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283
〈 283화 〉 용사, 갈라할(2)
* * *
로브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라니엘이 로브에 수납된 목함을 꺼내 들었다. 사람 팔 하나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목함. 그 목함의 틈새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빛을 견디지 못한 목함이 저절로 열린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일찍이 북부에서 얻었던 최초의 성녀의 팔이다. 별을 담기 위한 그릇이자, 대현자가 훗날을 위해 안배해둔 순환장치.
네 개의 별이 팔을 중심으로 공전한다.
그 중 하나의 별이 바스러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네 개의 별 중 가장 흐릿한 별이요, 수년의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빛난 적이 없는 별이다. 그 별이 지금은 가장 밝은 빛을 흩뿌리고 있다.
그 어느 별보다 찬란히.
또, 거세게.
* * *
수명은 한 명의 인간이 바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재화다. 별이 인간에게 허락한 천명(??)은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으며, 그 특별함이야말로 수명이 가진 가치이리라.
하지만, 모든 시간의 가치가 동등하진 않다.
영생을 살아가는 이의 백 년보다, 찰나를 살아가는 이의 1초가 더 가치 있는 법이다. 시간이란 절대적이면서 또한 상대적인 법이니.
“바칩니다.”
여기 한 명의 인간이 있다.
“제 전부를.”
일분 일초를 아끼어 살아온 인간이다.
인간은 영웅이 되길 꿈꿨다. 그가 가고자 한 길은 멀고도 험했기에, 그는 한평생을 쉬지 않고 달려야만 했다. 그렇기에, 그가 걸어온 길은 아름답다.
아름답기에 가치 있다.
별은 그 가치를 인정한다.
한 명의 인간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은 별에게 인정받았다. 별은 인간에게 남은 찰나의 시간 또한 그 무엇보다 가치 있음을 인정한다.
별이 인간에게 묻는다.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인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한다.
망설임 없이 내뱉은 것은 의지요, 곧 인간의 바람이다. 별은 바람에 답하는 존재. 별은 기꺼이 인간에게 답을 들려준다.
【거래는 성립됐다.】
찰나의 시간은 영원의 가치를 가졌다.
영원은 곧 별빛이 된다.
파삭.
마지막 거래를 마친 천칭이 바스러진다.
바스러지는 천칭은 별빛으로 변해, 영웅을 꿈꿨던 인간의 몸에 스며든다. 별빛이 범람했다.
“기다리십시오, 클로에.”
갈라할이 웃었다.
“지금 구하러 갈 테니.”
갈라할이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찬란히 빛나는 별빛을 끌며 그가 나아간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별빛이 바스라진다. 바스라지는 것은 별빛뿐만이 아니다.
갈라할의 육신 또한 무너져간다.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갈라할은 도리어 강하게 한 걸음 내디뎠다. 한 걸음 내디디며 갈라할은 생각한다.
몸이 가볍다고.
가벼우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별빛을 끌며 갈라할이 질주했다.
2.
밀려드는 마수의 파도가 갈라할을 덮친다.
허나, 찬란한 빛을 한낱 마수들 따위로 가로막을 수는 없다. 파도의 틈새로 빛이 새어나오고, 파도를 가르며 갈라할이 나타난다.
빛은 어둠을 태운다.
빛을 끌며 나아가는 갈라할의 뒤로는 타들어 간 마수의 시체가 가득하다. 그러나, 마수의 수는 줄지 않는다. 계속해서 늘어난다. 파도는 끊이질 않고 몰아친다.
배교자, 글레투스.
이 재앙이 전장에서 끔찍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손짓 한 번에 군세를 부리며, 끝도 없이 마수를 쏟아내는 이 끔찍한 재앙에겐 소환사로서의 약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찢어진 공간에선 계속해서 마수가 나타난다.
허공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수를 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마치 소환이 아닌 탄생처럼 보인다.
꾸욱.
갈라할은 창대를 더욱 강하게 움켜쥔 채 마수의 무리를 향해 뛰어든다. 몸이 평소보다 몇 배는 빠르게 움직이며, 창날을 휘두를 때마다 별빛이 뒤따라온다.
최강의 용사라 불리는 카일과 같이 갈라할은 배교자의 군세를 가른다. 가르고 또 가른다.
그러나,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팔이 저릴 정도로 창을 휘두르고, 마수들을 꿰뚫으며 나아가다 고개를 들어보면··· 거리는 전혀 줄어있지 않다. 배교자와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마수는 여전히 쏟아져 나온다.
끝이 없다.
배교자가 가볍게 손짓하자, 그녀의 곁을 지키던 갑각룡이 움직인다. 땅을 파고든 갑각룡이 갈라할을 향해 다가온다. 쿠구궁, 땅이 떨려온다.
