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눈을 감고 쏜 화살은 인연이 되고. 3.
“자네야 늘 그렇지. 세상일을 항상 손바닥 안에 움켜쥐고 있는 듯 말을 하긴 하는데 뭐하나 성공하는 건 없지 않나?”
노환동의 비아냥에 명안귀가 뜨끔했는지 발끈하며 말했다.
“내가 뭘 성공을 못 했다는 거야?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뿐이지 않은가?”
“무슨 소리야? 기둥봉 싸움에서 석다물을 사로잡을 거라 하지 않았나?”
“음….”
“사살귀가 사신사령 중 최소 한 놈은 죽일 거라 하지 않았나? 혈랑은 또 어떻고? 대막까지 가서 불러온 놈들이 죄다 전멸하지 않았나?”
“그래서? 뭐 어쩌라구? 그 일은 주군께서도 그럴 거라 예상하셨다 하지 않는가?”
“그거야 주군께서 실패를 용서하시는 자비를 베푸신 게지. 지금 자네의 실패가 주군의 뜻이었다 이 말인가?”
“그런 뜻이 아니질 않은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 주군의 계획과 뜻이 틀어 지고 있다고 하는 게 아니냔 말일세. 내 주군께 한 번 여쭤봐 줄까?”
“자네 지금 시비 거는 겐가? 지금 나랑 한번 붙어 보자는 게야?”
“못할 것도 없지.”
“이놈 봐라? 허면 덤벼 보거라. 내 오늘 아주 죽여주마!”
명안귀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듯 양손에 공력을 끌어 올리자.
노환동이 더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슬쩍 꼬리를 내렸다.
“성질머리하고는. 됐네. 나 가네.”
“쫄긴.”
“맘대로 생각하시게.”
* * *
뇌옥에 갇힌 지 만 하루가 지나자 남궁무외가 다시 뇌옥을 찾았다.
“한낱 죄인을 보러 가주께서 친히 너무 자주 오시는 것 아닙니까?”
“나갑시다. 제 큰아이와 창궁대, 석문주의 일행들을 연무장에 대기시켜 놓았소.”
익히 예상했던 일이긴 하나 석다물이 짐짓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그 아이들을 왜 연무장에 대기시켜 놓으셨습니까?”
“석문주께서 철혈지존궁으로 가셔서 명안귀란 자의 흔적을 찾아 주셔야겠습니다. 아들놈만 보내자니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 부탁드리는 것이니 받아 주시길 청합니다.”
“가주의 누명을 벗겨 달라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지은 죄가 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하겠습니다마는….”
“다른 문제가 있습니까?”
“저 아이들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석다물이 남궁무외를 시해하려 했던 추단영과 그런 추단영을 도왔던 진주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데리고 가시지요. 단영이 저 아이 눈으로 귀로 직접 보고 듣고 오해를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면 저 아이들을 용서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그건 차후에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일단 데리고는 가겠습니다.”
남궁가의 연무장에 모여 있는 석다물 일행 이십 명과 남궁가의 창궁대 삼십여 명.
거기에 남궁가의 소가주 남궁원상까지.
총원 오십여 명의 대오가 마치 소규모 군대를 방불케 했다.
마치 출정식이라도 하듯 정연하게 줄지어 있는 일행들 앞에 나란히 선 석다물과 남궁무외가 결연한 표정으로 일행들을 격려했다.
“창궁대는 들어라. 온 천하를 다 뒤져서라도 명안귀란 놈을 찾는다. 알아들었나?”
“창궁대가 명을 받듭니다.”
“너희의 총사령은 여기 계신 백두문의 석문주께서 맡을 것이다. 소가주는 부사령이 될 것이니 석문주께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잘 따르거라.”
“창궁대가 가주의 명을 받듭니다.”
우렁찬 대답이 온 남궁가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남궁무외가 흡족한 듯 석다물에게 말했다.
“나도 석문주와 같이 움직여야 하겠으나 쌓인 집안일이 태산인지라 아들놈만 보내는 걸 용서하시구려.”
“소가주가 곧 가주 아닙니까? 최대한 빨리 좋은 소식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부탁하오. 석문주.”
“걱정 마십시오.”
