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77)
자기 자신을 분신으로 대체한다는 생각.
그건 정말 불현 듯 떠오른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괜찮다는 걸 느꼈다.
‘맞아. 분신과 나는 완전히 똑같이 생겼어. 능력도 비슷하고. 대체 못할 게 뭐야.’
그리고 상우 대신 분신을 전면에 내세우려 한 이유도 있었다.
‘바티칸에선 분명히 날 지켜보고 있어.’
상우는 바티칸에서 분명히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거라고 여겼다.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에 미국 롱아일랜드 A급 던전에 갔다가 습격당했으니까.
정확히 혼자 있을 때를 노린 습격이었다.
‘나를 감시하고 있다면, 분명 내가 혼자가 되는 틈을 노리겠지.’
칠죄종을 반드시 회수하려하는 바티칸에서는 주변의 방해가 없는 환경이 되거나, 상우가 무방비해졌을 때를 노릴 것이었다.
납치를 하든, 죽이든 말이다.
결국 상우는 몸을 사려야했다.
최대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다녔고, 강한 헌터들이 많이 왔다갔다하는 헤리티지 본사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나를 노리는 걸 아는데 일부러 당해줄 필요는 없지.’
혼자가 되는 상황을 철저히 피해왔던 것.
그때 상우에게 찾아온 행운이 있었으니.
때마침 오버마인드 스킬과 아공간 스킬이 생긴 거였다.
이후 자연스럽게 분신으로 대체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 맞아. 매일 불안에 떨면서 내가 일부러 가만히 기다릴 필요가 뭐 있어.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적극적으로 나가야돼. 그러기 위해선··· 그래! 분신으로 나를 대체하는 거야. 그 다음에 나를 감시하는 인원을 꾀어내서 잡아낸다면?’
자신을 노리는 바티칸 성전기사단 확실하게 잡아서 세계에 알리는 것.
그것이 상우가 처음 목표한 계획이었다.
만약 잡아낼 수만 있다면 대박이었다.
바티칸의 범죄행위를 고발하여, 그들의 행동에 제약을 걸 수 있을 테니까.
결심을 한 상우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아공간 속에서 분신과 재빨리 위치를 바꾸었다.
이후 서울에서 레이븐과 함께 지내며 두문불출하다가, 분신을 보내 오딘의 탑으로 향했던 것이다.
‘그때 바로 미끼를 물 줄 몰랐지.’
처음에는 진짜로 오딘의 탑에서 케이너스길드 공략1팀원들을 구하려던 게 목적이었다.
다만, 행동한 게 분신이었을 뿐.
‘근데 바티칸 성전기사단에서 덥썩 미끼를 물다니.’
그렇게 나타난 실체가 바로 바토리 에르제베트였다.
바티칸에서 그렇게 빨리 실체를 드러낼 거라곤 예상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기에 상우는 적절히 대처를 했다.
즉, 거기까지는 상우의 예상대로 잘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문제가 좀 있었다.
‘에르제베트··· 너무 강했어.’
단순히 생포하기에는 그녀가 가진 힘이 너무 강하였다.
때문에 중간에 계획이 수정되어야만 했다.
‘그래, 잡는 건 무리야. 일단 일부러 잡혀주자. 그렇게 분신을 바티칸 심처까지 보내서 모든 걸 녹화하는 거야.’
상우는 분신을 통해 그들이 어떤 비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는지 모든 것을 낱낱이 촬영할 계획이었다.
‘언론에 제보하고, 유튜브를 통해 터트려주지.’ 카톨릭의 성지.
바티칸 교황청에서 운영 중인 성전기사단이 온갖 패악적인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게 밝혀진다면?
세상은 떠들썩해질 것이다.
그리고 바티칸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상우에 대해 신경 쓸 수 없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상우를 쉽사리 공격할 수 없을 터였다.
자신들의 행위를 자인하는 꼴이 될 테니까.
‘그러려면 일단 에르제베트를 이길 방법을 찾아야 해.’
