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57
57화. 승선대회
“천무대 승선대회가 뭡니까?”
오구지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승선대회란 이름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들은 바 있었다. 그러나 상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는 아직 없었다.
‘설마 그것도 태남회처럼 일종의 교역장인가? ’
한립은 홀로 추측을 해볼 뿐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승선회도 모른단 말이요? 월국(越國)에서 10년에 단 한번 벌어지는 청년 수도자가 큰 문파에 들어가기 가장 좋은 기회인 것을 말이오!”
“오 형제가 아직 어리고, 아마 모처에서 은거해 수련을 한 듯하니, 그럴 만도 합니다.”
흑무가 놀라서 소리치자 송문도장이 오구지를 두둔해줬다.
“와! 그럼 더 자세히 좀 말해주세요! 칠대문파에만 들면 하루아침에 세상이 달라지는 것 아닙니까!”
“지금은 승선대회에 대해 말할 때가 아니에요. 산수들의 실종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흥분한 오구지가 흑무를 향해 소리치자, 호평고가 소년을 겨냥해 불만스레 의견을 냈다.
“괜찮습니다. 오 형제에게 설명을 좀 해주는 것도 좋겠지요. 승선대회에 대해 상세히 모르는 다른 사람도 들을 수 있고요.”
도장이 웃음이 어린 말투로 호평고를 달래는데, 힐끗 한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자신은 수도계의 신참임을 숨기려 항상 모호하게 답하였는데, 송문도장의 날카로운 눈을 속이지 못한 것이다.
“송문도장도 이리 말씀하시니, 제가 오 형제에게 이야기를 해주지요.”
흑무가 흥이 나는 지 자신 있게 나섰다. 모두가 다시 원래 자리에 앉는데 황효천 만이 그대로 서있었다.
“전 승선대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으니,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이야기들 나누시죠.”
뚱보가 말을 끝내고는 다른 사람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방을 나가버렸다.
“모두 개의치 마십시오. 황형이 연마한 공법은 특수해서 항상 졸음이 쏟아지는 모양입니다. 여러분을 등한시하려는 의도는 아닐 거예요.”
송문도장이 서둘러 뚱보를 대신해 설명했다. 방 안의 사람들은 도장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는데, 개의치 않으면 자신들이 또 어떻게 하겠는가? 뚱보는 송문도장 보다 강자인 것을 말이다.
“흑무 형, 계속 얘기 해보세요.”
오구지가 묘한 분위기를 깨며 흑무를 재촉했다. 이에 흑무도 다시 웃음을 되찾고는 입을 열었다.
“승선대회에 대해 설명하려면 축기단(筑基丹)을 빼놓을 수 없지. 이건 연기기(煉氣期)의 수도자라면 누구나 미친 듯…….”
기초 공법을 7성 이후로 연성한 후, 거대 문파에서나 제련 가능한 영약 축기단을 복용하면, 어려운 고비를 넘어 축기기(筑基期)에 이를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연기기(煉氣期)의 수도자가 축기기(筑基期)에 이르면, 진정한 수도계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래서 축기단은 승선환(升仙丸)이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지게 되었고, 수도자라면 누구나 탐내는 물건이었다.
축기단의 원료는 찾기가 어려워서 월국 수도문파는 공동으로 힘을 합쳐 노력해도, 십년에 천여 개를 만들까 말까였다. 게다가 이 단약들은 각 문파에 골고루 나뉘어져, 그들 내부에서도 항상 모자랐다.
그러나 월국 전체에는 수많은 수도자들이 기초 공법을 7성 이상 이룬 채 간절히 다음 단계로의 상승을 고대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축기단은 거대문파에서 독점하고 있고, 외부의 축기단 수요는 늘어만 가니, 양자 간의 갈등이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물론 문파인들도 이런 불온한 기운을 알고 있었지만 어찌 하겠는가? 자신들이 쓰기에도 축기단(筑基丹)은 턱없이 부족한데, 어찌 바깥사람들에게 넘기겠는가?
하지만 세상에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는 없었다. 한 문파의 어느 수도자가 10년 마다 축기단이 만들어질 때, 외부에서 자질이 뛰어난 수도자를 골라 거대 문파로 영입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축기단을 복용시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축기단을 문파 외부인에게 넘길 일은 없으면서, 수도계의 불만은 잠재울 수 있었다. 사실 거대 문파에 들어가는 것은 수도자들에게 좋은 일이었고, 문파 입장에서도 우수한 제자를 영입하는 것이니 좋은 계책이라 할 수 있었다.