출발을 명하려던 석다물이 일행들을 한 번 둘러 보다가는.
추단영을 보고 뭔가 할 말이 생각났는지 입을 열었다.
“단영아.”
“예.”
“잘해라.”
“예.”
“잘 배우고.”
“예.”
“잘 풀고.”
“예.”
“출발!”
석다물의 명이 떨어지자 원래 석다물의 일행들보다
배 이상 불어난 인원이 철혈지존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는 정연함과 삼엄한 대오가.
보기만 해도 잘 수련된 무사들임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출발한 지 서너 시진도 지나지 않아 한 번의 휴식을 거치며.
바뀐 대오로 인한 일행들 간에 미묘한 감정변화의 기류가 보였다.
그간 석다물과 함께 어딘가로 이동을 한다 하면.
보통 좌우로 사신사령 혹은 철마부와 만근도, 양미나 림태 달군 오련 등이 보좌하듯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엔 남궁원상이 석다물과 동등한 위치에서 나란히 서고.
그 뒤로 사신사령을 비롯한 원래의 인원들과.
남궁가의 창궁대가 자기 주군의 뒤에 좌우로 늘어선 형태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간의 서열이 바뀌고 명목상은 부사령이라 하나.
굴러온 돌이 지금까지 모셔오던 석다물과 동급으로 치고 들어왔다는 느낌을.
일행들 모두 지울 수 없는 듯했다.
거기에 추가로 창궁대와 기존 일행들 간의 묘한 알력과 경쟁심마저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동을 멈춘 후의 대오도 그러했다.
원래의 석다물 일행들과 남궁가의 창궁대가 각각 따로 모여 앉아.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어색한 모습이 연출됐고.
석다물은 그런 모습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남궁원상과 따로 자리를 마련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마도 남궁가의 소가주에 대한 배려인 듯 보이긴 했으나.
그간 석다물이 일행들에게 보였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는 사실에.
일행들 모두가 적잖이 당혹해하는 분위기였다.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서로의 마음을 알아버린 진주하와 추단영이.
아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알콩달콩 꿈같은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뭔가 내내 불만 어린 눈으로 남궁원상과 창궁대를 바라보던 철마부와 림태가.
슬슬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만은 제일 먼저 가장 만만한 추단영과 진주하에게로 튀었다.
“동호법이랑 추매는 어디 소풍 가나? 왜 저래?”
“그러게 말입니다. 보기만 하면 싸워대다 이젠 싸우지 않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저건 좀 거시기해 보이긴 합니다.”
옆에 있던 백암이 모른 체하라는 듯 두 사람을 제지했다.
“쟤들 뇌옥에서 난리도 아니었어. 고백하고 눈물 질질 짜고 사모했느니 연모했느니 어후! 그동안 그게 다 사랑싸움이었더라고.”
“어머 그런 일이 있었어? 둘이 언제부터 그랬대?”
“원래 동호법 본가가 조가도문이란 문파였는데. 단영이가 맹주님 명을 받고 맹달이랑 군사랑 그리고 쳐들어갔던 모양이야.”
“거기서? 싸우다가 정이 든 거야? 이야 축하해야 할 일이네. 그럼 이제 우리 차례야?”
상관 가인의 말에 백임이 화들짝 놀라 엉덩이를 뒤로 빼며 말을 돌렸다.
“근데 분위기가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우리 일행들 한 명 한 명이 늘 식구 같다 느꼈었는데. 뭔가 영 어색하네.”
“갑자기 남궁가가 숟가락을 얹었으니 당연하지. 문수께서 쟤들을 왜 받아 주셨는지 모르겠어.”
김태의 말에 백임이 석다물의 말을 전했다.
“그게 정치란다.”
“정치요?”
“남궁가주는 지금 정치를 하는 거라는 문주님 말씀이시다. 정치가 아니라면 단영이는 벌써 죽었겠지. 가주를 시해하려 했는데 아직 살아 있겠나?”
“여동생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조카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라 정치라…. 그럴 듯하군,”
“헌데 가는 동안 수련은 어찌 되는 겁니까?”
수련이란 말에 백암을 비롯한 일행들의 눈이 반짝였다.