갈라할은 달린다.
흔들리는 땅 위로, 걸음을 내디디며 다가오는 갑각룡을 향해 달린다. 쩌억, 창대로 땅을 후려치며 갈라할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각!
그 순간, 땅 아래서 갑각룡이 솟구친다.
흙무더기가 튀어 오르고, 쩍 벌린 갑각룡의 아가리가 공중에 뜬 갈라할을 삼키고자 한다. 그 아가리를 향해 갈라할은 추락한다.
갑각룡, 배교자가 지닌 가장 강한 마수.
그 마수를 상대하는 법을 갈라할은 이론으로나마 알고 있다. 그 마수를 몇 번이고 격퇴한 카일에게 들은 이야기를 갈라할은 떠올린다.
「갑각룡의 외피는 별의 무구로도 깨기 힘들다.」
「그러니, 아가리를 향해 뛰어들어.」
「내면에서부터 찢어발기는 게 더 쉬울 거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한 조언.
허나, 지금의 육신이라면 가능하다. 콱, 하고 갈라할을 집어삼킨 갑각룡이 아가리를 닫은 순간이다. 갈라할이 몸을 회전했다.
빙글.
공중에서 몸을 돌며 갈라할이 창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그 휘두름에는 기술 따위 깃들지 않는다.
찢고, 찌르고, 베어 가른다.
그 단순한 동작의 연속은 과연, 효과적이다.
비명을 내지르며 갑각룡의 몸이 찢어진다. 내부서부터 갑각룡을 찢어발기며 갈라할이 튀어나온다.
한 마리를 쓰러트렸다.
그러나, 그 사실에 기뻐할 틈은 없다.
피를 쏟아내며 쓰러지는 갑각룡의 외피에 창날을 꽂아 바로 선 채, 갈라할은 앞을 바라본다.
셋의 갑각룡이 달려들고 있다.
굽이치며 다가오는 것이 둘, 정면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이 하나다. 갈라할이 뿌득 이를 갈며 도약하려는 순간이다. 그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배교자가 지닌 갑각룡은 다섯이다.
하나는 베었고, 지금 달려드는 것은 셋이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는 어디에 있는가? 갈라할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쿠구궁.
그 순간 땅이 흔들린다.
쓰러지는 갑각룡의 시체 아래로, 갑각룡이 솟구친다. 갈라할의 눈이 크게 뜨인다. 황급히 도약하려 하나, 갈라할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갑각룡 뿐이 아니다.
【———!】
하늘을 나는 드래곤들이 울부짖는다.
겹쳐진 하울링에 갈라할의 몸이 한순간 굳어버리고 만다. 그 또한 찰나뿐이지만, 모든 싸움은 찰나에 결정되는 법이다.
콰직.
솟구친 갑각룡이 갈라할을 물어뜯었다.
* * *
끝났구나.
갑각룡이 갈라할을 물어뜯는 것을 보며, 배교자는 그런 생각을 한다. 갈라할을 아가리에 문 채, 갑각룡은 곧장 땅 아래로 향한다.
카가가가가각!
땅에 갈라할을 처박은 채, 갑각룡은 요란스레 제 고개를 좌우로 비튼다. 갈라할의 몸이 갈려나가며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이렇게 되면 싸움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허나, 그런 배교자의 예상은 빗나가고 만다.
이리저리 요동치던 갑각룡이 한순간 멈춰선 채 더 나아가지 못한다. 갑각룡과 공유된 시야로 배교자는 갈라할의 모습을 본다.
몸의 절반이 삼켜진 채, 상반신만을 밖에 내놓고 있는 갈라할의 모습이 보인다. 그 상태로도 갈라할은 기어코 제 창날을 갑각룡의 이빨 틈새에 찔러 넣는 데 성공했다.
콱.
찔러넣은 창날은 갑각룡의 아가리를 관통한 채 땅에 처박혀있다. 그 상태로, 갈라할은 몸을 비튼다. 꽉 깨문 잇새로 피를 게워내며 갈라할이 창대를 휘둘렀다.
콰직.
갑각룡의 턱뼈가 부서지며 그 입이 열린다.
갑각룡에게서 탈출한 갈라할이 비틀거리며 자리에 선다. 물어뜯긴 복부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장기가 쏟아져 나오려 한다.
“···쿨럭.”
피를 토하며 갈라할은 제 손바닥을 복부에 가져다 댄다. 그리곤, 장기를 밀어 넣으며 찢어진 상처를 움켜쥔다. 별빛을 품은 육체가 달아오르고,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갑각룡의 눈동자와 갈라할의 눈이 마주친다.
