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0)
백곰 오빠가 미국 여자들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하나같이 예쁜 여자들이 백곰 오빠에게 하트를 날렸다.
그중에는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로렌스도 있었다.
제니퍼는 백곰 오빠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다가와 포옹을 하고 팔짱을 꼈다.
‘나도 못한 포옹을 하다니!’
제니퍼 로렌스, 가까이에서 보니까, 징그럽게 크기만 하다.
다 좋은데, 왜 백곰 오빠한테 눈웃음을 살랑살랑 치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팔짱 좀 끼지 말지···.
미국, 마음에 안 든다.
아니, 마음에 든다.
백곰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까.
우혁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백곰 오빠의 인기도 놀랍지만, 우혁 오빠의 인기는 한국에 버금간다.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모두 알아본다.
인기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유명 배우들도 우혁 오빠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오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게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우혁 오빠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고 소개해 주었다.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할리우드 스타를 직접 만나다니!
믿기지 않는다.
미국.
오기 전에는 막연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자유롭고 활기차다.
사람들도 좋고.
무엇보다 백곰 오빠와 우혁 오빠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내일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는 날.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는 남성 의상은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보우 타이 차림의 전통적인 턱시도 차림이다.
우혁 오빠는 한국의 선비 복장을 준비했다.
연한 청자색 비단 두루마기에 검은색 갓을 쓴다.
갓은 평범하지만 갓끈은 구근복 전립의 갓끈을 응용해 하늘색과 흰색 알 주렴으로 만들어 마치 목걸이처럼 포인트를 주었다.
프러시안블루의 가느다란 끈으로 두루마기 허리를 묶어 눈길을 끌고, 흰 구름처럼 하얀 흰색 비단 목도리를 목에 둘러 추위도 예방하고 멋도 살렸다.
진갈색 개량 한복 바지에 검정색 플레인토 구두와 군청색 양말을 신게 된다.
워낙 튀는 복장이라 한국에서 우혁 오빠의 의사를 물어보았고, 옷이 나온 뒤 입어 보기도 했다.
다행히 우혁 오빠는 거부감이 없었다.
“너무 튀는 건 아닐까요?”
걱정하자,
“배우가 튀는 걸 무서워해서야 되겠습니까. 경망하게 튄다면 모를까 이렇게 기품 있게 튀는 건 감수할 용의가 있어요. 색깔도 차분하고, 옷매무새도 잘 나왔네요.”
우혁 오빠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데이빗의 한복도 준비하려고 했으나, 데이빗은 평범하게 턱시도를 입겠다고 했다.
베를린 영화제 포토존에서 찍은 우혁 오빠와 데이빗의 의상은 무난하다는 평을 받았다.
베를린 영화제 시상식에서는 무난해도 되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우혁 오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면 좋겠다.
지난 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전통적인 턱시도 차림으로 참석했다.
디카프리오가 남우주연상을, 타란티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우혁 오빠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다.
아카데미에서는 상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신인상이라면 모를까, 남우주연상은···.
그런데 아카데미에는 신인상이 아예 없다.
실망하기엔 이르다.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
아카데미 시상식 당일.
우혁은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한 뒤 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오전 시간을 보냈다.
시상식은 로스앤젤리스 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해 약 3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장소는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시상식 참석 준비를 했다.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차려입었다.
“우리 사위, 정말 멋있다!”
한복을 입은 우혁을 보고 장모님이 감탄했다.
한복은 잘못 입으면 촌스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우혁이 입은 한복은 매우 멋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우혁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여성 한복이 화려하고 예쁜 건 아는데, 남성 한복이 이렇게 멋있을 줄은 몰랐구먼.”
장인어른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은은한 청자색 두루마기는 자연광과 인공조명에서 느낌이 달랐다.
자연광에서는 자연과 더없이 잘 어울렸고, 인공조명 아래에서는 보석처럼 신비한 빛을 발산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 세계의 수많은 나라에서 동시 생중계된다.
한국에서는 오전 10시 30분경 시청할 수 있다.
오후 1시쯤에 아내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6시 30분이었다.
“한국은 아직 새벽일 텐데 왜 이렇게 일찍 전화를 했어?”
– 눈이 떠졌어. 눈 뜨자마자 전화하는 거야. 지금 전화하지 않으면 바쁘게 준비하는 사람 방해할 것 같아서.
하긴 그랬다.
– 혹시 바쁜데 전화한 거 아니야? 바쁘면 끊을게.
“아니야! 안 바뻐! 아무리 바빠도 당신하고 통화할 여유는 있어.”
– 오늘 한복 입고 나가겠네?
“그래야지.”
– 거기서도 입어 봤어? 사람들이 뭐래? 멋있다고 그러지?
“장인, 장모님께서 감탄을 하시더라.”
– 한복 입고 시상식장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깜짝 놀랄 거야. 오빠가 제일 멋있을 것 같아.
“세계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이 모이는 시상식이야. 나는 명함도 못 내밀어.”
– 아니야! 오빠가 제일 멋있을 거야.
“민서 엄마는 눈에 콩깍지가 끼었으니까 그렇지.”
– 그런가? 난 오빠가 제일 멋있더라. 여러 사람이 찍은 사진에서도 오빠만 보여. 빛이 나는 것 같다니까.
누가 들으면 몸을 뒤틀 만큼 오글거릴 테지만, 우혁은 기분이 좋다.
고맙기도 하고.
결혼한 지 5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콩깍지를 벗지 않은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다.
