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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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시청률과 SBC의 파격적 제안
인사이동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드라마1국 사무실에 활기가 넘친다.
드라마1국에는 1부, 2부,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개의 부서로 축소 통폐합할 뻔했으나 이 국장이 끝까지 버티면서 사장을 설득했다.
통폐합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부장 하나가 날아가고 그 밑의 직급들도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국장이 그 위기를 필사적으로 막아냈다.
사장이 드라마1국 팀장급 이상 간부들을 모아놓고 그 사실을 얘기했다.
“이 국장한테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통폐합 없던 일로 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날 이후로 부하 직원들이 이 국장을 보는 눈빛과 태도가 달라졌다.
이 국장의 설득이 먹힐 수 있었던 것은 [홍길동전>의 선전 덕분이다.
[홍길동전>의 선전과 연관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공교롭게도 수목과 주말 드라마도 동반 상승했다. [홍길동전> 광고가 배로 늘었고, 그 시간대 광고비도 높게 재책정되었다.이 국장은 드라마본부 8층 소회의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다.
드라마운영부의 수장인 김 부장과 독대 회의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똑똑!
소회의실 출입문 노크소리에 이어 김 부장이 들어왔다.
한 달 전, 김 부장은 이 국장의 지방 발령을 기정사실로 알고 1주일 전부터 태도가 눈에 띄게 불손했다.
운영부는 이 국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드라마1국과는 다른 부서이기 때문에 크게 마주칠 일은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은 크게 부딪친 적이 있다.
운영부는 배우들과의 계약을 진행하는데 계약 문제로 배우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드라마1국의 피디가 공들여 캐스팅한 배우를 쫓아 버렸던 것이다.
직원이 잘못한 점도 있지만 그 배우의 성격에도 문제가 많았다.
그 일로 이 국장은 김 부장을 찾아가 불같이 화를 냈다.
김 부장은 부하의 실수로 벌어진 일에 대해 이 국장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 국장이 과도하게 화를 내자 그때 이후로 이 국장에게 억하심정을 품게 되었다.
지방 발령이 난다는 소문이 돌 때 속으로 잘된 일이라고 박수를 쳤다.
그런데 살아서 돌아왔다.
가능하면 마주치지 않으려 했는데 한 배우와의 계약 체결 추진 시안을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이 국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국장님! 이런 계약은 처음 봅니다.”
김 부장이 감정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처음 볼 거야. 나도 처음 봐.”
“이대로 정말 추진합니까?”
“왜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사장님께서 결재해 주실 것 같지가 않은데요.”
직급, 나이, 입사연도 모든 것이 이 국장이 높지만 김 부장은 사장 라인이다.
그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었다.
“자네가 사장님 의중을 어떻게 알아?”
“아는 게 아니라 이런 계약 조건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말이 안 된다?”
“말이 안 되죠. 이런 계약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국장님께서 지시하셨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그 계약 사장님 지시로 만든 거야.”
“예?”
“사장님 지시로 만든 거라고.”
“사장님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을 만들라고 하셨어. 마음에 안 들면 사장님께 올라가서 따져봐.”
이 계약은 사장의 오더로 만들기 시작했고, 사장과 여러 차례 독대를 거쳐 완성된 것이었다.
일개 부장이 가타부타 끼어들 사안이 아니었다.
“···.”
“강우혁 씨 소속사하고 접촉해서 의사 타진해 주세요. 거기서 요구하는 조건이 있을 겁니다. 조건 듣고서 당신 멋대로 안 된다 그런 소리 지껄이지 말고, 저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뭔지 경청한 뒤에 나한테 그대로 보고해 줘요. 그리고, 이 계약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게 주의해 주세요.”
이 국장이 사적 대화가 아닌 공식적인 회의 말투로 얘기했다.
***
‘나무’ 소속사 대표실에 정의훈 실장이 마주앉아 안창현 대표에게 보고를 했다.
“[홍길동전> 10회 시청률 15프로 넘었습니다.”
“그래? 이거 뭐 꾸준히 올라가는구만. 하하하하! 중요한 건 순위잖아. 순위는?”
“2회 이후로 계속 1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추세로 보면 이대로 종방까지 갈 것 같습니다. [홍길동전>과 경쟁을 할 만한 작품이 없네요.”
