시스템 관리자’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갔다.
……
바로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목격한 시스템 관리자의 축복이란 메시지.
이후 죽은 이가 완벽하게 부활하자 사람들은 점차 신의 존재와 시스템 관리자를 믿기 시작했다.
아니, 시스템 관리자가 신이라고 말이다.
“웃기지도 않는군.”
뉴스 기사를 보던 루카스가 홀로그램 화면을 종료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탄다.
익숙하게 손을 뻗어 술병을 소환했다.
픽-
하나 손아귀에 빛만 아른거릴 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공간을 가득 채웠던 술이 동이 난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바닥에는 깨진 술병의 잔해들이 한가득이었다.
마치 유리병 조각으로 된 타일처럼.
“…취하지도 못했는데.”
한숨이 나왔다.
터질듯한 답답함과 함께 가슴이 계속 먹먹했다.
과연 자신은 잘한 것인가.
수억 명의 인구를 희생하여 마스터를 잡은 건 옳은 선택인가.
희생자들의 유령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어쩔 수 없었다.’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약간의 출혈은 감수해야만 한다.
루카스는 하루에도 수백 번 그렇게 되뇌었다.
그렇지 않으면 미쳐버릴 거 같았으니까.
그저 이렇게 취하지도 않을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 견딜 뿐.
-회장님. 인라이튼 재단 재난 구호기금 조성 관련하여 태스크포스팀이 모였습니다. 회의실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스마트고글을 통해 울리는 비서의 통신.
루카스는 정신을 차렸다.
“1분만 기다리라고 전해.”
-예. 회장님.
꼴이 엉망이었다.
옷이라도 갈아입고 움직여야 할 거 같아서 루카스가 움직이려 할 때였다.
뚜루루루루-
스마트고글에 울리는 신호음.
동시에 고글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발신자: 애슐리
오라클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걸려왔다.
‘죽은 게 아니었나.’
루카스는 신체 능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오라클이라면 대재앙을 견디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찾지 않았다.
아니, 사실 찾을 정신이 없었다.
그는 영국을 날려버린 후로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루카스는 반가운 마음에 통신을 수락했다.
그러자 들려오는 반가운 목소리.
-루카스.
“오랜만입니다. 애슐리 양. 살아 있었군요.”
-친한 척하지 마.
“까칠하게 얘기하는 걸 보니 무사한가 보군요. 하하하.”
-…시끄럽고.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 말입니까?”
-멸망…. 지구 멸망의 미래를 보았어.
“…?”
순간적으로 루카스는 멈칫했다.
미래를 보는 오라클.
여태껏 그녀가 예측한 미래가 빗나간 적은 거의 없었다.
그녀가 지구 멸망의 미래를 보았다면, 반드시 그러한 장면이 미래에 발생한다는 의미였다.
“자세히, 자세히 말해봐요. 도대체 어떤 미래를 본 겁니까!”
-그건… 흑흑.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애슐리.
그녀의 울음소리에는 잔뜩 공포가 섞여 있었다.
“침착하고 얘기해봐요.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애슐리. 애슐리!”
-…사람들이… 사람들의 시체가 우주 공간에 둥둥 떠다녔어…. 그것도 많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시체가 우주에 떠다녔다고요?”
-…….
애슐리로부터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녀의 침묵이 긍정인 걸 알았다.
그녀가 보았던 대로 우주 공간에 시체들이 널려 있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스터도, 분노의 상징도 사라졌다! 이제 몬스터 웨이브만 몇 번 막으면 돼. 그런데 지구 멸망이라니? 그런 변수가 있단 말인가.’
루카스는 구토감이 치밀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토록 변수를 통제했는데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었다.
이제 그가 아는 미래와 지금은 전혀 달랐다.
‘그래도 막아야 해.’
미래에 겪었던 그 절망적인 순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때 다짐했던 자신의 마음이 다시금 되새겨졌다.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그가 그 마음을 떠올리며 복잡한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애슐리도 마음을 추슬렀는지 대답했다.
-루카스,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알겠습니다. 장소는요.”
-찍어줄게.
그게 애슐리와의 마지막 통신이었다.
정적이 흐르는 방.
루카스는 상념에 잠겼다.
오라클이 말한 장면.
수많은 사람들을 우주공간에 둥둥 떠다녔다는 그 상황.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레이븐은 아니다. 그의 능력은 그 정도 급은 아니니까. 남은 건 레오가르도, 정상우, 아리아 정도인가.’
아니면 자신이거나.
그는 문득 자신이 두려워졌다.
이토록 심약해진 자신이 미쳐버린 나머지 중력추를 날려서 지구를 박살 내버린다면?
‘…그럼 말이 돼.’
부서져 버린 지구.
발 디딜 곳을 잃고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시체들.
그는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광속을 얻은 이후로 단 한 번도 다친 적이 없었던 그의 백옥같이 하얀 손.
하지만 루카스의 두 눈에 그 양손은 시뻘건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억 명의 피로 얼룩진 괴물의 손이었다.
* * *
상우는 요 며칠간 정신없이 움직였다.
바로 구조작업과 성장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을 중심으로 사방에 분신들을 퍼트려놓고, 무너진 건물들로부터 부상자들을 구조해냈다.
사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모아다가 블레스의 힘으로 부활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움직인 탓에, 한국은 다른 지역보다 피해가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상우는 속으로 후회 중이었다.
‘너무 자만했어.’
프로스트스타를 얻기 위해 삼두용을 잡았을 때.
그때 드래곤하트를 얻고 상우는 단기간에 강해질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분신의 아이템 복제 기능을 활용하는 것.
마나결집체인 드래곤하트를 복제해서 먹고, 복제해서 먹고를 반복하면 단기간에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
하나, 이미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에 여유를 부렸다.
아니, 속으로는 너무 강해져 버리면 인간을 벗어나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도 한몫했다.
이대로 너무 강해지다가 인간성을 잃게 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이미 자신을 너무 다른 세상 사람처럼 취급하는 지인들의 달라진 태도도 마음에 걸렸으니까.
그런데,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다가왔던 웨어드래곤인 김준혁과, 그런 김준혁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 마스터, 그리고 전 세계에 닥친 대재앙을 마주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강해질 수 있을 때 강해져야 한다는 걸.
세상은 실전이라는걸.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상우는 대지진 이후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성장을 도모했다.
그렇게 그는 큰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상태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