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를 섭취하며 살아간다.
식물은 태양빛에서 광합성을.
동물은 그런 식물, 혹은 같은 동물을 먹으면서.
하다못해 박테리아도 다른 박테리아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금속 생명체도 배가 고픈가?
답은 Yes였다.
“사장님, 방금 그건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동굴 밖으로 나온 뒤.
악튜러스는 쉴 새 없이 입을 열었다.
“진짜 저런 고레벨 NPC? 몬스터를 여기서 발견하다니, 저 완전 대박 아닙니까. 동굴 던전을 확인할 때부터 느낌이 어쩐지…….”
놀라서 그런지 말이 끊기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게 원래 이 녀석의 성격일지도.
어지간하면 참으려 했는데, 생각이 자꾸 흐트러졌다.
“개인 퀘스트다. 그리고 좀 조용히 해 봐.”
“아, 네.”
짧게 소리친 파프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기회를 잡았어.’
당장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는데.
임기응변 덕분에 퀘스트까지 받을 수 있었다.
‘강철이라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겠군.’
강철은 대표적인 금속 중 하나.
다양한 곳에 쓰이는 건 물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러려면 일단 요리를 준비해야 한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
파프닐은 쪽지에 무언가를 적고 말했다.
“그보다 의뢰할 게 있는데.”
“네? 네.”
“이 사람들을 찾아서 데려오도록. 의뢰를 한다고, 그리고 각자 가장 맛있는 음식 재료를 가져오라고 했다 전하면 알 거다.”
“음식이면……. 그 거인의 퀘스트를 말하는 거군요.”
대답하던 악튜러스의 눈동자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저기, 그런데 금속 거인이 먹는 거라면 어떤 요리를 하는 겁니까?”
“흠……. 그야 나도 모르지.”
“네?”
“그래서 아는 사람들을 불러오는 거고. 이제 출발하도록.”
“아, 네!”
악튜러스의 주특기는 암살이지만, 그 외에도 첩보나 추적, 탐문 수색 등도 전문가 이상의 수준이다.
약간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이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좋아, 그럼 그동안 나는 마저 일 처리를 해야겠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일 처리가 뭐냐고?
꾸어어어!
쿠어!
어느새 주변을 둘러싼 100년 묵은 수련 곰들!
“좋아, 오늘도 일 시작이다.”
잠시 멈춰 뒀던 폭업을 재차 이어 갈 시간이었다.
***
삼 일 후.
강철의 주인이 있던 동굴 앞에 한 중년 인간 남자가 나타났다.
“여기로군. 나의 실력을 발휘할 곳이.”
그때였다.
“자네도 의뢰를 받고 왔나?”
수풀 속에서 붉은 수염을 길게 기른 드워프 한 명이 나타났다.
“무슨?”
“신대륙 티켓을 건 의뢰, 자네도 받지 않았는가.”
“그 사실을 아는 걸 보니 어르신도 초대를 받았나 보군요.”
“허허, 금속을 다루는 데 내가 없어선 안 되지.”
“금속?”
남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말하려던 순간, 뒤쪽에서 세 사람이 나타났다.
“하아, 하아. 진짜 개X같이 머네.”
“어, 언니!”
몽환각의 마스터, 악튜러스와 작은 키의 흑발 대장장이 여인, 그리고 큰 키에 문신 바늘을 든 자매였다.
“어…….”
큰 키의 여인, 시연이 놀랐다.
“설마 방랑자 젬!”
“나를 아나?”
“그야 물론이죠. 전설의 모험가잖아요.”
“흠……. 아무래도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의 의뢰를 받은 모양인 듯하구먼.”
늙은 드워프가 말했다.
“의뢰요? 전 다른…….”
“그래서, 최고의 작품을 가리는 게 맞는 거지?”
“음……. 작품이라 해야 하나요.”
가볍게 박수를 친 악튜러스는 주변을 둘러보고 물었다.
“아무튼 다들 모인 듯하니, 슬슬 안내하겠습니다.”
동굴 안으로 한참을 걷자, 곧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그 안에는 한 미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와 주셨군요.”
“파프닐 님!”
“파프닐……!”
