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3)
메이슨의 엄마 로라 토플러가 병원에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로라가 메이슨의 할머니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로라는 한국인 교포였다.
메이슨 할머니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지만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했다.
“그래, 왔구나.”
할머니가 로라의 인사를 받았다.
로라는 우혁에게 다가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한국어가 유창했다.
“미스터 강,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당신이 출연한 [서울 가로등> 정말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로라는 소피아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메이슨의 꿈은 텔레비전에 나가는 거예요. 가수, 배우, 아나운서, 마술사, 코미디언···. 꿈이 매일 바뀌지만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건 텔레비전 출연이죠. 그래서 촬영을 허락했어요. 이번이 메이슨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로라가 소피아에게 말했다.
마크도 로라의 말에 동의를 하는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마크와 로라는 메이슨의 친부모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혼을 한 상태.
두 사람은 3년 전 이혼해 메이슨의 양육권은 로라가 가져갔고, 토플러라는 성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면서 메이슨의 성씨도 토플러로 바꾸었다.
로라는 1년 전 재혼한 남자와도 헤어졌다.
마크는 로라와 이혼한 뒤 독신주의자가 되어 혼자 살고 있다. 연애는 하지만 결혼 생각은 접었다.
마크와 로라는 메이슨 때문에 다시 만나고 있지만 메이슨의 부모 역할에만 충실했다.
메이슨의 할머니와 로라는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메이슨을 지극히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메이슨을 사랑한다는 점은 메이슨의 친부인 마크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은 메이슨의 병이 낫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메이슨의 병세는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토토!?”
로라가 우혁이 들고 있는 토토 인형을 발견하고는 우혁을 쳐다보았다.
“아내가 메이슨의 편지를 읽고 만들어 주었습니다.”
우혁은 로라에게 메이슨의 편지를 보여 주었다.
로라가 도착하기 전에 마크에게 먼저 보여 주었고, 마크는 편지를 읽고 눈물을 글썽였다.
마크로부터 메이슨의 편지 내용을 들은 메이슨 할머니도.
편지를 다 읽은 로라가 마크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눈물을 보였다.
“토토 인형을 우리 메이슨에게 주려고 오신 거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로라가 우혁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아내가 보육원 때 겪었던 얘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토토 인형을 메이슨에게 직접 전달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슨의 편지를 읽을 때만 해도 메이슨의 병세가 이렇게 좋지 않을 줄은 몰랐다.
메이슨을 만나 토토 인형으로 복화술을 한 뒤에 토토를 메이슨에게 전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설 줄 알았다.
하지만 메이슨을 만난 뒤에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음이 무겁다.
메이슨을 만나지 않고 토토 인형만 전달하고 갈 수도 있었다.
메이슨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우혁을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혁은 메이슨에게 토토 인형을 꼭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복화술 연기로 메이슨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내면의 또 다른 우혁은 오지랖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곧 떨쳐 버렸다.
우혁에게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라는 이능을 선물한 아기 요정을 생각하면 답은 자명했다.
어쩌면 이런 일을 하라고 아기 요정이 그 선물을 주고 갔는지도 모른다.
요즘 우혁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국에서는 [안중근 장군> 촬영으로 쉴 틈이 없다.
2주일 뒤에 첫 방송이 시작된다. 다음 주에 제작발표회가 예정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개봉한 [길 밖의 새>와 [마른 풀잎의 노래> 홍보를 위해 미국 출장도 다녀야 했다.
이 와중에 매주 일요일마다 뮤지컬 [알람> 공연을 하고 있다. 2회에서 1회로 횟수를 줄였으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공연이다.
여덟 살 소년에게 복화술 연기를 선보일 만큼 한가하지 않다.
하지만 오늘 공연이 우혁에게는 의미상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아기 요정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기회.
“메이슨에게 토토 인형을 직접 전달하고 싶습니다.”
우혁이 로라에게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담당 의사에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로라가 대답했다.
로라는 담당의사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참 만에 면회가 허락되었다.
“면회 시간은 20분이에요. 메이슨이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몰라요. 잠자는 모습만 보다가 나올 수도 있어요.”
로라가 말했다.
면회가 허락되었으나 메이슨을 만나기 위해서는 전신 소독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
메이슨의 병실에 들어갔다.
