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2)
“축하합니다, 국장님! 아니 사장님!”
문 PD가 이 사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고맙네! 자네 덕분에 사장 됐어.”
“제 덕분에요?”
“문 PD가 [안중근 장군> 15, 16회 편집본을 보이콧한 게 결정타였어. 이사진들이 식겁한 모양이야. 시청률이 40퍼센트에 육박하는데 결방했어 봐. 큰일 나지. 시청자들 항의야 눈 닫고 귀 닫으면 그만이지만, 광고주들 압박은 못 견디거든.”
“그런 거였어요? 말씀 들어보니 제 덕분에 사장님 되신 거 맞네요. 그런데 빈손으로 왔습니까? 소주 한 궤짝이라도 사들고 와야지요.”
“소주 한 궤짝이면 되는 거야? 그 정도 해줘야지. 그거보다 조금 더 큰 걸 줄까 했는데, 소주 한 궤짝을 원하니 원하는 걸 줘야겠지. 허허허!”
“강 배우한테 주세요. 강 배우가 그렇게 하자고 우겨서 했어요.”
“그래? 강 배우 덕분에 사장이 된 셈이로구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
“소주 궤짝 보낼 거면 빨리 보내세요.”
“왜?”
“일주일 뒤에 미국 들어갑니다.”
“아까 통화했어. 축하 전화를 했더구만. 다음 주에 들어간다는 얘기도 들었고. 1년 뒤에 다시 들어온다고 하더군.”
“들어오겠어요?”
“들어오지 안 들어와? SBC하고 계약한 것도 있는데!”
“족쇄 풀어주시죠!”
“풀어주라니?”
“제가 강 배우한테 그랬어요. 할리우드 가면 들어오기 쉽지 않을 거다, 사장한테 족쇄 풀어 달라고 해라.”
“그랬더니?”
“계약대로 이행하겠답니다.”
“암, 그래야지. 강 배우답구만.”
“미국에서 잘되지 않아서 들어오는 거라면 모를까, 잘하고 있는데 이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오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를 한국에 들어와서 뛰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문 PD의 말에 이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 PD 말은, 풀어줘라?”
“할리우드에서도 충분히 통할 겁니다.”
“그거야 알지. 알지만, 내놓기가 아까워서 말이야.”
“아깝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붙들고 있는 건 욕심이죠. 계약 당시에는 강 배우에게 파격적인 대우였지만 지금은 헐값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본인은 얘기하지 않지만 할리우드에서 강 배우 개런티가 100억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SBC는 그 10분의 1도 안 되지 않습니까.”
“돈도 돈이지만 더 큰 물에 놀 수 있는 사람을 묶어 두는 게 문제지.”
“그러니까요.”
***
– 계약 파기합시다.
이 사장이 전화를 걸어와 불쑥 던진 말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우혁이 물었다.
– 일전에 SBC하고 했던 계약 말이야. 그거 없던 걸로 하자고.
“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 그럴 리가 있나. 오히려 그 반대야. 큰물에서 통할 연기란 말이지. 그 계약이 족쇄가 될 것 같아서 안 되겠어.
“그렇지 않습니다.”
– 한 번 맺은 계약 지키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럴 필요 없어.
“사장님! 저는 계약 파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 진심인가?
“예, 사장님!”
계약 파기하고 싶지 않다.
10년에 세 편을 하기로 계약했는데, [안중근 장군>을 했으니 이제 두 편 남았다.
남은 계약 기간은 8년.
그 기간 동안 두 편은 충분히 할 수 있고, 해야 된다.
SBC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할 예정이다.
“계약한 두 작품을 한 뒤에 한국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 들어오긴 뭘 들어와. 거기서 계속 할 수 있다면 계속하는 게 좋지. 만약 잘 안 돼서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타란티노 감독의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와 스톤 감독의 [위대한 시민>가 개봉되면 다른 작품 캐스팅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능하면 그 이후의 작품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하고 싶다.
미국에서 두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미 소속사에 그 뜻을 전달했고, 책이나 캐스팅 의뢰가 들어오면 보내 달라고 했다.
앞으로 인터뷰 등 기회 있을 때마다 그 뜻을 밝힐 것이다.
“두 작품이 성공한다 해도 한국으로 들어올 겁니다, 사장님!”
