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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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 결과와 반응
[서울 가로등> 주 무대이자 촬영장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외곽의 어느 변두리 동네였다.지대가 높아 야경이 아름답다.
공터에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은행나무 몸통 2미터 높이에 가로등 하나가 매달려 있다.
외눈의 가로등은 자신의 발아래를 내려다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 듯하다.
은행나무 옆에는 낡은 나무 벤치가 하나 놓여 있다.
은행나무 맞은편이자 공터 건너편에는 3층짜리 다세대 주택 한 동이 서 있는데, 그곳이 바로 건물주 박달재 씨의 건물이다.
박달재 씨는 치매에 걸린 노모 ‘남원댁’과 상처한 뒤 얻은 두 번째 아내 장미, 그리고 장미의 딸, 은비와 함께 1층에 산다.
2층에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해 군복무 후 외제차 자동차 딜러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외아들 민준이 거주한다.
3층에는 평범한 회사원 아빠와 가정주부인 엄마, 고2 남동생과 함께 사는 서정의 가족이, 옥탑방에는 옥자와 옥자의 부모가 세 들어 살고 있다.
새벽.
동네 너머로 여명이 밝아온다.
아침 참새 소리가 노란 금싸라기처럼 흩날리는데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타박타박타박!
은행나무 아래에서 발걸음이 멈춘다.
마술사들이 무대 공연을 할 때 입는 연미복 차림의 한 남자가 서 있다.
남자는 언제부터가 이 마을에 나타나 가로등을 밝히거나 끄고, 벤치에 앉아 있다가 홀연히 사라지곤 한다.
가로등지기.
거주지가 어디인지,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가로등지기가 가로등을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소리를 낸다.
딱!
그러자 가로등 불빛이 꺼진다.
“불을 끄면 어떡해요. 아직 해가 안 떴잖아요, 아저씨!”
가로등지기의 품에서 재채기 인형이 튀어 나와 쫑알거린다.
가로등지기가 주위를 살핀다.
재채기 말마따나 어둡다.
딱!
손가락으로 소리를 내자 다시 가로등이 환하게 밝아진다.
“고마워요, 아저씨. 아함!”
재채기가 하품을 하며 가로등지기의 품속으로 사라진다.
그때 다세대 주택 대문이 열리고.
건물주 박달재의 모친 욕쟁이할멈이 밖으로 나온다.
허리를 ‘ㄱ’ 자로 굽은 욕쟁이할멈이 지팡이를 짚고서 은행나무 쪽으로 걸어온다.
느릿느릿!
가로등지기가 은행나무 위를 올려다본다.
은행나무를 향해 걸어가는 욕쟁이할멈.
가로등지기는 어느새 은행나무 위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서울 경치를 감상하는 중이다.
욕쟁이할멈이 은행나무 아래 도착한다.
가로등지기가 검지로 양쪽 귀를 가볍게 만진다.
그러자 좀 전까지 들리던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마술로 소리를 차단한 것이다.
욕쟁이할멈이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동네를 향해 돌아선다.
그러고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에라이, 빌어먹을 인간아아아아!”
온 동네가 쩌렁쩌렁 울린다.
가로등이 할멈의 고함 소리에 놀랐는지 깜빡거린다.
곧이어 박달재와 달재 처 장미가 자고 있는 침실 창문이 화들짝 밝아진다.
창문 밖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할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못 살아. 저 노인네 때문에 내가 못 살아.”
장미가 코를 골며 잠든 남편 박달재를 흘겨보다가 남편의 팔뚝을 꼬집어 비튼다.
“으허억!”
박달재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도끼눈을 뜨고서 자기를 째려보는 장미를 보고 깜짝 놀란다.
“간 떨어질 뻔했잖어. 왜 그랴, 아침부터!”
“저 소리 안 들려요?”
창문 밖에서 노모의 고함소리를 들려온다.
“어떤 잡것이 삼신할매 발치에다가 오줌을 깔렸냐아아아! 당장 나오너라아아!”
달재, 민망하고 짜증난다.
“그러고 있지 말고 어서 모시고 들어와요. 동네 창피해 죽겠어.”
달재는 별 수 없이 몸을 일으킨다. 구시렁거리며.
한편, 3층의 서정이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난다.
창문 밖으로 욕쟁이할멈의 소리가 들려오자 빙그레 웃는다.
“할머니 덕분에 알람이 필요 없다니까.”
서정의 방 바로 아랫방에 잠들어 있던 민준도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고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옥탑방 옥자네도 분주하긴 마찬가지.
공터에서는 달재가 노모와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다.
“아침마다 왜 이러세요. 노망이 들어도 정도껏 들어야지, 내일모레 아흔인데 새색시 시절로 돌아가면 어쩐다요. 어서 들어가세요.”
“놔라 이눔아.”
