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108
〈 108화 〉 재앙, 악몽, 귀신(1)
* * *
서부 최전선, 마경(??) 크렘펠리아.
멸망한 옛 도시의 한복판에서 기사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의 주변에는 마수의 시체가 가득하다. 가득한 건 마수의 시체뿐만이 아니다.
“······.”
마수의 시체만큼이나, 인간의 시체도 널려있다.
기사들은 동료의 죽음에 침묵한다. 이만한 수밖에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일 정도였다.
‘다 용사님 덕분이다.’
죽음에 슬퍼하기보단 기적에 감사한다.
기사들의 시선이 전장의 한복판에 선 인물에게 향한다. 그의 곁에선 별빛이 찬란히 빛난다.
용사, 카일 토벤.
“···후우.”
카일은 성검을 바닥에 꽂아 넣은 채, 짧게 숨을 뱉었다. 몸이 무거웠다. 온종일 검을 휘두른 탓이었다.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기사장의 호출을 카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전선에 갑작스레 배교자의 마수가 나타났다.’
배교자가 배양한 마수 군단은 강하다.
여러 마수의 장점만을 섞어 만든 마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초인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런 마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했다.
초인의 수는 한정적이다. 한정된 인원이 전부 나서야 할 만큼 습격은 갑작스러웠고, 격렬했다. 카일 또한 부상을 피해가진 못했다.
“···카일?”
카일이 고개를 돌렸다.
성녀, 사라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법의 또한 마수의 피로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카일, 괜찮아요?”
“힐을 좀 부탁하지.”
“···다쳤어요?”
“별것 아니다.”
카일은 팔을 내밀었다.
마수에 물어뜯긴 팔이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팔을 보며 사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경상은 아니었다.
“···상처가 심하잖아요, 카일!”
“금방 아문다.”
“아물어도 그렇지, 원래 대로라면 이런···.”
사라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입술을 꾹 깨물며 침묵했다.
배교자의 마수가 까다롭긴 하나, 그것을 처음 상대해 보는 것은 아니었다. 이보다 더한 전투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상처 하나 없이 돌아왔어.’
사라는 똑똑히 기억한다.
배교자의 마수들을 쓸어버리고 멀쩡히 돌아오던 카일의 모습을··· 분명 기억하고 있다.
어우, 야. 죽겠다.
엄살이 심하다. 라니엘.
엄살? 야, 네 속도 맞추려면 난 마나를 바닥까지 끌어써야 하거든? 하여간 씨팔······.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남자의 모습도.
그것이 사라가 침묵한 이유였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났다.
그 이유는 물어볼 것도 없었다. 분명, 그 남자의 부재 때문일 테니까.
“······.”
카일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침묵했다.
칼을 휘두르고, 마수들의 사이를 뛰어다니다 보면 싫어도 깨닫게 된다.
‘···함께 와줄 사람이 없다.’
완전히 자신이 고립되었음을.
평소라면 그럴 일 자체가 없었다. 고립되더라도 금방 길은 뚫렸다.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마법사가 있는 까닭이었다.
그가 길을 뚫어주었다.
자신의 옆에 서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지형을 바꾸고, 사슬로 마수들을 속박하고··· 때에 따라 앞장서기까지 했지.’
그런 마법사가 있었기에, 카일은 마음 놓고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단순히 칼을 휘두르기만 해선 안 됐다.
뒤를 봐줄 마법사가 없으니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손으로 내쫓았으니까.
“···후.”
카일은 짧게 숨을 뱉었다.
상처는 금세 아물어 있었다. 주먹을 한번 쥐었다 편 카일은 다시금 성검을 붙잡았다.
댕, 대엥.
망루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카일이 망루를 살폈다. 화살을 메기고 있는 레미아가 입 모양으로 말을 전했다.
“···또 몰려온다는군. 자리로 가라, 사라.”
“···알겠어요.”
종소리에 기사들이 하나둘 일어난다.
