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휘몰아치는 냉기(1)
“그러니까······. 레전더리 아이템을 이만큼이나 모아 온 거라고요······?”
은빛의 날개 부길드장실.
탁상 위에 놓인 아이템들을 바라보는 윤지은의 입이 벌어졌다. 우리들과 아이템을 번갈아 보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다.
“지난 2주 동안, 지한씨가 레전더리 아이템의 위치를 알아낸 모양이야. 우리는 거기에 살짝 숟가락 좀 얹었을 뿐이고.”
의자에 기대 앉은 윤서현이 윤지은에게 자랑스레 말했다. 살짝 거만한 자세다. 언니 앞이라 그런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레전더리가 일반 아이템도 아니고······.”
거듭해서 확인해보는 윤지은. 그러나 명백한 레전더리 아이템이다. 시스템이 증명하고 있다.
진세아도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 지은 언니. 심지어 나는 A급에 레벨에 91이 됐어요. 서현 언니도 이제 A급 헌터고요. 어때요? 대박이죠.”
“어······. 어? 벌써?”
큰 눈을 깜빡이는 윤지은.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별 거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레전더리 템이 위치한 장소를 알아낼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두 사람하고 전국을 돌면서 아이템을 회수해 온 거죠. 겸사겸사 사냥도 하고요.”
“······.”
윤지은의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한 피스도 구하기 어려운 레전더리급 아이템을 11개나 가져왔다. 그러나 그녀가 동요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국에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S급 게이트. 은빛의 날개도 공략에 참여하는 거 맞죠? 그렇다면 이 아이템들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 S급 게이트 공략.
미래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은빛의 날개는 공략을 대차게 말아먹는다.
‘길드장이 지시한 무리한 공략이 문제가 된다.’
두 개의 팀으로 나뉜 은빛의 날개는 이전과 같은 힘을 내지 못한다. 공략은 수호 길드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끝난다.
그 결과 윤지은이 은날의 길드장이 된다지만······.
‘이번 공략은 실패하면 안된다.’
다량 발생한 S급 게이트들이 마족들의 계획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S급 게이트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진짜는 따로 있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
‘그걸 막으려면······. 지체 없이 게이트를 클리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 또한 S급 게이트 공략에 참여할 예정이다.
내 말을 들은 윤지은이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그러면 이 레전더리급 아이템들을 대여 해주시겠다는 말씀이신건가요?”
“맞습니다.”
진세아와 윤서현에게 레전더리 아이템을 지급하는 대신, 다른 아이템의 소유권은 내가 가지기로 했다.
사실상 내가 아니었으면 구할 수도 없는 아이템이었으니. 두 사람도 흔쾌히 동의했다.
‘돈을 주고서도 구할 수 없는 아이템들.’
그 가치와 효용은 어마어마하다. 잘 준비된 장비는 공략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니까.
공략을 앞둔 은빛의 날개에는 꼭 필요할 거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역시 그렇겠죠.”
윤지은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굉장한 각오를 다지는 것 같은데.
어차피 공략이 끝나면, 은날의 영웅들에게 나눠 줄 아이템이었다. 각자의 쓰임새에 맞는 아이템 분배가 중요하니까.
그래도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 했다.
“이번 S급 게이트 공략에서 나온 아이템 중 딱 하나. 제가 가져갈 수 있게 해주세요.”
“예?”
그 말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윤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요? 그걸로 괜찮으시겠어요? 저 나름 각오하고 있어요. 길드 예산을 총 동원해서라도······.”
“그거면 충분합니다. 지은씨한테는 천성호때도 그렇고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그 하나의 아이템이 레전더리 중에서도 최상위 아이템이란 걸 생각하면······.
나에게는 남는 장사다.
아, 가장 중요한 걸 까먹을 뻔 했네.
“이번 공략에 저를 고용해주시는 건 당연하고요.”
* * *
마계의 틈새.
마도(魔道) 회의장.
‘프로젝트 : 아포칼립스’의 준비를 위해, 마족들의 회의 공간이 되었어야 할 그곳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원탁의 한가운데, 손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적발의 미녀가 불평했다. 그 주변에는 마족들의 시체가 한가득이었다.
“아아, 벌레 같은 것들. 시킨 일하나 똑바로 못하는 꼴이라니.”
상위 선혈의 마족.
그녀는 사뿐한 발걸음으로 회의장의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어디선가 정보가 새나간게 틀림 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인간 하나가 그렇게 활개칠 수 있을 리가 없지.”
한쪽 구석에서 미소를 띄우는 남자 아이. 외형은 어린 소년이나 그 눈에서 발하는 악의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상위 나약의 마족.
“전투의 마족까지 죽은 건 의외였어. 그 놈은 내가 눈여겨보고 있던 녀석인데. 아쉽게 됐어. 군단장이 될만한 재목이라고 생각했는데.”