선발 방식은 공정하고 명확해서 뒷말을 남기지 않아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문파들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원칙을 내세웠다. 실력이 뛰어난 자만이 문파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것이다.
칠대문파는 각각 열 명의 정원과 열 개의 축기단을 내놓고 최후의 승자를 기다렸다.
연령에 제한이 있어 마흔 살이 넘은 이는 입문이 불가했다. 이렇게 승선대회(升仙大會)가 만들어진 것이다!
승선대회가 거듭되면서 10년 마다 70명의 행운아들이 칠대문파의 제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았으니, 수도자들은 더욱 열광했다.
적령기에 이른 수도자라면 누구나 목숨을 걸고 자신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대회에 나와 겨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수도자끼리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흑무가 여기까지 이야기 하자, 거의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저도 대회에서 이기기만 하면, 거대문파의 제자가 된다는 거죠?”
모든 이야기를 들은 오구지의 얼굴에 열망이 어렸다.
“꿈 깨거라! 너 같은 수준으로 그곳에 나갔다간, 죽거나 다치기 십상이지.”
오구지가 생각에 빠져 히죽거리자 호평고가 비웃었다.
“음. 왜요? 전 왜 안 되는데요? 8성의 공법으로도 이 대회에 나갈 자격을 못 얻는단 말이에요?”
오구지가 진지한 얼굴로 호평고에게 물었다. 그의 진실된 태도에 호평고는 잠시 주저하다가 그의 말에 답을 해주었다.
“녀석아, 저번 대회에서 선발된 70인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고 있어? 또 너 정도 수준을 가지고 그곳에 나갔다가, 죽거나 다친 수도자들은 얼마나 많은 지는?”
“호 부인의 가르침을 바랍니다.”
오지구가 매우 진실된 자세로 가르침을 구했다.
“지난번 승선대회의 탈뢰전(奪擂戰)을 직접 봤었지. 지금 생각해도 살이 떨려!”
호평고가 마치 무슨 무서운 생각이라도 든 듯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우리 부부는 연기기(煉氣期)에 평생 머물더라도 싸울 마음이 없어요. 그래도 여러분이 포부를 갖고 도전한다니, 죽기 전에 자세히 설명 해줄게요.”
호평고가 담담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대회에 참가하는 이는 오행기본공법이 7성은 넘어야 해요. 그래야 축기단을 복용할 기본 요건을 갖추니까요. 그리고 참가 할 때 연령은 40세 이하로 제한되는데, 속임수를 써서 나이를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참가 신청을 담당하는 자가 관골술(觀骨術)을 써서, 각자의 실제 연령을 알아내거든요. 이 두 조건에만 부합하면 누구든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어요. 다른 제한은 아무것도 없죠! 그래서 그 대결이 더욱 끔찍한지도 몰라요.
태남곡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건, 승선대회 때문이겠죠. 지난 대회에는 수백 명 정도가 왔었는데, 이번에는 적게 잡아도 천 명은 족히 넘는 것 같아요. 이들은 우리 태남곡의 소회에 참가해 물품을 교류하는 한 편, 이번 기회를 통해 승선대회에서 상대로 만날 수도자들을 관찰할 거예요. 지피지기 백전백승인 법이니까요.”
호평고가 잠시 말을 멈추자, 오구지가 안색이 변해 다시 물었다.
“호 부인의 말에 따르면, 곡 내에 10성에 이른 이들도 모두 대회에 참가한 단 말인가요? 그럼 우리 같이 낮은 법력의 수도자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참석하는 거죠?”
“그것은 알 수 없지. 법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야. 법력이 낮은 이가 위력이 대단한 법부를 사용한다든지, 몸에 엄청난 법기를 지니고 있으면 법력이 높은 상대도 나가떨어질 수 있다.”
한립이 들어온 이후 한 마디도 하지 않던 흑진이 돌연 소리치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렇습니다. 흑진 형제의 말씀도 도리에 맞지요. 우리 수도자들의 대결에서 법력의 고하는 중요하지 않지요. 정말 중요한 것은 법술을 얼마나 능숙하게 펼치는가와 그것들을 다채롭게 운영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에 더해 보유한 기물(奇物)의 위력으로 성패가 갈라집니다.”
송문도장도 흑진의 의견에 십분 동의하는 지 말을 보태었다.
