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천하대전. 4.
“저 친구 아무리 봐도 아직 애구만. 암이랑 붙어도 힘들 거 같은데?”
“맘대로 생각하시구랴.”
“그리구 그 일패풍마객이 원래 불패풍마객이었던 거 잊었습니까?”
“안 잊었지.”
“허면 앞에 불패를 일패로 바꾼 게 바로 저라는 건 잊었습니까?”
“안 잊었다구!”
“근데 내가 진다구?”
“그때 그 석다물이 아니질 않소? 반도 못 미치는 실력에 반도 못 미치는 내공에 저 아이는 풍마객 전성기 때의 7할 이상은 이룬 거 같은데.”
“끄응.”
“자고로 왕년 타령하는 인간치고 무서운 인간이 없는 법이오.”
석다물이 말문이 막힌 듯 말꼬리를 돌렸다.
“됐고. 다음은 우리 빙화입니다. 입 처닫고 빙화 응원이나 합시다.”
“그럽시다.”
“헌데….”
“헌데 뭐?”
석다물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혹시 빙화한테 걸었습니까?”
“빙화한테 걸다니 뭘?”
“여기 도박사들 있지 않습니까? 궁금해서 봤더니 빙화한테 건 사람이 둘 뿐이더라구.”
“그래요?”
“나머지 수백은 전부 양의검한테 걸었고. 하나는 내가 건 거고. 또 하나는 태상장로님인가 해서요.”
“모르지. 그런 도박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우리 애들도 다 모른다는데 누굴까?”
석다물과 유화의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빙화가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어 양의검 하선이 이전보다 훨씬 고강해진 기도로 비무대를 올라와 빙화 앞에 섰다.
석다물의 말대로 두 사람의 비무를 바라보는 그 누구도 양의검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듯했다.
화산의 자랑.
소림의 혜광 무당의 장청하와 더불어 화산이 낳은 천년 기재.
유일한 단점이 오만하고 안하무인이라는 것이었지만.
최근 큰 깨달음을 얻어 그마저도 극복해 내고 이젠 단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인간이 되었다는 양의검 하선.
거기에 남자라도 반하게 할 정도의 잘생긴 외모까지 가진 자.
하여 천하 3대 기재 중 늘 첫 번째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지고 태어난 자.
사람들은 그런 양의검과 첫 번째로 검을 섞게 된 빙화에게 묘한 질투심마저 느끼는 듯했다.
허나 오직 이날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 같은 빙화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세인들의 평이고 나발이고 마주 선 양의검 하선을 보고 참을 수 없는 적의를 드러내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빙화가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듯 적의와 살기를 뿜어내자 양의검 하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빙화를 봤다.
“혹시 나를 아시오? 초면인 듯한데 그리 살기를 뿜어대니 당혹스러워 묻는 거요.”
“뭐라?”
양의검 하선의 말에 빙화의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기억도 못 한다고? 나를? 내가 누구 때문에 그 고생을 했고 죽기 살기로 백인전까지 버텨냈는데? 이 개 같은 놈이!’
분함을 너머 억울한 생각까지 밀려드는 듯 빙화의 호흡이 비무를 시작도 하기 전에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양의검 하선의 관심은 처음부터 오직 석다물이었다.
빙화가 그랬듯.
양의검 하선 역시 오직 석다물과 다시 검을 섞고 석다물을 무릎 꿇리기 위해 지난 몇 달간 지옥 같은 수련을 견뎌내고 이 자리에 서지 않았는가?
비무대에 올라오기 이전부터 양의검 하선의 시선은 내내 석다물을 향해 있었다.
올라 온 후에도 빙화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석다물만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나를 아냐는 양의검 하선의 질문에 빙화가 거칠어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싸가지는 그대로인 걸 보니 칼 재주만 조금 나아진 듯하군. 소문 믿을 거 하나 없다니까. 어쨌거나 우리 문주님 다시 마주칠 일은 없겠어.”
빙화의 말에 기억이 난 듯 양의검 하선이 반갑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 그때 그 매검방에서? 그 백하루 낭자시구려.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천하대전이 끝나는 대로 찾아뵈려 했습니다.”
