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인류의 손에 쥐어진(2)
“공간을 더럽게도 꼬아놨네요. 그래봤자, 압도적인 마기 앞에선 무용지물이지만요.”
콰드드득—!
성채에서 빠져나온 무한의 마족은 공중에서 속도를 높였다. 그의 주변을 감싼 밀도 높은 마기가 왜곡된 공간을 정상화 시키고 있었다.
“그러니 이 정도 공간 왜곡 쯤은 간단히 돌파해야 하는데······. 왜 내가 여기에 있는거죠······?”
그러나, 정신을 차리자 무한의 마족은 다시 성채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던 수십 마리의 드래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실수네요.”
무한의 마족은 다시 인류를 향해 몸을 틀고 마기의 날개를 펼친 채 날아올랐다. 이번에는 공간 마법까지 동원해 권능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어느새 자신은 또다시 성채의 입구에 서 있었다.
“······.”
윤서현이 만들어 놓은 공간의 미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정교하게 구성된 공간의 비틀림이 인류와 마수들을 분리하고 있었다.
“······너무 얕봤던 걸까요?”
사도인 자신도 헤멜 정도니 드래곤이나 네임드 마수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여자······.”
무한의 마족의 얼굴이 구겨졌다.
“정말 귀찮게 하네요.”
오랜 시간, 권능은 마족이 소유한 힘이었다. 그러다보니 마족이 권능을 상대할 일은 없다시피했다.
공간의 권능은 몇 만 년 전에 있었던 전쟁 이후로 쭉 시공의 마족 소유였으니.
권능도 시스템의 일부라곤 하나 어쨌든 스킬보단 한 단계 위에 있는 힘.
‘얻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권능을 이렇게까지 잘 다룰 줄이야.’
뚫어내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귀찮다뿐이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콰아아아—!
무한의 마족은 더욱 짙고 밀도 높은 마기를 방사했다. 아예 공간을 꿰뚫어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낸다면, 권능을 파훼할 수 있으리라.
콰득, 콰드드득—!
무한의 마족이 허공을 나아가며 왜곡된 공간을 부수는 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다.
공간 권능의 소유자 윤서현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녀의 공간 권능이 계속 중첩되며 마족의 전진을 방해했지만, 무한의 마족은 오히려 미소지었다.
‘나쁜 건 아니죠. 애시당초 내 목적이 그거였으니.’
돌진해서 대적자와 그 일행의 자원을 소모시키는 게 애당초의 목적이었다.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에 들어오셨습니다. 』
『 다수의 제약이 발생합니다. 』
– 시야 제약, 참격 제한, 저속, 정정당장, 청음불가, 회복 저하······.
무한의 마족의 시야 한 켠에 메시지 창이 차례차례 올라오고 있었다.
그에겐 희소식이었다.
‘딱 좋네요.’
그의 비릿한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가 성채를 떠난 순간부터, 생명의 마족은 계속해서 제약을 펼쳐나가는 중이었다.
물론 제약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사도 무한의 마족이라 한들 제약의 효과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럼에도 무한의 마족이 제약을 장애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무수히 많은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내게 제약조차 문제 될 건 없죠.’
참격 제한은 다른 종류의 마법을 사용하면 그만.
이동속도를 늘리지 못하는 저속에는 공간계 마법으로 대항하고, 마력 불감에는 마기 탐지를 발휘하는 식이었다.
다양한 술식과 마법들을 운용한다면 제약도 무서울 게 아니었다.
‘이제 발이 묶인 인간들을 편하게 사냥하기만 하면 되겠군요.’
생명의 마족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제약을 펼쳤을 거다.
‘공간의 권능을 쓰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란 거죠.’
제약이 어느 정도 펼쳐진 이후로 공간적 견제가 약해졌다.
결국 무한의 마족의 시야에 인간들이 들어왔다.
황동색의 장비를 걸친 인간들은 마수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쯧, 별 해괴한 걸 가져와서는.’
제약이 걸려 있다지만, 마수들이 딱히 압도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적어도 무한의 마족이 보기엔 그러했다.
그가 양 손을 앞으로 들어 올렸다.
콰아아아—!
무한의 마족에게서 수 천 갈래의 검은 마기가 쏘아졌다. 마기는 곧바로 마수들에게 깃들어 그들을 더욱 흉폭하고 광포하게 만들었다.
헌터들이 주춤하는 게 눈에 보였다. 손을 뻗어 몇 차례 마기를 퍼부어주자 헌터들이 벌레처럼 쓸려나갔다.
“그래요, 그게 버러지 같은 인간들에게 딱 맞는 최후인거죠.”
