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도원향
“어머니,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한참을 어머니의 품에서 울었으면서도 떨어지기 싫은지 서왕모의 손을 놓지 않고 직녀가 물었다.
그러자 서왕모가 주름진 미소를 지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이 가게에 내게 빚진 아이가 있거든. 와서 알려주더구나.”
빚?
나나 미야를 말하는 건가?
분명 미야의 성좌 완성 계획에 도움을 받았으니 빚진 게 없는 건 아닌데.
“미야가 알린 거예요?”
“아뇨. 전 계속 여기에 있었던걸요?”
미야의 대답처럼 나나 미야는 식당에 있었기에 알릴 방도가 없었다.
에녹이나 천오도 마찬가지였고 설기가 2층 내 방 안에 있긴 하지만, 그 녀석이 무슨 수로?
“아, 설마.”
그러다가 여기 있어도 서왕모에게 알릴 방법이 있는 직원이 한 명 있다는 걸 깨달은 나는 주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구나?”
“헤헤.”
그곳에는 천오가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고 있었다.
여기에 있는 천오는 분신.
천육 형제들을 보내거나 천계에 있는 손오공 본체가 움직이면 이 짧은 시간 동안 서왕모에게 알리는 것도 어렵지 않을 터.
나는 범인을 알아내곤 헛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런 거야? 사정을 다 알고 있었어?”
“그건 아닌데 듣고 있다 보니 딱해서. 마침 서왕모 님한테는 갚아야 할 빚도 있었으니까.”
“알고 보면 천계에서 제일가는 오지라퍼라니까.”
반도원에서 반도를 훔쳐먹었던 빚을 갚기 위해서라며 핑계를 대고 있지만, 나는 그게 천오의 선의에서 나온 호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굳이 얻는 것도 없는데 미야가 성좌로 올라가지 않는 걸 걱정하고 계획을 짠다거나 직녀와 서왕모 모녀의 사이를 화해시키려 노력한 손오공의 마음이 선의가 아니면 뭐겠어.
“저 천둥벌거숭이에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지, 뭐니. 호호호.”
“참, 서왕모 님도.”
언제적 별명이냐며 천오가 투덜거렸다.
이젠 자기밖에 모르던 화과산 돌 원숭이가 아니라 동료들을 살피고 챙겨줄 줄 아는 마음씨 착한 손오공이 되어 있었다.
그런 손오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서왕모는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대에게도 많은 빚을 졌구나.”
“제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그저 견우와 직녀가 만날 자리를 마련해주고 음식을 해준 것뿐인데 뭘.
그런 내 겸손에 서왕모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이 아이들이 벌을 받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충분히 벌을 받았지. 하지만 그놈의 법도가 뭔지, 체면이 뭔지.”
서왕모는 눈을 감고 혀를 쯧쯧 찼다.
“천계의 수장인 옥황상제가 내린 벌이라며 아무도 저 아이들을 용서해달라고 주청하지 않더구나. 상제는 상제 나름대로 자신이 내린 벌을 스스로 거둘 수가 없는 처지였어.”
자신이 내뱉은 말을 스스로 회수하는 것은 옥황상제의 위엄을 깎아내리는 모양새가 되는 듯했다.
성좌에게, 그것도 최고신의 자리에 있는 성좌에게 신의 위엄은 아주 중요한 사항.
그래서 이미 용서받을 시간이 지난 견우와 직녀 부부가 계속 생이별을 하고 있어야 했다고 서왕모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대가 이 아이들을 어여삐 여겨 서로 만나게 해주었지. 그 소식을 듣고 내 얼마나 기뻤던지.”
“알고 계셨습니까?”
“이 왕모가 모르는 일은 없단다. 호호호.”
서왕모는 나를 기특하다는 듯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부부의 운명이 나, 서왕모와 옥황상제도 갈라놓지 못할 것이라면 이젠 인정해주어야지. 그리고 딸아이도 이렇게 부모를 그리고 있으니, 내 직접 상제께 주청을 드릴 것이야.”
“어머니······!”
“서왕모 님, 진심이십니까?”
화색이 되는 딸과 사위를 보며 서왕모가 주름진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다. 그러니 어서들 천계로 돌아가 다시 살림을 합칠 준비를 하고 있거라. 내 올라가는 대로 상제를 뵐 것이니.”
“고마워요, 어머니.”
“이 은혜를 평생에 걸쳐 갚도록 하겠습니다, 서왕모 님, 아니 장모님!”
나란히 서왕모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견우와 직녀는 그대로 가게를 나가 천계로 올라가 버렸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듯한 두 부부의 뒷모습에 가게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뭐가 그리 급해서 저렇게 서두를꼬.”