그들의 선두에 선 것은 카일이다. 카일은 말없이 전장을 노려보았다.
쿵, 쿠웅.
땅이 울린다.
마수들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메아리 친다. 지평선 너머에서 마수들이 몰려온다.
꾸욱.
카일은 성검을 고쳐 잡는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갑작스러운 의문은 아니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
‘어째서, 인류는 멸망하지 않는가.’
아니, 조금 다르다.
카일은 떠오른 의문을 조금 고쳤다.
‘왜 저들은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지?’
마왕군과 인류가 적대한 것은 수백 년도 더 된 일이다. 수백 년간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다. 여태껏 카일은 그것이 용사의 덕분이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자신이 용사가 되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용사는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아 강한 것은 맞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본다면··· 용사 또한 넷의 재앙에 비하면 강하지 않다. 용사는 결코 홀로서 완벽할 수 없다.
성녀의 축복을 받고.
신궁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현자의 보조를 받아야 그나마 균형이 맞는다.
그에 비해 재앙은 홀로서 완벽하다.
그런 재앙들이 함께 왕국을 친다면, 왕국은 한 줌의 재로 돌아갈 뿐이다.
‘아니, 함께 할 필요도 없다.’
죽음의 칼 가니칼트.
그 가장 두려운 재앙이 전선을 넘어온다 해도··· 카일은 그를 막을 자신이 없었다.
지난 5년간 뼈저리게 느꼈다.
마왕을 마주한 순간 직감했다.
용사는 소모품이다. 용사는, 사람들이 말하는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마왕까지 갈 것도 없다. 죽음의 칼 앞에만 서도 용사는 의미를 잃는다.
‘그들이 왕국을 멸망시키고자 한다면,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
인류 최후의 방패.
그렇게 불리는 자신조차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 진실의 앞에서.
“······.”
이 모든 게 과연, 의미가 있는가?
카일은 몰려드는 마수들을 바라본다. 이어서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에 들린 성검은 여전히 찬란히 빛난다.
그저 빛날 뿐이다.
찬란히, 지독할 정도로 찬란히.
2.
밤의 도시, 카디낙의 외곽.
마수들이 날뛰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카디낙의 외곽에는 숨겨둔 통로가 하나 있다.
‘마계로 향하는 통로.’
그것을 만들어 놓은 건 레페다.
서큐버스 퀸, 레페는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고대라 불리는 시대까진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곳, 카디낙이 탄생하기 전의 시대부터 살아왔다.
밤의 도시, 카디낙.
그렇게 불리는 도시의 이름을 곱씹으며 레페는 쿡쿡, 웃음을 흘렸다.
‘우스운 일이야.’
밤의 도시, 창관의 도시.
그곳을 계획한 건 다름 아닌 레페였다.
‘영주를 매혹하고, 거리를 내 입맛대로 개조했지.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었고.’
오래전 일이었다.
레페는 자신이 설계해둔 비밀 통로를 보았다.
“원래 이렇게쓸 생각은 없었지만······.”
어찌 됐든, 이제 이 통로를 빠져나가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다. 계획의 성공이 코앞에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추적을 피한다고 하지 않았나, 레페.”
“아니, 추적이 전혀 없잖아. 나, 이렇게까지 쉬울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걸?”
일이 너무 쉽게 풀렸다.
너무 쉽게 풀려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경비병도 눈치를 못 채고, 왕도의 결계도 글레투스님의 기생충 앞엔 의미가 없고······.’
추적을 받을까 봐 인간의 시체까지 이용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먼저 도착해서 인질의 운반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너무 쉽지 않아?”
레페는 문득 그렇게 중얼거렸다.
‘왕도에 쳐들어가서, 주요 인물을 납치하고··· 빠져나가기까지 하는 게 이렇게 쉽다고?’
이래서야 마치.
“···그냥 쳐들어가면, 멸망하는 거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지, 레페?”