“흑진 형과 송문도장의 말이 옳아요. 안 그랬다면 무엇을 위해 승선대회를 개최하겠어요? 그저 법력의 고하를 보아 심후한 이를 고르면 되겠지요.”
호평고도 동조했다. 흑진 등 여러 사람의 말에도 오구지는 전혀 기뻐하지 않고, 울상을 하고는 무엇인가를 중얼거렸다.
“대단한 법기…… 위력적인 부적……?”
그런 오구지를 신경 쓰지 않고, 호 부인이 말을 이어나갔다.
“대결에 임하는 이가 너무 많아, 승선대회에서는 동시에 일곱 개의 무대를 설치하지. 월국의 칠대 수도문파를 상징하는데, 누구든 자신이 들고 싶은 문파의 무대에 올라 대결을 하는 거야. 1차로 두 사람이 올라 싸우고 이긴 자만 다음 대결에 임하는 것이지. 그리고 다시 새롭게 올라온 자와 승부를 겨루지. 이렇게 계속 하다가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으면, 다음 회차의 대결이 시작돼서 앞선 경기의 승자들 간의 대결을 해. 이렇게 남은 각 무대 최후의 10인 만이 문파 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축기단을 복용할 자격을 얻는 것이지. 내가 간단히 설명한다고 우습게 보지 마. 실제 대결의 처참한 광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니까.”
호 부인이 말을 하면서도 감정이 북받치는 듯 했다.
“저번 대회에서 죽어나간 10성의 수도자만도 열댓 명이고, 11성의 엄청난 고수들도 서로 맞붙었다가 동귀어진(同歸於盡) 했었어! 당연히 9성이나 8성 정도의 수도자는 부지기수로 죽어 나갔으니, 백 명이 넘는다는 말도 있더군. 모두 기회를 잡기 위해 필사적이니 사상자가 많을 수밖에.”
호평고가 한탄했다.
“기초공법이 11성에 이른 이들도 참가한단 말인가요? 풍문을 통해 들으니 수도문파에서도 이렇게 자질이 뛰어난 기재들은, 제자로 받아 준다던데요? 어찌 두 사람은 목숨을 걸었을까요?”
갑작스레 여인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침묵을 지키던 소녀인 홍련산인이었다. 호평고가 그녀의 물음에 미소를 지었다.
“홍련 자매가 물은 바를 나도 물었었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어. 이후 산수계의 대선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야 비로소 깨달았지. 아마 이건 오 형제와 한 형제도 궁금할 테지?”
“그들뿐 아니라 우리 형제도 답답하오. 11성의 기재가 어찌 그 좁은 문을 뚫고 가려다가 죽는단 말입니까!”
호평고가 뜸을 들이자, 흑무도 참지 못하고 물어왔다.
“송문도장의 표정을 보니 역시 도장은 아시는군요. 도장께서 말씀해 주시는 것이 더 낫겠어요.”
호평고가 소리 내어 웃으며 자연스럽게 도장에게 짐을 떠넘겼다. 도장은 그녀의 갑작스런 요청에 당황했으나, 이내 긍정을 표하고 입을 열었다.
“사실 그 둘은 모두 수도가문 출신이었습니다. 아마 11성에 이르려 적지 않은 단약을 복용했겠지요.”
그가 고개를 저으며 옳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단약을 이용해 경지를 높이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 아닌가요? 그래도 수도문파에 들 수 있잖아요.”
오구지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의문을 제기했다.
“오 형제 잊고 있는 것이 있군요. 우리가 보기에 40세 이전에 11성에 이른 수도자는 엄청난 기재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문파를 꾸려온 이들이 보기엔 그저 보통의 자질로 딱 입문을 받아줄 정도에 불과합니다. 안 그랬다면 그들이 더 어렸을 때 문파의 정식 제자로 받아 주었겠지요.
그렇기에 그들의 일가에서는 간신히 수도문파에 넣어봐야 자식들의 장래가 어찌 될지 알 수가 없고, 뛰어난 자들에게 밀려 축기단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아예 문파로 보내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문 내에서 전문적으로 이들을 양성해 승선대회에서 축기단을 얻을 자격과 입문의 기회를 동시에 차지하려 한 것이지요.
다만 서로 비슷한 계산을 한 상대를 만나 동귀어진(同歸於盡)하는 결과가 생기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겠지요.”
송문도장이 말을 하며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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