뒤늦게 알아봤다는 듯한 양의검의 태도가 오히려 빙하의 부아를 더 돋운 듯했다.
‘이 새끼가 웃어? 반가워?’
“날 왜 찾아?”
“내 한 번 다시 뵙고 꼭 사과를 하고 싶었는데 수련하느라 짬을 내지 못했소. 운이 좋아 이제라도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사과드리리다.”
“사과?”
“그땐 내가 철이 없어 그랬소. 미안하오. 사과드리겠소. 낭자의 마음을 풀어낼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오. 내 그대로 행하리다.”
양의검의 말이 빙화가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며 말했다.
“오늘 나를 이기면 알려주지.”
빙화의 말에 양의검 하선이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져 줄 수는 없지 않겠소?’
하선이 그리 말하는 듯했다.
비무가 시작되자 빙화가 먼저 검을 뽑았고 하선은 검에 손만 올려놓은 채 굳은 표정으로 빙화를 봤다.
내내 여유롭던 하선의 표정에 긴장이 어렸다.
빙화의 달라진 기도를 하선도 느끼는 듯했다.
그 달라짐이 말로 표현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도 깨달은 듯했다.
달라진 건 빙화뿐만 아니라 양의검 하선도 마찬가지였지만.
충격은 양의검 하선에게 훨씬 크게 다가온 듯했다.
뭐가 됐든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 양 달라진 기도로 비무대에 마주 선 두 사람이었다.
서로가 쏘아내는 눈빛을 맞으며 빙화도 느끼고 하선도 느낀 두 사람의 똑같은 감정이 서로의 폐부를 찔러댔다.
‘만만치 않다.’
그렇게 굳은 듯 서로를 보며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대치하는 와중에.
먼저 검을 뽑은 빙화와 하선의 머릿속에 오만가지 그림들이 그려졌다가는 사라졌다.
하선은 빙화가 공격해 오면 틈을 노려 발검술로 단 일 합에 승부를 보려는 생각인 듯했다.
쾌검!
분명 그건 변과 환을 위주로 하는 화산의 형식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석다물에게 당한 하선이 지난한 수련 끝에 도달한 새로운 결론일지도 몰랐다.
하선은 빙화의 공격에 맞서 가장 단순한 형식으로 무장한 극쾌의 베기!
단 한 수로 끝을 내려 하는 듯했다.
만약 그게 실패한다면 가장 짧고 단순한 검로로 베기, 치기, 찌르기를 연이어 쏟아낼 것이며.
그마저도 막힌다면 그 쾌검에 화산의 변과 환을 입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검로를 선 보일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공격들마저 모두 막힌다면 비무장 가득 매화로 수를 놓고 검기의 꽃을 피우리라.
물론 그 모든 것이 빙화를 위해 준비한 것은 아닌 듯했다.
빙화의 몫은 극쾌의 단 일합일 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석다물을 위해 준비한 수인 듯했다.
지금의 빙화를 본 양의검 하선의 머리에 석다물을 위해 준비한 수까지 그려졌다는 건.
그만큼 빙화의 변화에 놀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물론 하선의 재능과 노력이라면, 거기에 맞서는 빙화가 예전의 빙화였다면.
화산의 변과 환은 견식 할 틈도 없이 길어야 서너 수만에 끝나야 맞는 비무였다.
허나 빙화 또한 예전의 빙화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 듯했다.
수련동에서의 무수한 실전을 통해 이미 석다물과 백암, 설무광의 그 화려하고도 빠르며 강한 공격들을 경험했고.
어디서 어떻게 날아들고 변해 올지 모를 수백 수천의 변과 환을 이미 견뎌내지 않았던가?
그뿐이던가?
사람이라면 견딜 수 없다는 백인전 까지도 버텨내고 이 자리에 선 게 아니던가?
아주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마치 호위병처럼 빙화를 감싸며 두려움을 차단해내는 듯했다.
‘쟤들 왜 저렇고 있어?’
보는 이들이 지루함을 느낄 때 쯤 빙화가 선공을 시도했다.
수법은 석다물이 양의검과 처음 대결할 때 썼던 비응표와 천지인삼검을 조합한 수법을 쓰려는 듯했다.
이를 눈치 챈 양의검이 피식 웃었다.