“저놈의 은행나무가 화근이여. 톱으로다가 싹뚝 잘라버리든지 해야지 원.”
“잘러? 이눔의 영감탱이가 천벌을 받을라고 환장을 혔네. 삼신할매를 자른다고? 차라리 날 죽여라 이눔아.”
“안 자를게. 안 자를 테니까 들어가세요. 제발!”
딱!
“아야!”
달재가 뒷머리에 통증을 느끼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다.
“이상허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서면.
딱!
“아얏!”
뒤돌아보면 역시 아무것도 없다.
저 멀리 은행나무 위에 가로등지기가 시침을 뚝 떼고 있다.
“크크크!”
재채기가 가로등지기의 품에서 고개를 내밀고서 키득키득 웃는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어여 이 동네를 떠야지, 정내미가 떨어져서 못 살겄어. 망할 놈의 동네, 귀신이 붙었다니까. 참새 새끼들은 아침부터 왜 이렇게 요란스러워. 훠이이!”
달재가 참새를 쫓는다.
가로등지기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킨다.
그러자 참새 한 마리가 달재 머리 위로 날아가더니 똥을 싼다.
찍!
“으잇!? 이게 뭐여?”
참새 똥을 얼굴에 맞은 달재가 위를 올려다본다.
참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게 보인다.
“아침부터 재수 옴 붙었네. 에이! 퉤퉤!”
한편 아침 출근 준비로 각각 바쁜 민준과 서정.
두 사람의 모습이 크로스 커팅되다가 대문 앞에서 마주친다.
멋진 슈트 차림의 민준이 단아한 출근복의 서정에게 대문을 열어준다.
서정은 고개만 까딱하고 먼저 나간다.
민준은 골목에 주차해둔 외제차에 올라 출근하다가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는 서정을 발견한다.
그 옆을 지나쳐 문득 사이드미러를 보는데, 서정이 급하게 달려오는 자전거를 피하다가 넘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차를 후진해 서정 옆에서 멈추고,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서정은 일어나 걸으려 하지만 제대로 걷지 못한다.
“타세요. 병원까지 태워 줄 테니까.”
“아니에요. 걸을 수 있어요.”
말과 다르게 통증으로 멈춰 선다.
“어서 타세요.”
서정은 갈등하다가.
“···그럼, 회사까지 좀 태워 주세요.”
민준은 서정을 부축해 차에 태운 뒤 운전석에 오른다.
민준이 병원에 들렀다 가는 게 어떠냐고 묻지만 서정은 회사를 고집한다.
서정의 직장인 여자중학교 교문 앞에 차를 세워 준다.
서정은 이 학교 국어 교사이다.
차에서 내린 서정은 절룩거리며 학교로 걸어가고, 민준은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회사로 출근한다.
한가로운 오전 시간.
욕쟁이할멈이 은행나무 아래 두 손을 모으고서 치성을 드린다.
“삼신할매 삼신할매 고마마마 쥑이 뿌소. 삼신할매 발치에도 오줌 싸고 침 뱉은 놈, 용서 말고 쥑이 뿌소. 그건 글코 삼신할매. 어째 이리 감감 무소식이다요. 고추 달린 떡뚜꺼비 딱 한 놈만 점지하소. 둘도 말고 셋도 말도 딱 한 놈만 점지하소.”
가로등지기는 욕쟁이할멈의 시야가 닿지 않는 쪽의 은행나무 가지에 편안히 누워 오수를 즐긴다.
“할머니가 아기를 갖고 싶은가 봐요. 아저씨가 할머니 소원 들어주면 안 돼요?”
재채기가 가로등지기에게 속삭인다.
가로등지기가 고개를 잘래잘래 가로젓는다.
시간이 경과해 오후가 되면 은행나무 벤치에 옥자가 앉아 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으며.
옥자는 인형에게 까만 눈을 붙여 주는 중이다.
커다란 비닐봉지 안에는 눈 없는 인형들이 가득하다.
“옥자야!”
달성댁이 대문에서 나오며 벤치에 앉아 있는 옥자에게 서둘러 다가온다.
“엄마!”
“조물락거리고만 있으마 우야노. 이래가꼬는 하루에 500원도 못 번다.”
“헤헤헤!”
“시장에 나갈 테니까 집 잘 보고 있거라. 아부지 일어나마 식사 챙겨 드리고.”
“응!”
달성댁이 가고 나면 옥자는 계속해서 인형에 눈을 붙여 준다.
눈 하나 붙여 주고는 기쁘고 뿌듯해서 헤실헤실.
가로등지기가 비닐봉지 속의 눈 없는 인형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자 순식간에 인형에게 까만 눈이 붙는다.
옥자는 비닐봉지 속의 인형에 모두 눈이 달려 있는 걸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곧 환하게 웃으며 만세를 부른다.
