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27
〈 27화 〉 첫 수업(3)
* * *
천칭(Balance).
그 한마디와 함께 정적이 찾아온다.
강당에 모인 마법사들은 그녀가 무언갈 보여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눈앞에 드러난 것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마나의 거래학 기초가 아니던가?
기본(??)에 대한 수업이 아니란 말인가.
그러나, 단상에 선 소녀는 시작부터 마나의 거래학의 최종 도달점인 천칭을 꺼내 들었다.
“아.”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별빛을 머금은 채 찬란히 빛나는 천칭은 아름답다. 찬란한 별빛이 관중을 매료한다. 마법사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백금색으로 빛나는 저울.
“하나 묻겠습니다.”
그 저울을 앞에 둔 채, 라니아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주문 발현의 삼 단계를 알고 계십니까?”
그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마법을 배우지 않은 이들도 주문의 삼 단계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가장 기초되는 지식이었으므로.
주문이 담긴 회로 작성.
발현에 필요한 마나의 지불.
주문의 방향 지정.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
그것을 한차례 나열한 소녀가, 잠시 뜸을 들여다 입을 열었다.
“제가 여러분께 보여드릴 것은 바로 그 기본적인 삼 단계입니다.”
그 말에 몇 마법사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그들은 마나의 거래학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그런데, 주문 발현의 기초 삼 단계라니?
주문 발현의 삼 단계는, 모든 것의 기초이다.
마법을 배운 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주문을 발현하기 위해선 그것에 숙달되어야 하니까.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곳에 있는 마법사들 중, 주문의 삼 단계를 숙달하지 못 한 법사는 없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 한들, 마도에 오른지 몇년은 된 이들이었으므로.
그런데.
이제 막 마도(??)에 오른 애송이들에게나 가르쳐야 할 것을, 이 자리에서 가르치겠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지.’
차올랐던 기대가 식는다.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하다.
그 날카로운 시선들 속에서.
사락.
소녀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손끝에는 마나가 묻어있다. 묻어나오는 마나가 허공에 회로를 수놓는다.
그 속도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다.
“하나, 회로의 작성.”
그렇게 완성된 회로는 정교하다. 곡선과 직선이 얽히고 섥힌 회로를 소녀는 저울 위에 올려두었다.
끼익.
저울이 조금 기운다.
수평을 이루던 저울이, 회로 쪽으로 기울어진다. 관중의 시선도 저울을 따라 기울어진다.
회로가 놓이지 않은 저울.
그 저울에 손가락을 올리며, 소녀가 말한다.
“둘, 마나의 지불.”
기운 저울 위에 마나가 담긴다.
적지도, 과하지도 않다. 저울이 정확하게 수평을 이룰 만큼의 마나를 담는다. 그 계산은 정확하다.
이윽고, 저울이 빛나기 시작한다.
“셋, 방향의 지정.”
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긴다.
점화(Ignite).
화염계열 원소 마법의 기본이 되는 주문이다. 생활 마법으로도 쓰이는 주문이었기에, 기자들 또한 완성된 주문을 알아본다.
그러나.
“···아?”
“어?”
“저게, 무슨···?”
관중들은 의문을 토해낸다.
완성된 주문은 점화가 맞다. 그것을 잘못 봤을 리는 없다. 그러나, 현실로 가지고 온 주문은 무언가 다르다.
화륵.
타오르는 불꽃은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
하위 마법임에도 그 불길은 거세다.
그리고, 그 불길에는 은은한 빛이 흐른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교수들은 안다. 마탑의 주인들도 그 은은한 빛을 알아본다.
“극점···.”
백색 마탑주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수십, 수백 번 같은 주문을 사용하다 보면, 한 번씩 그 주문에 별빛이 깃들 때가 있다. 별빛이 깃든 주문은 그 개념 자체가 한 단계 승화된다.
극점.
그렇게 불리는 특수한 현상.
“아.”
백색은 무심코 탄식을 내뱉었다.