창궁대가 남궁가의 최강 전위대라고는 하나 그런 수련을 해봤을 리 없고.
이참에 석다물에게 말해 저들과 같이 수련을 하게 된다면
이유 없이 뭔가 아니꼬운 창궁대 놈들의 기를 바짝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듯했다.
“문주께 말씀드려 같이 하는 거로 하지. 수련을 거를 순 없는 노릇이니.”
“그게 좋겠습니다.”
갑자기 창궁대를 골탕 먹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괜히 신나 하며 들뜬 일행들에게.
추단영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내가 저번에 본가에 들렀을 때 똑같이 쟤들하고 며칠 수련했어. 아마도 지금까지 계속 그런 방식으로 수련했다면 여러분 의도는 안 먹힐 거야.”
“진짜?”
“게다가 원래 무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전위대가 창궁대거든. 내가 겪어봐서 알지. 만만치 않아.”
추단영의 말에 백암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니 추매는 대체! 너 뭐냐? 왜 사고는 너 혼자 다 치는 건데?”
백암의 버럭에 오십여 명의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백암과 추단영에게로 쏠렸다.
“사고 내가 무슨 사고?”
“됐다. 지난 얘기하지 마라. 끝난 일이다.”
“예.”
남궁원상과 대화를 나누던 석다물이 한마디 간섭을 하고는.
다시 남궁원상과의 대화로 돌아갔다.
“그래서? 가주께서는 남궁단 하나로 끝이 날 일이 아니라 보시는 겐가?”
“예. 허나 누군가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져선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집안에 믿을 자가 몇 되지 않습니다.”
남궁원상의 말에 석다물이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듯 물었다.
“허면 우리를 이렇게 풀어주신 뜻은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이시기 위함인가?”
“그럴 것입니다.”
“헌데 집안에 의심할 만한 자가 있다는 건 비단 남궁가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야.”
“아버님께서도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석다물이 야수감각도법을 발동시키며 몸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는 아주 은밀하다 싶은 느낌으로 말했다.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각 세가와 구대문파 역시 대대적으로 간자를 잡아내는 작업에 착수해야 될 게야.”
“무림맹은 안전합니까?”
“거기라고 안전하겠나? 난 지금 우리 일행들도 모두 믿지 않네.”
일행들마저도 의심하고 있다는 말에 남궁원상이 무척이나 놀란 듯 목소리를 키웠다.
“큰일 아닙니까?”
“각오했던 일이니 맞아도 생각만큼 아프지는 않을 게야. 복안도 있으니 너무 걱정할 일 아닐세.”
대화를 하며 석다물이 발동시킨 야수감각도로 판단하건데.
지금 자신과 남궁원상의 대화를 청력까지 돋워가며 유심히 듣고 있는 자는 넷.
진주하와 백암, 추단영 마지막 한 명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창궁대원.
그저 무슨 이야기를 하나 궁금해서 일수도 있겠으나.
지금 상황에서 이 안에 간자가 있다면 내공을 써 청력까지 끌어올리며 대화 내용을 엿들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창궁대원이 유일하게 의심해 볼 만한 자였다.
“복안이 무엇입니까?”
“미안하네. 아직 자네에게까지 말해줄 성질의 것은 아니니 서운해 말게.”
“…….”
남궁원상이 서운하다기보다는 뭔가 아니꼽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봐도 자기보다 연배가 높아 보이지 않는 석다물이 꼬박꼬박 자네 어쩌구 하는 것도 그렇고.
난 너와는 급이 다른 무림 맹주나 너희 가주와 동급이라는 듯한 말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참다못한 남궁원상이 물었다.
“실례지만 문주님 연세가 어찌 되시는지요?”
“자넨 몇인가?”
“서른둘입니다.”
“내가 심하게 동안일세. 본문의 운기법 중에 나이를 좀 더디 먹어 보이게 하는 운기법이 있지. 자네보다 열다섯은 많으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게.”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헌데 그 운기법 저도 좀 배울 수 없겠습니까?”
“남궁가주께 허락을 맡아 오게. 허면 알려주지.”
남궁원상이 이내 불가능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궁가의 가주가 될 자가 다른 문파의 무공을 배운다는 게 허락될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