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58
〈 58화 〉 썩어버린 것(1)
* * *
시험 당일 새벽, 레스티는 아플리아의 메이드들이 달여준 차를 홀짝이며 시험지를 덮었다.
“후우···.”
내뱉은 한숨에 옅은 김이 서린다.
봄날이긴 하나 새벽녘의 아플리아는 서늘하다. 집중하기 위해 창문까지 열어 둔 채 공부하느라 방 안의 온도는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
레스티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결국, 밤 날을 샌 모양새다.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한번은 다 풀어봤으니까.’
마나의 거래학 기초, 중간고사.
미리 나눠준 시험지를 흘겨보며 레스티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8번은 여전히 풀지 못했다. 그래도 6번과 7번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시간 안에만 풀 수 있으면 좋겠다.’
그 계산식이 유난히도 복잡한 탓에, 몇 번을 풀어도 집중을 요구하는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이미 여러 번 풀어봤으니까.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레스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교복을 갈아입었다. 그렇게 나갈 채비를 마친다.
여기서 몇 시간 잔다 해서 피로가 풀릴 것 같진 않다. 그럴 바에 아예 밤을 새우자는 생각이었다.
달그락.
노트와 필기구를 챙긴 채 그녀는 중앙학관을 나섰다. 찬 새벽의 공기에 잠기운이 달아난다.
시험까지는 세 시간 남짓 남았다.
레스티는 강의실과 가까운 독서실로 향했다. 시험과 같은 분위기에서 한 번이라도 더 문제를 풀어보잔 생각이었다.
“·····.”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독서실로 향하던 레스티는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여기가 아닌데?’
여긴 독서실 방향이 아니다.
독서실의 반대 방향인, 교수들의 연구실이 늘어져 있는 복도였다.
졸린 나머지 길을 착각했나?
그건 아니었다. 레스티의 정신은 말끔했고, 아플리아의 길은 착각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 사실에 위화감은 커져만 간다.
‘···뭔가 이상해.’
그 위화감이 의심으로 뒤바뀌려는 순간이다.
“잿빛.”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레스티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돌아봤다.
“가증스러운 잿빛.”
목소리가 가까워진다.
발걸음 소리 없이 목소리만이 가까워진다.
“네 이야기를 들었다. 가증스러운 잿빛의 뒤를 쫓는 아이야.”
가까워진 목소리는 기이하다.
인간의 목소리라기엔 음산하리만치 낮게 울린다. 짐승의 목소리라기엔 뚜렷하다.
“너희들의 이야기는 재밌더구나. 수백이 흘러도 너희는 변치 않지. 그래, 그렇기에 잿빛은 가장 가증스러워. 그들의 기원이 되는 왕국에서 배우지 못한 모양이야.”
그 목소리는 바닥을 따라 기었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발끝에서부터 서서히 레스티를 좀먹는다.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너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 그 증거가 너로구나.”
레스티의 의식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나는 잿빛의 엘프를 기억한다. 나 또한 너와 같지, 아이야. 너는 나를 닮았단다.”
뼈 무더기가 벽을 타고 기어 다닌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득실거린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눈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게 풀려버린 동공은 확장된다.
흰자를 밀어내고 검게 변한 레스티의 눈동자의 앞에, 목소리의 주인이 손을 뻗었다.
“■■■■■■ 않겠느냐?”
깨진 목소리 너머로 앙상한 뼈마디가 보인다.
거죽이 벗겨진 뼈마디에는 피가 흐른다. 그 피는 검다. 검은 피는 무엇인가. 레스티는 몽롱한 정신 속에서 떠올린다.
검은 피는 변절자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확장됐던 동공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레스티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래, 그래야지.”
그 모습에 누군가는 오히려 기뻐한다.
그가 툭, 하고 레스티의 이마를 건드렸다.
“네가 준비되면 부르도록 하마.”
레스티의 시야가 뒤집혔다.
* * *
깜빡.