“네 눈이 어지간히 옹이구멍인가보네. 인간한테 당하는 수준의 마족이 군단장? 차라리 내 손으로 죽이는 게 낫지.”
선혈의 마족이 손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대한민국을 담당하던 하위 및 중위 마족을 모조리 죽였다. 이른바 숙청이었다.
“무능한 놈들은 전부 죽여야 해. 위대하신 마계왕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들은 전부.”
“뭐, 너무 열 내지마. 계획이 조금 더 빨라졌을 뿐이니까.”
잔인한 성정의 선혈의 마족. 그리고 느긋한 성격의 나약의 마족. 두 상위 마족이 페어로 활동하게 된 것은 위쪽의 지시 때문이었다.
외관은 어리지만, 나약의 마족은 선혈의 마족보다 몇 백 년을 더 살아온 괴물이었다.
‘상황이 그리 간단하진 않아. 마족의 계획을 앞질러 방해하고 차례차례 부수는 존재. 마족의 역사에 이런 인물이 있었던가?’
몇 종족들이 반기를 들어 일어난 사건은 있었다.
‘치욕의 밤’이라고 명명된 마족의 실패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지금 제대로 손 쓰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폭풍이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이번 계획인 ‘프로젝트:아포칼립스’.
이것이 한 번 더 저지 당한다면 침략 계획 자체가 어그러질 확률이 크다.
‘위쪽에서 상위 마족인 우리에게 직접 맡겼다는 건, 이번 일이 중요하단 의미겠지.’
그런 나약의 마족의 눈 앞으로 선혈의 마족을 얼굴을 들이밀었다. 감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의 얼굴이지만.
“아앙? 듣고 있어? 전부 죽여버리자니까.”
하는 짓은 선머슴이나 다름 없다.
“안돼. 마계에서 인원을 보충해서,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를 진행 시켜야 해.”
“그 인간 놈을 찾아서 모가지를 따버리면 되는 일이잖아.”
“위쪽의 명령은 절대적이야. 우리가 거역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쯧.”
나약의 마족은 회의장의 테이블에 마기를 흘려보냈다. 연기는 이윽고 형체를 이뤄 대한민국의 지도를 표시했다.
붉은 점으로 표시된 장소가 S급 게이트의 발생 장소.
“우리가 나서는 건 모든 게 확실해졌을 때 뿐이야.”
현재 대한민국의 길드들은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을 거다. 나약의 마족의 허공에 떠오른 마기를 움켜쥐고서 지도를 향해 흩뿌렸다.
그의 명령을 받은 권속들이 각 게이트에 도착해 길드들을 막아설 거다.
이걸로 시간은 충분히 생겼다.
“적을 얕봐서는 곤란해. 마계에서 넘어 오느라 마기의 손실도 크고. 상위 마족이라는 게 패널티가 되다니. 메이저 게이트만 완벽히 작동 했으면 진작에 끝났을 일을.”
상위 마족부터는 마계를 넘어 올 때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지니고 있는 힘의 양이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쩌자는 건데?”
“예언의 마족으로부터 받은 지도가 있어.”
안개처럼 흩어져 있던 마기가 뭉쳐지며 지도로 변화했다.
“대한민국의 던전과 게이트를 돌면서 레전더리 아이템부터 회수하자고. 놈들이 일어설 기반 자체를 없애고, 우리의 힘은 강화한다. 어때?”
그리 말하는 나약의 마족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린 아이의 얼굴에 맞지 않는 사악한 미소였다.
* * *
‘레전더리는 전부 먹어놨으니까. 놈들이 삽질 하는 동안 게이트 공략에 집중할 수 있겠어.’
게이트로 혼란스런 와중 상위 마족은 아이템 파밍을 진행할 거다. 그래봤자 녀석들이 획득할 레전더리는 4개 정도였다.
미래에서 얻은 정보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
그마저도 확실하게 방어했다.
모두 미래의 진세아 덕분이다. SSS급이 된 진세아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이템이 거쳐온 역사를 파악하는 사이코메트리는 기본이고, 어디에 좋은 아이템이 위치하는지까지 알아내는 ‘황금향’ 같은 스킬도 가지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도둑에 걸맞았다.
“다들 이번 공략은 특히 조심해야 해.”
S급 게이트 공략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은빛의 날개는 총 두 팀으로 나뉘어졌다. 길드장이 위치한 기존의 1군으로 구성된 팀. 다른 하나는 부길드장이 이끄는 신인들로 이뤄진 팀.
“2팀이 공략할 S급 게이트의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다지만 주의해야 해. 이전까지 있었던 공략은 전부 잊어. S급부터는 차원이 다르니까.”
윤지은의 브리핑을 듣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아람, 진세아, 천성호.
거기에 더해 은빛의 날개 5인까지.
