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붉은 피가 흐르는 세계(6)
무너져 내리는 검은 탑.
‘이렇게 빨리 왔다고······?’
잔해와 함께 추락한 선혈의 마족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한동안 잔해 속에 몸을 뉘인 채 멍하니 누워 있을 정도였다.
‘대체 어떻게······.’
고작 이만큼의 시간을 벌자고 추하게 마계의 틈으로 도망쳐 온 게 아니었다.
심지어 아직 상처를 제대로 수복하지도 못했다.
‘젠장, 설마 대적자가 둘이었을 줄은······.’
그녀는 아직도 그런 착각을 하고 있었다.
투두둑.
선혈의 마족이 잔해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어깨 죽지에 새빨간 상처에선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분명 본체가 아닌 껍데기에 입은 상처건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체에까지 미쳐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공격인지.
마기를 아무리 쏟아부어도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공격을 본체에 받기라도 한다면 끝장이었다.
자연스레 이를 악물게 되는 고통이었다.
‘이런 굴욕이 다 있나······.’
무너진 탑에서 일어난 선혈의 마족이 침입자들을 바라봤다. 그녀의 붉은 눈이 세 명의 인간을 응시했다.
세 명의 인간은 빵 쪼가리를 꺼내서 먹고 있었다.
그 실상은 이지한이 ‘중급 요리’ 스킬로 만든 요리를 섭취해 능력치를 높이기 위함이었지만.
선혈의 마족이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녀의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 이것들이······. 감히 나를 능멸해······? 】
드드드···.
마기에 의해 주변의 잔해들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잔잔하던 핏빛의 호수 위로 수 백의 핏빛 환영들이 몸을 일으켰다.
【 후회하게 해주마. 】
선혈의 마족이 발산하는 격.
마계의 틈으로 오면서 그녀의 격 또한 강해져 있었다.
인간의 수준으론 이 격을 감당하는 것만으로 피를 쏟아낼 터.
분명 그랬어야 했는데.
【 하······. 】
앞으로 나선 차가운 눈매의 남자.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살기를 띄고서 검을 들어 올리기까지 한다.
이것이 인간이 수준이 맞단 말인가?
【 뭐가 됐든 상관 없다. 전부 죽여주마. 】
선혈의 마족이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핏빛의 기둥이 그녀의 등을 떠밀어줬다.
고오오오—!
짙은 마기가 그녀의 붉은 검에 깃들었다. 마기는 아지랑이를 만들어내는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피처럼 액화되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문명계에서 감당할 무력이 아닌 것만큼은 명확했다.
물론 이지한 또한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타재간파를 통해 모든 능력을 개방한 상태.
역전의 검을 들고서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이윽고 두 개의 검이 충돌했다.
콰아아앙!
강렬한 충격파가 일대를 뒤덮었다. 호수의 강바닥이 드러나고, 허공으로 높이 떠오른 핏물이 비가 되어 떨어졌다.
【 아무리 대적자라고 한들 고작해야 인간! 운명을 얌전히 받아들여라! 】
강렬한 격을 담아 소리쳤다. 뒤쪽에 있는 인간 두 놈이 비틀 거릴 정도로 격의 차이가 났지만.
이지한은 굳건하게 검을 밀어 붙였다.
“개소리가 따로 없군.”
콰아앙! 콰앙!
검을 나누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선혈의 마족의 미간이 좁혀지고 있었다.
선혈의 마족은 자신의 패배를 생각하지 않았다. 순수한 힘만큼은 자신이 인간을 압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당연했다.
인간과 마족의 차이는 그러한 것이었으니까.
더욱이 게이트에서 본 대적자의 움직임 자체는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러나 이곳 마계의 틈에서.
콰아앙!
이 대적자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
이지한이 휘두르는 한 방, 한 방이 묵직하게 전해졌다. 검을 부여잡은 선혈의 마족의 손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쩌저적!
심지어는 그녀가 쥔 무기 위로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쯤 되자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 무슨······. 】
잠깐의 뒷걸음질.
그것이 선혈의 마족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었다.
핏빛 기둥을 가르는 푸른 섬광.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수십 발의 매직 미사일. 목룡이 내뿜는 브레스.
콰아아앙—!
강렬한 충격이 선혈의 마족을 덮쳤다.
【 크아아악! 】
호수의 땅바닥을 헤짚으며 밀려난 자리에 크레이터와 같은 거대한 웅덩이가 생겨났다.
【 이럴 수는 없다······. 】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선혈의 마족.
이래선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매직 미사일이라니.
그런 기초 마법으로 자신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주르륵.
그녀의 눈가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피로서 자신을 강화하는 주술 ‘귀화’였다.