레스티는 눈을 떴다. 잠이 든 것은 아니었다. 눈을 뜨니, 자신은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손에는 여전히 노트가 쥐어져 있다.
한 번의 눈 깜빡임.
그만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뭐였지?’
레스티는 눈을 연신 깜빡였다. 왜인지 모르게 눈이 뻑뻑했다. 레스티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시험이.
······빨리! 이러다 늦겠···.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레스티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학생들이다. 그 모습에 레스티는 멍하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렇게 급하게 다니는 걸까.’
아직 시험까진 세 시간이나 남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린 레스티는 문득 창밖을 바라봤다. 해가 떠 있다. 조금 전보다 훨씬 높은 곳에, 그리고 밝게.
“···어?”
레스티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황급히 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했다. 시험 입실까지 10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세 시간이 사라졌다.
한 번의 눈 깜빡임에, 통째로.
귀신에라도 홀린 듯한 기분이다.
레스티는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발걸음이 급하다. 급하긴 하나, 한 걸음 한걸음에 힘이 없다.
털썩.
레스티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까닭이다.
“읏···.”
힘이 들어가지 않는 발목을 매만지던 레스티는, 문득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봤다.
손바닥이 붉다.
“···피?”
손바닥에서 흐르는 피는 아니다.
피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그 피가 어디서 떨어지고 있는가. 레스티는 고개를 들었다.
유리창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 보인다.
그 얼굴은 창백하다. 코에서 흘러내린 피가 입술을 붉게 물들였다.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다.
누가 봐도, 정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2.
마나의 거래학, 기초.
해당 과목의 중간고사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다른 과목과 달리 이 수업의 중간고사는 독특하다.
시험지를 받은 순간 학생들은 낯섦과 당혹스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익숙함이다. 거의 일주일가량을 들여다본 시험지였으니까.
본 것은 6,7,8번 뿐이라 한들, 종이 자체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은 가릴 수가 없다.
“시험 시간은 90분입니다.”
이윽고, 시험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학생은 6번에서부터 풀이를 시작한다. 7번, 8번은 애당초 관심 밖이다. 일주일간 보고, 수업도 들었지만 6번 문제조차 학생들에게는 버겁다.
학생들은 암기한 것을 바탕으로 풀이를 적는다. 그러나, 그마저도 절반가량 진행했을 때 턱 하고 막히고 만다.
특출난 몇 명은 6번의 끄트머리에 닿는다.
그러나 그들 또한 답은 내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향하는 길이 너무나도 복잡한 까닭이다.
시험 개시로부터 30분이 흘렀다.
이제는 6번 문제를 푸는 학생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자신의 수준을 넘어선 것에 도전하는 대신, 학생들은 남은 문제에 집중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남은 문제도 마냥 녹록지만은 않음을.
‘1번은 쉽다.’
1번은 정말 기초만을 다룬 문제다. 1번을 푸는데 학생들은 1분을 채 소모하지 않았다.
‘2번까지도 할만하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러나 1번의 계산식을 적용하면 쉽게 풀리는 문제다.
‘3번은··· 복잡하다.’
거기서부터 학생들이 갈리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계산식을 쌓아 올려 문제를 푼다. 다음으로 넘어간다. 누군가는 3번에서 멈춰서 있다.
‘4번은······.’
몇 안 되는 학생들이 4번에 도달한다.
풀이 방식은 여전히 1번과 같다. 그러나, 쌓아 올려야 하는 수식의 개수가 차원이 다르다.
많은 학생이 4번에서 막히기 시작한다.
그 중 몇 명만이 4번에 답을 적는다.
‘5번.’
극소수의 학생만이 5번에 닿는다.
5번 문제에서 변별이 이루어진다. 5번은 기존의 풀이 방식으론 풀리지 않는다.
한번 풀이를 꼬아야 한다.
그 발상을 떠올리기만 한다면 답은 금방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발상은 어디에서 오는가.
회로는 결국 룬문자의 총합입니다.
그 뜻에 맞게 회로를 해체하여 보십시오.
