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72)
572화
금오시 식당 거리.
좋은 자리는 이미 여러 노점들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파프닐이 있을 자리는 구석진 곳밖에 없었다.
‘처음은 여긴가.’
여러 번화한 가게에 가려져서 오는 사람도 얼마 없는 골목길.
빈말로라도 좋은 입지는 아니다.
수레를 멈춘 파프닐은 천천히 생각했다.
‘장사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
TV 프로그램이나 같은 프로그램이 유행한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각색된 것.
연출된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다.
좋은 재료를 항상 구해야 하고.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한 연출, 퍼포먼스도 신경 써야 한다.
‘일단은 눈도장 찍기부터 시작해 볼까?’
연금술 냄비를 조작하자 곧 푸른 불길이 타오르며 꿀과 설탕 시럽을 달궜다.
달콤한 설탕 냄새가 골목길과 주변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지옥 흑벌의 마력꿀을 아낌없이 가열시켜 나온 고급 과당이 만들어 내는 수십만 원어치 향기!
거리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음? 뭐야.”
“탕후루?”
그사이 파프닐은 시럽을 완성한 뒤 준비한 재료를 담아 시럽에 휘감았다.
너무 뜨겁게 달궈지면 시럽이 타 버려 쓴맛이 들어간다.
바로 지금이 불을 줄이고 시럽을 식힐 때.
준비한 재료를 꽂은 장대에 시럽을 휘감아 코팅한 파프닐은 곧바로 매대에 탕후루를 꽂았다.
“여기서 나는 것 같은데.”
“저기, 저기 있다.”
중국 유저들에게 탕후루는 낯설지 않은 간식이다.
길가의 노점이나 좌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식이고.
설탕 시럽을 재료에 감싸 먹는다는 특성상, 가상현실게임 속에서는 보다 다양한 재료를 쓸 수 있어 종류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 탕후루는 수많은 탕후루들을 먹어 온 중국 유저들도 절로 코를 움직이게 했다.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감칠맛과 단맛이 느껴지는 냄새.
“그거 탕후루요?”
“예.”
“개당 얼마지?”
“흠…….”
파프닐은 잠시 고민했다.
“뭐, 개당 동전 열 개만 주십쇼.”
“그 정도라고?”
“그렇게 싸도 되나?”
물자를 구하기 힘든 신대륙이다.
고개를 갸웃하는 중국 유저들에게 파프닐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탕후루는 싸야죠.”
“그 말이 맞는군.”
“그래, 탕후루는 싸야지. 허허!”
“나는 여기, 골후루 하나 주게.”
“나는 음……. 과후루.”
주문을 받은 파프닐은 탕후루 꼬치를 건넸다.
꼬챙이를 받은 중국 유저들이 눈을 흠칫 떴다.
“이, 이건…….”
“쇠꼬챙인데 쇠꼬챙이가 아닌 게…… 혹시 뼈인가?”
“네.”
중국 서버의 특징 중 하나는 당국의 검열 기준에 따라 스킨이 덧씌워진다는 것이다.
해골병은 흰색 살가죽이 덧씌워진 강시로.
뼈는 쇠막대기로 보이기 때문에 중국의 유저들이 호라이즌에서 실제 뼈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쇠막대는 처리하기 곤란하지만, 뼈는 알아서 썩어 없어지니까요.”
“뼈를 먹는다고? 그게 되나?”
“그럴 리가요.”
당연히 뼈를 먹진 않는다.
“특수한 마물의 뼈를 가공했습니다. 꿀, 설탕의 맛과 뼈의 질감을 즐기시고, 충분히 씹으셨다 싶으면 아무 데나 버리시면 됩니다.”
“흐음…….”
옛날 인터넷을 둘러보다 보면 대륙의 기상이라는 시리즈가 있다.
중국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 사고들을 모아 놓은 것인데, 그곳에서 중국인들은 수많은 기상천외한 물건들을 음식으로 먹는다.
그 내용엔 먹어서는 안 되는 고무나 합성 약품들, 비닐봉지 미역,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가짜 버섯까지 다양했다.
그것들에 비하면 뼈로 된 꼬치 탕후루 정도는 별것도 아니었다.
“뭐, 일단 한 입 해 볼까?”
단 향기에 군침을 흘리던 중국 유저 한 명이 입 안에 탕후루를 넣었다.
“음……. 으허억!”
다음 순간 중국 유저의 눈앞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크어어어억!”
말을 잇지 못한 그는 그대로 눈을 부릅뜨며 땅을 굴렀다.