메이슨은 잠을 자고 있었다.
메이슨의 왼쪽 품에 재채기가 보였다.
할머니는 메이슨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적시며 메이슨의 오른손을 어루만졌다.
로라는 메이슨의 왼쪽으로 가서 왼손을 잡았다.
마크는 메이슨 할머니 옆에 서서 잠든 메이슨의 모습을 응시했다.
카메라맨은 뒤쪽에서 이들의 모습을 조용히 담고 있었다.
“메이야! 핼미 왔다.”
할머니가 작은 소리로 메이슨에게 말을 걸었다.
메이슨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어렵게 면회를 왔지만 메이슨이 자는 모습만 보고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메이슨의 손을 하염없이 쓰다듬던 로라가 문득 생각난 듯 우혁에게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
“재채기 인형 목소리로 우리 메이슨에게 얘기 좀 해주실래요? 꿈속에서라도 재채기의 진짜 목소리를 듣게 해주고 싶어요.”
우혁은 로라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메이슨 왼쪽에 앉았다.
메이슨 왼쪽 겨드랑이에 얌전히 누워 있는 재채기를 조심스럽게 일으킨 뒤 손에 끼웠다.
수술실에 들어선 의사처럼 자못 진지했다.
연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 진지함이 우스꽝스러울 수도 있다.
연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배우라면 이 상황이 창피할 것이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 이능을 얻기 전, 우혁은 어린이극을 한 적이 있었다.
창피했다.
연기자로서 함량 미달이었다.
창피함은 자의식에서 비롯된다.
연기자가 창피해야 할 것은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 자체이다.
유치하다고 생각될 때 창피함을 느끼게 된다.
극중 인물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연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법이다.
콘스탄틴 스타니슬라프스키가 이러한 연기 방식으로 유명하여 스타니슬라프스키 연기론이라고도 한다.
메소드 연기는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기론을 미국의 리 스트라스버그가 재정리하여 창안했다.
1947년 뉴욕에 ‘엑터스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메소드 연기 기법으로 많은 배우들을 배출했다.
말론 브란도, 더스틴 호프만 ,제임스 딘, 알 파치노, 폴 뉴먼 등이 바로 그들이다.
자의식을 버려야 한다.
빙의.
배역에 완전 몰입하면 창피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익혀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법이다.
메소드 연기가 안 되는 배우가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
카메라를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배우는 배우로서 성공하기 어렵다.
발성이 부족하고, 똥배가 나오고, 액션이 어색하고, 외모가 좋지 않아도 메소드 연기가 되는 배우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메소드 연기가 비교적 쉽다.
분위기를 만들어 주니까.
하지만 지금 여기 메이슨의 병실은 일상 공간이다.
대본도 없고, NG도 허용되지 않는다.
순발력으로 반응해야 한다.
게다가 토토, 재채기, 가로등지기 1인 3역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관객은 오직 한 사람.
여덟 살 소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존재를 의심할 나이다.
어설픈 연기는 통하지 않는다.
병실 안의 모든 사람들이 재채기를 쳐다보았다.
“에취!”
재채기 인형이 재채기를 했다.
복화술 연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 메이슨에게 토토 인형을 전달해 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받은 뒤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마술사이자 복화술사 토니 슬리디니를 다시 추체험했다.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을 위한 짧은 공연이지만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혁은 재채기 인형의 재채기를 통해 [서울 가로등>의 가로등지기가 되었다.
빙의.
병실에 우혁은 없었다.
재채기 인형의 재채기 소리는 우혁이 복화술로 내는 것이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만큼 정교했다.
재채기 인형이 재채기를 하자마자 메이슨의 눈썹이 움직였다.
아주 작은 소리로 재채기를 했건만.
“에에취!”
재채기 인형이 다시 한 번 재채기를 했다.
메이슨이 눈을 뜨려고 애를 썼다.
메이슨의 할머니가 메이슨에게 말을 걸려고 했으나 마크가 제지했다.
“나 때문에 깼니? 미안!”
재채기가 메이슨에게 사과했다.
메이슨은 아주 조금 뜨고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재채기?”
“응! 나야, 재채기! 난 기분이 좋으면 재채기를 한다는 거 너도 알잖아. 반가운 손님이 왔거든.”
