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40)
부서진 장막 틈새로 햇빛이 스며들며 안의 전경을 비추었다.
오러의 불길로 타오르고 있는 레오가르도가 허공에 떠 있었고, 그 앞에 마스터가 서 있었다.
‘저건.’
상우는 본능적으로 레오가르도의 몸에서 기이한 힘이 빠져나와 마스터에게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능력을 강탈 중인가.’
아마도 탐욕의 상징이 가진 능력일 터.
상황의 긴급함을 깨달은 상우는 곧장 마스터를 향해 순간이동했다.
[블링크]
하나 장막 내부에서도 역시나 순간이동 스킬이 먹히지 않았다.
‘젠장.’
기습의 묘미를 살리려 했지만 실패.
상우는 그냥 날아서 뛰어들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의 검으로 짓쳐 드는 10기의 분신들.
마스터는 금세라도 저 검에 갈기갈기 찢겨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예의 그 막대한 염동력과 함께 10기의 분신들 모두 허공에 멈춰섰다.
“으아아아아아아!”
염동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상우.
1만에 달하는 능력치로 요동치자 그들의 몸이 염동력을 뚫고 서서히 움직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오호, 좀 쎄군.”
그걸로 끝이었다.
마스터는 더욱 강하게 염동력으로 분신들을 옥죄었다.
‘젠장, 개사기잖아!’
공격도 방어도 그야말로 끝판왕급.
그때였다.
상우의 눈에 잔상처럼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스쳐 가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건 곧장 마스터를 직격했다.
쾅!
하나 사이킥배리어에 걸려 그 공격은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드러난 잔상은 뜻밖에도 루카스였다.
“루카스!”
순간이동이 안 되는데 어떻게 들어왔단 말인가.
상우는 의문이 들었지만, 루카스의 몸은 후속타를 피하기 위해서인지 이내 사라졌다.
스스스슥-
흐려지며 나타나는 희끄무레한 잔상들.
그제야 상우는 루카스가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뭐, 뭐야.’
점퍼에게 저런 능력이 있었다니.
순간이동만 있는 줄 알았던 상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그건 마스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 가속 능력까지 있었나.”
그의 얼굴에도 놀람이 떠올라 있었다.
하나 그뿐.
저메인의 한쪽 입꼬리가 치켜올라갔다.
“하지만… 여기 들어온 이상 독 안에 든 쥐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막 안 전체에 무지막지한 압력이 전해졌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동시에 상우가 부셔서 만든 검은 장막의 틈새가 스르르 메꿔지며 다시 빛을 차단했다.
기이한 어둠속에 잠긴 공간.
하나 희한하게도 빛이 있는 것처럼 모든 게 식별이 되었다.
그 속에서 상우는 재빨리 전장을 살폈다.
스스스스슥-
역시 빠른 속도로 기동 중인 루카스.
하나 압력 때문인지 그의 속도는 굉장히 느려진 상태였다.
이제 육안으로 확연히 잡아낼 수 있을 정도.
‘젠장, 이러면 나가린데.’
루카스마저 잡혀버리면 끝이다.
상우는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행히 그에겐 아직 1기의 분신이 장막 너머에 남아 있었다.
‘탈출한다.’
판단을 마친 상우는 곧장 아공간을 사용했다.
스으으윽-
허공에 열리는 여러 개의 아공간의 입구.
염동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공간 입구는 스르르 움직여 허공에 매달린 분신들을 하나하나 집어삼켰다.
“오호.”
그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는 마스터.
7기의 분신이 그렇게 사라지자, 마스터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어림없다.”
그와 동시에 막 아공간에 집어 삼켜지려던 분신의 두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팍!
빛무리로 화하여 역소환되는 분신.
‘…저런 공격도 가능한가.’
상우는 분신과 정보를 공유 중이었기에 마지막 순간 어떻게 당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마치 뇌를 쥐어짜서 터뜨려버리는 듯한 감각.
