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56)
────────────────────────────────────
────────────────────────────────────
스타 탄생 예감
“예진이도 혹시 과거에 내가 뮤지컬 공연하는 거 봤어?”
우혁이 박예진에게 물었다.
“아뇨.”
“그런데 어떻게 날 뮤지컬 주인공으로 추천했지?”
“뮌헨 호프집에서 [홍길동전> 2회 보고 나서 노래방에 갔었잖아요. 그때 오빠 노래 듣고 반했거든요. [알람> 주인공 역할이 딱 떠오르지 뭐예요.”
그날 문 피디, 이 국장, 출연 배우들, 스텝들과 노래방에 갔었다.
박예진의 말에 타샤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 실력으로 뮤지컬 주인공 캐스팅을 판단하다니!
“그래서 타샤 언니한테 그때부터 졸랐어요. [알람> 남자 주인공 역할에 딱 어울리는 배우가 있다고요.”
박예진이 우혁과 타샤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타샤 언니 표정 보면 아시겠지만 타샤 언니는 오빠의 실력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 것 같아요. 오빠 노래 한 번 들으면 생각이 바뀌겠지만.”
“내가 그런 표정을 지었다고? 오해야.”
타샤가 박예진을 타박했다.
“오빠한테 팩트 폭력 퍼붓는 거 다 들었거든요.”
박예진의 말에 타샤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팀은 정해졌는지 궁금하네요.”
우혁이 타샤에게 물었다.
대형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더블 캐스팅을 한다.
한 팀은 화목토, 다른 한 팀은 수금일 공연을 하게 된다.
1회 공연 시간이 중간 휴식 시간 20분까지 포함하면 3시간 가까이 되고, 화수목금 평일은 1회, 토일과 공휴일은 2회 공연을 하는데, 아무리 체력이 좋은 배우라 해도 공연 다음날은 쉬어야 한다.
“남주 조승후, 여주 옥수연으로 한 팀은 꾸려졌어요.”
조승후와 옥수연은 타샤가 발견해 최고의 뮤지컬 스타로 키워낸 배우이다.
뮤지컬 공연으로만 한 해 2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배우.
우혁이 [홍길동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의 두 배가 넘는다.
타샤가 도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의 손에 탄생한 스타만 해도 한둘이 아닌데다가 남들은 대관 허락받기도 어려운 예술의전당 15,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이미 확보했고, 그 공연장에서 전석 매진 신화를 여러 차례 달성한 사람이니까.
최장기 공연을 기록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무대에 올린 작품은 모두 최소 4개월 이상 장기 공연을 했다.
물론 미국은 40년 동안 장기 공연을 한 경우도 있고, 10년 이상은 손을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지만 타샤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선전하고 있었다.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마다 과거 자신에 세웠던 기록들을 하나씩 갈아치우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타샤는 조승후, 옥수연과 균형을 맞출 다른 한 팀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한 팀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그 팀과 비교되는 게 싫기 때문인지 다들 고사했다.
한 팀은 전석 매진, 다른 팀은 객석이 텅텅 빌 수도 있다.
우혁은 객석이 텅텅 빈 곳에서 공연을 하는 일이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인지 잘 안다.
그나마 몇 명 되지 않는 관객 중 꾸벅꾸벅 조는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한 적도 있다.
배우를 그만 두지 않는 이상 그때의 기억은 영원히 따라 다닐 것이다.
만회하고 싶다. 그 참담했던 기억을 지우고 싶다.
“커피 다 마셨습니다. 연습실 구경시켜 주신다고 하셨는데 가실까요?”
우혁이 타샤에게 물었다.
“가시죠.”
타샤가 일어나며 말했다.
***
“언니가 오빠 실력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뭐 하실 거예요?”
박예진이 연습실 건물로 들어서며 우혁에게 물었다.
“[왕과 나>에 나오는 쉘 위 댄스를 해볼까 생각 중이야.”
“혼자서 추시게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그런데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부담스러우면 나 혼자 해도 되고.”
“아니에요. 해볼게요.”
박예진의 춤 실력은 정평이 나 있다.
발레부터 현대 무용, 살사 댄스까지 못 추는 춤이 없다.
박예진은 드라마와 예능에서 여러 차례 춤 실력을 공개했었다.
배우들이 연습실에는 뮤지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짝짝!
타샤가 크게 박수를 쳐서 주위를 환기시킨 뒤 외쳤다.
