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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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 구경 가실래요?(소제목과 내용 일부를 수정했습니다)
문 피디의 오피스텔에 다녀온 다음날 오전.
우혁은 정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알람>이라는 뮤지컬 대본을 읽었습니다.”
– 뮤지컬 대본이요? 잘못 딸려 들어간 것 같네요. 안 보셔도 됩니다.
“이 대본이 어떻게 들어온 건가요? 다른 배우 캐스팅 의뢰 작품인 모양이죠?”
– 아닙니다. 우혁 씨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온 작품이긴 합니다.
정 실장은 우혁이 뮤지컬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알람> 연출자를 한 번 뵙고 싶은데요.”
– 아, 그러세요?
“극본 재미있게 읽었어요.”
– 설마 차기작을 뮤지컬로 하려는 건 아니시죠? 하하!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쪽에서 원한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죠. 일단 만나 보고 싶습니다. 만나 보고 나서 출연 여부를 정 실장님과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 예, 잘 알겠습니다. [홍길동전> 촬영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고, 아직 종방도 되지 않았습니다. 차기작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 고르지 그러세요.
정 실장은 [서울 가로등>, [홍길동전> 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 뉘앙스가 많이 달랐다.
그때만 해도 캐스팅이 될 가능성이 희박한데 괜히 도전했다가 우혁이 상처를 입을까 봐 염려가 되어 말렸으나 이번에는 좋은 작품이 널려 있는데 왜 그런 작품을 하려고 하느냐는 뉘앙스였다.
“[알람> 연출자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아니면 정 실장님이 미팅 주선을 해주실래요?”
– 제가 하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정 실장과 통화를 끝낸 뒤 [알람>을 다시 한 번 일독했다.
우혁은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연된 내로라하는 뮤지컬 공연과 뮤지컬 영화는 거의 다 보았다.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왕과 나>, [캣츠>, [아가씨와 건달들>,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지붕 위의 바이올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등등.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는 꼭 가보고 싶다.
세계 4대 뮤지컬인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이 처음 발생한 곳이기도 한 웨스트엔드는 뮤지컬 전용 극장만 50개가 넘었다.
한 해 입장객 수는 최소 1000만 명.
매년 티켓 매출액은 4조 원 이상.
400억도 아니고 4000억도 아니 4조 원이다.
뮤지컬 공연은 영화나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TV 브라운관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동과 재미.
직접 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열기.
우혁은 과거에 뮤지컬 공연에 출연하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무난한 배역, 무난한 연기, 무난한 노래 실력으로 무난한 뮤지컬을 했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고 싶다.
우혁이 좋아하는 연기자들 중 많은 배우가 뮤지컬 배우 출신이거나 뮤지컬 공연과 뮤지컬 영화에 출연했다.
[왕과 나>의 율 브리너, [아가씨와 건달들>의 말론 브란도와 프랭크 시나트라, [사운드 오브 뮤직>의 크리스토퍼 프러머, [42번가>의 조지 브렌트, [7인의 신부>의 하워드 킬, [시카고>의 리처드 기어 등.이들 중 세상을 떠난 율 브리너, 말론 브란도와 프랭스 시나트라, 하워드 킬, 조지 브렌트는 이번 기회에 추체험을 해볼 생각이다.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라는 이능을 얻은 뒤로 그동안 여러 인물들을 추체험했다.
영화 [생강>의 고문기술자 역을 하기 전 이소룡을 시작으로, 드라마 [서울 가로등>의 가로등지기를 위해 마술사 토니 슬리디니를, 드라마 [홍길동전>의 홍길동 역을 위해서는 허균,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추체험했다.
뮤지컬 [알람>은 하게 될지 결정이 나지는 않았으나 하게 되든 하지 않든 [홍길동전> 촬영도 끝났으니 연기 연습의 일환으로 뮤지컬 공연과 뮤지컬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을 추체험해 보고 싶다.
특히 율 브리너와 말론 브란도는 우혁이 매우 좋아하는 배우였고, 추체험 데이터베이스 이능을 얻었을 때 반드시 추체험하려고 생각했던 인물이다.
뮤지컬 영화 [왕과 나>, [아가씨와 건달들>을 다시 보았다.
과거에 여러 차례 보았던 영화이지만 다시 보아도 배우들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냈다.