녀석은 염동력으로 신체 내부를 곤죽으로 만든 것이다.
‘이러면 금강불괴도 소용없잖아.’
이런 괴물이라니.
공격도 방어도 너무 강했다.
‘하지만, 계속 공격하다보면 모르지.’
녀석도 지칠 터.
하지만 상우는 지치지 않는다.
분신들을 계속 보내면 되니까.
‘죽을 때까지 덤벼주마.’
그는 분신의 상태를 살폈다.
아공간으로 쉽게 넘어간 7기의 분신들.
현재 검은 장막 바깥에는 총 8기의 분신들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안에 있는 건 2기.
‘좋아.’
그리고 그가 파악하는 사이, 분신 하나가 다시 머리가 터져 역소환되었다.
남은 건 단 하나.
상우는 곧장 스킬을 시전했다.
[소울링크]
분신들과 상우 사이에 이어진 영혼의 연결.
그 연결을 타고 힘이 마지막 남은 분신에게 모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순식간에 전신의 슈트가 터져나가며 우락부락 거대해져 가는 분신.
“음?”
저메인 역시 그 변화에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퉁겼다.
팍!
하나, 무지막지한 재생력이 뇌가 터지기 무섭게 재생을 시켜버렸다.
그리고 능력치 도합 9만에 달하는 괴물이 탄생했다.
“후우…….”
거대해진 분신에 접속한 상우가 한숨을 쉬었다.
그 입김이 마치 태풍처럼 저메인에게 짓쳐 들었다.
염동력으로 바람을 막아내는 저메인.
녀석의 두 눈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눈과 상우의 눈이 마주쳤다.
순식간에 확대되어가는 거대한 눈.
상우는 이미 녀석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쾅!
저메인이 자리에서 튕겨나갔다.
검은 장막에 부딪쳐 떨어지는 저메인.
하지만 사이킥배리어에 둘러싸인 탓인지 녀석은 큰 상처는 없어 보였다.
다만 갑작스러운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향해 상우가 다시 뛰어들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거대한 오러가 마치 검처럼 길게 솟아 있었다.
서걱-
사이킥배리어를 뚫고 저메인의 코앞에 도달한 오러의 검.
하지만 한 끗 차이로 멈춰섰다.
그 모습을 놀란 듯 지켜보던 저메인이 씨익 웃었다.
“강하군.”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우가 튕겨나갔다.
화아아악-
염동력에 의해 튕겨나가 날아가던 상우가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팡-!
공기가 찢겨지는 소음과 함께 그 반탄력으로 멈춰선 상우.
그의 눈은 침잠해 있었다.
‘이것도 막아낸다고?’
능력치 9만에 달하는 괴물을 날려 보내다니.
도대체 녀석의 정신력은 어느정도란 말인가.
순수한 궁금증에 상우가 물었다.
“야, 마스터. 도대체 니 정신력은 몇이냐.”
“정신력? 아아아. 글쎄. 나도 모르겠군.”
저메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정신력 측정 불가라니… X발, 말이 돼? 밸런스 X망 게임 같으니라고.”
상우가 투덜거렸다.
그 말에 저메인의 얼굴에 놀람이 번졌다.
“오호, 내 상태창을 본 건가.”
“그래.”
“어떻게 보았지?”
호기심과 탐욕이 번들거리는 그의 눈빛.
“몰라, 인마.”
상우는 입을 다물었다.
‘애슐리에게 피해를 줄 순 없지.’
차마 오라클을 통해 보았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그러면서 다시 싸우기 위해 자세를 잡는데 저메인이 입을 열었다.
“말해주면 내 비밀을 말해주려 했는데 아쉽군.”
“…내 스킬이야.”
그 말에 상우는 태세 전환하여 거짓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믿는 눈치인 걸까.
저메인이 웃었다.
“타인의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능력이라. 탐나는군. 흐흐흐.”
“탐나면 뺏어보던가. 아무튼 약속대로 네 비밀이나 말해.”