“드디어 둘이 함께 있을 수 있게 된 거니까요. 마음이 급하실 수밖에요.”
“정작 이 일의 일등 공신에게는 인사도 하고 가지 않았으니 그렇지. 쯧쯧쯧.”
내 말에 아직도 멀었다며 딸 부부에게 혀를 찬 서왕모는 인자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이거 내가 일등 공신이라는 소리네.
나는 멋쩍음에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이 오래된 할미의 정원까지 찾아와 즐거움을 안겨준 것도 모자라, 소원했던 딸과 사위와 다시 가까워지게 도와준 보답을 해줘야지.”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한 게 뭐 있나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이제 꽤 많은 성좌를 상대해본 나였다.
성좌들은 기본적으로 하계의 인간들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걸 좋아했고, 그걸 거부하면 화를 내거나 섭섭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러니 이렇게 받는다고 해야지 좋아하더라.
“그래야지. 그래야 착한 아이지.”
봐. 내가 순순히 받겠다고 하니까 그 무시무시한 서왕모가 푸근한 할머니처럼 웃고 있잖아.
“내 마음 같아선 반도원의 반도를 몽땅 주고 싶지만, 조만간 신선들의 연회가 예정되어 있어 그럴 수가 없는 게 안타깝구나.”
서왕모가 여는 연회, 즉 요지연(瑤池宴)은 도교의 격 높은 신선이 모여서 불로장생의 반도와 술을 마시는 큰 행사였다.
여기에 참가하는 게 일생의 목표인 신선이 있을 정도라나?
참고로 반도원에 갈 때 천오가 말해준 내용이었다.
“그래서 이걸 주기로 했단다.”
호호호 웃던 서왕모는 그녀의 긴 소매에서 옥색 구슬 하나를 꺼내 들었다.
생전 처음 보는 옥구슬······, 은 아니었고 성안으로 보니 내게도 익숙한 아이템이었다.
“아공간의 코어 크리스탈이군요?”
“너희는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구나. 우리는 결계석이라고 부른단다.”
서왕모는 내게 코어 크리스탈을 건네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 결계석 안에는 내 반도원의 일부를 잘라낸, 무릉도원이 들어가 있단다.”
“······무, 무릉도원이요?”
“그래. 그 옥구슬이 바로 [도원향]의 결계석이니라.”
무릉도원.
사계절 내내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신선들만 사는 곳으로 복잡한 현실과 동떨어진 도교에서 이상향으로 꼽는 곳이었다.
“원래는 진시황의 폭정에서 도망친 주 씨와 진 씨 아이들이 잠시 내 반도원에 의탁해서 돌봐주었었지. 이제 그 아이들은 다 죽거나 신선이 되어서 아무도 살고 있지 않으니 그곳을 보답으로 네게 주마.”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군요.”
냉큼 받기로 했으면서 내가 이렇게 당황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아공간인 [남국의 해안]과 [서천 꽃밭]은 전부 E~D급 던전을 가져온 것이었다.
아벨에게 받은 [에덴의 동쪽]도 일부만 받아 온 거라 B급 던전 급이었고.
그런데 [도원향]은 놀랍게도 찬란한 무지갯빛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선물로 받기에는 너무 엄청난 곳인데요······.”
이거 S급, 아니 SS급은 될 것 같은데?
이 어마어마한 공간을 어떻게 내 아공간으로 쓰겠어?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 날 보며 서왕모가 한숨을 내쉬며 혀를 찼다.
“이제 성좌의 신위를 찾은 그 아가씨만큼 그대도 답답하긴 똑같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도 이제 곧 성좌의 격을 지니게 될 텐데 언제까지 평범하게 하계에 머물 생각인가. 격에 맞는 처소를 장만해야지.”
아니, 잠깐,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성좌가 된다고? 그것도 곧?
“······서왕모 님의 말이 진짜야?”
당황해서 직원들을 바라보는 내 눈에 설마 아직도 몰랐냐며 더 당황하는 미야, 에녹, 천오의 표정이 보였다.
“설마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셨을 줄은······.”
“저는 마스터가 절 도와주시기에 이미 알고 계신 줄 알았어요.”
“사장, 생각보다 많이 둔하구나?”
애석하게도 내가 곧 성좌가 되는 사실을 모르는 건 나뿐인 모양이었다.
“자, 그리되었으니 그 [도원향]은 자네가 받게. 여러 가지 선물도 넣어두었으니 요긴하게 쓰고.”
서왕모는 그 말을 남기고 오색구름과 함께 천계로 돌아갔다.
남겨진 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아니, 이보시오,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성좌라니! 내가 성좌라니!!