– 할리우드 진출한 김에 뿌리를 내리는 게 좋지 않겠어?
“제 뿌리는 여기입니다. 옮길 생각 전혀 없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정착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미국 시민권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고.
한국 영화와 드라마 현실이 아무리 열악하다 해도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고, 이곳에서 마지막 연기를 하고 싶다.
할리우드는 목적지가 연기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에 불과하다.
경유지에 정착하는 수도 있겠지만 우혁은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다.
–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 그럼 내가 꺼낸 말을 없던 걸로 해주게. 고맙구먼!
“[안중근 장군>처럼 좋은 작품 있으면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함세. [홍길동전>이나 [안중근 장군> 같은 작품이 나타나면 이메일로 보낼 테니, 부담 가지지 말고 검토해 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 백동수도 미국에 함께 간다지?
“예!”
– 백동수, 영어가 되나?
“곧잘 합니다.”
– 그래? 백동수 그 친구, 신통방통하구먼. 허허허!
백곰은 난독증이 있어서 문자 해독 능력을 떨어지지만 대신 귀로 들은 것은 보통사람보다 훨씬 빨리 이해하고 오랫동안 기억했다.
기억력이 비상해서 외국 영화를 본 뒤에 대사들을 읊조렸다.
우혁은 타란티노 감독 영화 출연 계약을 맺자마자 백곰에게 영어 회화 공부를 하라고 권했다.
그러자 백곰은 죽을상을 지었다.
“영어라고는 알파벳밖에 몰라. 영어는 정말 자신 없어.”
“독해는 하지 말고, 회화만 하면 돼. 일단 해보고 정 자신 없으면 할 수 없고.”
“갑자기 영어 회화는 왜?”
“미국에 같이 가야지. 6개월 뒤에 미국 갈 거야.”
“6개월 뒤에? 그때까지 한 마디도 못할 것 같은데···.”
그랬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백곰은 기초적인 회화가 가능했다.
백곰에게 원어민 개인 교사를 구해 주었는데 개인 교사의 말에 의하면 회화 습득 능력은 보통보다 조금 좋은 정도라고 했다.
“말하기 능력은 평범한데 듣기 능력은 엄청납니다. 영화, 뉴스, 강연을 알아들을 수 있어요. 정말 놀라워요.”
개인 교사가 말했다.
백곰은 외국 영화를 보면서 듣기 훈련이 되어 있었다.
알아듣기는 하지만 표현을 하는 데 익숙하지 못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였다. 듣기 능력은 뛰어났지만 말하기 능력은 어눌한 편이었다.
“읽기와 쓰기 능력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아요. 거의 문맹 수준이에요. 미국 생활을 하려면 기초적인 단어는 읽을 수 있어야 할 텐데···.”
개인 교사가 염려했다.
우혁도 그것이 염려스러웠으나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백곰은 한글 해독에도 애를 먹었다.
그 때문에 바보 취급을 받았고.
문자 해독 능력은 보통 사람보다 떨어지지만 대신 몇 가지 능력은 보통 사람을 능가한다. 공평하게도!
무엇보다도 백곰은 착하다.
그것은 백곰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백곰을 데리고 가는 것에 반대했다.
백곰 스스로도.
“나는 그냥 한국에 있을게.”
미국에 함께 가자고 했을 때 며칠 고민하던 백곰이 우혁에게 말했다.
“왜?”
“형한테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아서. 도움은커녕 방해만 될 거야.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운전밖에 못해 줄 텐데, 처음에는 길이 낯설어서 그마저도 잘 못할 거야.”
“걱정할 거 없어. 내비게이션 따라가면 돼. 운전기사를 고용해도 되고.”
“운전조차 못하면 내가 뭘 해?”
“동수 네가 할 일 많을 테니까 걱정 마.”
“···.”
“날 따라가고 싶기는 하고?”
“그럼! 따라가고 싶지. 형하고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 알잖아. 형 없으면 사람 구실 못하는 거. 형하고 떨어지기 싫지만, 형한테 방해가 되는 건 더 싫어.”
“동수야! 그게 가족이야. 미국에 가면 민서가 날 도와줄 수 있을까? 운전을 해주겠어, 밥을 해주겠어. 하지만 민서를 두고 갈 수 없어. 민서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니까. 너도 마찬가지야. 낯선 촬영장에서 한국말로 대화할 사람이 필요해. 동수 너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 마음이 편해야 연기를 잘할 수 있지 않겠어.”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백곰은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우혁은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백곰을 만난 게 행운이다.