시현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설마 이 의뢰인의 정체가, 최근 그 화제의 인물인 파프닐이라니!
“환영합니다. 여러분 모두.”
“뭐야, 분명 우리한텐 부탁이라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언니, 잠깐만. 지금 말해 주시겠지!”
시현 자매가 물러난 뒤.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여러분들을 부른 건, 가장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분을 꼽기 위해서입니다.”
“요리?”
“역시 요리 대회인가.”
“단, 심사하는 건 제가 아닙니다.”
말을 마친 파프닐이 벽을 가리켰다. 그 순간 벽의 금속이 움직이며 눈동자가 살짝 나타났다.
“호오, 경쟁인가. 그것도 좋지. 인간은 본래 경쟁과 향상심을 통해 성장한 종이니…….”
“저, 저게 벽이 아니라고?”
“저분께서 요리를 드시고 평가할 겁니다.”
“강철의 주인……! 드워프들의 전승에만 나오던 존재였는데……. 이렇게 실제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오이다!”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붉은 수염 드워프가 무릎을 꿇었다.
“저 붉은 수염 카렌돌프, 당신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으으음……. 그래, 힘내거라.”
졸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강철의 주인을 대신해 파프닐이 상황을 설명했다.
“여러분들 모두 대장장이, 혹은 요리사일 겁니다. 뭐가 나오건 상관없으니. 재료비는 신경 쓰지 말고 저분을 만족시킬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나, 젬의 무대가 되겠군…….”
중년 남자가 몸을 풀었다. 그 모습을 본 드워프가 피식 웃었다.
“허허, 인간이 꿈도 크구먼. 강철의 주인님을 만족시키려면 대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거늘……. 자네도 수행을 많이 한 건 느껴지네만, 무대가 다르다네, 무대가.”
“하……. 난쟁이가…… 말대꾸?
“둘 다 잘난 척하긴. 여긴 내 무대야!”
“이거 대장장이 대회 아니었어요?”
세 명, 아니 네 명이 섞여 떠들자 시장통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이거 괜찮은 겁니까……?”
“물론.”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래 봬도 엄선해서 고르고 골라 뽑은 사람들이니.”
방랑자 젬은 최고의 요리사, 대장장이 카렌돌프는 최고의 드워프 대장장이.
시현, 시연 자매도 문신사와 대장장이의 연계라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우승자에겐 신대륙 탐사대에 승선할 수 있는 자격, 그리고 추가로 1만 골드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과연 저분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봐야 알겠지요.”
명성 있는 인물들, 온갖 재료와 요리 들.
전부 다 지원하려면 돈이 적잖이 들지만, 성공한다면 그 이상을 얻을 수 있었다.
무려 ‘강철의 주인’의 인정.
이것을 받는다면, 단순히 격이 높고 강한 힘을 얻는 것 외에도 다른 이득이 있었다.
‘강철은 여러 금속에 쓰이지, 그리고 이 정도 고위 금속의 주인이라면 틀림없이 다른 금속의 주인들과도 교류가 많을 거다.’
외향적인 사람 한 명을 소개받으면, 곧 그 사람의 친구의 친구들과 얼굴을 트게 되는 원리!
여기서 금속의 주인들을 많이 얻으려면,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파프닐은 눈을 감은 강철의 주인을 보며 생각했다.
과연 저 강철의 주인은 금속을 먹을까? 아니면 요리를 먹을까?
***
세 팀은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화르륵, 치이이익!
시현, 시연 자매. 그리고 카렌돌프는 각자 쇳덩어리를 용광로에 녹이고, 모루에 대고 두들겨 대었다.
불똥이 가득 튀는 가운데, 값비싼 금속들이 그대로 녹는다.
반면 젬은 달랐다. 냄비에 물을 끓이고, 각종 재료를 넣은 뒤 천천히 국자를 젓는 그의 모습은 도사를 방불케 했다.
“조금 덜 넣었군.”
슥슥, 설탕을 포대째로 붓고 다른 열매 한 포대를 꺼내 통째로 부은 뒤 으깨기!
수시간 후 세 팀 모두 작업이 끝났다.
