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0)
“토토를 만나고 싶다고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오는데 어떡하지?”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가 말했다.
외국에서 방송을 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소식을 접한 한국사람들이 토토를 찾기 시작했다.
토토를 직접 만나고 싶다며 집을 찾아오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일반 시민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토토가 마당에 놀 때 잠깐 볼 수 있게 해주곤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니까 조금 불편하네.”
아내가 조금 불편하다는 건 많이 불편하다는 거다.
조금 불편한 정도라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사람이니까.
“내가 괜한 짓을 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
“토토 데리고 온 거? 괜한 짓 아니야. 토토 덕분에 민서 아빠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잖아. 영화 홍보에도 도움이 되고.”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토토는 당신보다 나한테 훨씬 필요한 존재야.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토토가 옆에 있으면 마음이 안정이 돼. 민서도 그렇고. 토토가 우리 집에 온 건 큰 선물이야. 민서 아빠가 민서랑 나한테 선물을 준 거라고.”
“아무튼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어.”
아내와 민서, 토토를 보호하기 위해 여성 경호원 두 명을 고용해 밀착 경호하게 했다.
그것만으로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이사를 갈까?”
아내에게 물었다.
“그럴 것까지는 없어. 토토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착한 사람들이야. 다만 그 수가 너무 많으니까 이웃들한테 죄송해서 그렇지. 그리고 나는 이 집이 좋아. 다른 집으로 이사 가는 건 싫어.”
“이 집 주인이 이 집을 팔 생각이 있다고 했지?”
“집 주인 아주머니가 그러셨어.”
“그럼 이 집을 우리가 사는 건 어때?”
“나는 좋아.”
우혁은 곧바로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매매 의사를 묻고 중개업자를 통해 매매 절차를 밟았다.
집을 매매하자마자 보안 시설을 갖추었다.
집 앞에 안내 팻말을 세워 방문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인터뷰를 할 때 집에 찾아오는 것은 자제해 줄 것을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러자 한국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가끔 찾아오더라도 집 앞에 조용히 선물을 놓고 갔다.
그런데 토토 이야기가 중국에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폭풍이 휘몰아쳤다.
중국 관광객은 관광버스를 몰고 왔다.
적을 때는 50여 명 많을 때는 200여 명.
“인해전술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 ”
무던한 아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중국인 여행객을 인솔하는 한국인 가이드가 찾아와서 토토를 한 시간 동안 빌려주면 1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지 뭐야. 너무 화가 나서 욕해 줬어.”
아내가 욕을?
“속으로···.”
그럼 그렇지.
욕이라고 해봐야 바보, 멍청이, 똥개 정도일 것이다.
그게 아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이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미안하더라.”
아내가 말했다.
미안할 것도 많다.
“중국에서 여기까지 토토를 보러 왔는데 못 보고 가면 얼마나 안타깝겠어.”
“관광하러 왔다가 여기를 일정에 끼워 넣은 걸 거야. 안타깝게 생각할 거 없어.”
“그래서 말인데, 토토 모습을 찍어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어떨까 싶어. 그러면 사람들이 덜 찾아오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네. 여유 있을 때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서 줘. 편집해서 올리는 건 사람을 쓸 테니까.”
“알았어. 토토 귀여운 모습 혼자 보기 아까웠는데 잘 됐다.”
“그리고 말이야. 당신이 만든 토토 인형 상표로 등록하는 게 어떨까? 저작권도 등록하고.”
메이슨 토플러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토토 인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재채기 인형처럼?”
“그렇지.”
“토토로 돈 벌이를 한다고 욕먹지 않을까?”
“그게 욕먹을 일이면 인형 캐릭터 만드는 사람들은 다 욕을 먹게? 이건 당신의 창작품이야. 토토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다고 생각하면 돼.”
“선물은 공짜지만 이걸 판매하면 돈벌이 수단이 되잖아.”
“돈은 버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 토토 인형을 만들어서 상품으로 판매하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내가 연기를 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한 대가로 출연료를 받는 것과 다르지 않아.”