* * *
내가 성좌가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다음 날.
“내가, 내가 성좌라니!”
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요리의 성좌가 되어 수천 년 동안 사람들에게 온갖 요리를 공물로 받는 꿈을 꾸었거든.
내가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 요리를 받는 꿈이라니.
그것도 수천 년 동안.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그게 왜 끔찍행?”
내가 깨는 바람에 놀라서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진 설기 녀석이 고개를 쏙 내밀며 물었다.
나는 설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대답해주었다.
“그러면 내가 요리할 일이 없잖아.”
내가 요리를 못하고 남이 해주는 요리만 하는 게 성좌 생활이라니.
절대 성좌가 되지 말아야지.
“세상에 그런 성좌가 어딨어요? 마스터도 참 이럴 때 보면 엉뚱하다니까.”
내가 간밤에 꾼 꿈을 이야기해주자 미야가 배를 잡고 웃었다.
언제라도 성좌가 다시 될 수 있는 상태가 된 이후로, 정확히는 자책감을 버리고 자신감을 찾은 이후로 미야는 한층 더 밝아졌다.
예전보다 지금이 보기는 좋았지만, 내 꿈 이야기에 저렇게나 웃다니. 슬퍼진다.
“성좌는 그런 식으로 살지 않습니다, 사장님.”
심지어 에녹마저도 입가에 떠오르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그럼, 성좌가 되면 뭘 하는데요?”
“먹고, 자고, 놀고?”
“그건 네 본체가 손오공이라서 그런 거고.”
내 말에 천오가 입을 삐죽거렸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손오공은 그냥 먹고 자고 노는 게 일인 성좌였으니 참고가 안 된다.
내가 만약 성좌가 되면 간밤의 꿈처럼 요리의 성좌가 되겠지.
그렇다면 진짜 뭘 해야 하지?
“마스터라면 자신의 영역에서도 식당을 하지 않을까요?”
“성좌들은 서로의 영역에 들어가는 게 힘들지 않아요?”
같은 신화, 그러니까 같은 성계의 성좌들이나 친분이 있는 성좌가 아니면 서로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 힘들다고 헤르메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성좌의 영역이란 그자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하나의 별이 된 공간이니까.
“그렇죠.”
“그러면 손님들이 오기 힘들잖아요.”
암만 내 영역에서 식당을 열면 뭐 해.
음식을 먹어줄 손님이 없는데.
그런 점만 생각해도 내가 성좌가 되는 건 장점이 없다.
단점만 많지.
“단점이요?”
“가족들과도 헤어져야 하고, 영겁의 세월을 살아야 하고, 매일 성좌력에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하죠.”
성좌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던 미야와 다르게 나는 태생이 인간이었다.
영생의 삶을 사는 성좌로 살기엔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런 내 대답에 에녹이 진지한 표정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사장님, 지금 이대로라면 사장님은 곧 성좌의 경지에 오를 겁니다.”
성좌들에게 음식을 팔면서 내 인지도가 너무 올라갔다고 한다.
인간들에게 인지도가 전혀 없어서 성좌가 되지 못했던 헤이리스랑 다르게 나름대로 인기 있는 식당의 사장이라서 성좌가 되는 데 문제도 없다고.
“물론 저처럼 성좌가 되는 걸 미룰 수도 있어요.”
“언제까지요?”
“마스터가 원하는 때까지요.”
미야의 말에 의하면 10년이건 100년이건 미룰 수도 있다고 한다.
아니, 지금부터 100년을 더 인간으로 살면 130살이 넘는데 그게 성좌랑 다를 게 뭐야.
“애초에 넥타르나 반도를 그렇게 먹었는데 인간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한 사장이 바보 아냐?”
“······팩트 폭력이라니 비겁하다.”
천오의 말에 틀린 게 없었다.
내가 [요리사]로 각성했을 때부터, 아니 카인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성좌의 셰프]가 된 시점부터 성좌가 될 운명이 정해진 걸지도 모르겠네.
······이걸 정 여사나 연준이 녀석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아무튼 나는 최대한 인간으로 살고 싶어요.”
“마스터의 의견을 존중할게요.”
“하, 마음은 심란한데 풍경은 정말 최고네요.”
놀랍게도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곳은 서왕모가 준 아공간, [도원향]이었다.
복숭아 향이 가득한 복사나무숲 가운데, 사극에서나 볼 법한 2층짜리 전각이 연못 위에 놓여 있었다.