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엄청 까다로운 능력을 지닌 에르제베트.
분명히 뱀파이어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녀와 싸우면서 상우는 몇 가지 약점을 느꼈다.
‘피안개로 변했을 때, 피안개가 생각보다 결속력이 약했어.’
피안개로 변하여 대부분의 물리공격을 무시하며 위치를 이동하는 사기적인 능력.
하지만 약점이 있었다.
피안개로 변하면 결속력이 약해지는지 상우가 일으킨 바람의 검기에 어느정도 휘날렸으니까.
‘에르제베트가 피안개 상태로 변했을 때 다 불태워버릴 수만 있다면?’
그러면 쉽사리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거기에 더해,
‘아니면··· 글러트니로 다 빨아들인다면 어떨까.’
글러트니가 피안개를 먹어치우는 그림도 괜찮을 거 같았다.
먹을 수만 있으면 피안개는 더 회복을 못할 테니까.
다만, 못 먹어서가 문제였다.
‘글러트니는 탐식의 능력이 있지만, 입으로 물어뜯기엔 좀 느려. 그리고 결국 생긴 건 사람이야. 인체의 턱 관절 구조는 제한이 있어.’
그렇기에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양도 한정적이었다.
게다가, 입에 직접 넣어주지 않는 이상 탐식을 써먹기도 제한적이었고.
그렇기에 지금의 글러트니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입의 크기를 키워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면 해결될 거 같은데.’
이미 염동력 스킬이 있지만, 레벨이 너무 낮아서 파워와 범위가 좁았기에 활용이 어려웠다.
그렇기에 입과 목구멍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는 인체변형 스킬과, 진공청소기처럼 흡입 능력을 가진 스킬이 필요했다.
아니면 빠르게 물어뜯는 스킬이거나.
그것만 달아주면 글러트니의 능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터.
‘아마 베르샤엘 씨가 관련 스킬 알고 있을지도? 헤리티지로 가보자.’
상우는 곧장 오버마인드-커맨더 스킬로 헤리티지본사에 있는 분신에 접속했다.
* * *
발할라 포탈 너머에 있는 오딘의 탑 입구.
우주공간 한가운데 떠 있는 섬 같은 곳에 외로이 오딘의 탑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오딘의 탑 입구 앞은 한바탕의 격전이 벌어진 탓에 곳곳에 그을음과 핏자국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곳에 서있는 일단의 사람들.
되살아난 케이너스길드원과 분신들, 그리고 블레스였다.
분신들 중 16호가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공략1팀 구출하러 들어가겠습니다.”
“잘 되기를···.”
“파이팅입니다!”
“이봐. 뜸들이지 말고 어여 들어가 봐. 나도 궁금하니까.”
모두의 배웅과 블레스의 투덜거림을 뒤로하고 16호는 오딘의 입구에 들어섰다.
물에 빠져드는 듯한 익숙한 느낌이 지나가고 보이는 극한의 대지.
얼마 전 부서졌던 베이스 캠프를 대신하여 새로 새워진 벙커와 바리케이드 등이 보였다. 다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박유나 씨!”
16호가 외쳤다.
눈보라의 휘말려 그 소리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 모습을 오버마인드 스킬로 보고 있던 상우.
‘좀 기다려야겠네.’
그때, 때마침 허공의 공간이 주욱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빼꼼 튀어나왔다.
박유나였다.
“박유나 씨.”
“어, 분신님 오셨다. 여러분, 분신님 왔어요!”
아공간에 소리친 박유나는 몸을 날려 아공간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 잠깐만요. 유나 씨, 다른 분들은 못나오게 해주세요.”
상우가 16호의 몸을 빌어 말했다.
그러자 의문을 품는 박유나.
“예? 왜요?”
“탈출하려고 하거든요.”
“네?”
박유나는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으나, 순순히 분신의 말을 따라 안에 있는 공략1팀원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전한 후 자신이 열었던 아공간을 닫았다.
사실 아공간 스킬 스크롤을 제작하여 구출계획을 진행 중이란 건 아직 공략1팀원들에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
“했어요. 근데 왜요?”
