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역모. 4.
하태감이 안으로 사라지자.
잠시 후 건물 안에서 무장한 환관 십여 명이 담을 넘으며 날아들었다.
그리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은신해 있던 동창의 내관들을 찾아 주살하기 시작했다.
하신이 놀라 허리춤에 있던 연검을 뽑아 들었으나 이미 하신을 능가하는 고수 서넛이 하신을 둘러싸고 활을 겨누며 위협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저들은 태감의 경호를 맡은 자들이다.”
“나야 모르지. 우리 황태감 어른을 암살하려 숨어 있던 자들인지 네놈의 태감을 경호하는 자들인지 내가 어찌 알겠느냐?”
“뭐 뭐라?”
“다만 검을 차고 우리 앞마당을 기웃거리니 도적으로 판단해 죽일 뿐이다.”
“이놈들!”
은신해 있던 동창의 고수들이 이대로는 그냥 개죽음이다 싶었는지 은신을 풀고 튀어나와 내창의 고수들에게 맞서기 시작했다.
“보아라! 해명도 하지 않고 맞서지 않느냐? 감히 우리에게!”
그걸로 끝이었다.
애초에 담을 뛰어넘어 튀어나온 자들이 은신해 있던 자들을 훨씬 능가하는 고수인 데다 숫자 또한 배가 넘으니 도저히 상대될 수 없었다.
싸움이 시작되지 채 일각도 되지 않아 은신해 있던 동창의 고수들이 전멸을 당했다.
하신은 인질이 된 모양새로 내창의 고수들에게 둘러싸여 혈도를 제압당했다.
“우리 태감을 해하려 하는 것이냐?”
“모르지. 기다려 보거라. 태감께서 너희들을 죽일지 말지는 나도 모른다.”
“우리 태감께서 너희 황태감을 죽이려 했다는 누명을 씌우려나 본데 안 될 말이다. 너의 태감에게 가 전해라. 황상께서는 현명한 분이시니 뜻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하신의 얼굴로 주먹이 날아들었다.
“아직 모른다지 않았느냐? 시끄러우니 입 좀 다물 거라.”
환관의 안내를 받아 황태감의 방으로 안내된 하태감의 코로 음식 냄새가 가득 흘러들었다.
이어 차를 마시고 있는 황태감이 눈에 들어왔다.
“목욕을 하고 저녁을 먹느라 시간이 좀 걸렸소이다. 오래 기다리셨소?”
강한 모욕감이 하태감을 엄습해 왔으나 티를 내지 않고 부드러운 낯빛으로 대꾸했다.
“밥은 같이 먹어야 더 맛 나는 법인데 저를 부르시지 그랬습니까?”
“그럴 걸 그랬나? 헌데 어쩐 일이시오?”
“태감께 용서를 빌고자 왔습니다.”
“용서?”
“윤암이란 놈을 제가 내창에 심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살고자 함이었습니다.”
“윤암? 그자가 누구요?”
“태감께서 그자의 목을 잘라 제게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랬지.”
“감히 태감께 망령된 짓을 저지른 죄. 부디 용서해주시기를 청합니다.”
하태감의 말에 황태감이 오히려 당황한 듯했다.
발뺌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인정한다?
그것도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이런 이런! 내 하태감께서 발뺌하실까 봐 증거들을 만들고 있었는데 이리 쉽게 인정하시니 무안해집니다그려.”
“용서하십시오.”
“용서는 무슨. 스스로 죄를 지었다 자복하니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옳습니다.”
“나를 감시하는 건 곧 황상을 감시하는 것이니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소?”
“지금 황태감께서 황상과 같은 반열이라 말씀하시는 겁니까?”
황태감이 아차 싶었는지 말을 돌렸다.
“농담입니다.”
“농담이 아니신 듯합니다.”
“그럴 리가요.”
“안 들은 거로 할 테니 거두절미하고 말씀해 보시지요. 제가 어떤 벌을 받으면 되겠습니까?”
“조주지부가 무림의 잡배들과 어울려 반역을 꾀하고 있는 듯한데 그자가 하태감이 천거한 자라 들었소. 하여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소.”