딸그락, 손에서 떨어진 탕후루가 바닥을 굴렀다.
“무, 무슨!”
“자네, 괜찮나?”
일행이던 중국 유저들이 탕후루를 거두며 남자를 부축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중국 유저들은 검을 뽑았다.
“차오니마!”
“너 이 자식, 독을……!”
어딜 봐도 독을 먹고 일으키는 발작.
순식간에 파프닐의 주변을 열대여섯 명의 유저들이 둘러쌌다.
“감히 우리에게 장난질을 쳐?”
“어디서 온 녀석인지 모르겠지만,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약육강식과 룰 없는 싸움은 중국 유저들의 주특기다.
공정하다 생각하던 무술 대결에서도, 중국인들이 무기를 드는 순간 진짜 싸움이 시작된다고 하지 않던가.
비록 천마신교에 힘으로 밀리긴 했지만, 이들도 PVP라면 도가 튼 베테랑이라는 뜻이었다.
“솔직히 말해! 탕후루에 뭘 탔지?”
“음……. 꿀을 탔습니다.”
칼날들이 목에 들이밀어진 상황에서도 파프닐은 태연히 대답했다.
“너무 맛있어서 두 사람이 먹으면 두 사람이 나가떨어질 만큼 맛있는 꿀을요.”
“뭐라고?”
“커허헉! ……커헉!”
기가 찬 대답에 중국 유저들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때였다.
“이봐! 이 친구 살아 있어!”
“응?”
처음 엎어졌던 중국 유저가 숨을 몰아쉬면서 무언가를 찾듯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마침내 찾던 걸 발견한 그가 눈물을 흘리며 집어 든 것은…….
“탕후루?”
“이…… 이 맛은……!”
바닥에 굴러 먼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가득 붙어 있었지만, 남자는 그걸 털 새도 없이 그대로 입에 넣고 빨았다.
우물우물.
입 안에서 탕후루를 씹던 남자가 외쳤다.
“미미(美味)!”
탕후루를 씹는 순간 남자의 눈앞에 떠오른 건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다.
가난한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식당 허드렛일을 하던 어머니.
매일 찐빵과 만터우를 먹던 일상이지만, 중국의 명절인 춘절 때는 달랐다.
장롱에 묵혀 두던 고급 옷을 입고, 지갑을 가득 채우고 나가 축제 거리를 돌거나 폭죽을 보았다.
그때 상인들이 팔던 수많은 꼬치, 솜사탕, 떡, 핫도그나 만두, 소룡포들.
기름진 요리로 배를 채운 남자에게,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인 어머니가 내민 탕후루의 맛!
“……어머니…….”
남자의 감긴 눈에서 뜨거운 물이 흘러내렸다.
현실에 있는, VR 기기 속 자신의 몸도 같은 반응이리라.
“괘, 괜찮습니까? 대형?”
“암! 나는 어느 때보다도 멀쩡하네.”
탕후루를 마저 씹어 먹은 남자가 파프닐에게 다가갔다.
“자네.”
“……!”
“고맙네.”
파프닐의 양손을 잡은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자네 덕분에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네. 진정 이 탕후루의 맛은 천하일미군.”
“하하, 과찬입니다.”
“자, 자네들도 사 먹어 보게나.”
“음……. 어디.”
“흠.”
안심한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탕후루를 입에 넣었다.
“마, 맛있다!”
“달콤해!”
“혀가 행복하다……. 혀가 너무 행복해서 눕고 있…….”
“커…… 커어억…….”
잠시 후 골목길엔 행복에 겨운 중국 유저들의 반응으로 가득 찼다.
“이런 탕후루는 한 번도 맛본 적 없는데?”
“혹시 제과 요리사라도 되십니까. 비법……. 아니, 어디서 이런 장사를 하시는지만이라도…….”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면 가르쳐 주면 좋겠군! 이 정도 실력의 요리를 하는데 식당이 없을 리 없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극상의 진한 단맛.
보통 단맛이 진하면 부담스러워야 하는데, 이 탕후루의 꿀은 무엇을 썼는지 입 안에 남아 있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갔다.
과일이나 고기 등은 그럭저럭 평범한 재료지만, 탕후루의 맛을 가르는 것은 다름 아닌 설탕 시럽.
그 설탕 시럽의 품질이 다른 탕후루에 비해 두 단계, 아니 20단계 이상 높으니 이 정도의 반응은 당연했다.
“더……. 더……. 아니, 다 주게!”
“나도!”