【 나를 능멸한 대가를 똑똑히 치르도록 해주마. 】
강대한 마기가 그녀의 몸에서 발산되어 퍼져나갔다. 호수에 존재하는 모든 핏물이 그녀를 향해 모여든다.
그리고 다음 순간.
드드드드······.
마기에 의해 형성된 거대한 핏빛 해일이 인간들을 향했다.
* * *
능멸은 무슨.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내가 쓸 수 있는 마법 스킬이 매직 애로우 뿐이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전투 시작할 때 토스트를 먹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쨌든 선혈의 마족이 분노만큼은 진짜였다.
“어, 어떻게 해요?!”
30m가 넘게 형성된 거대한 해일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촤아악! 촤악!
뒤쪽에서 핏빛 환영들을 상대하던 신태양이 달려왔다.
“스승님! 이건······.”
“뚫어낸다.”
나는 역전의 검을 들어 올렸다.
이만한 수준의 대규모 공격이다. 선혈의 마족도 분명 상당한 마기를 투자한 공격임에 틀림 없다.
‘그렇다면 더더욱 몰아칠 때다.’
나는 다가오는 해일을 향해 뛰어들었다.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땅과 하늘을 잇는 한 줄기의 푸른 직선.
콰아아아아—!
그렇게 생겨난 선에 의해 해일은 좌우로 나뉘어 갈라졌다.
내 몸에서 순식간에 체력과 마력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멈춰있을 시간은 없다.
『 동료 엘리스가 ‘시간조작 Lv.5’를 발휘합니다. 』
빠르게 다가온 엘리스가 내 등을 밀어줬다. 사라진 체력과 마력이 순식간에 복구되며 몸에 힘이 감돌았다.
“사부님, 저는 이제 끝이에요······.”
비틀거리는 엘리스를 신태양이 부축했다.
‘충분하다.’
엘리스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 뒤는 내 손에 달렸다.
홍해처럼 갈라진 해일을 뚫고서 나는 선혈의 마족을 향해 달려갔다.
신아람의 광화.
신태양의 오러블레이드.
진세아의 신속.
스킬들은 활성화 되어있다.
【 이 자식······! 】
콰과과과—!
내 돌진을 막기 위해 선혈의 마족이 날린 수백 개의 핏빛의 칼날이 나에게 쇄도해 왔다.
『 스킬 ‘초공간인지 Lv.10’을 발휘합니다. 』
공간을 자유자재로 파악하는 윤서현의 재능이 내 손에 있다.
그게 끝이 아니다.
5일 간의 훈련.
그동안 나에게도 큰 진전이 있었다. 신태양이 새로운 재능 개화? 그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타재간파를 통해 엘리스의 재능 또한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것.
나는 타재간파의 새로운 항목을 발휘했다.
『 스킬 ‘초시간인지 Lv.10’을 발휘합니다. 』
초공간인지가 해당 시점의 공간을 보여준다면,
초시간인지는 짧은 미래와 과거의 가능성까지 예측하게 해주는 능력.
『 두 개의 스킬이 통합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 해당 스킬을 통합하시겠습니까? 』
그 두 능력을 합친다면.
『 특수 스킬 ‘초시공인지 Lv.10’을 획득하셨습니다. 』
더 이상 내가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없다.
콰과과과—!
휘몰아치는 수백 개의 칼날이 다가올 위치와 방향이 감각적으로 이해 되기 시작했다. 공격의 뒤에 숨어 있는 선혈의 마족까지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왼쪽, 오른쪽 또다시 오른쪽.
가볍게 피하며 놈을 향해 달려나간다.
【 도대체, 네 놈은 정체가 뭐냐······! 인간일 리가 없어. 】
경악한 선혈의 마족이 필사적으로 마기를 쏘아대지만 그 중 어느것 하나도 나를 스치지 못했다.
콰아앙! 콰앙!
애꿎은 땅이 비산하며 허공에 흩뿌려질 뿐이다.
베어내고, 잘라내며 쉼 없이 전진한다.
상위 마족의 격으론 나를 막아내지 못한다.
【 죽어, 죽으란 말이다! 】
녀석은 마기가 전부 떨어졌는지 직접 검을 들어 올렸다.
콰아앙!
선혈의 마족의 검과 내 검이 맞부딪혔다. 그녀의 검 위에 새겨진 실금이 눈에 들어 온다. 아까 전 내 공격으로 생긴 균열이었다.
나는 다시 크게 검을 휘둘렀다.
『 스킬 ‘리미트 해제 Lv.10’을 발휘합니다. 』
『 일시적으로 레벨이 40 상승합니다. 』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 한계돌파에 의해 2배의 능력치 증가량이 적용됩니다. 』
『 이계 규율 칭호에 의해 능력치가 3배가 됩니다. 』
그리고 증가한 능력치는 이계 규율의 영향을 받아.
