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73)
기술 시사회가 끝난 뒤 평가회의가 이어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한 지적들이 나왔으나 심각한 수정은 없었다.
박 감독과의 대화에 이어 투자자와 제작사 직원들간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관객이 몇 명이나 되어야 합니까?”
“국내 관객 기준 약 300만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거지요?”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흥행을 위해서는 홍보가 중요할 것 같은데 홍보 계획 좀 알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셔서 알겠지만 강우혁 씨의 비중이 워낙 큰 영화입니다. 작년 연말에 백룡영화제 신스틸러상과 SBC 연기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강우혁 씨의 인지도가 영화 제작 결정이 났을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강우혁 씨를 활용한 홍보전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고, 강우혁 씨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로 했습니다.”
“해외영화제 출품하실 거죠?”
“예. 10여 군데 출품할 예정입니다.”
“개봉은 예정대로 되는 겁니까?”
“오늘 기술 시사회에서 심각한 수정이 있었다면 예정대로 하기 어려웠겠지만 다행히 큰 수정이 없어서 예정대로 개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정 보완이 끝나면 곧바로 배급 시사, 언론 시사, 관객 시사 일정을 잡아 진행할 예정입니다.”
“흥행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강우혁 씨 연기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네요.”
“흥행도 기대해 주십시오.”
그것으로 기술 시사회는 마무리되었다.
시사회 이후에 회식 자리가 이어졌는데 투자자들은 박 감독과 강우혁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제 와서 싫은 소리를 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가능하면 덕담을 던졌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기술 시사를 무사히 통과했으나 배급 시사와 언론 시사, 관객 시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급 시사는 흥행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사회였다.
흥행은 여기서 판가름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관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흥행은 물 건너간다.
숫제 전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 시사.
아무리 영화관을 많이 확보한다 해도 관객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
방송과 신문 기자들은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관객은 그게 안 된다.
강우혁의 팬들이 움직여 주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불특정 다수의 관객.
그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언론 시사가 끝난 뒤 호의적인 기사들이 많이 올라왔다.
[강우혁의, 강우혁에 의한, 강우혁을 위한 영화] [신스틸러 강우혁의 연기 변신] [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룬 영화]그중에서도 [B급 스토리! A급 연출! 특급 연기!]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인상적이었다.
‘영화 [길 밖의 새>는 진지함과 가벼움, 어두움과 밝음, 웃음과 눈물 등이 잘 버무려졌다.
완급 조절이 절묘한 전개, 분위기에 꼭 알맞은 음향과 음악들, 남한과 북한을 묘사할 때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색감의 영상, 상징적인 소품들의 적절한 사용 등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입봉 감독의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노련하다. 목을 옥죄는 긴장감으로 피로함을 느낄 만하면 곧바로 긴장을 풀어주고, 지루함으로 이어지기 직전에 다시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압권은 강우혁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난 뒤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치듯이 마음속으로 외쳤다.
강우혁!!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이건만,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
언론 시사 다음날 관객 시사회가 있었다.
관객 시사회가 끝난 뒤 솔직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솔직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호불호가 뚜렷했다.
– 웃픈 영화. 웃다가 가슴 한쪽이 찡해지는 영화
– 돈 주고는 안 본다. 결말 안 내는 영화 제일 싫어!
– 다른 건 모르겠고 강우혁 연기 하나는 끝내준다
– 유치 빤스. 이래서 한국 영화 안 봐.
– 소재가 무거워 지루할 줄 알았는데 가볍게 볼만했음.
– 하늘로 올라간 주인공 어떻게 됐을까요? 누가 얘기 좀…
┖동사했을지도… 남극이나 북극에 불시착했으면… 죄송!
┖고향에 가서 가족들을 데리고 남한으로 탈출하지 않았을까요?
┖고향집에 딱 도착했어. 그런데 헐! 가족들이 모두 남쪽으로 탈출을 했다는군! @.,@
┖ㅋㅋㅋㅋㅋㅋㅋ
***
박 감독, 최 감독과 일식집 내실에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좋은 꿈 안 꿨어?”
최 감독이 박 감독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물었다.
“불면증 때문에 잠을 잘 못 잡니다. 꿈을 꾸기는 하는데 잠에서 깨면 기억이 가물가물하고요.”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최 감독이 박 감독에게 물었다.
박 감독은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눈이 퀭했다.
“괜찮습니다. 좀 피곤할 뿐입니다.”
박 감독이 마른세수를 했다.
“영화 한 편 찍고 나면 쓰러지는 날 닮은 모양이구만.”
최 감독이 술잔을 들어 박 감독의 술잔에 가볍게 부딪치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어디 무인도로 달아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것도 나하고 똑같구만. 개봉 앞두고 어딘가로 숨고 싶지.”
“감독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과정 또 겪을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처음이라 그래. 나도 입봉할 때 생각하면 지금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 밤에 악몽 꾸지 않아?”
“미치겠습니다. 악몽도 악몽이지만 왜 그렇게 가위에 눌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개봉하고 며칠 지나면 싹 사라져. 대신 잠이 오지. 병든 닭처럼 계속 졸릴 거야. 불면증보다는 그게 나아. 몸살에 걸린 것처럼 일어날 수가 없어. 그렇게 한동안 앓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줄 알아? 영화가 찍고 싶어. 그때부터 시나리오 찾아다니는 거야. 눈에 불을 켜고서 말이지.”
“시나리오! 지금은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지금은 그렇겠지. 그런데 촬영 중에는 왜 전화 한 통 없었어? 힘든 일 많았을 텐데.”
“감독님도 촬영 중이신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제 영화 검토해 주신 것만 해도 정말 고맙습니다.”
박 감독은 기술 시사회 전에 최 감독에게 먼저 영화를 보여 주고 의견을 들었다.
