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75)
475화
김강한은 이곳이 소설 속 세계라는 걸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 때문에 어떤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복돌이가 말을 하거나, 주술 같은 게 실제로 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도 마찬가지.
하지만 눈앞의 상황은 그런 김강한도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복돌이의 발 차기에 깨진 금속 케이스 안쪽에서 팔다리가 가녀린 강아지 한 마리가 흘러나왔다.
온몸에 링거가 꽂힌 강아지는 잠시 눈을 뜨고 으르렁대더니, 곧 고개를 늘어뜨리고 눈을 감았다.
“이……놈들!”
뽀삐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리며 이를 드러냈다.
설마 싸움인가?
무기가 될 걸 찾아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뽀삐가 한 차례 발을 굴렀다.
“커헉!”
동시에 뽀삐의 머리 위로 녹색 빛, 그리고 희끄무레한 안개 같은 형체가 뿜어져 나왔다.
-네놈! 어째서 이제 와서 반항을……!
“그야 이대로라면 네가 주인님을 죽일 테니까.”
뽀삐가 말했다.
“원래는 네가 어떻게 하건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인님께 해를 끼치는 것만은 안 된다. 너는 선을 넘었어.”
-이……노옴!
희끄무레한 형체가 일렁이자, 뽀삐는 갑자기 입에서 검은 피를 토했다.
영혼의 상태로 주술을 쓰는 것.
그 순간 복돌이의 발 차기가 허공의 형체를 때렸다.
-크아아악!
세이멍의 영혼이 괴성과 함께 집 안쪽으로 사라졌다.
뒤따라간 김강한의 눈에 녹색 빛이 VR 기기로 빨려 들어가는 게 보였다.
“저건……. 씌는 건가?”
귀신 들린 물건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VR 기기를 건드려 보아도 딱히 별다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설마.”
틀림없었다.
세이멍의 영혼은 호라이즌에 들어간 것이다.
“이건……. 세이메이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기계를 살핀 미즈호가 확신했다.
경지가 차이 나긴 하지만, 아예 영혼이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여우 요괴의 감각으로도 안 보인다면 진짜로 없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아무래도 이 기계를 통해 다른 어딘가로 빨려 간 것 같은데.”
“……으윽…….”
마당과 집안 곳곳에서 사람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머리를 부여잡은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이멍이 사라지며 단체 최면이 깨진 것이다.
“……일단 자리를 옮기자.”
김강한은 뽀삐를 안아 들고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곳으로 향했다.
꽤 떨어진 곳에 있는 언덕 위까지 와서야 안심한 그가 물었다.
“괜찮아?”
“네가……. 그놈을 처치한 건가.”
뽀삐는 한눈에 보기에도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아까의 저주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심신이 깎여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고맙다. 주인마님을 도와줘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쿨럭, 궁금한 게 뭐냐…….”
궁금한 것?
그야 당연히 정해져 있었다.
“그 녀석이 어쩌다 여기에 있게 되었고, 너는 누구지?”
“수년 전의 일이다. 어느 날 놈이 나타나더니, 나를 잡아 새로운 몸으로 쓰려 하더군.”
“너를 놈의 새로운 몸으로?”
아마도 액체 속에 들어 있던 강아지의 몸 대신, 이 마스티프의 몸을 원했던 것이리라.
세이메이 정도 되면 육신은 배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래……. 마음 같아서는 바로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주인님과 주변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서 어쩔 수 없었다.”
“죽인다고?”
“주인님, 이 녀석은 가능하다. 멍.”
복돌이가 끼어들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보통 개가 아니다……. 멍.”
게임 센터에서 만났을 때도 몸은 복돌이 이상이었다.
제정신을 차린 지금은 거의 사자묘급, 아니 그 이상으로 훨씬 강했다.
“너도 보통 녀석은 아니구나. 그 녀석의 기세가……. 쿨럭!”
재차 기침을 한 뽀삐가 설명을 이어 갔다.
“아무튼 그 녀석은 주인마님을 인질로 잡고 나를 잠식해 가고 있던 중이었다. 점차 내 정신이 희미해지고 있던 찰나에……. 네가 나타나 그 녀석을 죽여 준 거다.”