“손님?”
“토토야, 인사해. 얘가 바로 메이야.”
“안녕! 메이! 난 토토. 만나서 반가워. 왈!”
토토가 인사를 했다.
병실의 모든 사람이 이번에는 토토를 바라보았다.
메이슨을 제외하고 모두 어른들이다.
어른들인데 마법에 걸린 것처럼 토토를 살아 있는 생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토토!”
메이슨이 여전히 잠꼬대로 하듯이 반응을 보였다.
“네 편지 잘 받았어.”
“토토! 넌 메이 몸속에 있는 퉤퉤를 쫓아낼 수 있지? 마법 주문을 알고 있잖아.”
“퉤퉤는 고약한 외계인이야. 아주 고약해. 퉤퉤 별명이 뭔지 알아? 킹콩 발바닥이야. 킹콩에게 밟힌 것처럼 못생겼거든.”
“크크크크!”
재채기가 웃었다.
그때 메이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웃는 거였다.
그 모습을 본 어른들도 미소를 지었다.
“퉤퉤는 고약한 심보를 가지고 있지만 겁쟁이야. 주문은 아주 간단해. 메이슨 알려줄 테니까 하루에 열 번씩 100번만 해. 그러면 녀석이 달아날 거야.”
“빨리 알려줘.”
재채기가 보챘다.
“주문을 알려줄 테니까 잘 들어!”
토토가 말했다.
재채기뿐만 아니라 로라와 마크, 메이슨 할머니도 귀를 쫑긋 세웠다.
침대에 누워 있던 메이슨도.
“퉤퉤! 엄마한테 혼나기 전에 얼른 집에 돌아가! 얼른!”
토토가 꾸짖는 목소리로 말했다.
“퉤퉤! 엄마한테 혼나기 전에 얼른 집에 돌아가! 얼른!”
재채기, 로라, 마크, 메이슨 할머니가 동시에 주문을 따라했다.
한 템포 늦었지만 메이슨도 주문을 외웠다.
“토토! ···지 않게 하는 주문 알아?”
메이슨이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작아서 메이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병실의 어른들 모두.
“무슨 주문?”
토토가 메이슨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 할머니가··· 아프지 않게 하는 주문.”
메이슨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어른들이 모두 얼음 동상이라도 된 것처럼 얼어 버렸다.
마크는 숨을 크게 들이쉰 뒤 한동안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로라 또한 아무 말도 못한 채 터져 나오는 울음을 막기 위해 한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메이슨을 응시했다.
메이슨 할머니가 눈물을 왈칵 쏟으며 흐느꼈다.
덩치가 커다란 카메라맨이 아무도 몰래 손을 들어 눈물을 훔쳤다.
우혁도 목이 메었다.
하지만 꾹 참고 토토의 목소리로 복화술을 했다.
“두 가지 주문을 동시에 할 수는 없어. 퉤퉤 먼저 쫓아 보내면 그때 엄마, 아빠, 할머니 아프지 않게 하는 주문을 알려줄게. 알았지?”
토토의 말에 메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내가 가르쳐 준 주문이 뭐였지? 한번 해봐.”
토토가 메이슨에게 요청했다.
모두들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메이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퉤퉤···. 엄마한테 혼나기 전에··· 얼른 집에 돌아가! 얼른!”
“에취! 잘했어, 메이! 에에취!”
재채기가 메이슨을 격려하며 재채기를 했다.
메이슨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까보다 좀 더 선명한 미소를.
“네 오른쪽 겨드랑이 좀 빌려줘. 거기가 편해 보여. 거기서 메이 네가 주문을 하는지 지켜볼 거야. 그래도 되지?”
“응!”
메이슨이 고개까지 끄덕였다.
“졸린다. 이제 그만 자야겠어.”
토토가 말했다.
우혁은 토토를 메이슨의 오른쪽 품에 뉘어 주었다.
“나도 잘래! 아아아암!”
재채기가 입을 한껏 벌리고서 하품을 했다.
그러고는 메이슨 왼쪽 품을 파고 들어갔다.
그렇게 그날 공연은 막을 내렸다.
[ 한 소년을 위한 복화술 공연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