마주친 갈라할의 눈동자는 핏발이 서다 못해 시뻘겋다. 그 집념 어린 시선에, 배교자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아.”
배교자가 달뜬 숨결을 뱉는다.
“이 어찌나 아름다운 광경일까.”
피를 게워내며 갈라할은 다시 움직인다.
다가오는 갑각룡을 향해 제 몸을 던진다. 마수들에게 물어뜯기고, 갑각룡에게 갈려나가며, 하늘을 나는 용들의 숨결에 몸이 익어가면서도 갈라할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계속해서 나아간다.
피를 쏟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다.
끝없이 몰아치는 마수를 향해, 불가능해 보이는 과업을 이루기 위해 달려드는 그 모습이··· 배교자의 눈에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글레리아 벨 아르미아스는 과거를 추억한다.
돌아갈 수 없는 찬란한 과거를, 불가능에 맞서 싸웠던 제 동료들이 보였던 찬란한 광채를 회상한다. 그 광채는 얼마나 아름답던가?
그리고 지금.
그 광채와 정확하게 같은 것을 품은 인간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이 상황에 글레리아는 환호하며 절망한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 속에서 글레리아는 미친 듯이 웃음을 흘린다.
“————!”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인간.
제 모든 것을 불태워, 불가능에 도전하는 인간.
용사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그 모습에 배교자의 입꼬리가 찢어지듯 올라갔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하지만, 닿지 않으리라.
과거의 자신들이 그러했듯, 저 광채는 결코 자신에게 닿는 법이 없으리라.
보아라.
벌써 쓰러지지 않았는가.
“커흑, 컥···.”
바닥에 쓰러진 채 갈라할이 피를 토하고 있다.
그 위로 마수들은 계속해서 밀려든다. 여전히, 갈라할과 배교자 사이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안타까워라.”
배교자는 웃는다.
발버둥치는 인간이 가여워서,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그녀는 웃었다.
3.
후두둑.
피가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피 비린 맛이 입안에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감각이 하나씩 사라져간다. 갈라할은 붉어진 시야로 바닥을 보았다.
땅이 붉다.
시야가 붉어서인지, 자신이 쏟아낸 피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한 번 더 피를 게워내며 갈라할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멈춰서 있을 수는 없기에.
‘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을 위해서.’
구하기 위해서.
하나의 목적만을 떠올리며 갈라할이 몸을 움직인다. 찢어지고 회복되기를 반복한 몸은 이미 망가져선,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갈라할은 걷는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갈라할이 내딛는 걸음은 가볍다. 눈을 부릅뜬 채 갈라할은 걷는다. 계속해서.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드는 파도를 헤치며 걸었다.
무언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게 됐다. 좁아진 시야로 갈라할은 앞을 보았다. 시야가 좁아지니, 중요한 것만을 보면 되겠구나. 그리 생각하며 갈라할은 걸었다.
손에 감각이 없다.
눈치채고 보면, 한쪽 팔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 손으로 갈라할은 창을 휘둘렀다. 까마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갈라할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휘두르고, 찌르고, 쳐올린다.
한평생 쌓아온 모든 것을 선보인다.
몸이 조금씩 가벼워지나, 갈라할이 휘두르는 창은 더욱 무거워진다. 그가 휘두르는 창은 이젠 더 넓은 범위를 휩쓸고 지나간다.
턱.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피가 쏟아져 나온다.
피를 게워낼수록, 어째서인지 정신은 맑아진다. 피를 흩뿌리며 파도를 헤치는 갈라할의 모습은, 이미 산자의 모습이 아니다.
죽어야 할 이가 살아있다.
쓰러져야 할 이가,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배교자는 웃는다. 그녀의 뒤에 잡혀있는 클로에는 눈물 흘린다. 클로에는 멈추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갈라할을 본다. 그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처참하다.
처절한 싸움이다.
동화의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죽음에서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은 처절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렇기에 숭고한 것이다.
턱.
죽음의 문턱에 선 채.
죽음에 발을 들인 채 갈라할은 나아간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갈라할과 배교자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갈라할의 뒤에는 난도질당한 갑각룡들이 널브러져 있다.
서걱.
달려드는 갑각룡을, 갈라할은 창날을 가볍게 휘두르는 것으로 베어버린다. 반으로 갈라진 갑각룡의 너머로 갈라할은 나아간다. 각오와 집념 하나로 갈라할은 제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 잔혹하게도.
각오와 집념만으로 모든 걸 이룰 수 있는 동화와 달리, 이것은 현실이다. 그를 증명하듯, 여태껏 버텨왔던 갈라할의 긍지가 꺾이고 만다.
