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격렬한 전투
그래도 한립을 포함에 9명의 축기 수사 그리고 60명의 연기기 제자가 있으니 사살진(四煞陳)의 위력에 기대 버텨 볼만은 했다.
선악의 명령에 따라 한립 등 수사들이 분분히 날아올라 사살진의 한 쪽에 몸을 숨기고 적들을 주시했다.
가장 앞에 선 이들은 평범한 외모의 붉은 옷의 소녀와 육십 대는 넘어 보이는 노란 옷의 노인이었는데 그들은 각자 축기 초기와 후기로 그리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다. 그 둘은 서로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심해라, 저들은 마염문(魔焰門)과 천살종(天煞宗) 출신이다.”
유일하게 마도인들과 손속을 겨뤄본 려천몽이 신중한 얼굴로 말했다. 마치 저 두 문파를 크게 경계하는 눈치였다.
한립이 그의 말을 듣고 경계심이 크게 상승한 것은 당연했다. 드디어 소녀와 노인의 이야기가 끝난 듯 했다. 소녀는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말했다.
한립과 다른 이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듣지 못했지만 홍의 소녀 뒤의 붉은 의복을 걸친 이들이 모두 몸을 날려 협곡 아래 부분의 사살진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황의 노인도 말없이 팔을 들어 올리자 뒤에 서있던 수사들이 열 댓 개의 노란 빛으로 변해 사살진을 향해 다가왔다. 사살진 내부에 있던 한립과 수사들도 숨죽이고 법기를 준비했다.
황의 수사들도 멍청하게 바로 진법으로 뛰어 들진 않고 십여 리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그리고 각각의 법기를 꺼내 들고는 다시 흉흉한 기세로 진법을 공격해 들어왔다.
‘콰콰쾅’
법기의 기이한 빛과 사살진의 청홍남황 사색이 부딪치자 일대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렸고 자연히 칠대선파 수사들은 안색이 미미하게 굳었다.
“반절은 철살종 인들을 상대해 진법을 훼손하지 못하게 하고 나머지 반절은 마염문 인들을 주시하거라!”
엄월종 선악이 순간 망설이다가 결국에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진 밖으로 몸을 날려 새하얀 작은 검을 내던지니 그것이 하얀 무지개처럼 허공을 날아 상대의 비도와 진주 형태 등의 법기를 막아냈다.
명에 따라 선악에게 배정된 수사들이 자신의 법기를 들고 진 밖에 나서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냈다.
한립도 그 중 하나여서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금부자모인을 꺼내 푸른색의 기다란 창을 막아냈다. 상황이 그럭저럭 버틸 만 했다.
한립 쪽에서 나선 이들은 대부분이 연기기 수사라 대여섯 명이 모여 겨우 적 한 명의 공세를 막아냈다.
그래도 진법의 비호를 받기에 위기에 순간엔 언제든 진법 뒤로 피신할 수 있어 아직까진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립처럼 축기에 성공한 이들은 당연히 적을 맞아 싸워야 했다.
‘이게 마도육종의 실력인가? ’
무언가 좀 이상했다. 정말 이 정도라면 영석 광산을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마염문 홍의 수사들이 마침내 느릿느릿 사살진 근방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려천몽 등은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고 몇몇 젊은 수사들은 벌써 손이 근질거리는지 공격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홍의인들은 바로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기이한 형태로 모여 그 중 한 명의 분부아래 각자가 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의 깃발을 꺼내 들었는데 열기가 감돌며 반짝이는 것이 평범한 물건들이 아니었다.
“광염(狂焰) 수사들이다. 청양마화(靑陽魔火)를 분출하기 전에 막아!”
려천몽이 홍의인들이 꾸물거릴 때부터 불길함 예감을 느끼다가 그들이 이상한 형태로 서서 깃발을 들자 이전에 마도육종과의 대전에 참가해 보았던 끔찍한 광경이 떠올라 소리친 것이다.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영수산 수사는 진 밖으로 뛰쳐나가며 허리에 걸린 낡은 주머니를 던지자 그곳에서 날아다니는 지네 두 마리가 흘러나왔다.
이 지네들은 온몸이 어두운 노란색의 무늬로 뒤덮여 있었으며 청록색의 반투명한 날개가 돋아있었는데 려천몽의 휘파람 소리에 눈빛이 달라지며 홍의인들을 덮치려 했다.
