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4)
애프터 파티에 참석하길 잘했다.
즐거운 파티였다.
얻은 것도 많고.
[플럼범 바이러스>에 카메오로 출연하겠다는 배우를 많이 만났다.얘기를 나누다보면 차기작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우혁이 유도한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차기작은 제가 프로듀서로 진행하는 영화입니다. 물론 출연도 하구요. 제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해 주시겠습니까?”
우혁은 무심한 듯 툭 던졌다.
반 농담으로.
지나가는 말로.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영화 내용과 줄거리조차 말하지 않았건만.
“출연할게요.”
“저두요.”
“개런티 안 받아도 좋아요.”
“당신이 출연하는 영화라면야···.”
물론 인사치레, 또는 건성으로 대답한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혁이 지나가는 말로 던졌듯이.
개중에는 눈빛이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도 몇 있었다.
우혁은 그들의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를 받아두었다.
그들 중 서너 명만이라도 되면 좋겠는데···.
한두 명이라도···.
줄리엣 비노쉬는 일정만 맞으면 하겠다고 했다.
레오와 윌, 타란티노 감독, 제니, 줄리엣, 그리고 애프터 파티에서 만난 배우들 중 한두 명이 카메오로 출연한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카메오 출연자가 많다고 해서 영화에 흥행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영화 자체가 좋아야 한다.
그러나 카메오가 많아서 나쁠 건 없다.
그 카메오가 세계적인 스타들이라면 더더욱.
박 감독과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카메오를 활용할 방법을 준비해 두었다.
그들 모두에게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역할이 주어질 것이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대스타들은 카메오 또는 우정 출연이 우혁으로서는 부담이 없다.
조연 이상은 개런티를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까.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멜라니의 반응이었다.
영화 내용을 한 문장으로 얘기했을 뿐인데,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당신의 아내 역이란 말이죠? 꼭 하고 싶네요.”
파티가 무르익었을 무렵, 우혁이 여배우들과 춤을 추고 물러났을 때, 멜라니가 옆으로 다가와서 진지하게 재차 확인했다.
“그 영화 말이에요, 진짜 하고 싶어요. 농담 아니에요.”
“한국에서 촬영할 텐데, 괜찮겠어요?”
“그건 상관없어요. 한국어로 해야 되는 건 아니죠?”
“당신은 불어로 하면 됩니다.”
“그럼 됐어요. 시나리오 보고 싶네요.”
“빠른 시일 안에 보내드리겠습니다.”
“대신!”
“?”
“제가 영화를 만든다는 건 알고 계시죠?”
“예.”
“제 영화에 출연해 주세요.”
기브 앤 테이크!
세상 이치다.
우혁에게 영화 출연을 부탁하는 것이 멜라니가 애프터 파티에 참석한 목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럽시다.”
우혁은 영화 내용이나 줄거리도 묻지 않고 대답했다.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을 남기고 우혁은 슬그머니 파티장을 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백곰은 레오의 매니저 오스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밤 10시였다.
미국 LA는 오후 2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파티에 다녀왔어.”
– 거긴 지금 몇 시야?
“밤 10시.”
– 초저녁이네.
“밤 10시라니까.”
– 그러니까 초저녁이지. 그 시간이면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간이잖아.
“파티, 많이 다녀보셨나 봐요?”
– 얘긴 많이 들었지요. 파티, 어땠어?
“파티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아. 안 맞아. 머리가 지끈거려.”
– 촬영장은 파티장보다 번잡할 때도 많지 않아?
“촬영장의 번잡함은 기분이 좋을 정도인데, 파티장은 그 정도를 넘어서. 정신 사나워.”
– 불쌍해라. 다른 사람들은 파티를 즐겼을 텐데···.
“내가 너무 엄살을 부렸나? 불쌍할 정도는 아닌데 말이야. 그럭저럭 재미있었어.”
– 내가 오빠를 아는데 뭘. 힘들었을 텐데 좀 쉬어.
“파티에 애인이나 부부동반으로 온 사람도 있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을 데리고 오는 건데···.”
– 사양할래요. 파티는 내 취향이 아니에요. 시끄러운 음악도 좋아하지 않고. 춤추는 건··· 생각만 해도 창피해. 참, 당신 오늘 춤췄어?
“응!”
– 사람들이 멋있다고 그러지?
“글쎄! 잘 모르겠네.”
– 오빠는 춤을 어쩜 그렇게 잘 출 수가 있어. [알람> 첫 공연 때, 당신 춤추는 거 보고, 기절할 뻔했다니까!