그날 오후 정 실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뮤지컬 [알람>의 연출자 타샤 정 감독과 통화를 했습니다. 목소리가 상당히 도도하더라구요.
타샤의 외모에 끌려 접근했던 수많은 남성들이 굴욕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그 바닥에서는 전설처럼 떠돌고 있다.
잘나가는 연예인, 자산가, 재벌 2세, 교수, 의사···.
타샤에게 고백했다가 죄다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독신으로 살면서 오직 뮤지컬에만 모든 정열을 쏟아 붓고 있는 사람이다.
– 지금 외국 출장 중이랍니다. 다음 주에 귀국하는 대로 연락 주겠다고 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 연락 오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타샤는 뮤지컬계에서는 유명 인사였다.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임에도 연출뿐만 아니라 극본 집필, 음악 감독, 무용 감독, 무대 미술까지 뮤지컬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할 수 있었다.
뮤지컬계의 천재.
외국의 경우 세분화 전문화되어 각각 맡은 임무가 다르지만 타샤는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해냈다.
뮤지컬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혁이 [알람>을 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 연출자가 타샤 정이라는 사실도 작용했다. 처음 극본을 읽었을 때는 연출자가 타샤인 줄 몰랐지만.
우혁은 타샤 정에게서 연락이 올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뮤지컬 공연을 직접 가서 보거나 집에서 뮤지컬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추체험.
[왕과 나>의 율 브리너, [아가씨와 건달들>의 말론 브란도와 프랭크 시나트라를 차례로 추체험했다.지금까지 추체험한 사람들 중에 배우는 이소룡 한 사람밖에 없었다.
이소룡은 훌륭한 배우가 틀림없지만 무술 영화라는 장르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추체험한 율 브리너, 말론 브란도, 프랭크 시나트라는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였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배우이면서 당대 최고의 팝 가수이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연기도 좋았지만 특히 노래 실력은 프랭크 시나트라가 세 사람 중 가장 뛰어났다.
추체험을 한 뒤로 세 사람의 능력 일부가 우혁에게 전이되었다.
우혁은 전이된 능력들 중에서 취하고 싶은 능력을 집중력으로 연마했다.
집중적으로 연마하지 않는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졌다.
[서울 가로등>의 가로등지기를 연기하기 위해 토니 슬리디니에게서 전이 받았던 마술과 복화술은 연습을 그만 두면서 지금은 능력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만약 마술과 복화술 능력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 온다면 토니 슬리디니를 추체험하면 된다.
지금은 마술과 복화술보다 뮤지컬 배우로서 갖춰야 할 능력을 보유하는 게 급선무였다.
율 브리너, 말론 브란도와 프랭크 시나트라에게서 전이받은 춤과 노래, 연기력을 갈고 닦기 위해 연습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노래를 못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추체험을 한 뒤로 노래 실력이 이전보다 발전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치열한 연습을 통해 연마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렵겠지만.
율 브리너의 시선 처리와 눈빛 연기, 또랑또랑한 딕션은 우혁에게 새로운 연기의 세계에 눈뜨게 해주었다.
말론 브란도의 반항적이면서도 여유롭고 능글능글한 연기는 우혁이 가지지 못한 일면이었다.
우혁은 세 사람을 추체험한 뒤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세 분을 따라가려면 난 아직 멀었어.”
***
– 타샤 정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기다리던 정 실장의 전화가 왔다.
정 실장에게 타샤 정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한 지 열흘이 지났을 때였다.
– 오늘 오후 2시에 예술의전당 근처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만나 보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약속 장소는 백 대리에게 알려주겠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차기작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골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뮤지컬을 하는 걸 반대하시는 건 아니시죠? 만약 소속사에서 말린다면 굳이 할 생각이 없습니다.”
– 반대하는 거 결코 아닙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캐스팅이 되기만 한다면 대환영입니다. 대표님께 말씀드렸더니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흥행 보증 수표인 타샤 정의 뮤지컬이라면 잃을 게 전혀 없으니까요.
“···.”
– 드라마 [홍길동전> 출연료보다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거 회사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쉴 틈도 없이 다작을 하시다가 건강을 해치실까 염려될 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뮤지컬은 육체적으로 정말 힘들지 않습니까.
“건강 해치지 않도록 출연 결정 심사숙고하겠습니다. 일단 타샤 정을 만나 뵙고 와서 전화드리겠습니다.”