『 칭호 ‘마계의 재앙’을 발휘합니다. 』
다시 1,000%의 데미지가 된다.
콰아앙!
핏빛의 칼날이 균열을 따라 조각 조각 나뉘어졌다. 허공으로 비산한 조각들을 바라보는 선혈의 마족의 눈이 허망하다.
【 이······. 이······! 】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선혈의 마족.
이제 놈과 나 사이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역전의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전 세계의 어떤 헌터보다 강하다.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3’을 발휘합니다. 』
전에 없이 강렬한 섬휘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 * *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 기둥.
그것은 마계의 틈새에 존재하는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몰아치는 시원한 바람이 마기를 걷어내며 세계 전체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양을 치고 있던 양치기 소년은 자신의 모자를 붙잡았다. 줄곧 기절해 있었던 산양은 몸을 떨었다.
“설마, 아까 그 분들이······.”
술에 취해 있던 경비대장은 더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대, 대장! 나와보세요! 지금 서쪽에서······!”
“미, 미친······. 정말로 마녀를 토벌했단 말인가······?”
언젠가 마족에 의해 침공 당해 역사마저 잃어버린 초목의 세계.
그곳에 한줄기 희망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저기는 마녀가 있는 장소잖아.”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뭔가가 바뀌었어.”
아무런 일면식이 없던 사람들마저 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자리에서 직접 모든 것을 눈에 새긴 신태양은 기절초풍할 수 밖에 없었다.
마족을 상대하는 스승의 모습.
기적에 가까운 무위.
“하······.”
그저 실소를 내뱉는 게 최선이었다. 뒤늦게 몰아치는 후폭풍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신태양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혔다.
‘스승님, 이건 진짜 굉장하잖아요.’
스승이 나아간 길.
그건 더 이상 벽이라기보단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자신도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신태양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이 뚜렷이 보이고 있었다.
엘리스 또한 눈을 빛내고 있었다. 마력 고갈에 가까운 상태였지만, 그게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정말로 운명의 사람······.”
예언 하나에 의지에 한국까지 날아온 보람이 있었다. 5일 간의 훈련 동안에는 뭔가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런 생각은 싹 사라져 있었다.
‘사부님을 반드시 붙잡아야 해.’
엘리스는 속으로 다짐했다.
* * *
상위 선혈의 마족은 죽었다.
나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운이 좋았다.
녀석이 마계의 틈으로 도망쳐 준 게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좀 더 처절한 싸움이 됐을 거다.
‘한편으로는 아쉽군.’
처절한 싸움에선 오히려 얻어가는 게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러나 압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 상위 선혈의 마족을 처치하셨습니다. 』
『 이계 규율이 업적을 정산합니다. 』
내 주변으로 무수한 알림이 떠올랐다.
내 오른손에 차고 있던 초월의 팔찌 위로도 황금빛 글자가 새겨졌다.
『 첫번째 초월의 길에 어슴푸레한 빛이 스며듭니다. 』
‘그러고보니 이게 있었지.’
이계 규율의 보상으로 획득한 아이템.
‘초월의 길이라······.’
상위 마족을 잡는 것으로 그 길이 열렸다고 보면 되는 걸까. 뭔가 점점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알겠다.
팅!
『 해당 업적을 정산합니다. 』
– 업적명 : 상위 선혈의 마족 처치
– 기록 : 성장력 SSS, 데미지 SSS, 회피 SSS······.
– 종합평가 : SSS
『 해당 업적의 달성 가능성은 0%입니다. 』
『 행성멸망급 인과 조정에 해당합니다. 』
『 해당 기록이 아카식레코드에 영원불멸 기록 됩니다! 』
거창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납득하기 어렵다. 업적의 달성 가능성이 0%에 불과하는 것도. 나는 이렇게 상위 마족을 처치하지 않았는가.
‘대체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 건지.’
『 극소수의 초월자들이 당신에게 큰 관심을 가집니다. 』
어쨌거나 선혈의 마족을 잡았다고해서 내가 해야할 일은 끝나지 않는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의 완전 저지.
그걸 위해선 또다른 상위 마족인 ‘나약의 마족’을 처치해야 한다.
선혈의 마족이 당했으니, 녀석들의 경계도 한층 강해질 거다.
『 보상을 지급합니다. 』
이번 보상이 더욱 값진 이유였다.
파지직, 파직!
『 이계 규율이 해당 보상을 지급하기 위해 시스템에 간섭합니다. 』
오색찬란한 빛이 미친듯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무재조정 : 타재간파’의 새로운 능력이 개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