“인형을 만들어서 번 돈으로 좋은 일에 쓸 수도 있겠다. 불우이웃 돕기를 할 수도 있고, 보육원 아이들에게 토토 인형을 무료로 보내 준다든가, 수익의 일부를 유기견이나 동물 보호센터에 기부한다든가.”
“그렇지.”
“인형 값을 싸게 했으면 좋겠어. 가난한 아이들도 살 수 있게 말이야.”
“좋은 생각이야.”
“아이들한테 선물을 한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신이 나는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거야.”
“알았어. 그럼 민서 아빠 말대로 그렇게 해. 나는 좀 더 근사하게 만들어 볼게.”
“크기나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어 봐.”
“그럴게.”
“무리하지는 말고. 쉬엄쉬엄!”
“알았어. 쉬엄쉬엄!”
“이건 뭐지?”
거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스케치북을 가리켰다.
“낙서.”
아내는 심심풀이 삼아 손 그림으로 토토의 모습을 그린 모양이었다.
아내는 그것을 낙서라고 했지만 우혁에 눈에는 낙서처럼 보이지 않았다.
모두 토토 그림이었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우혁이 아내가 그린 토토 캐릭터를 보고 놀라워했다.
우혁은 아내가 그린 토토 캐릭터를 디자인업체에 의뢰해 사랑스럽고 귀여운 토토 캐릭터를 완성한 뒤 소속사 법무팀의 도움을 받아 캐릭터 상표권과 저작권을 신청했다.
토토는 이미 상표명, 캐릭터 등이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렉스 토토’라는 이름으로 상표명과 캐릭터를 등록했다.
렉스(LAX)는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의 코드명이다.
미국인들은 토토를 ‘언더커버보스 토토’, ‘LA 토토’, ‘LA 공항 토토’, ‘렉스 토토(LAX TOTO)’ 등으로 다양하게 불렀다.
우혁은 그 중에서 ‘렉스 토토(LAX TOTO)’를 선택했다.
아내가 찍은 토토의 모습을 편집해 전 세계인들이 보는 인터넷 동영상 커뮤니티에 올렸다.
동영상에 올리면서 아내의 토토 캐릭터를 타이틀에서 공개했다.
동영상 제목은 ‘렉스 토토의 일상(Daily life of LAX TOTO)’.
예상대로 조회수가 엄청났다.
후속 동영상을 올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토토의 동영상을 올리겠다는 아내의 제안으로 시작된 토토 프로젝트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
***
미국 시간으로 토요일 오전 10시.
LA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토요일 정오쯤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영화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 홍보를 위해서였다.
미국 전국에서 가장 관객이 많은 곳이 LA였고, 상영관도 가장 많기 때문에 LA를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오늘은 디즈니-ABC 방송사 LA 지역 방송인 KABC-TV의 인터뷰가 잡혀 있었다.
촬영진과 한나절 동안 함께 다니며 영화관에 방문을 하고,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촬영진들이 LA 공항에 나와 있었다.
마중을 하러 나왔다기보다는 ‘언더커버 보스’ LA 공항 CEO편에서 나왔던 장소를 리포터와 함께 걸으며 인터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리포터는 소피아 레이라는 이름을 가진 20대 후반의 흑인 여성이었다.
소피아는 단순한 리포터가 아니라 피디이기도 했다.
촬영팀은 리포터 겸 피디이자 작가인 소피아와 카메라맨이 다였다.
소피아, 카메라맨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공항을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가 바로 ‘언더커버 보스’ 5단계가 시작되었던 장소지요?”
소피아가 우혁이 토토를 처음 만났던 곳을 가리켰다.
“맞습니다.”
“바로 여기서 토토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웅크린 채 당신을 쳐다보았어요. 그 눈빛이 눈에 선하네요. 당신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이었어요.”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옛 주인을 찾아달라는 눈빛이었던 것 같아요.”
“듣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올라가 있는 ‘렉스 토토의 하루’를 보셨나요?”
