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41)
그 이유는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분노의 상징이 제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온통 분노로 가득 차게 했던 분노의 상징.
이 분노의 상징을 산채로 마스터가 두개골을 열어 가져가버렸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십수년간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으며 단련된 그의 육체.
그 중에서도 무지막지한 재생력 덕분이었다.
때문에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했던 순간에서 김준혁은 살아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살아난 김준혁의 머릿속엔 온통 아직 살아 있다는 자신의 딸, 우현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우현아, 기다려라.’
딸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산과 바다를 건너 날아온 김준혁.
하지만 다시 돌아온 한국은 정상이 아니었다.
온통 무너진 도시.
김준혁은 이미 다른 나라들과 도시들을 지나치며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깨닫고 있었다.
‘무사해야 할 텐데.’
그런데 이 붕괴된 서울의 모습은 김준혁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설마 우현이 잘못된 거라면.
드디어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잠깐의 시간 동안의 방해 때문에 못만나게 된 거라면.
‘…모조리 죽여주마.’
자신을 막아섰던 모두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을 풀어놓을 때가 아니었다.
딸이 살아 있다면, 우현과 같이 살기 위해서라도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김준혁이 살수를 쓰지 않는 이유였다.
물론, 그렇다쳐도 손속이 과하긴 했지만.
그리고 그 압도적인 무력 탓에 김준혁을 에워싼 헌터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쉿. 조용히 해. 표적이 될지도 몰라.”
“X발….”
“어, 어어어어?”
헌터들이 긴장하는 사이.
김준혁이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막아!”
“공격 개시!”
그리고 그런 김준혁을 저지하기 위해 헌터들과, 군 병력들로부터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콰과과광!
허공을 수놓는 포화.
하나 김준혁에게는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화염을 뚫고 지나가며 김준혁은 도시를 살폈다.
자신이 딸과 지냈던 지역, 서울 중랑구.
온통 도시가 무너져 있어서 그쪽이 어딘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역시 협박하는 게 빠를지도.’
상층부를 압박해 우현의 소재지를 파악하는 게 낫겠다고 여길 때쯤.
어디선가 기이한 힘의 파동이 김준혁의 감각을 자극했다.
‘온다.’
그건 가공할 속도로 김준혁을 향해 날아왔다.
타이트한 전신 슈트의 잘생긴 얼굴.
상우였다.
“크르르르… 너…!”
김준혁이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그런 김준혁을 향해 다짜고짜 상우의 검이 뻗어졌다.
상우는 아직 김준혁이 이성을 찾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돌풍참]
요동치는 바람의 검기.
금방이라도 웨어드래곤을 베어버릴 것처럼 다가갔지만, 웨어드래곤에겐 소용이 없었다.
쾅-
비늘로 검기를 견뎌내는 김준혁.
하지만, 김준혁도, 상우도 모두 당황했다.
비늘에 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통한다?’
1만에 달한 상우의 능력치.
하지만 일전에 소울링크로 3만에 달하는 능력으로도 겨우 상대했었는데, 통한다니.
이는 김준혁이 분노의 상징을 잃게 되어 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던 분노이 상징의 힘.
그 힘이 사라졌기에.
“크르르르르….”
김준혁은 재빨리 촉수팔을 늘어뜨려 상우를 공격했다.
하나 1만에 달한 능력치 때문일까.
상우는 손쉽게 이를 피해냈다.
아니, 오히려.
수우우욱-
투명해지더니 길게 늘어진 촉수팔에 몸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몸안쪽에 있는 탐식의 핵에 팔이 빨려들어갔다.
그렇다.
지금 웨어드래곤을 상대하러 온 건 다름 아닌 글러트니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팔을 잃고 포효하는 김준혁.
그 팔은 금세 재생되었다.
분노한 그는 사방팔방 팔을 휘저었다.
하지만 이는 글러트니를 맞추지 못했고, 오히려 확신만 심어주었을 뿐이었다.
‘뭐지. 갑자기 약해졌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는 약해진 상태.
상우는 지금이야말로 김준혁을 제압하여 분노의 상징을 제거할 때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곧장 상우는 행동했다.
[아공간]
아공간이 열리며 또 다른 분신, 질투의 분신 엔비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둘은 곧장 김준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질투의 낙인]
[블링크]
순간이동과 함께 나타난 글러트니.
녀석은 촉수팔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탐식의 핵으로 김준혁의 몸을 껴안았다.
스르르르-
지우개로 지우듯 빨려들어가는 김준혁의 몸.
“크아아아아아아!”
고통스러워하며 김준혁의 몸이 부풀었다.