극점에 도달한 주문이 내뿜는 빛은 아름답다. 마법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빛을 앞에 두고, 백색은 눈을 깜빡였다.
저 극점을 우연이라 여기고 싶었다. 운 좋게 깃들었을 뿐인 별빛이라 여기고 싶었다.
“다음.”
그러나, 백색의 바람을 비웃듯.
소녀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한번 보여줬음 됐다는 듯, 이번에는 순식간에 회로가 완성된다. 저울에 올라간다.
기울은 저울에 마나를 담는다.
저울이 완전한 수평을 이룬다.
마법이 발현된다.
화염구(Fire ball).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의 구.
그것에도 여전히 별빛이 깃들어 있다.
“아···.”
백색이 탄식을 내뱉는다.
한번은 우연이나, 두번은 아니다.
‘임의로, 극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사실에 백색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 반응은 관중들도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주문에 담긴 별빛에 매료된다. 단상에 선 소녀가 펼치는 일련의 과정에 몰입한다.
회로를 그리고.
저울에 얹고.
마나를 담아 저울의 수평을 맞추고.
주문을 발현한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과정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주문의 발현 과정이었고, 수백, 수천 번이고 반복했던 과정이다.
그러나, 무언가 다르다.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소녀의 손길에는 거침이 없다.
끊김이 없다. 그것이 나누어진 과정이 아닌, 하나로 이어진 과정이라는 듯 모든 과정이 연결된다.
부드럽게 이어진다.
그리하여 완성된 주문은.
그들이 보았던 그 어떠한 주문보다 아름답다.
“·····.”
마법사란 자신이 관측한 것만을 신뢰한다.
자신의 두 눈으로 본 것에서 가르침을 얻는다.
그러므로.
그것을 지켜본 이들은 불현듯 깨닫는다.
“이게 주문의 기본입니다.”
아직 자신들이 기본조차 숙달하지 못했음을.
2.
흑색 마탑주 예투알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듣고 있는가?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해는 하고 있는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이해가 와야 할 위치에 혼란이 위치한다. 예투알은 무언가에 홀린 듯 소녀를 바라본다.
소녀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녀가 주문을 펼친다. 한없이 아름답고, 한없이 완벽한 주문이다. 그 주문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이, ■■하여, ■■■■■■■■.”
그 주문에 담긴 마나의 흐름에 몰입한 예투알의 귀에, 소녀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애초에, 들을 필요가 없었다.
소녀가 내뱉는 말을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그다음에 보여주는 예시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만든다.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를 강요한다.
이해는 갑작스레 다가온다.
그 이해는 어디에서 오는가.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곳에서 온다.
수백, 수천 번 반복했던 과정. 지금껏 의문을 가져본 적 없는 그 과정에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기본은.’
과연.
‘제대로 된 과정이었는가? 내가 진정으로 그것에 숙달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자신이 옳게 해왔는지.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하여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아.”
흑색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무언가 이상했다. 가장 기본적인 믿음이 흔들린다. 더이상 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듣고 있다.
여전히, 소녀가 펼치는 마법을 보고 있다.
“아아.”
그 과정이 뇌리에 틀어박힌다.
그것은 수업이라기보단, 일종의 세뇌에 가깝다. 지식을 머릿속에 때려 박는다.
‘이게, 무엇인가.’
예투알은 입가에 흐른 침을 닦았다.
정신이 몽롱했다.
‘내가, 무얼 보고 있단 말인가?’
한평생을 마학(??)의 증진에 바쳤다.
마도(??)를 걸어온 것이 벌써 반백 년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길다. 그의 스승에서 스승으로부터 이어진 길이다. 흑색 마탑의 역사가 그의 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므로, 그의 마도는 견고하다.
견고할 터인데.
틱, 티딕.
그 길의 초입부에 금이 간다.
기본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았다. 확신으로 다져진 길이 무너지고, 그 자리를 의심이 차지한다.