아직 나서지 않고 있던 수사들도 지체 없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축기기 수사들이 려천몽의 뒤에 바짝 따라붙어 각자의 법기를 독충 요수인 지네를 쫓아가게 했다.
거대한 지네는 독액을 뿜기도 전에 온 몸에서 여러 개의 은색 빛이 품어 나오며 조각조각 잘려나갔고, 나머지 지네도 바로 온몸이 사분오열 되어 떨어져 내렸다.
이에 려천몽이 크게 놀라 바로 걸음을 멈추었고 작은 방패 같은 것을 꺼내 몸 앞에 보호막을 쳤다.
그 뒤를 따르던 수사들도 바로 방어 법기며 부적 등을 부산스럽게 꺼내 저 지네 꼴이 나지 않기 위해 대비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지네의 뒤를 바로 따르며 날아들던 법기들의 공격이 먹히려는 순간 전방에 돌연 출현한 은빛 실들이 무성하게 그 앞을 막아선 것이다.
수많은 법기가 그것에 사로잡혀 꼼짝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막 진을 박차고 나온 칠대선파 수사들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한 것은 당연했다.
“모두 영광술(靈光術)을 사용하시오! 저 홍의인들 앞에 누군가 은신해 있소!”
법기를 잃은 축기기 수사의 눈에서 푸른빛이 번뜩이더니 놀라 소리쳤다. 그의 말에 다른 수사들도 이 놀라운 광경을 이해했다. 그러나 영광술은 축기 이후의 수사들이나 사용할 수 있었음으로 연기기 제자들은 그저 멀뚱히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한립도 바로 영광술을 이용해 그곳을 바라보았다.
놀라운 광경에 주시하고 있던 그도 이제 손에 깃발을 들고 있는 마염문 수사들 앞에서 몇 개의 희미한 하얀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 하얀 그림자들은 한 손에는 장검과 같은 것을 들었고 다른 손에는 은색의 실들을 방출해 우리 쪽 법기를 제어하고 있었다.
이에 려천몽 등이 하얀 사람의 형상들을 향해 법술과 법기 등을 난사했지만 모두 완전히 막혀버렸다.
어떤 공격을 가하든 마치 그들을 크게 상처 입힐 수 없는 것 같았고 마치 불사의 몸이라도 가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하얀 인영들 역시 수중에 든 도로 가르거나 은사를 흩뿌리는 것 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 두 가지만 조심하면 몸을 상할 걱정은 없었다.
‘또 무슨 괴이한 법술인거지? ’
한립이 볼 때 분명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혹시 저 또한 모종의 방법으로 조종당하는 혼백일 수도 있었다.
그는 이런 고민을 하며 손 가는대로 금부자모인을 조종했는데 이런 안일한 태도가 상대인 천살종 중년인을 화나게 한 듯했다.
얼굴을 굳힌 그가 푸른 창으로 한립의 금색 칼날을 막으며 소리 없이 저물대를 뒤져 끊임없이 회전하는 하얀 구술을 내던졌다.
구술은 날아오르며 웬만한 방만큼 커지더니 무서운 기세로 한립의 머리로 떨어져 내렸다.
사실 조금 다른 곳에 신경 쓰긴 했으나 상대의 이런 공격을 눈치 채지 못할 그가 아니었다.
차분하게 손이 허공을 가르자 푸른빛의 검이 생성돼 구슬을 막아섰다. 거대한 구술이 몇 번 내리누르려 했으나 서로 그 자리에서 대치를 이루었다.
그 빛의 검이 사라지기 직전에 다시 교룡의 발톱인 오룡탈(烏龍奪) 한 쌍을 발동시켜 구술을 막아서니 또 다시 구술이 꼼짝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상대 천살종 수사야 화가 나겠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려천몽의 조급한 소리에 한립이 움찔해서는 서둘러 그쪽 상황을 살폈다. 홍의인들이 주술을 마치고 손에 든 깃발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니 이미 은은한 푸른 화염이 생성되고 있었다.
‘저게 바로 청양마화구나!’
푸른 불꽃을 바라보는 한립도 불안해졌으니 그 바로 앞에서 상대의 법술이 완성되는 것을 지켜보는 려천몽이야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러나 눈앞의 하얀 그림자들을 단시간에 해치울 묘책이 없었다.
“모두 후퇴한다. 전부 진법 안으로 퇴각!”