가시들이 튀어나오며 글러트니의 몸을 터뜨리듯이 밀어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글러트니의 육체.
그때, 뒤에서 엔비의 공격이 퍼부어졌다.
‘뉴클리어 레이저.’
핵에너지의 불길이 김준혁을 감싸며 허공에 기다란 불의 길을 그려냈다.
그리고.
[염동력]
염동력으로 그 액체 같은 물이 움직이더니 허공에서 스르르 합쳐졌다.
신색을 회복한 글러트니.
그 둘은 뉴클리어 레이저가 끝나 드러난 김준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하나의 검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상우에게 떠올랐다.
마스터와 김준혁을 동시에 상대하며 멀티태스킹 중이던 상우는 거기에 시선이 쏠렸다.
‘하나의 검?’
하나, 지금은 전투 중.
스킬 따위나 확인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일단 김준혁부터.’
그를 제압해야 마스터와의 전투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그의 공격은 제대로 먹혀서 김준혁의 모습은 엉망진창이었다.
글러트니에게 먹혀 어깨째로 날아가 버린 오른팔.
뉴클리어레이저로 검게 그을려버린 전신까지.
이전에 핵폭발에도 견뎠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상우는 우현을 위해서 김준혁을 제압하려 했다.
그래서 달려들려는 찰나.
“크르르르… 그, 그만해라.”
뜻밖에도 김준혁이 손을 올리며 휴전을 요청했다.
사실 김준혁, 그도 이대로 가다간 자신이 진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성적인 말에 상우는 글러트니와 엔비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김준혁 씨?”
그는 당황하면서도 혹시나하고 물어봤다.
이성이 제대로 있다면 대답할 터.
그리고 놀랍게도 김준혁은 대답했다.
“크르르르… 그래. 그게 내 이름이었지….”
“정신이 돌아온 겁니까?”
“그렇다….”
“어떻게… 설마 분노의 상징을 통제하게 된 건가요?”
상우가 넘겨짚었다.
그 사이 김준혁의 몸은 스르르 재생해나가고 있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 분노의 상징을 잃었을 뿐….”
“엥?”
분노의 상징을 잃었다니.
게다가 김준혁은 살아 있었다.
전말을 모르는 상우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김준혁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분노의… 상징은… 그 남자가 가져갔다.”
“그 남자라면…?”
“염동력을 다루는 괴물! 크아아아아아!”
화가 끓어오르는지 김준혁이 포효했다.
분노의 상징을 벗어던졌지만, 아직 정상은 아닌 걸까.
상우가 다시 경계할 때, 감정을 추스린 김준혁이 상우를 향해 말했다.
“아무튼… 난 이제 분노에 미친 괴물이 아니다….”
“…겉보기엔 괴물 맞는 거 같은데… 요.”
“크르르르… 그건….”
상우의 지적에 김준혁이 그제야 자신의 몸을 곧추세웠다.
그러더니 잠시 후.
그의 몸이 꿈틀거리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온몸을 감싸던 검은 용비늘이 스르르 피부로 스며들더니 매끈한 피부가 드러났고.
뾰족했던 주둥이와 꼬리, 날개도 스르르 몸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렇게 드러난 그는 완연한 인간의 모습.
상우가 보았던 과거 프로필 사진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게 인간으로 변할 수도 있는 거였나요.”
“모른다. 그저 될 거 같았는데 해보니 되는군.”
드래곤일 때에 비해 훨씬 명료해진 목소리로 김준혁이 답했다.
하지만 머리카락과 털이 하나도 없었고, 중요부위를 드러내고 있어서 보기 민망했다.
상우는 아공간을 열어 전투슈트 하나를 꺼내 김준혁에게 던졌다.
“일단 옷 좀 입으세요.”
“…고맙다. 근데 어떻게 쓰는 거지.”
“벨트처럼 허리에 메고, 앞에 버튼 누르세요.”
이윽고 전투슈트를 착용한 김준혁.
단련된 육체에 타이트한 전투슈트로 감싸자, 꽤 그럴듯한 헌터로 보였다.
민머리에 눈썹이 없어서 좀 괴상하긴 했지만.
“잘 어울리네요.”
“다행이군.”
고개를 끄덕이는 김준혁.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깨고 김준혁이 조용히 물었다.
“이봐. 자네 이름이 뭐지.”
“정상우입니다.”
“정상우라. 그래, 상우군이라고 부르지. 상우 군. 일전에 우리가 싸웠던 건 없던 일로 하자. 그때는 내가 분노의 상징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뭐… 그래요.”
그가 파괴한 도시와 국가에서 알면 난리를 치겠지만, 뭐 어떠랴.