아직은 협회 사람인 윤서현은 참가하지 않는다.
“형하고 같이 게이트 공략을 하게 될 줄이야.”
천성호는 들뜬 얼굴이었다. 신아람은 초조한지 검을 매만지고 있었고, 진세아는 레전더리 아이템을 매만지고 있다.
원래 미래대로라면 진세아는 성장 속도가 느려 참가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내가 진세아의 성장을 앞당겼다.’
변수가 하나 추가 된 셈이니 기대해 볼만하다. 나머지 5인의 은날 길드원들도 다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얼굴을 알고 있을 정도니.
나는 스마트폰을 살폈다.
– 전국에 S급 게이트 다수 발생, 대형 길드 모두 공략 나서······.
– 수호자의 검 ‘신태양’ 첫 S급 게이트 데뷔전
– 은빛의 날개 ‘신아람, 천성호’ 출격
– 오성 ‘히든카드 존재한다.’ 깔끔한 공략 목표로
각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라기보단, 하나의 행사처럼 여겨지는 수준이었다.
– 은날이 고용한 용병은 누구? 베일에 감춰진 정체
‘나에 대한 기사도 있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누가 가장 빨리 공략을 끝내는가 같은 관심이 대부분이었다. 인류가 멸망으로 접어들거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괜히 불안을 조장할 필요는 없으니 차라리 잘 된 일이려나.
“그럼 이제 돌입하겠습니다.”
브리핑이 끝나고, 윤지은이 활을 들어 올렸다. 천막 바깥으로 나오자 환호성과 플래쉬 세례가 터져나왔다.
도시 근처의 S급 게이트인지라 주변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 있었다.
“와아! 지은 누나! 이쪽 한 번만 봐줘요!”
“은빛의 날개 파이팅!”
“신아람이다! 신아람!”
2팀이니 기자들의 관심이 덜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여기엔 주목 받는 신인들이 두 명이나 있었다.
신아람이 어색하게 손을 흔들자 환호성이 몰아친다.
“그래, 이거지!”
천성호도 의기양양해져선 가슴을 펴고 나아간다. 진세아는 오히려 후드를 푹 눌러쓰고선 내 옆에 붙었다.
“윽, 왤케 사진을 찍어대는 거야.”
S급 게이트 공략대 10인이 게이트 내부로 발을 들였다. 공간이 일렁이며 주변의 경치가 한순간에 바뀐다.
나도 조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S급 게이트라······.’
현시점 존재하는 가장 높은 등급의 게이트. F급이었던 내가 드디어 이곳에 왔다. 그것만으로 감격스러울 지경이었으나.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와아······.”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순백의 눈으로 뒤덮인 세상, 그 끝에 고독히 솟아 있는 설산.
끝내주게 멋진 경치지만 감상할 틈은 없다.
후우웅——!
혹한의 냉기가 공략대를 덮쳐왔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차가운 기운에 뼈까지 시려온다.
『 게이트에 입장하셨습니다. 』
『 냉기지대 – 혹한의 설원 』
『 공략 조건 : 보스처치 ( 0 / 1 ) 』
아이템 없이는 절대 버틸 수 없는 극한의 환경이다. S급부터는 공략 난이도가 달라지는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 지독한 추위가 당신을 덮칩니다. 』
– 지속적으로 체력이 소모됩니다.
– 이동속도 및 모든 능력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헌터들이 미리 준비해 온 방한 아이템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오, 오빠 아, 아 안추허요오?”
아이템인 털모자와 벙어리 장갑을 착용하고도 덜덜 떠는 진세아가 내게 물었다. 핫팩을 꺼내서 내 두 볼에 가져다대려고 한다.
나는 고개를 돌려 피했다.
“주, 주거요. 그러다······.’
양 팔을 붙잡고 오들오들 떠는 진세아.
춥기는 무지 추운데.
챙길 건 챙겨야 했다.
몸이 덜덜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히지만 나는 괜찮은 척 버텼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원하는 결과가 떠오른다.
촤르르륵!
『 레어 스킬 ‘냉기 내성 Lv.1’을 획득합니다. 』
『 레어 스킬 ‘냉기 내성 Lv.2’을 획득합니다. 』
『 레어 스킬 ‘냉기 내성 Lv.3’을 획득합니다. 』
···
..
.
『 레어 스킬 ‘냉기 내성 Lv.10’을 획득합니다. 』
『 추위 저항 + 50%, 냉기 속성 저항 30% 』
그제서야 나는 방한 방어구를 걸쳤다. 입가에서 입김이 길게 뿜어져 나온다. 추워 죽는 줄 알았지만 스킬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다.
날 죽이지 못하는 극악의 환경은 오히려 날 강하게 할 뿐이니.
“그러면 가볼까.”
“대, 대체 뭐에혀······?”
나는 진세아와 공략대의 마지막 행렬에 따라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