하긴 우혁도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제일 사랑스러웠다.
예쁜 여자를 보면 저절로 눈이 돌아가고, 잠시 감탄하기도 하지만, 아내를 떠올리는 순간, 그 여자는 오징어로 변하는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마법인가?
아니면 저주?
콩깍지에 씌어서, 콩깍지가 아직 벗겨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콩깍지, 벗을 생각 없다.
벗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 시상식 잘 볼게.
“내가 상 받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마. 가능성 제로에 가까우니까.”
– 왜?
“레오는 다섯 번 만에 상을 받았거든. 나는 이제 처음 후보에 올랐고.”
– 레오 씨보다 오빠가 연기를 더 잘하니까 그렇게 비교하면 안 되지.
연기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우혁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인데다가, 하필 동양인이고, 할리우드 연기 경력이 일천하다.
레오가 다섯 번 만에 수상했다면, 우혁은 열 번은 넘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미국 영화계이고, 할리우드의 생리다.
높디높은 벽!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동양인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카데미 측에서는 1956년 [왕과 나>에 출연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율 브리너를 동양인이라고 주장한다.
율 브리너의 할머니가 몽골계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 명의 동양인 수상자는 [간디>에 출연했던 벤 킹즐 리.
그는 아버지는 인도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국적은 미국.
미국 시민이었고, 백인의 피가 섞여 있었다.
순수한 동양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중에 동양인의 피가 섞여 있는 이를 샅샅이 뒤져보아도 두 명밖에 되지 않는 게 아카데미의 현실이었다.
우혁은 그 벽은 허물어뜨리고 싶다.
그렇다고 그것을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벽을 허물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벽을 허물지 못한다고 해서 연기 인생이 실패로 평가되는 건 아닐 테니까.
기형적이고 비정상적인 일면을 유지하고 있는 아카데미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고, 이 상황을 오래 유지할수록 불명예가 될 것이다.
그것은 아카데미의 과제이지 우혁의 과제는 아니다.
도전 목표는 될지언정.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니까, 마음을 비우고 있어.”
– 그럴게. 상은 못 받더라도, 오빠 얼굴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눈에 띄는 의상을 입었으니까 카메라가 잡아주지 않을까? 그건 기대해도 좋을 것 같은데. 하하하!”
– 유미 씨 정말 감각이 뛰어난 스타일리스트 같아.
“차분하게 절제된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과감할 때는 과감하지. 아주 좋은 스타일리스트야.”
– 그런데··· 이 말 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유미 씨가···.
백곰을 좋아한다고?
– 아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시상식 잘 다녀와.
“민서는?”
– 아직 자고 있어. 자는 모습이라도 보여 줄까.
“그래!”
아내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뒤, 잠든 민서의 모습이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났다.
천사가 따로 없다!
딸의 잠든 모습을 보는 순간, 무장 해제!
아카데미 벽이 무슨 대수랴.
민서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면 된다.
그러면 된다.
우혁은 속으로 되뇌었다.
유명한 배우보다는 좋은 배우가 되자.
***
골든글러브는 토론토 영화제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불린다.
특히 아카데미보다 한 달 반 정도 먼저 시상식을 하는 골든글러브는 아카데미와 수상 부문도 비슷해서 아카데미를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잣대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영화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레오의 남우주연상, 타란티노 감독의 감독상 또는 작품상을 예상했다.
오직 한 사람, ‘할리우드 리포터’의 제인 필드만 빼고.
[영어를 사용하는 화이트들의 잔치, 오스카가 나는 창피하다]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잡지 ‘할리우드 리포터’ 최근호에 실린 제인 필드의 기사 제목이다.
제인답게 다분히 도발적이었다.
아카데미상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전체에 대한 비판이 드러나 있었고, 내용 또한 그러했다.
물고.
뜯고.
씹었다.
할리우드와 아카데미에 대해.
그러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순종 화이트(백인)가 올해는 몇 명이나 무대 위를 설치고 다닐지 궁금하다며 비꼬았다.
‘오스카여! 인종을 떠나서, 연기만 보고 판단하자. 제발! 만약 그렇게 한다면, 올해의 남우주연상은 당연히, 마땅히, 세 살짜리 아이도 판단할 수 있듯이, ‘옐로우’, ‘옐로우’가 받아야 한다. 만약 ‘옐로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한다면, 오스카여! 나는 그대가 한없이 부끄러울 것이네! 오스카여! 오스카여!’
동양인을 비하하는 단어, ‘옐로우’는 중의적이다.
동양인 배우.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에 ‘옐로우’로 등장했던 강우혁.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였으나 누가 봐도 ‘옐로우’는 강우혁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다섯 명 중 동양인 배우는 강우혁이 유일했으니까.
***
한복을 입은 우혁이 할리우드 돌비 극장 레드벨벳 앞 차량에서 내리자 모두들 감탄을 쏟아냈다.
“와우! 멋있어!”
“환상적이야!”
“시선 블랙홀이군!”
우혁은 포토존에서 충분히 포즈를 취해 주었다.
우혁의 모습을 발견한 레오, 윌, 타란티노 감독이 감탄했다.
“이게 누구야? 우혁 맞아?!”
“끝내준다!”
“멋쟁이!”
한국의 의상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을 감탄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스럽고 뿌듯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소기의 성과는 거둔 셈이랄까.
이제는 느긋하게 시상식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서쪽 하늘의 저녁노을이 아름답다.
[ 오스카여! 오스카여!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