지금은 저 핵폭탄 같은 남자를 붙들어매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상우는 일단 대답했다.
“그보다 궁금한 게 있다.”
“뭔데요?”
“내 딸… 우현이. 우현이는 지금 어디 있는가? 무사한가?”
김준혁이 본론을 꺼냈다.
상우는 얘기할까 말까 하다가 대답했다.
아직 그가 완전히 이성이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기에.
“잘 있어요.”
“그렇군. 다행이야….”
안도하는 김준혁.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는 조심스레 속내를 꺼냈다.
“그렇다면… 우현이와 만나고 싶다.”
“음….”
살짝 고민하는 상우의 모습에 김준혁이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
“만약 내 딸이 원한다면… 아직 날 찾고 있다면 말이지.”
“…찾고 있어요. 김준혁 씨, 아니, 아저씨.”
추후 장인 어른(?)이 될 지도 몰랐기에 계속 김준혁 씨라 부르기도 뭐해서 상우가 호칭을 달리 불렀다.
“그게 정말인가?”
“예. 일단 물어보고 만나고 싶다고 하면 만나게 해드릴게요.”
“그렇게 해준다면… 정말 고맙겠네.”
“예. 그럼 기다리세요.”
상우는 곧장 아공간에 있는 본체를 움직였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무료한 듯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보였다.
“우현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우현이 고개를 돌렸다.
“응? 왜?”
“잠깐만, 얘기 좀 하자.”
진지한 모습에 우현이 의문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상우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얘긴데?”
“그게… 너 아버지 만나고 싶다고 했지?”
“응. 혹시 찾은 거야? 살아계셔? 어디 계셔?”
다급히 묻는 우현의 반응에 상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생각보다 우현의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크다고.
‘도와줘야겠지.’
그래서 그 둘을 만나게 해주어야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현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컸다.
직접 대면했을 때 아직 김준혁이 정상이 아니라면.
딸에게 해코지를 할 정도로 이성이 없는 상태라면.
그로 인해 그녀가 위험에 처하는 건 상우는 용납할 수 없었다.
‘일단 통신부터 할까.’
통신이라면 안전할 테니.
판단을 마친 상우가 대답했다.
“어, 살아계셔.”
“정말로? 어디? 어디 계시는데!”
“진정해. 무사하셔. 근데 좀 멀리 떨어져 계셔.”
“얼마나 먼데?”
“음… 좀 많이?”
“네 능력으로도 갈 수 없는 거야?”
“하하. 좀 걸려서. 아무튼 그래서 통신으로 두 사람 연결할까 하는데 괜찮아?”
“응. 좋아.”
우현의 승낙을 얻어낸 상우.
“알았어. 그럼 기다려봐. 지금 연결해줄 테니까.”
그는 곧장 우현을 데리고 아공간 밖으로 나갔다.
아공간 내에서는 통신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안전한 평지에 내려선 두 사람.
그리고 상우는 김준혁의 앞에 있는 글러트니에게 접속했다.
“아저씨. 확인했어요.”
“그래? 뭐라고 하던가?”
“일단 통신으로 얘기하고 싶대요.”
“통신? 전화 말인가.”
“예.”
“음… 알겠네. 그럼 어떻게 하면 돼지?”
“이거 받아요.”
아공간에서 스마트고글을 꺼내 던져줬다.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 몰라서 헤매는 김준혁.
“귀에 걸어서 쓰시면 돼요.”
“아, 이해했네.”
“그러면 눈앞에 홀로그램 보이시죠? 손으로 터치하시면 돼요.”
“그렇군. 굉장히 편리하군 그래.”
“그전화기 모양 어플 실행하시고. 번호가….”
상우는 우현의 스마트고글 번호를 알려줬다.
그걸 입력하는 김준혁.
잠시 후, 통신이 연결되었다.
김준혁과 우현의 시야에 그 두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저…!”
너무나 성숙해버린 딸의 얼굴.
그리고 너무나 달라져버린 아빠의 얼굴.
그 모습에 두 사람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렇게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바라보는 상우.
괜히 그도 마음이 안쓰러워져서 묵묵히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라도 잘 되길.’
오래 떨어져 지냈던 만큼 앞으로 더욱 행복하면 되니까.
다만 김준혁을 어떻게 갱생시킬지 걱정되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사이.
상우의 스마트고글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 제한]
신원 미상의 전화.
그리고 그의 스마트고글로 이렇게 연락이 올 사람은 한 사람 뿐이었다.
‘오라클!’
살아 있었나.
반가운 마음에 상우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애슐리?”
-상우 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