“더 올라갈 수도 있겠어.”
“처음처럼 높은 폭으로 올라가지는 않지만 미세하게 계속 오르고는 있습니다.”
“출연료 회당 5000 받겠구만.”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게 문제가 아니면?”
“좀 전에 SBC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파격적인 계약을? 작품도 없이 무슨 계약이야?”
“그러니까요. 저도 이런 계약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어떤 계약인데 그래.”
“이거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정 실장이 안 대표에게 출력본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안 대표는 서류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다 읽고 난 안 대표가 놀란 표정으로 정 실장을 바라보았다.
“강우혁이라는 배우를 우리가 과소평가한 것 같은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 서류 강우혁한테 보여줬어?”
“백 대리 통해서 파일로 보냈습니다만 촬영하느라 아직 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우혁한테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잘 설득해. 설마 안 한다고 하지는 않겠지?”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럴 이유도 없구요. 우혁 씨 이런 점은 굉장히 냉정하게 대처합니다.”
“섣불리 여기서 뭘 더 얹으려고 하지 마. 자칫하다가 날아가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해. 우혁 씨한테 감지덕지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SBC 측에서 [홍길동전> 방영회수를 4회 정도 늘렸으면 하는 것 같더라구요.”
“4회씩이나? 그렇게 된다면 출연료 2억을 더 받게 되는 거 아닌가. 그거 잘 됐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4회가 뭡니까, 4회가!”
문 피디가 발끈했다.
“사장님이 그걸 원하신다니까.”
이 국장이 난감해하며 말했다.
“사장이 원한다고 다 들어야 합니까?”
“사장만 원해? 나도 원해. 그리고, 길을 막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봐. [홍길동전> 4회 늘리면 좋아할지 싫어할지. 시청자들도 분량 늘려 달라고 난리야.”
“설사 그렇더라도 막상 늘려 보세요. 기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서 비난을 퍼부을 겁니다.”
“기자들이야 그게 직업인 걸 어쩌겠어.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야. 시청률이 깡패라는 말 잘 알면서 그래.”
“여하튼, 4회는 무리예요. 이게 무슨 엿가락입니까. 무리해서 늘리다가 끊어지는 수가 있어요.”
“10년 전에도 이런 적 있었잖아. 처음도 아니면서 엄살을 부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시청자들한테 안 통해요. 늘리게 되면 밀도가 떨어질 텐데 시청자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옛날 시청자들하고 달라요. 수준이 굉장히 높다구요.”
“우혁 씨!”
이 국장이 우혁을 손짓해 불렀다.
“우혁 씨, 국장님이 우리 드라마 4회를 늘리자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문 피디가 우혁의 의견을 물었다.
“작가님과 상의하셔서 피디님께서 결정하실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니지. 우혁 씨도 이 문제 결정할 때 의견을 줘야지. 난 우혁 씨가 하자는 대로 할 생각이야.”
“주제넘은 말씀입니다만, 4회씩이나 늘이는 건 좋은 생각 같지가 않습니다.”
“그렇지! 내 생각하고 똑같을 줄 알았어.”
문 피디가 거 보라는 듯 이 국장을 흘겼다.
“2회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우혁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2회라···.”
우혁의 말에 문 피디가 턱을 어루만졌다.
이 국장도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생각에 잠겼다.
“2회는 어때?”
이 국장이 문 피디를 넌지시 떠보았다.
“뭐 2회 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번 주면 촬영 끝난다면서. 1주일 정도 추가 촬영해서 2회만 늘려봐. 지금까지 찍은 거 늘려도 되고.”
이 국장이 문 피디를 살살 달랬다.
“추가 촬영해야지 늘리면 됩니까.”
“그럼 2회 늘리는 건 찬성하는 거지?”
“해야지 어쩌겠어요. 추가 촬영에 따른 출연료 지급은 차질 없겠지요?”
“그거야 당연하지. 방송 회수에 따라 출연료 지급되는 건데. 4회로 늘리면 [홍길동전> 식구들 바우처 더 받을 수 있는데 말이지.”
“4회는 안 된다니까요, 거참!”
문 피디가 발끈했다.