박유나가 재차 물었다.
그 물음에 16호가 빙긋 웃었다.
“저도 아공간 스킬이 생겼습니다.”
그 말이 떨어짐과 함께 16호의 앞에 공간의 균열이 일어났다.
아공간이 열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박유나가 입을 떡 벌렸다.
“어, 어떻게··· 이거 진짜인가요?”
“예, 진짜입니다. 즉, 박유나 씨, 그리고 공략1팀원들이 나갈 차례가 되었다는 거죠.”
“세상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박유나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16호가 재촉했다.
“자, 이미 바깥이랑 통한다는 건 테스트해서 확인했습니다. 바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넵!”
박유나가 16호의 말을 듣고 곧장 뛰어들려했다.
16호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근데, 제 아공간은 엄청 추워요! 오래 머무시지 마시고 바로 반대편 출구로 나가셔야···.”
“알았···.”
방한복을 믿는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아공간으로 뛰어든 박유나.
그리고 그녀는 오딘의 탑 입구에 생긴 아공간 구멍을 통해 빠져나왔다.
착!
그녀를 따라 16호도 곧바로 아공간을 통해 빠져나왔다.
착!
바닥에 내려선 박유나는 믿기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대기. 따뜻하진 않지만 적당한 기온.
거기에 자신을 바라보는 익숙한 얼굴들.
“유나야!”
“팀장님!”
케이너스길드 파견단이 박유나를 얼싸안았다.
박유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흑흑··· 이거··· 이거 정말 꿈이 아니죠···? 진짜 맞죠? 그쵸? 흐아앙···.”
그런 그녀를 보면서 파견단 역시 눈물을 짜냈다.
“크흑흑··· 그래, 유나야. 진짜야.”
“진짜에요. 팀장님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눈물 흘릴 무렵.
블레스가 한 마디 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안 꺼내?”
그 말에 아차 싶은 사람들.
박유나도 정신을 차렸다.
“지금 바로 열게요.”
그러곤 박유나 앞에 아공간이 열렸다.
이후 아공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팀장님, 무슨 일이에요?”
“지금 나가도 돼요?”
“나와요! 다 나와!”
그 말에 아공간 밖으로 쑥쑥 나오는 사람들.
그들은 처음 나온 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거 실화야?”
“밖이라고? 진짜 밖이라고?”
“현우야!”
“상길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팀원들도 있었고, 서로 알아보고 반가운 재회를 나누는 팀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다.
기쁨이었다.
드디어 추위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긴장감에서 해방되었다는 안도감.
다시 만난 바깥 세상에 대한 반가움.
반가운 얼굴들과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끝없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렇게 박유나가 나타났을 때처럼 한창 재회의 시간을 가진 케이너스길드원들은 이내 분신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분신님. 아니 상우 씨.”
“뭘요. 저야 돈 받고 일한 건데요. 하하.”
“그래도 상우 씨가 아니었다면 저흰 영원히 저 안에 갇혀있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안 잊을게요.”
“하하···.”
16호가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야. 이래서 사람들은 서로 돕고 사나.’
뿌듯함이 16호, 아니 상우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럼 여러분 바로 서울로 가시죠. 가족들이 기다리잖아요.”
“그래요. 빨리 정리하고 갑시다.”
파견인원들은 각종 장비들이 있던 임시본부를 철수시켰다.
“안 도와줘도 되는데.” “괜찮아. 얼음땅에만 있다가 밖에 나오니 힘이 절로 나니까.”
다들 초인이기도 했고, 의욕이 넘치는 공략1팀원들의 도움에 철수는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거기에 분신들까지 힘을 보태니 일은 순식간이었다.
이윽고 박스화된 장비들을 가지고 발할라포탈로 향하려는 케이너스 길드원들.
그때 16호가 모두를 불러세웠다.
“저기 여러분?”
“예?”
“제 아공간 타고 서울로 가실래요? 직방인데.”
16호가 아공간을 열며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