콰직!
창대가 부러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별의 축복을 받은 무기가 지금 부러졌다. 창대가 꺾였다. 한평생을 함께해온 무기가 두 동강이 난다.
부러진 무기가 허공에 맴돈다.
갈라할은 멍하니 부러진 성창을 바라봤다.
부서진 창대. 금이 가 있는 창날.
그것은 마치 자신의 삶과도 같다. 이미 망가져 버렸고,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한평생 자신과 함께한 무기를 바라보며 갈라할은 생각한다.
‘끝이 다가오는가.’
손에 쥐어진 것은 부러진 창대.
허공을 맴도는 것은 창대를 잃은 창날.
그것이 갈라할에게 묻는다.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부러진 채 멈춰 설 것이냐.
‘아니, 아직이다.’
갈라할은 물음에 답한다.
부러진 창대를 놓아버린다. 허공을 도는 창날을 향해 손을 뻗는다.
‘아직 멈춰 설 수 없다.’
무기란 전사의 반신과도 같다.
무기가 부러진 순간 전사는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갈라할에게는 아니다.
갈라할은 전사이기 전에 용사다.
몸이 부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평생을 함께한 무기가 끝을 맞이하더라도, 영혼이 꺾이더라도 갈라할은 멈추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 용사란 불굴의 존재이어야 하므로.
콱.
허공을 맴도는 창날을 쥔다.
창날을 쥔 순간 손에서 피가 터진다. 창이란 무기의 이점이 사라져, 이제는 단검과도 같아진 성창(??)을 쥔 채 그는 계속해서 나아간다.
최후가 다가오는 이 순간, 갈라할은 문득 자신이 한평생 품어왔던 의문을 떠올린다.
재능있는 이들. 재앙에게 닿을 날카로운 칼날을 가진 이들. 그런 이들이 아닌 자신에게 별의 축복이 내려온 이유가 무엇인가? 갈라할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별의 변덕을 이해하지 못한 인간은 한평생 그 답을 찾아 헤매왔다. 자신의 삶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리라 인간은 여겼다.
‘아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한낱 인간은 답을 얻는다. 그 답은 누군가의 말과 말을 빌려 얻어낸 것이다.
이유는 만들어내는 것이다.
답은 찾아내는 것이다.
별의 뜻이 있다면, 그 뜻은 자신에게 있다.
‘삶이란 증명하는 것.’
찾아낸 답을 세상에 증명하는 것.
‘그러니, 나는 나아간다.’
답을 증명하기 위해서.
갈라할은 성창을 움켜쥔다. 어느 순간 자신은 달리고 있다. 부러진 다리로 달리고 있다. 몸이 가벼웠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든다. 다가오는 마수들이 자신을 가로막지 못한다.
달리고 달렸다.
내달리며, 갈라할은 마지막이 될 일격을 준비한다. 인간의 집념과 별빛이 공명한다. 한순간이지만, 무너지던 갈라할의 육신이 가속했다. 그 가속을 대가로 갈라할의 몸에서 별빛이 떠난다.
떠난 별빛은 어디로 가는가.
갈라할이 쥔 창날에 스며든다.
여태껏 단 한 번도 갈라할은 창날에 맺힌 별빛을 터뜨리지 않았다. 이 일격을 위해서. 세차게 점멸하는 창날을 쥔 채 갈라할은 팔을 뻗었다.
그 순간, 수많은 미래가 갈라할의 눈에 보인다.
···역사상, 초인이자 용사인 인물은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역사에서 잊힌 초대 용사, 가니칼트 반 갈라트릭이 그 예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또 하나의 예시가 탄생한다.
갈라할은 존재하지 않을 벽을 넘어선다.
자신의 육신에서 별빛이 떠나, 용사가 아니게 된 순간 그는 깨달음을 얻는다. 한순간에 불과한 깨달음. 쥐면 사라져버리고 말 깨달음을 갈라할은 강하게 붙잡는다.
죽음의 문턱.
수명이 불타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
갈라할은 보았다. 자신의 눈앞에 그려지는 수많은 길을. 그 속에 빛나는 한줄기의 선을. 그것은 초인들이 검로(??)라 부르는 것이다. 수많고 수많은 미래에서 찾아낸 단 하나의 길.
그 길을 따라 갈라할은 창날을 내지른다.
해방된 별빛이 모든 것을 불태운다.
앞을 가로막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어느샌가, 자신의 앞에는 배교자밖에 남아있지 않다. 갈라할은 괴성을 내지르며 배교자에게 달려들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리라.
부디 나의 창이 닿기를.
갈라할은 바라고 또 바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