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21)
321화
PVP가 가장 활발한 레벨대는 어딜까.
보통은 패권을 두고 다투는 고레벨 유저들의 구간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PVP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곳은 의외로 중, 저레벨 구간이었다.
이유? 간단하다.
레벨이 오를수록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은 실제의 죽음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경험치를 소멸하고, 떨어뜨리는 아이템의 개수나 등급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고레벨 유저들은 PVP에 있어서 철저히 신중해져야 했다.
진짜로 죽으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보통 랭커권 사냥터에서는 무차별 PVP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PVP가 일어난다면, 철저히 합리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파프닐이 가진 금속과 비법의 가치는 차고도 넘쳤다.
‘금속, 특히 귀금속은 절대로 한국 놈들에게 양보할 수 없으니까.’
파이브스타에게 크게 패배한 지금은 더욱 그랬다.
그렇기에 겐지는 신호가 오자마자 파프닐을 쫓았다.
‘정보에 의하면 그 녀석은 네크로맨서임에도 근접전을 선호한다.’
적들의 군대 속으로 뛰어든 뒤.
전장 한복판에서 창을 휘두르며 군대를 지휘하는 특이한 네크로맨서!
그렇기에 그는 파프닐과의 전투가 빠르게 끝날 거라 확신했다.
‘길어 봤자 5분이지.’
그런데 막상 전투가 시작하자 파프닐은 기존 정보와 영 다르게 움직였다.
파티원들과 헤어져 베이스캠프에서 나온 뒤, 파프닐은 곧바로 사냥터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마치 위기를 눈치챈 사냥꾼처럼 엄청난 속도.
그 뒤를 따라가다 보니 아무리 체력이 뛰어난 오다 클랜의 정예라도 숨이 차올랐다.
심지어 단순한 등산이 아니다.
사방에서 부지불식간에 솟구치는 유독가스와 고열의 화염.
잘못 내디디면 용암으로 무너지는 바닥에, 각종 까다로운 토착 몬스터들까지!
심지어 해골병들의 공격까지 받는 건 덤이었다.
“칙쇼오오! 저 새X 눈치챈 거 아냐?”
-レベル・アップ(레벨 업)!
모든 플레이어라면 그렇게 바라던 메시지지만, 지금은 겐지의 화를 돋우는 내용일 뿐이었다.
하지만 겐지는 속도를 올려 돌진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신중히, 확실하게 파프닐을 추적하며 달렸다.
상대를 얕보는 건 삼류나 하는 짓.
“놈은?”
“따라잡았습니다. 사냥터 안쪽에서 휴식 중입니다.”
매의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닌자 유저가 대답했다.
“동료나 수하들은?”
“동료는 없는 것 같습니다. 소환물은 블랙 스켈레톤 나이트 5기, 해골병이 12기입니다.”
“개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개는 없습니다.”
“이유는?”
“그…….”
“이유는?”
“유, 유독가스 때문에 짐이 될 걸 염려한 것 같습니다.”
수하의 추측에 겐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상태는 어떻지?”
“전투가 끝나고…… 거의 다 회복한 것 같습니다. 땀도 말라 가고 숨도 안정적입니다.”
“유독가스는?
“중독 증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금속이나 다른 뭔가를 쓴 것 같습니다.”
보고를 들은 겐지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숨을 들이마셨다.
“기다린다.”
“네.”
수하들은 숨을 죽이고 멀리서 파프닐을 감시했다.
마저 휴식을 마친 파프닐이 가볍게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불을 피우더니 뭔가를 먹기 시작했다.
‘어……?’
‘저, 저거……!’
닌자와 검호들의 표정이 굳었다. 쇠를 불에 구워 먹다니, 저놈 도깨비인가?
“……괴상한 스킬을 가졌군.”
놀라는 사람 중, 겐지만은 태연했다.
일본 서버의 각종 신비, 히든 콘텐츠를 섭렵한 그에게 저 정돈 놀랄 거리도 아니었다.
식사를 마친 파프닐은 오줌까지 시원하게 싸며 휴식을 취했다.
그동안 겐지는 숨을 죽이고 계속 파프닐을 보았다.
“후……. 좋아, 가 볼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파프닐이 움직였다. 산 위쪽의 뒤틀린 변이체, 다크 랩터 등의 괴수들을 향해 해골병을 전진시킨다.
바로 그 순간, 겐지가 손을 내렸다.
“……!”
사냥 시작.
수많은 오로치 부대원들이 일제히 검을 들었다.
오다 클랜에서도 해외 서버 공작을 위해 양성된 최정예!
근접전이라면 눈 감고도 하는 그들이, 사냥 중인 파프닐과 해골병들의 뒤로 향했다.