“누구나 연습하면 할 수 있어.”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물론 추체험으로 전이받은 능력 덕분이긴 하지만, 부단히 연습하지 않았다면 실력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연기도 마찬가지.
연기는 연습량과 비례한다.
외모는 타고나지만, 연기는 아니다.
자신감의 부족?
그 자신감도 연습을 거듭하면 숙달되고, 숙달되면 자신감이 생겨난다.
– 오빠!!
갑자기 아내가 놀란 표정으로 우혁을 불렀다.
“왜 그래?”
– 민서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어!
아내가 민서의 모습을 비춰 주었다.
민서가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다!
누군가가 손으로 잡아주면 몇 걸음 걷는 모습을 본 적은 있지만, 혼자서 걷는 장면은 처음 본다.
세상의 그 어떤 감동적인 영화나 드라마보다 감격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다.
민서가 스스로 걷는다.
민서 옆에 토토의 모습이 보인다.
항상 네 발로 걷던 민서가 일어서서 걷고 있으니 토토가 놀란 모양이다.
아니면 위태롭게 걷는 민서가 걱정스러운 건가?
털썩!
민서가 주저앉고 만다.
토토가 걱정스러운 듯 민서 주위를 맴돈다.
다시는 그런 짓하지 말라는 듯이.
“민서야?”
– 아빠!
민서가 또렷한 발음으로 ‘아빠’라고 했다.
사랑스러운 민서!
“그래, 아빠야! 우리 민서, 혼자서도 잘 걷네! 세계 일주도 거뜬하겠는걸!”
호호호!
아내의 웃음소리가 화면 밖에서 들려온다.
민서가 어딘가로 기어간다.
네 발로.
두 발로 걷는 모습을 한 번만 더 보여 주면 좋으련만···.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삐뚤빼뚤 기어가는 모습도 사랑스럽기는 하다만···.
– 봤어? 우리 민서 혼자서도 잘 걷지?
“그러게.”
– 민서가 아빠한테 걷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봐. 혼자 걷는 건, 나도 오늘 처음 봐.
“탯줄을 잘라 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걷다니!”
– 그러게 말이야. 민서 크는 거 보면 놀라워.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 시상식은 언제야?
“사흘 뒤.”
– 생방송으로 꼭 볼게.
미국에서도 칸 영화제 시상식을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낮 시간에 방송될 것이다.
– 내 정신 좀 봐라. 피곤한 사람 붙들고 왜 이러니. 피곤할 텐데 쉬어. 전화 끊을게. 잘 자!
아내가 손을 흔들어 보인 뒤 전화를 끊었다.
아쉽다.
허전하고.
쓸쓸하다.
민서를 한 번 안아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허전함이 일시에 사라질 텐데···.
아내를 한 번 안아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쓸쓸함이 일시에 날아가 버릴 텐데···.
***
시상식 당일.
우혁은 타란티노 감독, 레오, 윌과 리무진을 타고 시상식장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격벽이 있고, 긴 프레임과 긴 차축의 최고급 리무진.
값비싼 오디오와 텔레비전, 냉장고 등의 편의 시설에 와인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사에서 특별히 준비했다고 한다.
네 사람 모두 자못 느긋한 표정이었으나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르르르르···.”
윌이 혀를 풀었고.
“아! 아? 아! 예! 예! 흠! 에헴! 컴!”
레오는 침을 발라 머리를 넘기며 특유의 발성 연습을 했고.
타란티노 감독은 목을 조이는 나비넥타이가 불편한지 목을 길게 빼고서 나비넥타이를 만지작거렸다.
우혁은?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객실에서 나오기 전에 휴대전화에 저장된 가족들의 사진을 보았다.
아내와 민서, 토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늙은 소.
가족사진을 보고 나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차분하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폐막식과 시상식이 열린다.
이날은 칸 영화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고, 전 세계인들이 이목이 집중된다.
뤼미에르 대극장의 계단에 드리워진 레드카펫을 칸 영화제의 상징이다.
레드카펫 참석자들은 칸 영화제 전통에 따라 남성은 턱시도에 검정 나비넥타이와 검정 구두를, 여성은 하이힐과 이브닝드레스 착용해야 한다.
심지어 기자들까지도.
여성 참석자 중에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장이 거절되는 일도 있었고, 이에 항의한 여배우가 하이힐을 신지 않고 맨발로 레드카펫을 올라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칸 영화제의 복장 규칙에 불만을 가진 영화인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전통을 인정하고 주최 측의 요청을 따랐다.
드디어 레드카펫 앞에 도착했다.
“가위바위보로 나가는 순서 정합시다.”
타란티노 감독이 말했다.