– 예, 잘 다녀오십시오.
전화를 끊고 외출 준비를 했다.
정 실장의 전화를 받았는지 백곰도 어느새 1층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오빠!”
박예진이었다.
“여기 웬일이야?”
“오빠 기다리고 있었죠.”
“나를?”
“타샤 언니, 우혁 오빠 왔어요.”
타샤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혁에게 다가왔다.
타샤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들었고,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으로 얼굴은 알고 있었으나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영국인이라 이국적인 외모에 키가 크고 날씬한 미모의 여성이었다.
외모나 패션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타고난 미모 때문에 눈에 두드러졌다.
“타샤 정입니다.”
타샤가 악수를 청했다.
“강우혁입니다.”
“이쪽에 앉으시죠.”
타샤가 의자를 가리켰다.
“오빠, 내가 있을 줄 몰랐죠?”
“당연히 몰랐지. 그런데 예진이가 왜 여기에···?”
“내가 타샤 언니한테 오빠를 적극 추천했거든요.”
“아, 그래?”
“오빠 뭐 마실래요?”
“아메리카노 마실게.”
“잠시만 기다리세요. 두 분 말씀 나누고 계세요.”
박예진이 커피 주문을 하기 위해 일어났다.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우혁 씨라고 부를게요.”
“그렇게 하십시오.”
“저 우혁 씨 알아요.”
당연한 말을?
요즘 우혁을 모르는 사람 그리 많지 않을 텐데···.
더구나 이 바닥에 있는 사람이라면.
“7년 전에 뮤지컬 공연하는 거 봤습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7인의 신부>를 보셨군요.”
“벤자민 역을 하셨죠?”
“맞습니다. 아담 역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문데 어떻게 벤자민 역을 한 저를 기억하시죠?”
“예진이가 하도 보라고 해서 [홍길동전>을 잠깐 봤는데 홍길동의 얼굴이 낯이 익더라구요.”
“객석에서 공연을 보셨다면 제 얼굴을 기억하기 어려우실 텐데요. 당시 분장까지 짙게 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우혁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타샤가 가방에서 오래된 팸플릿 한 장을 꺼내 우혁에게 건네주었다.
[7인의 신부> 팸플릿이었다.우혁의 사진이 있는 팸플릿.
민환의 사진도 있었다.
민환은 당시 아담 역을 맡았다.
“이걸 갖고 계시는군요. 저도 갖고 있지 않은 건데. [7인의 신부>를 보셨으면 제 연기를 보셨을 테고 실망하셨을 것 같은데 왜 저에게 시놉과 극본을 보내셨지요?”
“우혁 씨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 봤습니다. 연기 정말 잘하시더라구요. 뮤지컬도 7년 전과 달라졌을 것 같아서요.”
타샤가 우혁을 응시하며 말했다.
타샤는 무례하지는 않았지만 눈빛에서 도도함이 철철 넘쳤다.
애정을 구걸하는 수많은 뭇남성들을 경험한 미녀의 도도함.
그 도도함이 물이라면 카페를 가득 채워 여러 사람 익사시키고도 남을 것 같았다.
타샤의 말은 캐스팅을 결정하기 전에 뮤지컬 실력을 보고 싶다는 의미였다.
“당시 제 기억에는 벤자민이 노래를 썩 잘 불렀던 것 같지 않아요. 제 기억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너무 괘념치는 마세요.”
타샤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종의 팩트 폭력이었다.
하지만 우혁은 조금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타샤의 팩트 폭력은 계속되었다.
“목소리는 좋았지만 관객에게 전혀 전달이 되지 않았죠. 관객의 심금을 강렬히 울려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어요. 연기는 무난했던 것 같고요. 전체적인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뭐랄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제가 너무 직설적인가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전혀 불쾌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다섯 살 때 자전거 타는 실력보다 지금 훨씬 많이 늘었습니다.”
우혁이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런가요?”
타샤가 우혁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7년 전보다 발전했다는 의미라는 얘긴데 증명해 줄 수 있느냐는 눈빛이었다.
“근처에 연습실이 있는데 구경 한번 가실래요?”
실력을 보고 싶다는 완곡한 표현이었다.
“연습실 구경하고 싶었는데 잘 됐네요.”
우혁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