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9)
“여기 방청석에 제 아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와 계십니다.”
우혁이 방청석을 가리켰다.
“어디 계시죠?”
사회자 코넌이 방청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방청객들도 모두 방청석을 살폈다.
장인과 장모가 손을 들어 보였다.
“잠깐만요. 저분은 이성욱 회장님 아니십니까?”
코넌이 장인을 알아보고 놀라워했다.
“반갑습니다. 이성욱입니다.”
장인이 마이크를 들고 인사를 하자 코넌과 방청객이 박수로 화답했다.
“강우혁 씨가 사위 맞습니까, 회장님!”
“예, 그렇습니다. 제가 강우혁 장인입니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사위 녹화하는 거 구경하러 왔어요. 제가 이 프로그램 열혈 시청자거든요.”
“영광입니다. 가족 이야기를 공개하셔도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공개를 원치 않으시면 편집해 드리겠습니다.”
“지역에서는 이미 언론에 보도가 되었어요.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숨길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저렇게 멋진 사람이 제 사위라는 거, 자랑 좀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럼요!”
방청객 몇 명이 박수를 쳤다.
“저는 제 사위가 이 세상에 제일 멋있어 보입니다. 자랑스럽구요. 그리고 너무나 고마워요. 사위가 아니었으면 우리 딸을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사위라는 걸 알기 전부터 아내와 저는 사위의 팬이었어요. 사위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있었지요. 아내는 사위 기사를 검색하곤 했어요. 하루는 아내가 저한테 사위에 관한 기사 하나를 보여 주는 거예요. 거기에 사진 한 장이 있었는데, 아 글쎄 잃어버린 우리 딸 사진이지 뭐예요.”
“딱 보니까 알겠던가요?”
“그럼요. 보는 순간 알겠더군죠. 집에 있는 사진하고 비교를 했는데 영락없는 거예요. 그래도 처음엔 긴가민가했지요. 닮은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사위 소속사에 전화를 했어요. 요즘은 친자 확인이 간단하지 않습니까.”
“유전자검사가 있으니까요.”
“맞아요.”
“했습니까?”
“당연히 했지요.”
“했더니?”
“딱 일치하는 겁니다!”
“와우!”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사모님?”
코넌이 장모에게 질문했다.
“고마워서 펑펑 울었지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네요.”
“따님을 잃어버린 뒤로 이사를 한 번도 가지 않았다면서요?”
“예.”
“왜죠?”
“딸이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기다리셨군요.”
“그럼요.”
“만약 따님을 찾지 못했다면 아직도 그 집에 살고 계시겠군요.”
“그랬을 거예요.”
“지금은 이사를 가셨나요?”
“예! 옛집을 팔지는 않았어요. 팔 수가 없더라구요. 딸의 추억이 있는 곳이니까요.”
“강우혁 씨는 아내분이 어린 시절에 살았던 옛집에 가 보셨나요?”
“예! 아내와 함께 가보았습니다. 아내는 그 집을 궁궐이라고 기억하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 작고 낡은 집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 작은 집이라도 네 살 아이에게는 궁궐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장인 장모님은 집수리도 크게 하지 않고 사신 것 같
더군요. 딸이 집을 찾아 왔을 때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집이 변해 있으면 찾아왔다가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니까요. 그게 부모님의 마음이죠. 뭉클하네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성욱 회장님은 유명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창업주이십니다. 그렇게 작은 집에서 사실 분이 아니죠. 존경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사모님!”
코넌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방청객들도 모두 기립 박수를 치며 장인과 장모 쪽을 바라보았다.
장인과 장모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객들에게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아내에 관한 이야기가 끝난 뒤 또 한 명의 게스트가 나올 순서였다.
“또 한 분을 모실 시간입니다. 강우혁 씨가 유명해지기 전에, 그러니까 ‘언더커버 보스’에 출연하기 전에 강우혁 씨와 인연을 맺은 분을 소개할까 합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모시겠습니다.”