“넌 악당이 약속 지키는걸 보았는가.”
“지랄은, 에휴.”
“하하하. 농담이다. 농담이야. 재밌는 친구군. 자, 그럼 대화를 해볼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해진 상우의 뒤로 거대한 의자가 나타났다.
저메인이 있는 자리에도 조그만 의자가 나타났다.
그는 태연하게 그 의자에 앉았다.
“자리에 앉지.”
“……?”
녀석의 의도를 알 수 없어서 상우는 그저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저메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싫으면 말고. 그나저나 루카스와 레오가르도는 잘 빼돌렸군.”
그렇다.
상우가 그렇게 싸우고 얘기를 하며 시간 끄는 사이.
그는 아공간 입구를 열어 허공에 매달린 레오가르도와 루카스를 검은 장막 안에서 빼돌린 상태였다.
“난 누구완 다르게 멀티태스킹이 되거든.”
“탐나는 능력이군. 정상우. 그래도 상관없다. 또 잡으면 되니까.”
대단한 자신감.
재수 없다고 여기며 상우가 말했다.
“뭐, 그건 그렇고. 얘기나 해봐. 네 비밀이 뭔지.”
“아, 간단하다. 넌 절대 날 이길 수가 없다.”
“뭔 개소리세요.”
“하하하. 넌 내 능력이 뭔지 알겠지. 상태창을 엿볼 수 있다고 하니까 말이야.”
“…그래. 탐욕의 상징을 가진 정신력 측정 불가의 남자. 14,000살을 살았다며? 그것도 알지. 스킬도 많고.”
“뭐, 정확하군. 하지만 내 능력을 제대로 모르는 눈치군그래. 너의 그 능력이 자세한 건 보여주지 않는 건가.”
“…시끄러워. 빨리 말이나 해.”
쩌렁쩌렁 울리는 상우의 목소리.
검은 장막 안에서 그의 음성은 마치 음파 공격처럼 메아리쳤다.
하나 상우의 건방진 말에 저메인은 귀엽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뭐, 곧 죽을 운명이니 말해주지. 내 능력의 기반은 오래 살아오면서 단련된 내 정신력이다.”
“…고작 그 이야기를 하려고 뜸들였냐.”
“아니, 그리고 또 있지. 바로 탐욕의 상징이다.”
“나도 안다고요. 그래서 뭐. 그게 그렇게 대단해? 나도 칠죄종 4개나 있거든?”
“그래. 너는 탐식, 나태, 질투, 색욕의 상징을 가지고 있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능력들 중에 가장 강한 게 탐욕의 상징이란 걸 아는가.”
“……?”
처음 듣는 이야기에 상우의 말문이 막혔다.
저메인의 말이 이어졌다.
“칠죄종. 인간들의 죄의 근원이자 죄 그 자체. 사람들은 일생을 살면서 그 누구든 이 죄를 범하지. 그리고 그 죄들 중에 어떤 죄가 가장 많이 저질러진다고 생각하나.”
그 말을 듣자 상우는 녀석이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설마, 사람들이 저지른 죄의 크기에 따라 칠죄종의 힘이 제각각 다르다는 거야?”
“그렇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쉽게 저지르는 죄악이 바로 ‘탐욕’이다. 네가 가진 탐식도 넓은 범주에서 보면 탐욕의 한 갈래에 지나지 않아. 음식을 향한 탐욕. 그뿐이지.”
그의 말이 그럴듯해서 상우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메인의 미소는 더욱 짙어져 갔다.
“내가 왜 네가 탐식의 상징을 가졌을 때 잡아먹지 않았을까. 바로 필요가 없어서였다. 칠죄종의 최강의 상징을 가진 나에게 있어서 네가 가진 상징들은 고작 장난 정도에 불과할 뿐.”
“…….”