우리는 분홍빛 복사꽃 꽃잎이 융단처럼 깔려있는 다리를 건너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와, 안이 이렇게 되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놀랍게도 고풍스러운 겉모습과 다르게 안은 세련된 현대식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오는 펜트하우스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서왕모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도원향]은 누구나 원하는 이상적인 공간. 그 안의 모든 건물은 네가 원하는 대로 꾸며질 거란다.’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집의 형태가 이거라니.
나도 꽤 속물이었구나.
사실 ‘연성이네’ 낮 장사로 돈을 꽤 번 다음에 이사 갈 집을 찾아보긴 했다.
연준이 녀석의 전원주택이 멋지기도 했고.
하지만 결국, 식당과 멀어지는 삶이 싫어서 포기했었는데,
“그때 봤던 집이랑 똑같네.”
국밥 할아버지가 이런 집은 어떠냐고 보여준, 최고급 펜트하우스와 내부가 똑같을 줄이야.
머쓱한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자 옆에서 미야가 집을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다행이네요. 시중들 시녀가 필요할 정도론 넓지 않아 보여요.”
저게 무슨 소리냐.
서왕모가 도원향을 내게 넘기면서 천계의 선녀 몇을 날 모실 시녀로 함께 보내려다가 말았다는 소리를 해서 그렇다.
왠지는 몰라도 미야를 슬쩍 보면서 ‘그럴 필요는 없겠구나.’라고 말하며 호호호 웃었지만 말이야.
“어휴, 시중은 무슨. 저 혼자 살아도 할 거 다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식당에서만 33년을 살아왔던 나였다.
식당 일에 꼭 필요한 청소, 빨래, 요리라면 이골이 난 사람이라 이거지.
“여기 내 방 할래! 왕!”
그 와중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설기 녀석은 방 하나를 고르고 신나 하고 있었다.
설기도 장차 신수가 될 녀석이니 날 따라 이 마력이 가득한 [도원향]에 사는 곳을 옮기기로 했다.
설기가 고른 방은 통유리 창문이 정원과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언제든 뛰어나갈 수 있는 방이었다.
“앗! 치사한 강아지 녀석. 그럼 난 제일 꼭대기 층이다!”
천오는 누가 원숭이 아니랄까 봐 지붕 근처까지 뻗어 나온 복사나무 가지를 잡고 바로 숲으로 갈 수 있는 삼 층의 꼭대기 방을 골랐다.
“천오, 너도 이리로 오게?”
“여기처럼 좋은 데를 두고 왜 다른 데서 자? 안 그래, 에녹?”
무슨 당연한 소리를 묻냐며 천오가 에녹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에녹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럼 지하실을 제 방으로 삼도록 하죠.”
“역시 흡혈귀. 지하실을 고르는구나?”
“[도원향]의 햇빛이 제게 해롭지는 않은데, 습관이란 건 무서우니까요.”
이렇게 설기에 이어 천오랑 에녹도 [도원향]에서 함께 사는 걸로 정해졌다.
뭐, 아공간에서 나가면 바로 식당이니 직주근접이라는 측면에서는 나쁠 건 없지.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혼자 남은 미야를 향했다.
“미야는요?”
“저는 그래도 같은 건물에 사는 건 조금 그렇네요.”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 미야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남자만 있는 건물에 여자 혼자 들어와서 사는 건 조금 그렇지.
거기다 지금도 미야는 [에덴의 동쪽]에서 닭 다리 달린 오두막을 설치하고 살고 있으니 굳이 다른 아공간으로 옮길 필요도 없고 말이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이쯤에 제 오두막을 둘까요? 정원이 넓어서 별채 느낌이 나겠네요.”
“······미야도 여기로 오게요?”
“저만 빼놓을 생각이었어요?”
내 물음에 오히려 섭섭하다는 표정을 짓는 미야.
나는 그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도원향]으로 옮기는 걸로 결정이네요.”
가족처럼 모두 한군데 모여 살기로 결정한 다음 나는 중대 발표를 하기로 했다.
“그러면 지금까지 제가 살던 2층을 모두 뜯어내서 미야의 빵집으로 만들도록 하죠.”
“맡겨주십시오.”
건축가 에녹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내가 살던 2층에 빵집을 만들면 더 이상 빵집을 열 건물이나 부지를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연성이네’ 건물 외관을 튼튼하게 만들어준 에녹이 개조하는 거니 통일성도 유지될 거고, ‘성지’ 안에 있기에 직원들의 기운이 지구에 영향을 줄 일도 없을 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1층에서 밥을 먹고 2층에서 디저트를 먹는 완벽한 푸드 빌딩이 되겠네요.”
나중에 3층 옥상은 루프톱 바로 바꿔서 술을 팔아볼까?
그렇게 ‘연성이네’의 확장이라는 대업이 시작되었다.
뜻밖의 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