“그렇군…….”
“덕분에 마님을 지킬 수 있었다. 나 혼자만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고맙다.”
비장한 목소리로 감사하는 뽀삐를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착잡해지는 김강한이었다.
그때 미즈호가 말했다.
“뭐……. 감사하면 다음에 일 있을 때 좀 도와주세요.”
“다음?”
지금 그런 말을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이 녀석 죽어 가는 모습인데.
마지막 남길 말을 들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
“보아하니 딱히 큰 영향은 없고……. 한 며칠 쉬면 나을 것 같네요.”
“…….”
“…….”
한 줄기 바람이 일행 사이를 지나갔다.
‘후……. 게임하러 왔는데 개들 싸움이나 보고 있으니 돌겠군.’
플러시를 이기기 위해 온 시간을 다 써도 모자랄 판에 이런 일을 하고 있으니 힘이 절로 빠졌다.
뽀삐를 데려가 인계해 준 뒤.
김강한은 돌아가는 길에 국제전화를 걸었다.
-음……. 놈이 영혼만 빠져나갔다고?
“미안하다. 예상 못 했어.”
-아니…….괜찮다. 사실 나도 그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으니까.
야마모토 사부로도 영혼이나 주술 부분은 알지 못했기에 그 건은 무사히 넘어갔다.
일단 현실의 육체를 없앤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문제는 그 녀석이 호라이즌에 들어갔을 경우인데, 솔직히…….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군. 마이트릭스 시리즈도 아니고.
“못 할 건 없지. 지금까지 한 것들을 보면.”
수많은 주술을 쓰고, 게임 속에서 게임에 접속한 다른 개들을 현실에서까지 영향이 남도록 세뇌한 걸 보면 뭘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녀석이 게임 속에서 또 이상한 짓을…….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김강한은 딱 잘라 말했다.
“호라이즌에서의 싸움이라면 내 전문 분야니까.”
-반박하고 싶지만……. 네 실력을 봤으니 할 말이 없군.
직접 싸워 본 사부로만큼 그 실력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다.
그렇게 연락이 마무리되려던 차였다.
“이 얘기를 안 할 뻔했군.”
-무슨? 혹시 세이메이에 대한…….
“보상은 내 계좌로 보내도록.”
-으……응?
갑작스러운 말에 사부로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김강한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금액은 마음 내키는 대로 적어서 넣어 줘. 생각할 시간에 호라이즌에 들어가 봐야 하니까.”
“…….”
악명 높은 ‘시가’ 문화를 앞에 두고 사부로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
차라리 값이 정해져 있다면 낫겠지만, 알아서 달라고 하니 한층 더 깊어지는 고민!
“그럼.”
통화를 끊은 김강한은 집에 돌아가려 했다.
“미즈호, 복돌이. 돌아가자.”
“네…….”
“멍!”
그때였다.
띠링!
[급급여율령] [음양사 세이멍은 세상의 법칙을 어기고 호라이즌을 이용해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호라이즌에 있는 세이멍을 처치해 영혼을 승천시키십시오.] [보상 : 원할 때 잠들 수 있는 능력, 신의 반사 신경, 1,000,000포인트]“……오.”
김강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안 그래도 녀석은 잡을 생각이었는데.
“서비스가 쏠쏠하군.”
***
[요즘 고급 흑마법사들 어디 가야 볼 수 있는지 아는 사람??]내용 : 재료 구해 달래서 자맨(자이언트 맨티스) 잡는 퀘스트 뺑뺑이 돌았는데, 돌아가 보니까 흑마법사 NPC가 갑자기 사라졌음……. 다른 데 둘러봐도 없고.
(댓글 목록)
-kairen : 님도 그럼? 저도 그럼ㅋㅋ
-호시구마 유루 : 제 베로나짱도 사라졌다능……. 호감도 60까지 겨우 찍어 놨는데 ㅠㅠ
-에이전트맨 : 루 교단에서 성전 선포해서 숨은 것 같음. 한동안은 참아야죠, 뭐.
호라이즌의 흑마법사 게임 게시판에 같은 주제의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흑마법사 NPC들, 특히 네임드 NPC들의 갑작스러운 단체 실종.