강철의 주인이 사람만 한 크기의 분신체를 내보내 간이 의자에 앉는 것으로 심사가 시작!
“내가 나가지.”
첫 번째로 나선 건 요리사 젬이었다.
거인 앞에 나아간 그가 말했다.
“사실 저는 요리사가 되기 전, 광대였습니다. 하지만 재능이 없어서 노잼이라는 소리만을 들었지요.”
개그맨에게 있어 가장 굴욕적인 별명!
“그래서 평생 재미를 찾아 헤맸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정말로 찾게 되었지요.”
말을 마친 젬이 접시를 들었다.
“찾아낸 겁니다. 바로 이 예스잼을!”
“오?”
“예스잼?”
파프닐의 눈이 커졌다.
-자, 그러면 말이야.
-재미가 있는 잼은 과연 무엇일까.
-어……. 잼잼?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크로스파이어 길드를 무너뜨렸을 때의 기억.
예스잼이라면 설마 그때 드워프들에게 들었던 바로 그?
“호오…….”
강철의 주인이 반응을 보였다.
“어디, 한번 볼까.”
단숨에 접시 위의 빵과 잼을 가져간 금속 손이, 곧 입으로 추정되는 구멍에 빵을 털어 넣었다.
“음……. 으음……. 흐음……. 음?”
맛을 음미하던 강철의 주인이 흠칫했다.
“음……! 으음! 재미있군……. 재미있어! 크흠……. 흐흠……!”
“후후후……!”
요리사 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연히 그럴 겁니다. 예스잼은 궁극의 음식……! 지금까지 제 예스잼을 맛보고 맛이 없다고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음……. 음……! 음!”
빵을 게 눈 감추듯 먹어 버리는 강철의 주인.
차례를 기다리던 드워프와 시현, 시연 자매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승부는 끝난 듯싶습니다.”
“크읏……. 인간 놈……!”
“이건 말도 안 돼…….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낼걸!”
“언니……!”
부르르, 손을 떠는 시현을 시연이 애써 붙잡았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뭐, 예스잼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어차피 주최자 입장에서 보면 누가 됐건 강철의 주인이 만족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시현, 시연까지 부른 게 아깝긴 하지만.
뭐, 그거야 나중에 따로 말하면 되니까.
‘그럼 이제 받아 볼까.’
그때였다. 쟁반을 말끔히 비운 거인이 젬을 보았다.
“흠, 흠. 아주 맛있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먹은 맛 중 최고의 맛이야. 만족스럽진 않지만.”
“예. 그야 물론 최고의……. 예?”
득의양양해 있던 젬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높아졌다.
“잠시……! 그게 무슨…….”
“이건 너무 맛있기만 해서 싫어. 세상이 다 이런 맛이면 무슨 재미로 살란 말이냐.”
맛있는 요리를 가져왔더니 너무 맛있기만 해서 싫다?
“아, 알 것 같구먼.”
늙은 드워프, 카렌돌프가 씩 웃었다.
“그래, 인생이란 게 맛있고 달기만 해선 진짜 맛이 안 나오지. 가끔은 맵고 짜고 쓰고 또 무미건조한 맛도 있어야 해.”
“그래서 아저씨 수염이 그렇게 삭았어요?”
“사, 삭다니……! 이래 봬도 매일 아침마다 슬라임 크림으로 관리를……. 윽!”
“헤에……. 관리하시는구나.”
시현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자, 두 번째.”
“흠, 흠. 내가 나가지.”
카렌돌프가 내민 것은 드워프 기술로 정제한 마나석!
이를 먹은 강철의 주인의 평은 이러했다.
“마나기가 너무 많구나. 속이 니글거리는군.”
“커헉……!”
세 번째로는 시현, 시연의 합작 금속 장비가 나왔다.
“이건…….”
이건?
설마 마음에 든 건가?
파프닐이 오 소리를 낸 순간, 혀를 찬 강철의 주인이 말했다.
“이건 안 먹어!”
“네?”
“뭔 이상한 것들을 뿌려 놨어? 이건 음식에 대한 모독이야!”
“…….”
시현의 입이 합죽이처럼 닫혔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