“아니, 생각해보면 그렇잖아.”
레페는 말했다.
“나는 여태껏 왕도에 무언가 있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넷의 재앙께서도 그걸 못 건드리는 거라 생각해서··· 엄청나게 겁먹었단 말야?”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그냥 들어갔다가, 그냥 나왔잖아.”
“···그렇긴 하군.”
“그럼 왜 멸망을 안 시키는 거야?”
그 의문에는 다이크도 공감한다.
그것은 마계의 깊은 곳에서 마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가져 본 의문이다.
인간이란, 너무나도 약한 존재들이다.
물론, 아주 간혹가다 초인이란 이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한 줌의 불길로 수백 년을 살아온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는 법이다.
‘넷의 재앙.’
수백 년을 살아온 어둠.
마경에서 살아가는 이들 중, 재앙에 대해 모르는 이들은 없다. 그들의 강함을 의심하는 이들은 더더욱 없다.
고대 리치, 스케발.
배교자, 글레투스.
죽음의 칼, 가니칼트.
검은 폭풍, 흑룡 벨리알.
그중 하나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믿지 않았을 정도다. 넷의 재앙은 마인들에게 있어 일종의 신앙과도 같다.
‘존재의 격이 다르다.’
한 종족의 정점에 이른 이들조차 넷의 재앙의 앞에선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재앙이란 대적할 수 없기에 재앙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째서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지?’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의문이다.
마계와 인류가 적대한 것은 어언 수백 년이 넘어가는 일이다. 그 수백 년간 인류는 건재했다.
나라가 멸망하는 일은 있다.
그러나 그 균형은 유지됐다.
그 균형을 마인들은 결코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왜?”
레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녀를 바라보며 다이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들은 게 있다.”
“들은 게 있다고?”
“오래전에, 재앙 중 한 분을 직접 알현할 기회가 있었다.”
다이크는 오래전 일을 떠올린다.
작전의 수행에 앞서 우연히 위대한 존재와 마주한 적이 있었다.
“고대 리치, 스케발님께 왜 다른 재앙들은 나서지 않느냐고 물어봤었다.”
“그래서, 뭐라 하셨는데?”
그 물음에 고대의 리치는 답했다.
그 대답을 떠올리며 다이크는 입을 열었다.
“계약, 이라고 말씀하셨다.”
“···계약?”
“그래, 계약.”
그날 들었던 대답을 다이크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기엔 너무나도 난해한 말이었으니까.
“태초의 계약. 최초의 빛과 최초의 거래. 별의 속박. 그런 단어들을 늘어놓으셨다.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계약······?”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것에 대해 레페가 다시 질문하려는 순간이다.
끼긱, 끼기긱.
무언가 바닥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레페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골목길의 끝자락이다.
“···찾았다.”
그 끝에 그림자가 서 있었다.
바닥에 드리워야 할 그림자가 땅을 딛고 서 있다. 그것이 꿈틀거리며 제 눈동자를 드러낸다.
‘검은 눈동자.’
그 강렬한 눈동자가 기억에 남아있다.
레페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 이내 입을 살짝 벌렸다. 입 바깥으로 나온 건 순수한 놀라움이다.
“···이건 상상 못했는걸.”
3.
“···여전하십니다, 선배님.”
“뭐가.”
“아뇨, 뭐. 그냥······.”
칼트는 말없이 주변을 둘러봤다.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 사이로 핏물이 흐르고 있다. 흐르는 핏물은 푸르고 검다.
‘장난 아니네.’
찰박, 소리를 내며 발치까지 흐른 핏물에 칼트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주변에는 마수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다.
결계에 약화된 마수들이긴 하다.
그러나, 약화하였다곤 하나 상대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하나같이 까다로운 마수들뿐이다.
‘그런 것들이 힘도 제대로 못 쓰고······.’
칼트는 눈앞에 선 마법사를 흘겨본다.
“어째 더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선배님?”