지금껏 쌓여온 수업에서 온다.
라크는 그 발상에 닿는다.
벨노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라니아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
그때 얻은 깨달음을 문제에 활용한다.
아일라는 타고난 직감을 문제 풀이에 활용한다.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성이 보인다. 그 방향성을 따라 아일라는 걸을 뿐이다.
그렇게,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대로 배운 것을 활용하여 문제를 풀어나간다.
툭.
시간은 그렇게 흐른다.
투둑, 후두둑.
그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후두두둑.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다. 비가 오나 싶어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본다. 비가 오지는 않았다. 하늘은 맑다.
누군가 물이라도 엎은 걸까?
지금은 시험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모두가 그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 했다.
“어?”
그러나, 이내 흘려 넘기지 못할 소리가 들렸다.
“피··· 레, 레스티 너···.”
여학생하나가 의자를 뒤로 뺐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의실이 소란스러워진다.
결국, 몇몇 학생이 뒤를 돌아봤다.
“·····.”
맨 뒷자리, 고개를 숙인 학생이 있다.
그녀는 손으로 입가와 코를 가린 채, 펜을 움직이고 있다. 그 펜이 얕게 떨린다.
이윽고, 그녀가 펜을 놓치고 만다.
펜이 바닥을 구른다.
“아.”
그녀는 멍하니 바닥을 구르는 펜을 바라본다.
입가를 가리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그렇게 드러난 그녀의 얼굴에는 핏자국이 길게 묻어있다. 손바닥은 시뻘겋게 물들어 있다.
그 얼굴이 창백하다.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쿨럭.”
마른기침과 함께 핏방울이 튄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레스티 엘레노아는 자리에 엎어졌다. 강의실에 혼돈이 찾아왔다.
그리고.
“·····.”
단상에 선 라니엘은, 그 모든 걸 차가운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3.
시험 도중 한 학생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몇몇 학생이 발작을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에 당황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전장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다.
그와 달리.
기사들의 주둔지가 어디지.
곧장 기사들을 찾는 교수가 있다.
맥하트 교수가 그랬다. 비록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한들, 맥하트는 전장에서의 경험이 있다.
당장 기사들과 연락해, 지원군을 불러야 한다.
학생들의 단체 혼절.
그리고 그들의 몸에 나타나는 중독 현상.
‘마기에 중독됐다.’
그는 그 증상을 단번에 알아본다.
그렇게 주둔지 앞에 도착한 맥하트는,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됐음을 깨달았다.
수많은 기사가 도열해 있다.
마치, 처음부터 이런 사건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이라도 한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일전에 만났던 하운드(Hound)가 서 있다. 그는 간단히 명령을 내린 뒤 어디론가 향했다.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아플리아의 옥상이었다.
* * *
아플리아의 옥상.
그곳에 걸터앉은 둘은 숲을 바라보며 짧게 혀를 찼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눈에는 숲을 가득 채운 마기(??)가 보인다.
“슬슬 시작인 것 같군요.”
추적자(Tracker) 칼트가 입을 열었다.
“이래서 제단은 싫습니다. 완성되기 전까지는 위치도, 누구를 매개로 삼을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쯧, 하고 그가 혀를 찼다.
“아직 매개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게 맹점이군요. 그것만 밝혀지면 곧장 작업을 시작할 텐데.”
“얼추 짐작은 가.”
“네?”
그 물음에 잿빛 마법사는 담백하게 답했다.
“짐작은 가는데, 건드릴 수가 없어서 더 빡치지. 너도 알잖아? 제단이 좆같은 건, 한번 그 대상을 선정하면 의식 전에는 못 막는 거.”
“···잘 알고 있죠.”
칼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전장에서 그 제단을 본 적이 있었으니까.
“외부에서 자극을 잘못 줬다가, 만들어졌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다 끼칩니다.”
“그래, 심지어 이번에 선정된 애는··· 잘못 건드렸다간 사천왕 하나 더 만드는 꼴 일 거야.”