코넌이 자리에서 일어나 게이트를 향해 서서 박수를 쳤다.
우혁도 자리에 일어나 박수를 치며 타란티노 감독을 기다렸다.
타란티노 감독이 게이트를 통해 뛰어 나왔다.
타란티노 감독은 코넌, 우혁과 악수를 나눈 뒤 우혁 옆자리에 다리를 꼬고 편하게 앉았다.
“차기작 준비 중이라면서요?”
“예!”
“그 작품에 강우혁 씨가 주인공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듣기로 강우혁 씨를 캐스팅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캐스팅하는데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콧대가 아주 높아요. 지금까지 영화감독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게 캐스팅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에요.”
“우혁! 왜 그랬지요? 저라면 당장 응할 텐데요. 타란티노 감독이 뭘 하는 사람인지 몰랐던 거 아니에요?”
“타란티노 감독을 만나기 전부터 그의 팬이었습니다. 그의 영화는 모두 섭렵했죠.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타란티노 감독을 왜 힘들게 하셨지요?”
“개런티를 너무 적게 주겠다고 해서요.”
“설마요?”
“정말입니다.”
우혁 대신 타란티노 감독이 대답했다.
“강은 자기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사실 제가 강을 캐스팅하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보였지요. 코넌, 방청객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중에도 그런 의구심을 가진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두고 보세요. 강은 몇 년 안에 최고의
스타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까 과거에 당신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군요. 바로 그 자리였지요. 디카프리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 좀 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했었어요. 몇 년 안에 최고의 스타가 된다고 했지요. 실제로 그 말대로 되었구요. 기억나세요?”
“기억납니다. 다른 프로그램에도 나가서 디카프리오가 아닌 세 명의 신인 배우에 대해서 예언을 했었지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두 제 말대로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제 말이 맞을 겁니다.”
“영화감독을 그만 두고 예언가를 해도 되겠는걸요. 하하하!”
코넌이 농을 던졌다.
“제 예언에 의구심이 나시나요? 그렇다면 이번 주 목요일에 개봉하는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를 보세요. 그럼 제 말을 믿으실 겁니다. 그리고 개봉은 하지 않지만 우혁이 출연한 영화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생강>이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영화 제목이 [생강>입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제작진에게 부탁한 영상이 있습니다. 보실까요?”
“그럽시다.”
타란티노 감독이 손가락으로 소리를 냈다.
딱!
제작진과 약속이 되어 있었는지 딱, 소리와 함께 불이 꺼지고 무대 정면에 마련된 스크린에 영화 [생강>의 한 장면이 나왔다.
‘고문기술자’의 눈빛 연기와 액션 연기.
3분도 채 되지 짧은 영상이었다.
불이 켜졌다.
그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제가 왜 강을 캐스팅하려고 했는지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저 눈빛에 반해 버렸습니다.”
“정말 저 영화에 나온 배우가 여기 앉아 있는 강과 같은 인물인가요?”
“그렇습니다. 눈빛이 전혀 다르죠? 저 영화에서 강이 맡은 역할은 고문기술자입니다. 무시무시하지 않습니까? 곧 촬영에 들어갈 제 영화의 주인공 눈빛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 강의 무술 실력입니다. 아까 보신 장면의 액션 신은 모두 강이 직접 연기한 겁니다.”
“그렇군요. 혹시 무술 실력 좀 볼 수 없을까요?”
코넌이 우혁에게 부탁했다.
방청객이 코넌의 부탁에 힘을 실어 주는 박수를 보냈다.
타란티노 감독과 미리 얘기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스판 바지를 입고 왔다.
어설프게 보여 주면 우스꽝스러워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기로 했다.
우혁은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쳐 놓은 뒤 무대로 가서 이소룡 특유의 기합소리는 뺀 절권도 시범을 보여 주었다.
명상을 하는 것처럼 정적이다가도 어느 순간 폭발적인 움직임과 발차기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시범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제가 왜 강의 매력에 빠졌는지 아시겠지요?”