“딱히 강해지진 않았지.”
라니엘 반 트리아스.
잿빛 마법사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준비 기간이 많으니까 그래 보이는 거야.”
“준비 기간 말씀입니까?”
“마법사의 기본이 뭐냐? 준비 시간이 길면 길수록 마법사는 상대하기 까다로워지잖아. 비슷한 거야.”
그녀가 피로 물든 장갑을 벗었다.
휙, 하고 장갑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그녀가 멈춰 섰다. 멈춰선 채 뒤를 돌아봤다.
“칼트.”
“예?”
“벨노아의 흔적이 가까이에 있다 했지?”
“예, 흔적으로 보았을 때··· 가까워지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근처인듯싶군요.”
“그러냐.”
라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 장갑을 끼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럼 이쯤에서 넌 돌아가라.”
“······예?”
“클로에 쪽으로 합류하라고.”
“거기도 믿을만한 녀석들을 배치해 뒀습니다. 굳이 제가 가지 않아도······.”
“칼트.”
그녀가 칼트의 말을 끊어냈다.
칼트는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그 눈동자는 어느 때와 같이 날카롭지 않았다.
“적당히 알아듣고 돌아가라.”
풀어진 눈꼬리.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코피는 좀 닦고.”
칼트는 제 코를 쓱 닦았다.
검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마기 중독 증상.’
죽음의 칼을 마주하고도 살아남은 대가로 칼트가 가지게 된 질병의 영향이었다.
“···도움이 못돼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게 뭐 있냐? 충분해. 어서 가봐.”
“조심하십시오, 선배님.”
“어야.”
칼트는 뒤로 물러섰다.
라니엘은 앞으로 나아간다.
골목길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칼트는 한참 동안 바라봤다.
골목길의 깊은 곳에서 마기가 진동한다.
한낱 마수에서 풍기는 마기는 아니었다.
* * *
실전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실전에선 약자와 강자가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 절대적인 강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노려야 할 것은 틈새.
추구해야 할 것은 한순간.
한순간을 위해 감각을 날카롭게 벼린다.
“···후우.”
벨노아는 짧게 숨을 뱉었다.
뱉어져 나온 숨은 차갑다.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은 추위다. 그림자에 묶인 손발도 서서히 감각을 잃어간다.
“···이건 상상 못 했는걸.”
골목길의 끝자락에 선 여인이 말한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본다. 분홍빛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도 요사스레 빛난다.
“너, 혼자구나?”
벨노아가 한걸음 앞으로 내디딘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어? 뭘 위해서?”
대답하지 않는다.
“뭐, 우리야 고마운 일이지.”
상대는 가까이서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의식을 빼앗는 마인이다.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 벨노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시야의 각을 좁혔다.
“다이크.”
그녀가 미소짓는다.
분홍빛 눈동자가 초승달 모양으로 휜다.
“알았다.”
그녀의 앞으로 검은 갑옷의 기사가 바로 선다.
검은 갑주가 달빛에 빛난다. 그가 든 대검이 쿵, 하고 바닥을 찍는다. 벨노아의 걸음이 멈춘다.
“······.”
일전에 패배했던 상대다.
‘공격은 닿지 않았다.’
그림자는 통하지 않고 흩어졌다.
그가 휘두른 대검을 방어하는 순간 그림자가 전부 흩어지고 말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벨노아는 언제나 패배로부터 학습했다.
이번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찾아야만 했다.
“어디 한번 해보렴.”
서큐버스 퀸이 손짓한다.
흑기사가 성큼, 한걸음에 거리를 좁혀온다. 벨노아는 물러서지 않는다.
꾸욱.
그림자를 조금 더 강하게 묶었다.
······빛을 잃은 귀신은 빛을 쫓는다.
상대가 누구이던 간 물러서지 않는다. 벨노아는 팔을 축 늘어트린 채 호흡을 골랐다.
마지막 관문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