“그럼요. 제 아내가 찍은 건데요.”
“정말이에요?”
“예.”
“그렇군요. 토토의 모습,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또 올려주실 거죠?”
“아내에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원더풀 투나잇’에서 당신의 아내 이야기 들었어요. 감동적이더군요. 당신은 매우 가정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사전적 의미로 보면 사랑으로 묶인 가장 작은 규모의 사회라고 규정지을 수 있겠지만 저에게 가족은 삶의 의미이자 목적입니다.”
“살아가는 이유란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산다면 삶의 의미와 목적을 가지지 못하는 건가요?”
다소 껄끄러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소피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지요. 혼자 살아도 부모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가족은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형제자매도 있네요.”
“애완동물도 있지요.”
“맞아요. 애완동물도 가족이죠.”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기가 아닌 타인을 처음으로 사랑하는 대상이 가족입니다. 그 최초의 경험이 인류와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까지 확대되지요.”
“그래서일까요? 당신의 영화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요. [길 밖의 새>의 주인공 권혁철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마른 풀잎의 노래>도 남원댁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어요. 당신이 연기
했던 ‘김 선생’은 남원댁을 통해 가족에 대한 사랑에 감동하면서 변화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고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그것이 제가 두 작품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저를 강렬하게 끌었던 요소일 겁니다.”
“두 영화가 미국에서도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인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강한 국민이잖아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인지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실래요. 이해가 잘 되지 않아서요.”
소피아가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혁은 의자에 앉아 얘기를 이어나갔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배트맨 영웅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싸우죠. 악당은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우고요.”
“영웅은 타인을 위해 싸우고, 악당은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운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닿네요.”
“가족을 통해 타인을 사랑하는 최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역과 사회, 인류 전체를 위해 싸우게 되는 게 아닐까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류에 대한 사랑은 통한다?”
“그렇지요.”
“무슨 얘기인지 이해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출연한 영화의 따뜻함은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마른 풀잎의 노래> 마지막 장면을 보고 울컥했어요.”
“그런데 두 영화를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지는 못했을 겁니다.”
“사실은 그랬어요.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잖아요. 고생만 하다가 세상을 떠난 남편이 있는 저승에 가는 거니까요. 비극이에요. 권혁철도 마찬가지이구요.”
“슈퍼맨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권혁철과 남원댁을 그렇게 만든 대상이나 세상을 공격했겠지요.”
“통쾌했을 겁니다. 그런데 영화 [슈퍼맨>을 보고 나면 통쾌하기도 하지만 곧바로 또 다른 걱정이 생기더군요. 슈퍼맨이 무찌른 악당은 더 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슈퍼맨에게 복수를 하려고 할 것 같단 말이지요.”
“끊임없는 전쟁의 반복이군요.”
“권혁철과 남원댁은 복수를 멈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복수를 멈추게 한 힘이 무얼까요?”
“가족에 대한 사랑?”
“그렇습니다. 그거죠. 적에게도 가족이 있을 테니까요. 가령 악당을 무찔렀을 때 그 악당의 부모, 형제, 자식은 얼마나 슬프겠어요.”
“그렇겠네요.”
“하지만 더 큰 이유도 있습니다. 복수를 하고 싶어도 힘이 없죠. 그래서 저는 슈퍼맨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슈퍼맨은 악당에게 당하지 않을 힘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유 없이 공격하지 않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있고요. 그래서 슈퍼맨은 저의 영원한 영웅입니다.”
“만약 당신에게 슈퍼맨 역할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슈퍼맨과 같은 영웅을 연기하는 게 제 꿈입니다.”
“당신에게 어울릴 것 같아요. 당신은 영웅 이미지를 가지고 있거든요. 이 인터뷰가 방송에 나가면 영화 제작자나 감독이 당신에게 전화를 할지도 몰라요.”
“하하하! 그런 기적이 일어났으면 정말 좋겠네요.”
“저두요. 그럼 영화관으로 가 볼까요?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눠 보도록 하지요.”
[ 토토의 인기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