“그리고 내가 과연 오래 살아와서 이런 정신력을 갖게 되었을까? 후후후. 아니다. 오래 살아왔기에 더 똑똑하고, 폭넓은 경험과 지혜를 지닌 나였지만, 나 역시 인간 수준의 정신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만약 사람이 오래산다고 정신력이 그렇게 강해진다면.
대격변 이전에도 마스터는 그야말로 초인이었을 터였다.
만약 그랬다면 이미 세상은 마스터의 손에 완전히 지배되고 있었을 터.
물론 지금도 암중에 뒤에서 세계 경제를 주무르고 있었지만.
“하지만 대격변 이후에 내 능력이 이토록 신처럼 강해진 이유는 바로 탐욕의 상징 때문이지. 그 어떤 존재라도 탐하고 욕망할수록, 내 힘은 강해진다. 그리고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 부와 명예, 권력을 향한 인간들의 욕망이 커질수록 내 힘은 더 강해지지. 멋지지 않은가. 으하하하하하.”
상우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일루미나티의 수장 마스터.
세계 경제를 암중에 지배하는 자본주의 집단.
전 세계가 그 경제 논리에 의해 자신의 이득을 위해 경쟁하고 대립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욕망들.
이런 사람들의 탐욕이 모이고 모여 마스터는 강해진다.
그가 이런 무지막지한 염동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아직까지도 일루미나티를 유지하는 이유.
상우는 그 이유를 드디어 알 것 같았다.
“…무섭구나. 너.”
“무섭다라. 난 그저 인간들이 더 자유롭게 욕망을 표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꾸며주었을 뿐이다.”
“…지랄은.”
녀석의 비밀을 듣고 나니 상우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강해지듯, 녀석도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었으니.
인간의 욕망이 멈추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래서 그는 곧장 움직였다.
쾅-
지면이 터져나가며 사라진 상우.
사실 이런 속도를 저메인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력을 제외한 그의 신체능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쿠우우웅-
단단한 사이킥배리어에 그 모든 공격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하하하하.”
기분 나쁘게 웃는 저메인을 보며 상우는 풍혼을 뽑아 들었다.
형상변환으로 기다란 장검으로 변한 풍혼.
그 검이 거대한 상우의 손에 딱 맞게 들어왔다.
“소용 없다.”
그 말을 하며 저메인은 상우의 몸 이곳저곳을 터뜨려나갔다.
염동력에 의해 내부가 곤죽이 되고 순식간에 재생이 되는 끔찍한 고통.
금강불괴 덕분에 그 고통이 절감되었지만, 그래도 끔찍한 건 여전했다.
심지어 뇌가 터지면 잠깐이지만 분신과의 접속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물론 이내 순식간에 회복하며 다시 접속이 되었지만.
그리고 그 고통을 이겨내며 상우는 그동안 연습했던 단 하나의 감각을 떠올렸다.
‘느껴라. 아공간을 열 때, 아공간을 지나칠 때의 감각을.’
그리고 그 감각 속에서.
공간을 베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하나의 검로를 그렸다.
[공간참]
* * *
쾅!
혜성길드 단장 신혜성이 튕겨나갔다.
건물에 처박힌 그의 신색은 처참했다.
팔다리가 꺾이고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게 한눈에 보기에도 치명상이었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존재가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시를 울리는 포효소리.
모든 이가 그 울음소리에 겁에 질렸다.
“미, 미친.”
“저걸 어떻게 잡아….”
“정상우! 정상우는 어딨어?”
“몰라, 씨발!”
그들은 차마 웨어드래곤에게 달려들지 못하고 포위만 한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B급 헌터.
이미 한국 최상위 랭커들은 저 웨어드래곤에게 달려들었다가 다 한방에 나가떨어진 상태였다.
그래도 즉사는 면했는지 대부분 바닥에 나뒹군 채로 신음하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때였다.
“크르르르르… 날… 막지 마라.”
웨어드래곤, 김준혁이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원래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던 그의 두 눈.
그 눈은 이제 어느 정도 이성이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