“아, 하.”
문득, 예투알은 헛웃음을 흘렸다.
예투알은 시대가 낳은 천재들을 본 적이 있다. 잿빛 마법사 라니엘이 그러했고, 그가 슬럼가에서 발견한 벨노아가 그랬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마법사들이 한평생을 바쳐 이룩한 경지를 한순간에 뛰어넘는다.
어째서 그것이 가능한가.
그런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다.
“이해 하셨습니까?”
그 답이 눈앞에 있다. 눈앞의 소녀가 걸어온 마도(??)에 그 답이 있었다.
근간을 부정한다.
당연한 것을 뒤엎는다.
그럼으로써,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은 누군가의 한평생을 한순간으로 일축한다. 일종의 허탈감과 함께, 예투알은 중얼거렸다.
“인생 헛살았군.”
“·····.”
평소라면 무어라 한마디 덧붙였을 백색이, 지금은 말이 없다. 그녀도 무언가에 홀린 듯 강연을 듣고 있었다.
그 모습에 흑색은 쓰게 웃었다.
3.
강연은 계속된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은 자신의 기본을 부정당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여전히 단상을 향한다.
소녀가 펼치는 마법을 본다.
“아.”
누군가는 탄성을 내질렀고.
“······.”
누군가는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그간 소녀는 계속해서 마법을 선보였다.
그저, 보여줬을 뿐이다. 거기에 마땅한 설명을 붙이긴 했으나 그 설명을 듣는이는 드물다.
모두가, 그저 소녀가 펼치는 마법을 바라본다.
완벽한 마법이다.
마나의 흐름, 마나의 통제, 주문을 순환하는 마나의 속도, 그 모든게 완벽하다. 눈을 부릅뜨고 흠을 찾으려 해보았으나, 소용이 없다.
완전무결하다.
가장 완벽한 예시가 눈앞에 있다.
그 예시에서 마법사들은 배운다.
멋대로 깨달음을 얻는다.
가장 완벽한 마법이란, 그런 것이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꿈틀.
누군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손은 회로를 그리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눈앞의 예시를 따라 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많다.
그들은 노트에 회로를 그렸다.
노트가 없는 이는 로브에 그렸다. 지금 따라 하지 않으면 잊어버릴 것처럼, 그들은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상입니다.”
시계가 끝을 가리킨다.
그 말을 끝으로, 대강당을 가득 메웠던 마나가 가라앉는다. 백금색으로 빛나던 천칭이 흩어져 사라진다. 남은 건 적막이다.
강의가 끝났음에도 자리를 뜨는 이는 없다.
모두가 멍하니 눈을 깜빡이고 있다.
“음.”
몰입에서 깨어난 이들은 현실을 마주한다.
그들의 앞에는 소녀가 서 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주문의 발현과정 삼 단계가, 왜 마나의 거래학인가. 그렇게 물으실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묻는 이는 없다.
그런데도 그녀는 말을 계속했다.
“모든 주문은 별과의 거래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러분이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모든 과정이, 별과의 거래입니다.”
그녀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생략되고, 약식에 불과하였다 하더라도··· 모든 마법사는 별과 거래를 해왔답니다.”
그리곤, 짝. 하고 손뼉을 쳤다.
“어렵게 생각하실 거 없습니다. 이미 할 줄 아는 것을 되새긴다.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곤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상으로 마나의 거래학 기초, 1주차 수업을 마치겠습니다.”
짝.
누군가 박수를 쳤다.
가장 먼저 박수를 친 것은, 백색 마탑주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 몽롱한 눈동자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짝짝, 짝.
박수 소리는 이어진다.
그녀를 시기했던 조교수들도 박수를 쳤다. 학생들에 이르러선 말이 필요 없다.
짝짝, 짝. 짝짝.
시기도 질투도 놓아둔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선망이다.
마법사들은 보았다.
이상의 마법을.
그들이 추구해야 할 경지를.
그러므로.
진리의 편린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