“돈 더 벌게 해주겠다는데도 난리야. 알았어. 2회 추가 편성 확정할 테니까 그거라도 잘해 줘.”
“장 작가가 못한다고 할 수도 있어요.”
“장 작가 자네가 하자고 하면 하는 사람이잖아. 그럼 그렇게 알고 갈 테니 고생해요.”
“가시게요?”
“가야지.”
“이따 점심이나 사 주세요.”
“이쁜 짓을 해야 사 주지.”
“형님 덕분에 요즘 밥맛이 좋아서 죽겠습니다.”
“그게 왜 내 덕분이야?”
“형님이 나 보약 지어 먹이라고 나무 소속사 안 대표한테 그랬다면서요.”
“지나가는 말로 한 소린데 진짜로 보약을 지어 줬어?”
“우혁 씨 매니저가 매일 점심 식사 후에 한 팩씩 가지고 옵니다. 가끔은 먹기 싫은 때도 있는데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으니 원.”
“먹기 싫어도 꾹 참고 먹어둬. 보약은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는 법이야.”
“형님도 요즘 얼굴 좋아지셨네요. 편안해 보입니다. 요즘은 혼자 술 안 드세요?”
“술을 왜 혼자 마시나. 참, 우혁 씨! 우리 직원이 자료 하나 보내지 않았어?”
이 국장이 우혁을 돌아보며 물었다.
계약 시안을 말하는 거였다.
“매니저한테 들었습니다.”
“조건 어때?”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검토 후에 말씀드리면 안 될까요?”
“그래. 그렇게 해.”
이 국장과 우혁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문 피디가 끼어들었다.
“무슨 얘깁니까?”
“문 피디도 조금만 기다려. 우선 우혁 씨부터 해결한 뒤에 보자고.”
“보긴 뭘 봐요.”
“그런 게 있어.”
***
우혁은 점심식사 후 밴 안에 들어와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혔다.
“혁이 형! 이 계약 어떻게 할 거야?”
백곰이 우혁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당연히 해야지. 이런 조건이 어디 있어. 메이저리그로 따지면 대박 계약인데.”
대박 계약이기는 하다.
회당 개런티 1억 이상 보장.
시청률 1위에 따른 인센티브 보장.
10년 동안 다섯 작품 출연.
계약금(출연료 선급금) 5억 이내에 한해 일시금 지급 보장.
계약이 성사될 경우 선급금이 아닌 조건 없는 계약금 1억까지.
“받아들일 거지?”
“좀 다듬어야지. 그 조건까지 받아준다면 받아들여야지.”
10년 동안 다섯 작품이라고 못을 박는 건 부담스럽다.
2년에 한 편씩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 일정을 맞추려다간 여차하면 다른 작품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SBC로서도 부담스러울 테고.
한 방송국에서만 계속 출연하게 되면 시청자들도 지겨워할 수도 있다.
10년 3편으로 변경하고, 주연 보장, 작품 선택 보장(방송사에서 절대 강요하지 않을 것), 경쟁사(지상파 3사와 종편) 드라마와 영화 등의 출연 보장, 시청률 1위 인센티브는 총액 개런티의 20% 이상 보장 등을 추가 조건으로 제시할 생각이다.
그리고 출연료 선급금에 해당하는 계약금은 계약 성사 시 한꺼번에 받기보다는 매 작품 출연 확정시마다 전체 개런티의 50% 이내의 금액을 계약금으로 지급받는 것으로 수정이 필요하다.
5억의 계약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족쇄가 될 수 있다.
SBC나 우혁에게나 부담스러운 족쇄.
“형! 이 국장님이 자꾸 나랑 술 한잔하자고 하시는데 어떡하지? 문 피디님이 내가 술 마시면 귀엽다고 하셨대.”
“어르신이 마시자고 하면 마셔드려야지.”
“그렇긴 한데, 어르신 앞에서 실수할까 봐 그렇지.”
“넌 실수를 해도 큰 실수 안 하니까 괜찮아. 국장님도 그 정도는 이해하실 거야. 언제 국장님 한잔 대접해 드리자.”
“알았어. 형이 내 옆에 있어야 돼. 실수하면 말려 줘.”
오랜만에 백곰의 귀여운 주정을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