“10분간 휴식.”
타샤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배우들은 동작을 멈추고 연습실 중앙을 비우고 가장자리로 물러났다.
우혁에게 뭔가 보여 달라는 의미였다. 노래든 춤이든.
“무대도 비었는데 뭐 보여 주실 거 없으세요. 춤도 좋고 노래도 좋습니다.”
타샤가 우혁에게 무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혁은 타샤를 향해 목례를 한 뒤, 의자 위에 겉옷을 걸어놓고 박예진과 함께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준비 됐지? 간다.”
우혁이 박예진에게 물었다.
“잠시만요.”
박예진이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우혁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 Shall we dance.”
우혁이 자세를 취하고서 박예진의 눈을 응시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dance’와 함께 춤이 시작되었다.
♬ Shall we dance. On a bright cloud of music shall we fly. Shall we dance. Shall we then say Goodnight and mean Goodbye. ♬
영화에서는 안나 역을 맡은 데보라 커가 부르지만 지금은 우혁이 불렀다.
준비도 없이 바로 시작한 탓에 박예진의 몸이 조금 굳어 있어서 춤이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긴 했으나 끝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가장자리에서 구경을 하던 배우들이 박수를 쳤다.
타샤는 뭐가 불만인지 팔짱을 낀 채 우혁과 박예진을 바라보았다.
“예진아, 너 춤 잘 추잖아. 오늘은 너무 경직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 몸을 밀착해줘야지. 몸이라도 닿을까 봐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춘기 소녀 같잖니.”
타샤가 박예진의 춤과 시선 처리에 대해 지적했다.
“자, 봐봐! 네 자세가 어떤지.”
그러면서 타샤는 우혁의 손을 잡고 오리 궁둥이처럼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면서 박예진의 자세를 과장되게 보여 주었다.
“박예진한테 시범 한 번 보여주시죠.”
우혁이 타샤에게 말했다.
이 바닥에서 타샤가 춤을 잘 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혁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구경을 하던 배우들이 환호성을 터트리며 박수를 쳤다.
춤 좀 출 줄 아는 타샤, 잠시 갈등하다가 우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겉옷을 벗어 박예진에게 건네주었다.
타샤가 겉옷을 벗어젖히자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탱크 톱 차림이 드러났다.
“갑니다.”
우혁이 율 브리너의 눈빛으로 타샤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타샤에게 말했다.
우혁은 한 손으로 타샤의 허리를 잡고 다소 거칠게 잡아당겼다.
“흡!”
타샤가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 Shall we dance ♬”
우혁은 타샤의 눈을 응시한 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춤!
♬ Shall we dance. On a bright cloud of music shall we fly. Shall we dance. Shall we then say Goodnight and mean Goodbye. ♬
“이어서 불러주세요.”
우혁이 타샤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러나 타샤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Shall we dance. ♬”
“다시다시! 좀 더 크게!”
“음음! ♬ Shall we dance. ♬”
“One, two, three and.”
우혁이 율 브리너가 했던 대로 박자를 맞추었다.
“♬ On a bright cloud of music shall we fly. ♬”
“One, two, three and.”
“♬ Shall we dance. ♬”
“One, two, three and.”
“♬ Shall we then say Goodnight and mean Goodbye. ♬”
“One, two, three and.”
호흡이 척척 맞았다.
[왕과 나>에서 나온 분량만큼 노래와 춤을 춘 뒤 멈추었다.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타샤가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며 숨을 헐떡였다.
“운동 좀 하셔야겠는데요.”
우혁이 타샤에게 한마디했다.
“그러게요. 후아!”
타샤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오빠, 도대체 못하는 게 뭐예요? 춤 진짜 잘 추신다. 노래도 정말 좋았어요.”
박예진이 물개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타샤 언니! 오빠 춤, 노래 어때요?”
박예진이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뭐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네?!”
박예진이 타샤의 반응에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춤과 노래를 지켜본 다른 배우들도 귓속말을 주고받으면 타샤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이 춤과 노래만 계속해서 반복 연습했으면 이 정도는 출 수 있어. 안 그래요, 우혁 씨?”
“맞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아무거나 지정해 주시지요.”
우혁의 말에 타샤가 팔짱을 낀 채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다가 우혁을 쳐다보았다.
“지킬 앤 하이드, This is the moment, 가능한가요?”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후가 출연해 대성공을 거두었던 바로 그 뮤지컬이었다.