“이보시오, 노 형! 혼자 그렇게 욕심부리지 마시오. 무슨 돼지도 아니고!”
탕후루를 하나라도 더 사기 위한 싸움!
소란을 듣고 다른 사람들도 다가오기 시작했다.
“음? 탕후루?”
“탕후루 하나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가? 나도 하나 줘 보시오.”
“아니……. 이 맛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찬 골목길.
‘이거…….’
파프닐은 꿀꺽 침을 삼켰다.
‘생각보다 계획이 잘될 것 같은데?’
***
왕왕 탕후루.
파프닐이 새로 간판을 달고 팔기 시작한 탕후루는 금오시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처음 냄새에 몰려온 사람들이 곳곳에 소문을 냈고, 다음 날부터 쉴 시간조차 없이 손님들이 몰려든 탓이다.
“여기가 그 탕후루인가?”
“나는 골후루 하나.”
“나는 화후루.”
“나는 수후루!”
주문을 받은 파프닐은 곧바로 탕후루를 만들었다.
아무 내용물 없이 꿀 시럽만 굳혀 만든 골후루.
매콤한 소스와 뜨거운 고기를 적당히 어우러지게 만든 화후루.
차가운 얼음 몬스터의 핵을 감싼 수후루.
그 외에 여러 가지 과일, 재료들을 써서 만든 갖가지 탕후루가 모습을 보였다.
“이거 진짜 맛있는데?”
“정말로……!”
탕후루를 받은 사람들은 정신없이 굳은 시럽을 빨거나 깨물어 먹었다.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탕후루.
금오시에 있던 무림맹의 고위 간부들, NPC들에게 퀘스트를 받기 위해선 탕후루가 제격이라는 소문도 곳곳에서 퍼졌다.
“후유…….”
한참 만의 장사를 마친 파프닐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는데.”
1천 명어치의 재료를 가져와도, 오전 중에 전부 소진된다.
장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금오시 최고의 명물이 된 셈이다.
“탕, 후, 루. 하나.”
그때였다.
검은 우의를 두르고 가면을 쓴 남자가 다가왔다.
“……탕후루?”
“골, 후, 루.”
“…….”
파프닐은 남자를 물끄러미 보다가 대답했다.
“사람용 탕후루? 개용 탕후루?”
“멍! 둘 다 맛있다, 멍! 그래도 개 탕후루가 좋다 멍!”
“…….”
“……끄, 끄응…….”
가면 속에 있던 눈동자가 다른 데로 돌아가는 남자, 아니 복돌이.
파프닐이 가볍게 망토를 당기자 이내 몸이 무너지며 여러 마리의 개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멍……. 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멍.”
“잘하는 짓이다. 고양이한테 생선도 아니고, 개한테 탕후루 맡긴다는 소리가 나오겠어.”
탕후루 장사가 잘되는 건 좋지만, 복돌이 녀석이 이러는 건 예상 못 한 부작용이었다.
‘세이멍만 확인하면 장사 빨리 접어야지.’
한숨을 내쉰 파프닐이 말했다.
“난 잠시 쉬러 갔다 올 테니, 그동안 넌 여길 지켜라. 알겠지?”
“멍!”
“혹시 저거 먹으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지?”
“……헥헥. 주인님의 명령은 지킨다, 멍!”
눈을 빛내며 대답하는 복돌이에게 고개를 끄덕인 파프닐은 곧바로 뒷골목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있던 곳이 그나마 대로변이 보이는 장소라면, 이젠 정말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뒷골목.
그곳에 들어온 파프닐이 말했다.
“이제 슬슬 나오지?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다음 순간 주변의 그림자나 건물의 창호지 문 너머 곳곳에서 십수 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 갖가지 무기를 든 그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절대 파프닐에게 좋은 의미로 찾아온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요사이 꽤 돈을 끌어모으는 모양인데.”
“밥 많이 먹는 돼지는 식탁에 오른다는 말도 모르나?”
스산한 어조로 묻는 남자들에게 파프닐은 가볍게 대답했다.
“내 눈에는 요리 못해서 다른 걸로 협박하려는 놈들밖에 안 보이는데.”
“……차오 니마!”
“쓰(죽여)!”
짧은 중국어 지시와 함께 중국 유저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다음 순간 파프닐의 손에 검은 봉 하나가 들렸다.
탕후루를 만들 때 쓰는 기다란 금속 봉이었다.
“너희는 이걸로 충분하겠군.”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봉을 앞으로 내질렀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남자 한 명이 명치를 맞고 쓰러진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