가위바위보 게임은 백곰이 가르쳐 준 것이다.
서양인들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주로 동전 던지기를 했다.
세 사람 이상이 되면 동전 던지기보다 가위바위보가 훨씬 용이했다.
네 사람 모두 동의한다는 의미로 한 손을 치켜들었다.
“록, 페이퍼, 씨저!”
타란티노 감독의 ‘씨저!’과 함께 네 명 모두 동시에 치켜들었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타란티노 감독 혼자 씨저(가위).
나머지 세 명은 모두 록(주먹).
“젠장!”
타란티노 감독이 턱을 잔뜩 내밀고서 자신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이번에는 레오가 ‘록, 페이퍼, 씨저!’를 외쳤다.
“이런!”
윌이었다.
윌 혼자 페이퍼(보)를 냈고, 레오와 우혁은 씨저를 냈던 것이다.
레오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엇갈리게 깍지를 낀 채 손을 한 바퀴 돌린 뒤 손을 눈에 갖다 댔다.
어릴 때 가위바위보를 할 때면 했던 동작이었다.
백곰에게 배운 모양이다.
레오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록, 페이퍼, 씨저!”
레오가 외쳤다.
레오 패.
“올레!”
게임에는 졌지만, 레오가 환호성을 질렀다.
“마지막에 내리기 싫었거든.”
레오가 좋아라 하며 우혁에게 말했다.
타란티노 감독이 리무진에서 내렸다.
이어서 윌.
그 다음에 레오.
마지막으로 우혁이 밖으로 나갔다.
기자들과 행사 요원들, 경호원 등이 운집해 있었다.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해 주고, 레드카펫을 올라갔다.
레오와 윌은 대스타였음에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타란티노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우혁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하고 담담했다.
추체험을 하며 수많은 경험과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일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무리 극도로 고통스러운 상황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아무리 행복한 환희의 순간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추체험 이능을 얻은 뒤로 우혁은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그가 흥분하거나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순간은 연기를 할 때였다.
추체험을 하며 겪었던 감정들을 끌어올린다.
평상시에는 담담한 기쁨과 평화로운 평상심을 유지했다.
“강우혁 씨! 지금 기분 어떠세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 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리가 있어서 대답을 하려면 기자처럼 소리를 질러야 했다.
우혁은 대답 대신 손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소감은 눈빛으로 대답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
2,100석이나 되는 뤼미에르 대극장의 객석은 전 세계 배우들과 영화관계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무대 위에는 칸 영화제의 심볼인 종려나무 잎사귀 모양의 설치물이 보였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시상 부분은 비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경쟁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경쟁 부문에는 각본상, 감독상, 남우 주연상, 여우 주연상, 심사위원 대상, ‘황금종려상’ 등이 수여된다.
수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레오와 윌은 리무진에서 내릴 때와 달리 느긋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긴장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물을 마셨다.
반면 우혁은 전혀 긴장한 표정이 아니었다.
레오가 우혁에게 속삭였다.
“강! 안 떨려요?”
“전혀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기대하지 않으니까요.”
“상을 탈 수도 있어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
절대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마라.
우혁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타란티노 감독의 말이 들어맞았다.
비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이어 경쟁 부문 시상이 시작되었고, 각본상과 감독상이 발표되었다.
감독상 발표 때,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 관계자들은 모두 타란티노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다른 감독의 이름이 발표되었다.
타란티노 감독은 안도와 아쉬움의 한숨을 토해 내며 수상 감독에게 축하 박수를 쳤다.
우혁은 타란티노 감독의 손등을 두드려주며 귓속말을 했다.
“황금종려상이 남았어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요.”
“네버 세이 네버!(Never say never!)”
타란티노 감독이 물을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남우 주연상 발표 순서였다.
지난해 남우 주연상 수상자가 시상자로 나왔다.
후보들이 출연한 영화의 편집 장면이 차례로 소개되었다.
그리고.
시상자는 뜸도 들이지 않고 불쑥 수상자를 발표했다.
그때 우혁은 레오의 제안으로 타란티노 감독, 윌과 내기를 하고 있었다.
누가 남우 주연상을 수상할 것인지를 두고.
우혁을 제외하고 세 사람은 우혁을 선택했고, 우혁은 다른 배우를 선택했다.
1달러와 딱밤 내기.
3달러를 벌었다고 생각했다.
딱밤을 때릴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났다.
“강, 우, 혁!”
타란티노 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만세를 외쳤다.
레오는 우혁의 멱살을 잡고서 흔들었고, 윌은 우혁에게 딱밤 때리는 연습을 해보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