그제서야 황태감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 하태감이 물었다.
“조주지부면 되겠습니까?”
황태감이 어림도 없다는 듯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듯 은밀한 느낌으로 물었다.
“나는 연화와 금릉 그리고 황상의 나머지 혈육들 외척들이 황상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고 보는데 하태감의 생각은 어떻소?”
듣기에 따라 혹은 몰아가기에 따라 반역이라 우길 수도 있을 만한 질문이었다.
황태감의 말에 하태감이 대답을 미루고는 노려본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눈에 힘을 빼고 적의 없는 눈빛으로 황태감의 얼굴을 어색하리만큼 빤히 쳐다봤다.
자신을 보는 시선이 어색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면 밀리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것 같았는지 황태감이 말없이 하태감의 시선을 받아냈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마주 보는 동안 하태감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대체 이자의 생각이 뭔가?’
‘연화군주와 금릉왕야를 함께 치자는 말인가?’
‘대체 나를 뭘 믿고 저런 말을 하는 건가?’
‘혹 나와 자신이 같은 환관이니 초록은 동색이라 생각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내 생각을 떠보고 나와 연화군주를 같이 엮어 치려는 겐가?’
황태감의 진의를 알 수 없어 대답을 고심하던 하태감이 일단 황태감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말하고 뒷말을 들어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 어렵게 입을 열었다.
“딱히 다르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렇지. 나 또한 하태감께서 그리 생각하고 계실 거라 짐작했소이다. 그간 고생 많으셨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조주지부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 그림을 하나 그려봤는데 들어 보시겠소?”
“말씀해 보시지요.”
“황상께선 의심이 많으신 분이지요. 선대 황상께서 동창이 비대해지는 걸 경계하시고 서창을 만드셨는데 황상께선 그런 동창과 서창을 경계하시고자 내창을 만드셨지요.”
삼척동자도 모두 아는 얘기였다.
굳이 다음 말을 듣지 않더라도 다음 할 말이 하태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리고 내창을 키우시느라 많은 힘을 내창에 몰아주시고 이번엔 가장 아끼는 혈육인 연화군주와 금릉왕야를 각각 동창과 서창에 배치해 균형을 맞추셨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겝니까?”
하태감이 더 들을 필요 없다는 듯 말하자 황태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맞소. 그 말을 하려는 게요.”
“황태감께서 뭔가 뜻이 있으신 듯하니 더 들어 보겠습니다.”
“문득 우리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리석다?”
“어리석으니 황상의 은총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보겠다고 이리 으르렁대는 게 아니오? 황상께서 진짜 원하시는 게 뭔지는 생각도 못 하고….”
“무슨 말씀이신지…?”
구체적으로 말해보라는 하태감의 압박에 황태감이 말을 돌렸다.
“조주지부가 무림의 야인들과 손을 잡고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더 알아보라 일렀습니다.”
“결과가 나왔습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고가 하나 올라왔는데 그 뒤에 연화군주가 있다고 하더이다.”
“계속해 보시지요.”
“연화군주가 무림의 잡놈과 눈이 맞아 침소로 그자를 불러 입에 담기도 민망한 짓을 일삼고 그자에게 황상의 자리에 앉혀주겠다는 약속을 한듯합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뭐 아니면 말고. 그냥 내 추론일 뿐이오.”
황태감의 무지막지한 도발에 하태감의 눈에 황태감이 그렸다는 그림이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연화 그것이 아주 깜찍한 구석이 있습디다. 제 오라비 금릉한테도 비슷한 제안을 했나 봅니다. 금릉이 황상의 다른 형제들에 비해 머리가 좀 떨어지지 않습니까?”
잠시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던 하태감이 황태감의 말에 동의하듯 대꾸했다.
“그렇지요.”
“이 멍청한 금릉이란 자가 연화의 말에 넘어가 지금 연화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군주가 무엇을 시켰습니까?”
“산동의 말과 철, 소금을 장악해 조주를 기반으로 연경을 칠 군사를 조련 중이라 합니다. 산동은 이미 조정의 힘이 미치지 못한 지 오래되었구요.”