발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로 다가가는 검호들.
전사라기보단 암살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틀린 건 아니었다.
파프닐이 다루는 네크로맨서의 대군은 어차피 소환물들.
소환자인 파프닐만 쓰러뜨리면 알아서 죽는 놈들이니까.
‘천천히…….’
‘파프닐, 한국 서버 최강도 별것 아니군.’
‘목은 내가 가장 먼저 친다!’
한국 서버에서 위명이 자자한 파프닐의 목이라면, 클랜 내 지위 승급은 일도 아니었다.
파프닐과 해골병들이 정신없이 돌연변이 괴수를 쓰러뜨리고 있을 때.
그 뒤로 접근한 검사들이 검을 들었다.
푸콱!
“커허억!”
갑자기 땅 밑에서 솟구치는 금속 창날들!
검사들은 위험을 감지하자마자 피했지만, 열댓 명, 1/4에 가까운 숫자가 그대로 꼬챙이가 되었다.
“무슨!”
“눈치채고 있었나?”
재빨리 물러나는 검사들을 향해 해골병들이 달려들었다.
“이 자식들!”
“잡몹 주제에 감히!”
일본 검사들의 스킬이 해골병들을 내리쳤다. 불꽃 튕기는 이펙트와 함께 칼들이 튕겨 나왔다.
“칼이 안 들어가잖아?”
“따닥!”
촤라락.
기다렸다는 듯 땅 밑에서 식물 줄기들이 튀어나왔다.
판데모니엄 네펜데스와 추가 해골병, 해골 궁수, 기사들.
피로 된 파프닐의 분신이 그들 사이에서 검사들의 진영을 흐트러뜨렸다.
“무슨 전투가!”
“파프닐만 죽여라!”
“우리가 막을 테니 어서!”
오로치 부대는 재빨리 행동했다. 절반은 해골병들을 뚫고 길을 열고, 나머지 절반은 파프닐에게 그대로 돌진했다.
“죽어라, 파프닐!”
뒤를 돌아보지 않은 일격필살.
이에 맞서 파프닐도 궁드닐을 휘둘렀다.
두 무기가 부딪친 순간.
오로치 부대원의 몸이 뒤로 수 미터나 튕겨 나가 넘어졌다.
“무, 무슨……?”
순간적으로 느낀 말도 안 되는 힘 차이.
급히 동료들에게 경고하려던 부대원의 발밑에서 뼈 창이 솟구쳤다.
“커헉!”
“이놈!”
한 명이 쓰러졌지만 아직 부대는 많이 남아 있다.
다른 유저들이 악에 받쳐서 덤벼들었다.
이에 맞서 궁드닐을 든 파프닐이 가까워져 갔다.
‘싸워라.’
겐지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바위 뒤에 숨은 채 발도 자세를 취한 그의 눈이 번쩍였다.
‘싸워! 어서!’
파프닐이 자신의 수하들과 싸우는 순간.
해골병과 본신의 모든 시선이 쏠리는 한순간을 노리는 것.
그때였다.
파프닐이 갑자기 멈추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뒤쪽으로 달려갔다.
일순간 멍해진 겐지와 부하들이지만, 곧 그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 순간 겐지는 깨달았다.
“쿠오오!”
자신과 해골병들이 소란을 듣고 곳곳에서 모인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빠가야로!”
이를 악물고 으르렁대는 겐지.
다음 순간 주변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
네가 네크로맨서라면, 절대 적과 직접 칼을 맞대지 마라.
파프닐이 게임 공략집, NPC들의 대사에서 수없이 많이 보았던 말들이다.
실제로 파프닐도 항상 대비를 하고 있었다.
이유? 간단하다.
24시간 자신을 노리는 적수들이 한두 놈도 아닌데, 그런 놈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으니까.
다만 예상외인 건, 파이브스타가 아니라 일본 유저들이었다는 점이다.
신대륙에 왔으니 만날 수야 있긴 하다.
의문점은 저들의 목적.
파이브스타를 상대하기도 벅찰 텐데, 굳이 최정예를 따로 움직여 파프닐을 노리다니?
‘나를 죽이면 얻을 수 있는 건 금속 정도일 텐데……. 설마 원작에서 나온 목적이니 뭐니 하는 거랑 관련 있는 건가.’
원작 연재분에서도 오다 클랜은 각 서버의 고급 금속, 귀금속 재료들을 은밀히 가져가고 있었다.
대야마토를 위해서라든가 뭐라든가.
소설 연재분을 더 보지 못해 넘어갔지만, 그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강력한 ‘감’이 왔다.
‘뭐, 굳이 자세히 알아볼 필욘 없겠지.’