타란티노 감독이 코넌에게 동의를 구했다.
“알 것 같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이 왜 강에게 빠졌는지 이해가 됩니다. 멋있네요. 제 눈에도 타란티노 감독 말처럼 강우혁 씨가 몇 년 안에 스타가 될 것 같습니다.”
코넌이 동의했다.
“덕담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대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를 캐스팅해 주신 타란티노 감독님께 감사 말씀을 올립니다. 타란티노 감독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 타란티노 감독님! 감사합니다!”
우혁은 가슴에 오른손을 얹은 채 타란티노 감독의 눈을 응시하며 감사 말을 건넸다.
타란티노 감독이 우혁에게 주먹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우혁은 타란티노 감독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갖다 댔다.
“오늘 나와 주신 두 분께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두 분 모두 승승장구하시기 바랍니다.”
코넌이 멘트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방청객들도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내 주었다.
***
토크쇼 [원터풀 투나잇>이 방송된 뒤 우혁의 인지도와 인기가 더욱 뛰어올랐다.
한국과 달리 미국 토크쇼 출연의 위력은 엄청났다.
토크쇼 방청석에 잠깐 등장한 장인이 운영하는 한식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코리아나’의 매출이 껑충 뛸 정도였다.
목요일에 동시 개봉한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의 반응으로 그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비평가와 언론의 문화부 기자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호평 일색이었다.
덕분에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가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매진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호평이었으나 흥행 면에서는 [길 밖의 새>보다 [마른 풀잎의 노래>가 훨씬 좋았다.
한국에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었다.
– 대박 조짐이 보입니다. 상영관 수 늘릴지도 모르겠는데요.
제작사 필름박스 김 실장의 말이었다.
[길 밖의 새>, [마른 풀잎의 노래>가 미국에서 매진 사태가 벌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한국 사람들은 놀라워했다.“진짜?”
“왜?”
미국 교민이나 미국에 자주 드나드는 한국인들, 미국 소식을 자주 접해 미국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의 성공을 당연하게 여겼으나 우혁이 ‘언더커버 보스’와 토크쇼 ‘원더풀 투나잇’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국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편 ‘언더커버 보스’ 후일담이 방영되면서 토토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미국인들은 토토를 미국인의 개로 생각했다.
토토에게는 국적이 없지만 태생이 미국이라는 것이 그들에겐 중요했고, 토토에게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민을 왔다가 미아가 된 아내도 그들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했다.
장인이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하고, 아내가 미국에서 실종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혁을 자국민을 구해준 사람으로 여겼다.
미국뿐만 아니라 ‘언더커버 보스’가 방영되고 있는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등 20여 개국에서도 토토의 인기는 엄청났다.
토크쇼 ‘원더풀 투나잇’에 출연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기 며칠 전 아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그게 뭐야?”
“토토 인형!”
“토토하고 똑같이 생겼네!”
아내는 손재주가 좋다.
드라마 [서울 가로등>에서 ‘가로등지기’ 역으로 출연할 때 재채기 인형을 복화술로 연기해야 했고, 그때 재채기 인형을 아내가 만들어 주었다.
재채기 인형의 저작권을 아내가 보유하고 있어 큰돈은 아니어도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이건 왜 만드는 거야?”
“‘언더커버 보스’ 촬영팀이 왔을 때 토토에게 보낸 편지를 주고 갔잖아. 그 편지 중에서 토토를 꼭 만나고 싶다는 아이가 있어서 말이야.”
그 아이의 편지는 우혁도 읽어서 잘 알고 있다.
슬픈 상황에 처해 있지만 해맑은 아이.
그 아이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메이슨 토플러?”
“응!”
“거리가 너무 멀어서 만날 수는 없으니까 인형이라도 하나 만들어 주려고. 다음에 미국 들어갈 때 민서 아빠가 갖고 가서 메이슨한테 전해 줬으면 좋겠어.”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가 예상 외로 선전을 하면서 영화 홍보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 호평 일색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