가끔은 돌발 행동으로 우혁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일이 발생할 때, 능력 없는 매니저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이 많다는 말이 우혁의 귀에 들려올 때도 있다.
그 사람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고 하는 거다.
진심으로 자기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곁에 둔다는 것만큼 큰 힘이 되는 것은 없다.
직업이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담당 연예인 앞에서는 굽실거리며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굴면서 뒤로 돌아서면 험담을 하고 욕을 하는 매니저도 보았다.
심지어 담당 연예인의 약점을 발설하거나 악플을 달기도 한다.
백곰은 직업인으로서 매니저가 아니라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한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사람이다.
자기를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매니저를 얻은 배우는 행운아다.
우혁은 그런 점에서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내가 쓸모가 있기는 있구나. 헤헤!”
백곰이 환하게 웃었다.
우혁은 그런 백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쓸모가 있는 게 아니라, 넌 나한테 없어선 안 될 존재야.”
우혁의 말에 백곰이 눈물을 글썽였다.
“형은 참 좋은 사람이야!”
***
미국에 짐을 푼 지 일주일이 지났다.
어머니, 아버지는 양평집에 남았다.
아내와 우혁, 백곰, 그리고 장인 장모가 설득했지만 두 분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두 분은 한국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민서 보고 싶지 않으시겠어요?”
아내가 두 분의 가장 큰 약점을 건드릴 때마다 두 분은 눈물을 글썽이며 마구 흔들렸지만 끝내 고집을 꺾지는 않았다.
“참아야지! 보고 싶어도 참아야지! 사돈어른, 사부인은 민서가 안 보고 싶겠니? 참고 계시잖니! 미국에 있는 동안 사돈어른, 사부인께 민서 많이 보여 드려라. 우리는 여기서 너희들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사돈어른, 사부인은 어멈을 30년이나 기다렸다. 기껏 1년을 못 기다리겠니!”
결국 두 분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미국에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쁜 소식들이 쏟아졌다.
[안중근 장군> 최종회가 방송되었다.시청률 40%에 육박했다.
평균 시청률 32.6%.
문 PD가 개런티의 50%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는 시청률이었다.
소피아가 방송국에 제출한 ‘메이슨의 투병일기’ 기획안이 통과되어 방송 결정이 났다.
한 가지는 놀라운 사실은 미국에서 우혁의 인기가 한국 못지않다는 점이었다.
미국에서 자신의 인기가 이렇게 좋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기무라 자오 사건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훨씬 파장이 컸다.
인터넷 뉴스뿐만 아니라, 연예인 소식을 전하는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에까지 보도될 정도였다.
우혁이 소매치기를 제압하던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우혁에 대한 오해들이 씻겨 나갔다.
그러나 말끔하게 씻겨 나가지는 않았다.
미심쩍은 부분들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CCTV 원본은 어디로 간 거야? 누가, 왜, 편집본을 올렸을까?
-설마 자작극?!
┖그럴지도…
┖에이 설마!
┖설마가 사람 잡을 수도 있으니 뭐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면서요? 한국에서는 강우혁이 유명하지만 미국에서는 지명도가 높지 않으니까 소속사에서 농간을 부렸을 수도 있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기무라 자오가 CCTV 원본을 공개하고, 경찰에 자수를 하면서 그러한 의혹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소피아가 만든 목격자 인터뷰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공개되자 우혁에 대한 오해와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었다.
그 인터뷰에는 소매치기를 당했던 백인 여성의 인터뷰, 영화관 경비 직원, 경찰관 등의 증언이 담겨 있었다.
동영상 제작자가 디즈니-ABC사의 PD라는 점이 인터뷰의 신뢰를 높여 언론에서도 자료로 활용할 정도였다.
의혹 해소와 더불어 우혁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 내일 영화사에 와보면 알 거예요. 당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을 거예요. 하하하!
오늘 아침 타란티노 감독이 전화를 걸어와 하는 말이었다.
내일 제작사에 방문하기로 했다.
이제 본격적인 할리우드 배우의 생활이 시작된다.
느낌이 나쁘지 않다.
[ 할리우드 배우 생활의 시작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