일단은 저놈들부터 처리하는 게 1순위.
금속은 파프닐도 양보할 수 없는 필수 자원이었다.
‘어차피 저 녀석들 처리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꽤 강해 보이긴 했지만, 상대가 나빴다.
일단 검호, 사무라이를 숭상하다 보니 정직한 싸움만을 하는 게 문제.
현실이라면 충분히 위협이 되지만, 이곳은 온갖 능력을 쓸 수 있는 게임 세계다.
‘문제는 다른 놈들이 지원군으로 오는 건데……. 이곳은 그런 제한도 없고.’
사방에 유독가스가 가득한 이 화염산은 대충 들어왔다간 지원군이 짐이 되기 딱 좋은 장소였다.
일본 유저들인 만큼 추가 인원도 보내기 쉽지 않을 테니, 저 녀석들만 처리하면 상황 종료.
‘어차피 궁금한 것도 있었으니, 한번 제대로 잡아 볼까.’
금속 결계나 기류 보호막도 없는데 결계 안에서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이유.
저 녀석들을 다 잡다 보면 뭔가 실마리가 보이리라.
‘자, 그럼 사냥을 시작해 볼까.’
파프닐은 해골병 군대를 보냈다.
각종 버프를 빵빵하게 받고 블랙 칩까지 받은 해골병이 5백 마리.
“해골병들이 온다!”
“진영을 잡고, 하나, 둘, 쏴!”
그러나 처음 시도는 두 시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선두에 선 겐지의 맹활약으로 인해 5백 마리의 블랙 칩 해골병들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파프닐은 당황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았다.
대신 두 번째 웨이브를 보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실패하자 세 번째.
세 번째가 실패하면 곧바로 네 번째.
“이게 네크로맨서의 싸움 방식이지.”
절대로 직접 얼굴을 맞대 주지 않는 것.
본래는 바알런의 방식이지만, 이 상황에서 최적의 대처인 것도 맞았다.
“흠…….”
전장을 살피던 파프닐이 입맛을 다셨다. 네 번째 웨이브가 천천히 정리당하고 있었다.
“저 일본 놈들, 확실히 보통이 아니군.”
일반 해골병들만으로는 저 검객들을 잡기 힘들 것 같은 상황.
“그래도 너무 손해가 커지는 건 위험하니, 슬슬 이 녀석들을 보내 볼까.”
파프닐은 재차 해골병들을 소환했다.
기존과 똑같지만, 거기에 약간 개조를 더한 녀석들이었다.
잠시 후.
“또 온다……!”
“저쪽인가…….응?”
새로운 해골병 웨이브를 돌파하려던 겐지가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다가오는 건 금속 해골병 군단.
그런데…….
“털이 복슬복슬하게 나 있어?”
“곰 인형?”
유독가스 사이를 뚫고 걸어 나오는 해골병들은, 하나같이 복슬복슬한 털이 몸에 가득 나 있었다.
“푸흐흡.”
“저게…… 뭐지?”
“파프닐 놈, 귀여운 기술을 쓰는군.”
피식 웃은 오로치 길드원 한 명이 검을 휘둘렀다.
“내가 잡지.”
푸욱.
깊이 들어가는 칼날.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짓던 부대원의 표정이 굳었다.
“자, 잠깐만.”
“뭐야?”
“칼이……. 안 빠져! 이거……. 컥!”
솜털 속에 파묻힌 검을 뽑으려던 오로치 부대원의 목에, 털 해골병의 창이 꽂혔다.
“끄르르르륵…….”
그대로 쓰러지는 부대원의 뒤로 나타난 수많은 해골병이 귀화를 빛냈다.
“…….”
겐지가 후퇴를 결정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돌아간다. 작전은 실패다.”
“예!”
미친 오니라고 하지만, 앞뒤 안 보고 날뛰는 건 아니다.
지시를 받은 수하들이 일사불란하게 몸을 빼내려 했다.
“어딜 가시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수하 두엇이 일제히 쓰러졌다.
“파프닐……!”
“먼저 칼을 들이댔으면, 죽을 각오는 한 게 맞지?”
“빠가야로 조센징……!”
겐지가 이를 악물며 검을 휘둘렀다.
콰지직! 푸른 검기가 단숨에 열대여섯 마리의 해골병들을 쓸어버렸다.
“내성이 있는 해골병들을 그렇게나…….”
역시 대단하긴 했다.
하나.
“실력이 뛰어나다고 보내 줄 수는 없어서 말이지.”
파프닐이 박수를 쳤다.
동시에 주변에서 새로운 해골병 수십 기가 새로이 일어났다.
그렇게 일어난 놈들이 귀화를 일렁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새벽의 저주.
아니, 해골의 저주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