아무 공지도 없었기에, 일반 흑마법사 유저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네일성엔 남아 있나요?”
“견습이 있긴 한데……. 연락을 못 받았대요.”
“이런…….”
흑마법사 플레이어들은 곤혹스러운 심경을 게시판에서 털어놓았다.
하나의 클래스 관련 NPC들이 대부분 증발한 대사건.
각 길드가 우왕좌왕하는 와중, 파이브스타가 가장 먼저 대처에 들어갔다.
창고에 있던 네크로맨서 관련 스킬 테크트리와 아이템을 풀고, 임시로 퀘스트를 만듦과 동시에 나머지 흑마법사들을 모았다.
흑마법사란 직업은 사실 그렇게 높은 티어는 아니다.
단 한 사람, 파프닐이 상상을 초월한 활약을 한 덕분에 주가가 떠올랐을 뿐.
객관적인 흑마법사의 평가는 마법사나 신관의 아래였다.
하지만 파이브스타의 간부진은 다른 평가를 내렸다.
“네크로맨서와 흑마법사는 세력전에서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합니다. 광역 저주도 있고, 언데드 병력이 만들어 내는 변수도 충분히 큰 요소가 되지요.”
당장 파프닐이 시체를 일으키는 걸 막기 위해 네크로맨서들이 나서는 전략도 논의가 될 정도.
그런 네크로맨서 유저들을 값싼 장비와 스킬 북을 푸는 것으로 얻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그래서 흑마법사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진 확인했습니까?”
“한국 서버 지부의 정보부가 총동원되어 찾고 있습니다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파이브스타 길드의 간부 회의실에서는 전략 기획부 인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 흔적은 루 교단의 성군단과 싸운 전투입니다. 성자 벨 아르크 추기경이 쓰러진 그 전투.”
“그 후로 갑자기 모든 흑마법사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흑마법사와 성군단의 전투에 대해선 정보를 얻어 두었다.
루 교단, 미개방 지역의 신성 교국이 그 전투의 패배 이후 대규모의 원정군을 편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입수한 지 오래.
“역시 흑마법사들이 교국을 피해 은둔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문제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냐는 것인데, 그 부분이 아직 해명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흑마법사들을 육성하는 것과 별개로, 기존 흑마법사 인원들이 갑자기 어디로 사라져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었다.
고위 흑마법사들은 개개인이 군단인 만큼, 그들의 행보에 따라서 한국 서버는 물론 다른 서버의 세력 판도도 뒤집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흑마법사들도 몇 명이 동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누군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바알런과 유령왕은? 그들도 같이 사라졌습니까?”
“그들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감시를 붙여 두는 게 좋겠군요.”
“계속 찾아보고, 일반 유저들에게도 현상금을 걸도록 하세요. 정보를 제공한 자에게는 1천만 원, 위치를 안내해 주는 자에게는 1억 원을.”
고액의 현상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불렀지만, 흑마법사들의 행적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이번 행방불명 사태의 중심엔 다름 아닌 파프닐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프닐…….”
“예전부터 요주의 인물이긴 합니다만, 이젠 정말로 위험할지도 모르겠군요.”
“대체 무슨 꿍꿍이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혹시 모르지요. 미개방 지역으로 가는 방법을 찾았을지도…….”
“헉……!”
미개방 지역.
파이브스타 길드에서도 아직까지 개방 방법을 찾지 못한 고레벨 지역이다.
만약 그곳으로 흑마법사와 파프닐이 들어가고, 역으로 빛의 신도들을 대규모로 학살해 경험치를 얻는다면?
“아니……. 그럴 리는 없겠지요. 교국 고위 NPC들의 레벨이 최소 800 이상일 테니…….”
“혹시 모르니 더 빨리 자취를 찾는 게 좋겠습니다.”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의 눈빛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한편 그 시각.
미스트 섬의 해안가에서, 파프닐은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온몸에는 검은 액체를 뒤집어쓴 채.
한참 숨을 고르던 파프닐이 씩 웃었다.
“역시 사냥은 힘들어야 제맛이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