“허면 군주와 눈이 맞은 그 무림의 야인 놈은 무얼 한답니까?”
“무림 각 문파들의 최고 인재들을 모아 황상을 암살할 살수로 양성하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황태감이 그렸다는 그림이 뭔지 알겠다는 듯.
하태감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창의 요원들이 올린 보고에 의하면 산동의 말과 철, 소금을 장악해 운주를 중심으로 군벌이 형성되고 있으며 황제의 산동에 관한 통제력은 이미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여 산동에 형성되고 있다는 군벌의 실체에 관한 조사를 명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실체는 모호하며 그 뒤에 내창의 황태감이 그들을 조종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여기부터가 오랫동안 하태감의 고심이 시작된 지점이었다.
적어도 황태감이란 자는 반역을 꿈꿀만한 인물은 아니며 반역을 꿈꿀 수도 없는 존재인 게 사실이었다.
만에 하나 반역을 꿈꾼다 해도 환관이라는 타고난 한계가 있으니 누군가를 옹립하지 않고서는 반역이란 의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여 혹 황태감의 뒤에 있을지도 모를 그 누군가를 찾아 동창의 전력을 쏟아부었으나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하태감이 내린 결론은 운주의 턱밑이라 할 수 있는 조주지부를 자신이 천거한 사람으로 임명해 조주지부를 통해 운주를 비롯한 산동의 움직임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모양만 취해보자는 것이었다.
헌데 지금 황태감이란 자가 자신이 하던 짓을 고스란히 연화군주와 금릉왕야에게 덮어씌우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황태감의 목적은 황제의 형제들일 수 있었다.
황제의 형제들이 목적이라면 연화군주의 말대로 그 목적의 배후는 황제일 수도 있었다.
군사력이 있거나 실권이 있거나 조정에 세가 있는 황제의 형제들이란 황제 입장에서는 황태자에게 황위를 물려주기 전해 처리해야 할 결국은 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하태감이 물었다.
“황상께서도 아시오?”
“아직 자세한 건 모르시오.”
“허면 태감께서 그린 그림대로 보고할 작정입니까?”
“그렇소.”
“믿어주시겠소?”
“이미 그리 믿고 싶어 하실 듯합니다만.”
“황상께서 환우가 있으시오?”
“아직은 강령하십니다.”
“허면 군주와 왕야 둘이면 되는 것이오?”
“모두!”
“황상께서 그걸 원하실 거라 보십니까?”
하태감이 가만히 황태감을 봤다.
황태감의 목울대로 침이 넘어가는 모양이 보였다.
황태감이 큰 거짓말을 하기 전에 늘 긴장해 침을 삼키는 버릇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금 황태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무조건 거짓이다.’
하태감 역시 긴장해 침을 꿀꺽 삼키고는 황태감이 뱉어낼 말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나의 계획이 곧 황상의 계획이지요.”
“…….”
아직까진 황태감의 단독 구상이며 황제의 허락을 받지 못한 듯했다.
“정말 연화군주까지 포함시킬 거라 보시오?”
“연화는 빼라 하시겠지요.”
“허면…?”
“연화가 빠지면 안 되지요. 그럼 이 계획은 실패 아닙니까?”
“어찌 그렇소?”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지 않소? 동창에 황족이라니!”
“그 말씀은 동창을 온전히 제게 돌려주시기라도 하겠단 말씀이오?”
“환관의 것은 환관이 가져야 옳지 않겠소? 이후에 하태감과 내가 다시 반목할지라도 말입니다.”
“목적이 뭡니까?”
“하늘엔 오직 황상. 그 밑으로 우리. 어떻습니까? 참 좋은 세상 아니오?”
“내가 태감과 맞서겠다면 어찌 됩니까?”
“죽겠지요.”
“연화군주를 포함시키기 위해 내가 필요한 것이오?”
“그렇소.”
모든 게 선명해졌다는 듯 하태감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는 떴다.
황태감의 구상이란.
황상의 결정에 자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들을 모두 제거하고 확고한 일인지하의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하태감 본인에게 자신의 수하로 들어오라는 권유였고 협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