양의검 같은 천재형 무사가 같은 수에 두 번 당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를 리 없는 빙화가 첫수로 그런 수를 골랐다는 건 분명 뭔가 의도가 있어 보였다.
역시나 하선의 약 오장쯤 앞에서 비응표를 시전하며 갑자기 사라졌다가는 찰나의 순간에.
하선이 이 척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빙화가 손뼉 한번 칠 시간보다 짧은 순간에 들고 있던 검으로 하선의 머리를 내리쳐오자.
하선이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말했다.
“겨우 그거 배워 오셨소?”
하선이 머리를 내리쳐오는 빙화의 검을 막을 생각도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발검하며 검의 면으로 빙화의 허리를 베어왔다.
약 일 척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두고 머리를 쳐 오는 공격에 대한 방어는.
몸을 좌우로 틀거나 가지고 있던 무기를 들어막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허나 양의검은 아직 검을 뽑지도 않은 상태였다.
빙화의 검을 내리치는 엄청난 속도를 감안 한다면.
겨우 일 척의 거리를 남겨두고 허리에서부터 검을 뽑아 막는다는 건 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검을 뽑아 검이 머리에 닿기 전에 허리를 먼저 친다?
그건 그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하선의 오만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해야 하는 게 당연해 보였다.
하선의 손이 검의 손잡이에 닿기도 전에 머리는 이미 박살이 나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인 상황이었다.
헌데 하선의 발검은 그걸 해내고야 말았다.
하선의 손이 마치 공간을 접어버린 듯 사라졌다가는 빙화의 검이 채 머리에 닿기 전에 검을 뽑아 들고는 빙화의 허리 앞에 나타났다.
석다물과의 대전 이후 어떤 수련을 거쳤는지는 몰라도 그 짧은 시간에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었다.
애초부터 쾌를 주로하는 검법은 연성하지도 않았던 자가 그런 극쾌의 발검이라니.
석다물과의 대전에서 횡소천군과 태산압정으로 당했던 농락 아닌 농락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를 양의검의 한 수가 증명해 주는 듯했다.
‘끝났다’
찰나의 순간에 하선의 입가에 확신의 미소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리고는 양의검의 검이 빙화의 허리 깊숙이 파고들었다.
‘챙’
양의검이 승리를 확신하며 빙화의 허리에 검이 닿았다라고 확신하는 순간.
양의검 하선의 검이 챙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에 막힌 듯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멈춰섰다.
그리고 스치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빙화의 미소가 보였다.
그런 빙화의 미소화 함께 양의검 하선의 얼굴에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스쳤다.
이어 ‘챙’하는 소리가 언제 하단으로 내려왔는지 모를 빙화의 검에 자신의 검이 막혀 버리는 소리였다는 걸 깨달은 하선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놀라고 당황할 겨를도 없이 반사적으로 검을 돌려 다시 공격을 시도하려는 하선의 얼굴이 불이 붙은 듯 화끈해왔다.
‘짝! 짝!’
연이어 좌우로 날아드는 빙화의 손바닥이 무자비하게 하선의 양 볼을 강타했다.
따귀.
연이어 양쪽 얼굴에 맞아버린 따귀.
권도 아니고 장도 아니고 각법도 아니고 퇴법도 아닌 따귀라니!
맞아서 양 볼이 화끈거리는 느낌은 둘째치고 머리가 화끈해져 왔다.
소림 아미 무당 곤륜 전진 당가 팽가 남궁가와 더불어 강력한 우승 후보군에 거론되며.
첫 비무를 보란 듯, 할 수 있는 가장 우아한 모양새로 가볍게 끝내려 했던 하선.
시작부터 계획이 어그러진 건 그렇다 쳐도 피할 겨를도 없이 쌍따귀를 허용했다는 밀려드는 수치심, 분노, 짜증은 참아내기 어려운 듯 보였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마지막까지 놓지 않고 부여잡아 보려 했던 냉정함과 이성이.
흥분한 심장의 화기에 점령당한 듯 앞뒤 재지 않고 빙화를 향해 돌진해 들어가게 했다.
이어지는 빙화와 하선의 싸움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란 말이 더는 어울릴 수 없을 만한 서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쏟아부은 대접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