무한의 마족은 조금 더 앞으로 나서려다 섬칫한 느낌이 들어 자리에 멈춰섰다.
‘······대적자와는 최대한 반대편에서 활동하는 게 낫겠죠.’
무한의 마족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아무리 통각을 차단했어도, 일자베기를 다시 받아낼 자신이 없었다. 문명계의 억지력 상한이 초월급까지 해제된다면 모를까.
지금 대적자를 만났다간 개죽음이었다.
생명의 마족은 자살해도 상관없단 식으로 말했지만, 결국 죽는 건 무한의 마족이지 않은가.
‘뭐, 이미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선방했다고 볼 수 있으니.’
무한의 마족이 새로 뚫어낸 공간을 통해 마수들이 넘어오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하면 전황도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
“조금 더 본격적으로 난장판을 쳐볼까요?”
그리 말하며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어머, 사도가 제 발로 올 줄이야.”
바로 앞의 공간이 일렁이더니 윤서현이 나타났다. 그녀의 등 뒤로 보랏빛의 후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쯧······.”
미간을 좁힌 무한의 마족이 혀를 찼다.
저 여자가 나타났다는 건, 언제든 등 뒤에서 대적자가 나타날 수 있단 뜻이었다.
목숨을 잃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 일자베기를 한 번 더 맞았다간, 분명 자신의 무한한 영혼력에도 금이 가리라. 무한의 마족은 감정을 억눌렀다.
‘뭐, 괜찮아요.’
온갖 제약이 활성화된 지금이 오히려 기회였다.
무한의 마족은 격이 서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 인간 여자, 권능을 손에 넣었다고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닌가요? 이미 한 번 패배한 주제에 말이에요. 】
말을 하면서도 그는 초고위계의 마법을 시전했다.
촤르르르륵—!
수 천 발의 마법이 공간 위에 검은 별빛처럼 아로새겨졌다.
윤서현은 겁먹기는 커녕 코웃음을 쳤다.
“······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닐텐데. 너 갇힌거야.”
【 허세는······. 】
이미 발휘된 제약 때문에 저 여자는 공간의 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할 거다.
이제 손을 휘두르기만 하면 눈 앞의 여자를 향해 무수한 마법이 쏟아질 터.
제약이 펼쳐진 상태에서 막아내기엔 극악무도한 공격이 틀림 없었다.
그러나 무한의 마족은 손을 휘두르지 못했다.
『 발화 금지 : 권역 내의 모든 존재는 발화하지 않습니다. 』
『 해당 제약이 ‘참격 제한’과 충돌합니다. 』
···
..
.
『 마나지체 : 권역 내의 모든 존재가 마나의 흐름을 느낍니다. 』
『 해당 제약이 ‘마력 불감’과 충돌합니다. 』
제약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으므로.
【 뭐라고요······? 】
무한의 마족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흔들렸다.
제약은 마족만이 소유한 종족의 특성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게 지금 하나씩 지워지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도와 마족 몇이 대적자의 부하가 된 건 알지만······.’
그냥 제약을 지워내는 것도 아니었다. 제약의 충돌을 이용해서 조건이 겹치는 제약들이 하나둘씩 상쇄되고 있었다.
이건 마족들이 가장 금기시하는 금제의 일부다.
【 이, 인간······. 무슨 짓을 하는 거에요······? 】
그 말도 안되는 상황에 무한의 마족은 저도 모르게 물어버렸다.
눈 앞의 인간에게 지금 이것이 무슨 상황이냐고.
윤서현은 태연한 얼굴로 무한의 마족의 뒤편을 가리켰다.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적의가 지금처럼 소름끼쳤던 적은 없었다.
“말했잖아, 너 갇힌거라고.”
생명의 마족이 만들어냈던 제약이 전부 사라졌다.
【 뭐,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
당황한 무한의 마족이 손을 휘둘렀다. 그것을 신호로 허공에 맺힌 무수한 마법들이 쏘아지려는 찰나.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 마(魔)를 최초로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마법 금지 : 권역 내에서 발현된 마법을 무효로 합니다. 』
다시금 무한의 마족의 눈이 커졌다.
마법 무효.
【 뭐······? 】
파직, 파지직—!
시스템이 이 세계의 법칙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제약에 의해 기존의 공간이 새로 쓰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무한의 마족이 자랑하던 궁극의 마법들은 허공에서 그대로 소멸했다.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던 수많은 방어 마법들 또한 일시에 사라졌다.
【 크허억! 】
그 즉시 강력한 공간의 권능이 몸을 짓이길듯 무한의 마족을 압박해왔다.