최 감독은 꼼꼼하게 검토해주었고,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때 최 감독은 수고했다는 말은 했지만 좋다 나쁘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박 감독의 최 감독의 솔직한 평이 듣고 싶었다.
술기운을 빌려 [길 밖의 새>에 대한 평을 부탁했다.
“제 영화 어떠셨어요?”
“한 가지는 분명해. 강우혁 씨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어.”
박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다렸다.
또 다른 평이 나오기를.
하지만 더 이상 최 감독은 입을 열지 않았다.
박 감독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최 감독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참담했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게 있어.”
박 감독이 입을 열었다.
“내 입봉작보다는 훨씬 좋아. 장비 측면이 아니라 연출 감각과 실력 말이야.”
최 감독의 말에 박 감독을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입봉했을 때가 박 감독보다 다섯 살 정도 어렸을 때니까 비교를 인정할 수 없다 이건가? 그럼 내가 마흔 때 찍은 작품하고 비교해볼까? 누가 봐도 박 감독 감각이 뛰어나.”
“···.”
“게다가 운도 좋아.”
“?”
“당시 난 신인이었기 때문에 좋은 배우가 나 같은 신인한테 오려고 하지 않았지. 캐스팅 5순위까지 만들었는데 모두 거절하더군. 그런데 박 감독은 제작사를 구하기도 전에 주연 배우를 캐스팅했어. 그것도 스스로 박 감독을 찾아왔단 말이야.”
박 감독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러니 좋은 결과 나올 거야. 박 감독도 잘 알겠지만 내 영화가 몇 명이 들어올지는 몰라도 남의 영화는 잘 알아맞히잖아.”
“그 말씀 여쭙고 싶었는데 내내 참고 있었습니다.”
“300만은 넘을 것 같아.”
300만이면 손익분기점이다.
손익분기점은 넘겨야 다음 영화를 연출할 희망이 생긴다.
“정말! 300만 넘을까요? 감독님 말씀처럼만 되면 소원이 없겠네요.”
박 감독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
우혁은 영화 홍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예능 출연, 각종 인터뷰, 전국의 팬 사인회 등 홍보를 위해서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개봉이 임박했을 무렵에는 촬영 기간보다 오히려 더 바빴다.
귀가 시간도 일정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방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오늘도 새벽 3시에야 집에 도착했다.
자고 있을 줄 알았던 아내가 깨어 있었다.
아내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왜 안 자고 있었어?”
“자다가 깼어.”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다.”
“괜찮아.”
아내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열이 조금 있는데?
“감기 기운이 조금 있는데 참을 만해.”
“약 사다 줄까?”
“이 시간에 무슨 약을 사러 가. 피곤할 텐데 어서 들어가서 자.”
“내가 너무 일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대답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아내도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영화 개봉하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이번에는 우리 둘만···.”
우혁은 말을 멈추었다.
고개를 숙인 아내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눈물이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내도 예기치 않은 눈물이었는지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쳤다.
“갑자기 왜 이러지? 바보처럼!”
아내는 웃어 보이려고 애를 썼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아무 일도 없어. 일이 있을 게 뭐가 있어. 친딸보다 더 잘해 주시는 어머니 아버지 계시고, 돈 잘 벌고 나만 예뻐해 주는 남편 있는데···. 아이참, 왜 눈물이 나고 그럴까? 나도 참 주책이야.”
아내가 자신을 책망했다.
그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아내를 사랑한다.
연기자 생활을 하면서 예쁜 여자 연예인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지만 우혁의 눈에는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
그렇지만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아내보다 일이 우선이었다.
일을 아내보다 더 사랑하지는 않지만 일중독이라고 할 만큼 일에 빠져 살았다.
영화 한 편, 미니시리즈 두 편, 뮤지컬 한 편을 찍었고, 간간이 예능에도 출연했으며 인터뷰, 광고 촬영, 화보 촬영 등으로 쉬는 날 없이 달렸다.
그러느라 어느 날은 아내의 얼굴을 못 보고 하루가 지나갈 때도 많았다.
“영화 대박 나려나 봐.”
눈물을 만회하고 싶은지 아내가 방긋 웃었다.
울고 싶을 때 울어도 되건만.
“어젯밤에 신기한 꿈을 꿨거든.”
“?”
“꿈속에서 오빠가 700만이라고 적힌 트로피를 들고서 환하게 웃더라. 그 트로피에 영화 제목이 적혀 있었는데 [길 밖의 새>였어. 700만이면 대박 맞지?”
“그럼! 그 정도면 대박이고말고. 제작사에서는 300만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있는 걸. 그런데 꿈이 너무 현실적인데. 만약 이 꿈이 맞으면 예지몽이라고 해야겠는걸. 어찌 되었건 대박 꿈인 것 같으니까 그 꿈 내가 사야겠다. 5만 원 줄게 나한테 그 꿈 팔아라.”
“그냥 줄게. 선물이야.”
“그건 아니지.”
우혁은 지갑에서 5만 원 지폐 한 장을 꺼내 아내에게 주었다.
아내는 지폐를 손에 든 채 우혁의 눈치를 살폈다.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근데 나···.”
“?”
“좀 전에 신기한 꿈을 하나 더 꿨어.”
“좀 전에?”
“그 꿈 꾸고 잠에서 깼어. 그때 마침 오빠가 온 거야.”
“그래? 이번에는 무슨 꿈이야?”
우혁은 지갑에서 5만 원짜리 하나 더 꺼낼 준비를 하며 물었다.
“하늘의 해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왔어.”
“해? 태양 말이야?”
“응!”
“그 꿈이 진짜 대박 꿈 같은데?!”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다가 뭔가 짚이는 게 있어서 아내를 바라보았다.
혹시···?
ⓒ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