우혁은 대답 대신 타샤의 시선을 응시한 채 곧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이 순간. 참아온 나의 힘겹던 날. 다 사라져 간다. 연기처럼 멀리. ♬”
연습실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의 엄청난 성량이었다. 그 소리에 압도되어 타샤가 움찍 뒤로 물러날 만큼.
“♬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 나만의 소원.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 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지금 내게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뿐. ♬.”
노래가 끝나자 쏟아지는 함성과 박수 소리.
타샤는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짝짝짝!
“잘 부르시네요. 아주 좋아요. [알람>에서 주인공이 지터벅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혹시 지터벅 출 수 있나요?”
지터벅.
남녀가 마주보고 서서 서로의 눈을 응시한 채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며 추는 춤.
흔히 지루박이라고 알려진 춤이다.
우혁은 대답 대신 타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추자는 거였다.
타샤가 얼떨결에 우혁의 손을 잡았다.
우혁은 지터벅을 추기에 적당한 노래를 직접 부르며 춤을 추었다.
지난밤 추체험을 한 프랭크 시나트라가 지터벅의 고수였다.
[알람>의 남주가 지터벅을 춘다는 걸 보았고, 남주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지하 연습실에서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을 만큼 연습했다.노래 한 곡이 다 끝날 때까지 춤은 계속되었다.
타샤의 얼굴에서 간간히 미소가 피어오르고 격렬한 몸짓 때문인지 볼이 상기되었다.
춤과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마녀님께서 웃으시고 웬일이세요?”
박예진이 타샤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언제 웃어, 얘는!”
“안 웃었대. 타샤 언니 춤 추면서 웃는 거 여러분도 보셨죠?”
박예진이 구경을 하고 있던 배우들에게 물었다.
“예!”
배우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웃으니까 얼마나 보기 좋아요. 자주 좀 웃으세요, 언니!”
박예진이 타샤에게 타박을 주었다.
타샤는 박예진의 타박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강우혁, 춤과 노래 다 된다.
눈빛도 좋고 연기도 좋다.
춤 좀 추는 박예진을 압도하고, 춤만큼은 자신 있는 자기를 리드했다.
딕션도 좋고, 성량도 엄청나다.
춤을 추면서 노래를 두 곡이나 불렀는데 별로 지친 기색도 없다.
조승후에 밀리지 않는다.
아니 조승후보다 낫다.
새로운 뮤지컬 스타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다!
타샤는 너무 좋아서 ‘꺄아악!’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데 꾹꾹 참았다.
“예진아!”
“네, 언니!”
“우혁 씨, 출연료 얼마를 드려야 되니?”
타샤가 옷매무새를 매만지며 불쑥 내뱉었다.
타샤의 말에 박예진이 깜짝 놀라 타샤와 우혁을 번갈아보았다.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박예진이 한 발 물러나며 우혁을 가리켰다.
타샤는 우혁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우혁 씨, 얼마 드려야 돼요?”
“그 전에 출연 여부부터 결정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우혁이 만세라도 외치며 좋아할 줄 알았는데 우혁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출연료를 묻는다는 건 출연을 확정지었다는 의미 아닐까요?”
“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예?!”
타샤가 청혼을 했다가 거절이라도 당한 표정을 지었다.
“소속사하고 논의를 해야 해서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소속사는 제가 뮤지컬을 하는 건 탐탁지 않아 하거든요. 소속사와 논의한 뒤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연습실 구경 잘했습니다. 그럼···.”
우혁은 다른 뜻이 없었다.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소속사가 있는데 상의도 없이 덜컥 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게 되더라도 계약 문제는 소속사를 통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게다가 자기로 인해 연습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두게 하고 20분째 기다리고 있는 배우님들께 송구스럽기도 했다.
우혁이 의자 위에 걸쳐 두었던 겉옷을 주워들고 타샤와 박예진, 배우들에게 깍듯이 인사를 올린 뒤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타샤는 우혁을 붙잡으려는지 한 손을 든 채 몇 걸음 따라가다가 우혁이 문을 닫고 나가자 잠시 그대로 망연히 서 있다가 뻗었던 팔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올렸다.
“예진아, 어떡하니?”
타샤가 출입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속상해했다.
“소속사하고 논의한 뒤에 연락 주겠다고 했잖아요.”
“연락 안 할 것 같으니까 그렇지. 예진아, 네가 어떻게 좀 해봐. 응?”
타샤가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