려천몽이 점점 꺼지는 푸른 화염을 보며 급히 고함을 지르고는 먼저 몸을 날려 한립 뒤 쪽의 진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의 뒤에 있던 수사들도 자연히 명령에 따라 철수를 했다. 이를 지켜보던 선악도 주저 없이 같은 명을 내렸다.
하지만 한립처럼 우위를 점령한 경우가 아닌 다른 이들은 겨우겨우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으니 당장 몸을 빼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한립의 적수도 그를 잡아두려는 심산인지 미친 듯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한립은 그를 비웃으며 법기들을 모두 회수하고 하얀 비늘 방패만을 발동해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바로 진법 안으로 돌아갔고 천살종 수사는 씩씩대면서도 진법 밖에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선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한 데다 그 싸움이 더욱 격렬해 진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그가 막 다른 수사들과 그들을 도우러 나가려는데 려천몽이 막아섰다.
“이미 늦었어요. 상대가 청양마화(靑陽魔火)를 이미 불러냈습니다.”
얼굴이 파래진 려천몽이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한립 역시 깃발을 들고 있던 홍의인들이 팔뚝 굵기의 푸른 화염을 분출하니 그 열댓 개의 화염들이 공중에서 뭉쳐 거대한 푸른 화염 구슬을 형성하는 것을 발견했다. 화염은 어찌나 밝은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건?”
선악도 놀라 무언가 말하려다가 홍의인들의 이어진 행보에 얼굴이 굳었다. 그들이 진법 밖에 남아있던 칠대선파 수사들을 가리키자 거대한 화염 구슬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열 댓 개의 작은 구슬로 변하여 날아갔다. 그런데 이 푸른 화염 구슬들은 속도가 극히 빨라서 순식간에 수사들의 코앞에 당도해 있었다.
벌써 이상을 감지하던 수사들이 법기를 꺼내 푸른 화염을 막아서거나 소수가 부적을 이용해 공격에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푸른 화염이 청양마화라 불리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법기이나 부적의 공격은 화염에 닫자마자 녹아 내렸다.
그 불가사의한 힘에 화염을 눈앞에 둔 수사들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그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 틈도 주지 않고 각각의 작은 화염들이 수사들에게 부딪혀 들어갔고 그들의 방어막이니 보호구들이 전부 녹아 내렸을 뿐 아니라 사람의 육체도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다.
남은 칠대선파 수사들은 이 공포스런 광경에 이제 앞뒤 잴 것도 없이 천살종 수사의 공세를 막아내던 법기도 회수하지 않고 당장 진법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는 동안 황망히 상대의 법기에 죽은 이도 몇 있었다.
상대와 대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벌써 수십 명의 연기기 수사들과 축기기 수사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청양마화의 위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푸른 화염들이 홍의인들의 조종에 따라 다시 하나로 뭉치더니 이어서 파도처럼 사살진(四煞陳)을 향해 밀려들려 했다. 선악은 미간을 찡그리며 려천몽을 돌아보았다.
“려 형, 저 푸른 화염은 무엇입니까? 어찌 축기기 수사들이 저런 엄청난 진화(眞火)를 뿜어낸단 말이니까! 이 진법이 저것을 막아낼 수 있겠지요?”
려천몽은 상대가 연달아 질문을 쏟아내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다른 수도자들도 눈으로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모두를 속이지 않겠습니다. 저는 대전 중 우연히 청양마화의 위력을 보았을 뿐이라 사살진이 이것을 막아낼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후에 선배에게 들으니 이런 마화는 손쉽게 방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더군요. 일단 광염수사들은 필수적으로 청양마화결(靑陽魔火決)을 익혀야 하고 매번 이런 마화를 생성할 때 마다 자신의 수행을 깎이는 대가를 치룬다 합니다. 그러니 쉽게 막을 수 있을 리 없지요.”
그의 말에 선악 등 다른 수도자들도 심란해졌다. 그 순간 푸른 화염이 결국엔 사살진에 닿아 낮은 폭발음을 내고 있었다. 모두의 이목은 자연히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푸른 화염의 물길이 넘실넘실 네 가지 색의 빛의 장막을 공격하는데도 사살진이 일렁이기는 했으나 그것을 버텨내고 있어 진법 내의 모두가 간신히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조금씩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되는 푸른 화염의 공격에 찬란하던 네 가지 빛깔이 점차 빛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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