“···그 정도입니까?”
“대충 나만 한 재능을 가진 애라고 보면 돼.”
···잿빛 마법사만큼의 재능을 가진 인물?
그럴만한 인물이 아플리아에 있단 말인가. 순간 호기심이 들었지만 되레 묻지는 않았다.
‘그럴만한 분위기는 아니니까.’
옥상에 걸터앉은 채, 라니엘은 턱을 굈다.
“잘 이겨내길 바라야지.”
“힘들지 않겠습니까?”
“의지가 약해 보이진 않아. 그리고, 하나 조치를 취해두기도 했고.”
그리 말하며, 라니엘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하여간, 타이밍 한번 거지 같네.”
“예?”
“오늘 중간고사였거든.”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라니엘은 손목을 뚝, 뚜둑 꺾었다.
그 소리가 심히 살벌하다.
“엄청 공들인 시험이란 소리다. 이 시험 하나 제대로 해보겠다고 내가 2주를 버렸어. 커리큘럼 때문에 재시험 치기도 힘들텐데.”
“예···?”
“그냥, 씨발 공들인 시험이었는데 저 빌어쳐먹을 제단 때문에 개판이 났잖아. 내가 좆 같겠냐, 안 좆 같겠냐?”
“어··· 저는 아카데미에 다녀본 적이 없어서 잘···.”
칼트는 전(?) 상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뭔가 화난 거 같긴 한데, 화난 이유를 알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이럴 때는 대체로 어디 숨어있는 게 답이긴 했는데.’
애석하게도 지금은 숨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디 그뿐일까. 심지어 칼트는 지금, 상관이 화날만한 정보를 전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거 좆된거 같은데.’
칼트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라니엘을 바라봤다. 그렇게 다짐을 다잡고 입을 열려는데, 라니엘이 선수를 쳤다.
“뭐냐.”
“예, 예에?”
“할 말 있음 빨리해. 시간 끌지 말고.”
그 시선에 칼트는 섬뜩함을 느낀다. 모습이 변했음에도 그 날카로운 시선만큼은 여전하다.
꿀꺽.
칼트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 제가 저번에 지원군이 있을 거라 말했잖습니까?”
“그랬었지.”
“그, 제단이 열리는 쪽으로 보내 놔서 만나실 일은 거의 없을 것 같긴 합니다만···.”
“질질 끌지 말고 곱게 말해라.”
칼트는 눈을 질끈 감고 답했다.
“그, 지원군이 용사 카일 토벤님이십니다! 아마도 성녀와, 신궁님도 지원을 오실 가능성이 큽니다!”
빽 하고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칼트는 라니엘과 카일을 함께 보조해 왔다. 달리 말해, 성녀와 신궁의 만행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칼트이기에, 라니엘의 은퇴 소식이 들려왔을 때 칼트는 짐작했다.
아, 드디어터질 게 터졌구나. 라고.
‘보나 마나 대판 싸우셨을 거 같은데···.’
용사라면 몰라도 성녀와 신궁의 합류 사실에 이 마법사가 분노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한대쯤은 맞을 각오로 칼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답을 기다렸다.
“·····.”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반응이 돌아오질 않는다. 칼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라니엘이 있었다.
“그게 뭐.”
“예?”
“그게 뭐, 임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이 정도 스케일이면 용사파티가 쳐 튀어나와야지, 안 튀어 나오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어, 그렇죠?”
“그걸 뭐 비밀이라고 숨기고 있던 거야? 나 빡칠까봐?”
“그게··· 그렇습니다.”
라니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칼트.”
“예, 예에.”
“난 공과 사는 구분해. 적어도 공적일 때, 내가 용사파티에 죽자고 달려들진 않을 거야.”
그 말에 칼트는 한숨을 돌린다.
그러나, 이내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그럼 사적일 때는요?”
“글쎄.”
뚜두둑.
손가락을 꺾으며, 라니엘이 미소 지었다.
“한대 쯤은 줘 패지 않을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