“다 했다!”
그때 대문이 열리며 은비가 나온다.
은비가 옥자를 발견하고 달려온다.
“옥자 언니, 뭐해?”
“은비야, 안녕!”
“죽은 인형 살려주고 있어?”
“오늘은 다 살렸어. 이거 봐.”
“우와, 진짜네.”
“옥자야!”
옥탑방 쪽에서 목소리가 날아온다.
올려다보면 옥자 아버지, 봉구가 막 일어난 표정으로 서 있다.
“올라와서 밥 차려!”
“예, 아부지!”
옥자가 비닐봉지를 챙겨들고 서둘러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혼자 남은 은비는 심심한지 벤치에 털썩 주저앉는다.
“에취!”
은비가 주위를 살핀다.
“에취!”
벤치 뒤에서 재채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은비는 놀라서 벌떡 일어나 달아난다.
“가지 마. 나 심심하단 말이야.”
재채기가 하소연한다.
은비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선다.
“내 이름은 재채기야. 난 기분이 좋으면 재채기를 해. 에취!”
“안녕! 난 은비라고 해. 그런데 벤치 뒤에 숨어 있는 아저씨는 누구야?”
“가로등지기 아저씨.”
“가로등지기 아저씨?”
“아저씨, 들켰어요. 어서 나와서 인사해요.”
가로등지기가 벤치 뒤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난다.
“안녕하세요!”
은비가 가로등지기를 경계하면서도 깍듯이 인사를 한다.
“안녕!”
가로등지기가 자기 목소리로 인사하며 환하게 웃는다.
“아저씨,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재채기가 가로등지기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은비야, 너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지?”
“응!”
“거봐요. 은비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대요.”
가로등지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은행나무 쓰다듬고서 손바닥을 펼치자 500원짜리 동전이 생긴다.
은비가 놀란 눈으로 동전을 바라본다.
가로등지기의 손이 스친 벤치, 재채기 머리, 은비의 팔꿈치 등에서 동전이 나온다.
“은비야, 아이스크림 두 개만 사다 줄래. 하나는 네가 먹고 하나는 내가 먹을게.”
재채기가 은비에게 부탁하자 은비가 고개를 끄덕인다.
가로등지기는 동전을 은비의 손바닥에 올려준다.
“가로등지기 아저씨 것도 사다드릴게요.”
은비가 말한다.
그 말을 듣고 가로등지기가 빙그레 웃는다.
은비가 동전을 들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달려가고, 가로등지기는 벤치에 앉아 은행나무를 올려다본다.
하늘을 배경 삼아 가지를 벌리고 있는 은행나무가 아름답다.
그때 달재의 집에서 장미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꺄아아아악!”
***
첫 방 시청률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3% 남짓.
엄 피디의 표정이 어두웠다.
엄 피디뿐만 아니라 대본 리딩을 위해 모인 배우들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리딩은 침울했다.
“잠시 쉬었다 합시다.”
엄 피디가 휴식을 선언한 뒤 밖으로 나갔다.
배우들은 대화조차 없이 각자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밝은 분위기를 유도하던 민달수조차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서 아무 말이 없었다.
“어머머머! 웬일이래! 어머니, 이것 좀 보세요.”
정윤정이 권 여사 옆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다.
“뭔데 그랴.”
“이것 좀 보세요. 댓글 반응이 장난 아니에요.”
우혁도 방금 휴대전화로 발견했다.
[서울 가로등> 첫 방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재채기 넘 귀여워용
-잔잔한 힐링 드라마. 최고!
-구닥다린데 왜 이렇게 좋냐.
-가로등지기 아저씨, 우리 동네에도 좀 오세요.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서울 가로등 흥해라.
엄 피디가 밝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들어왔다.
“댓글들 봤어요? 반응이 좋네요. 다들 힘들 냅시다.”
“내일 시청률 오를 것 같은데, 촬영 때 간식거리 내기 어때요? 내일 최고 시청률 알아맞히기. 시청률에서 가장 오차 범위가 큰 사람이 간식 쏘는 겁니다. 피디님, 얼마 예상하십니까?”
민달수가 환하게 웃으며 내기를 제안했다.
“5프로!”
엄 피디가 내기에 흔쾌히 응한다.
“너무 소심한 거 아니에요. 6프로!”
유 작가가 들어서며 내기에 동참했다.
“20프로!”
권 여사가 손을 들고서 말했다.
“아이고 엄니, 너무 높아요.”
민달수가 권 여사를 말린다.
“시끄러 이눔아. 내가 쏘고 싶어서 그랴.”
웃음과 박수를 터졌다.
“종방할 때쯤엔 20프로가 될 수도 있죠. 힘내서 달려 봅시다.”
엄 피디의 말에 박수가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