콰아앙—!
무한의 마족은 그대로 땅에 쳐박혔다.
그의 주위로 보랏빛 권능이 모여들었다. 근처의 공간이 무한의 마족을 속박하고 있단 증거였다.
‘불가능하다. 이런 일은 불가능하다.’
그는 입가에서 피를 쏟아내며 되내였다.
‘제약 충돌이라뇨?’
제약 한 두 개 발휘한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생명의 마족이 발휘한 제약을 핀포인트로 저격해 충돌 시키다니?
그럴 순 없었다.
제약은 마족의 생명을 담보로 생겨나는 것이었다.
‘심지어 저 제약은······.’
제약 ‘마법 제한’.
이건 오래 전에 사라졌던 제약이다. 한 마족의 가문 자체가 멸망하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약이었건만.
그게 지금 이 자리에 나타났다.
【 끄으윽······. 아무래도 굉장히······. 잘못 되어가는 것 같······. 】
쿠웅!
이 무수한 제약은 결국 마족들의 피로 이뤄져 있으리라.
그 누군가가 마족의 심장을 매개로 부덕의 상자를 만들었을 것이다.
생명의 마족이 그러했듯 제약을 자유롭게 다룬다는 건 그런 의미였으니까. 생명의 마족보다 자유롭게 제약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니, 이건 그보다 더 은밀하고 치밀한 작업이었다.
그 방법이 살해가 되었든, 납치가 되었든, 아니면 시체를 주웠든 간에······.
그게 가능한 건 마족 밖에 없을 것이며.
그 마족 중 누군가가 아주 오래 전부터 반란이라도 준비해왔던 게 아니라면 성립 되지 않을 이야기였다.
【 끄윽······. 】
무한의 마족이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순간부터 그의 패배는 확정되어 있었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과 마기를 바탕으로 마법을 펼치는 건데, 그 마법이 봉해졌다.
“엘리스의 말대로 진짜로 적진으로 쳐들어 올 줄이야······.”
“윽······.”
윤서현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으며,
무한의 마족은 정신을 잃었다.
* * *
촤아악!
물이 뿌려지자, 무한의 마족이 고개를 들었다.
“윽······!”
몸을 움직이려던 시도는 무의미했다.
공간의 권능이 여전히 그를 단단하게 옭아매고 있었다. 그것이 보랏빛의 쇠사슬의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 마(魔)를 최초로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마법 금지 : 권역 내에서 발현된 마법을 무효로 합니다. 』
『 도주 불가 : 도주를 떠올리는 존재의 신체가 굳습니다. 』
여전히 떠오른 제약 또한 그를 속박하고 있었다.
이 제약은 이곳 근처에서만 발휘되고 있었다.
제약의 범위를 축소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므로.
“하, 그래서 날 어쩔 셈이죠?”
무한의 마족은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인류 측의 천막 내부인 것 같았다.
“불사의 마족.”
앞에 놓인 의자에는 불사의 마족이 걸터 앉아 있었다.
“배신의 수준이 차원이 다르잖아요. 정말로 마계왕에게 반기를 들 생각이라도 했던 거에요?”
그는 무감한 눈으로 무한의 마족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의 마계왕은 가짜다. 조작된 역사 위에 눌러 앉은 이방인이지.”
“그런 말을 믿을 거 같습니까?”
“믿으라고 한 말이 아니다. 그냥 하고 싶어서 했다.”
불사의 마족은 팔짱을 낀 채로 무한의 마족을 응시했다.
“뭔······. 그래, 그런 마족이었죠. 당신은. 맘대로하세요. 어차피 대적자에게 사로잡힌 노예랑 대화할 생각은 없네요. 쯧.”
“난 사로잡힌 게 아니다. 스스로 대적자에게 충성을 맹세했을 뿐.”
“그게 더 이상한데요. 고작 인간들의 우두머리인 대적자한테?”
불사의 마족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시작했다.
“제약은 편리하지. 사도를 통째로 잡아가두는 게 가능하니.”
무한의 마족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었다.
불사의 마족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난 너를 죽일 것이다.”
“이봐요, 나도 그쪽처럼 죽지 않아요. 무의미한 짓은 서로 그만하죠.”
“안다.”
“정말로 인간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죠? 시간이 지나면 마계의 군대가 문명계에 쳐들어 올 거에요. 그걸로 끝이죠.”
무한의 마족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이 멍청한 대화는 뭐란 말인지.
마족이 이기고, 인류는 패배한다.
강자가 약자를 쳐부수고, 모든 것을 쟁취한다.
여지껏 마족이 새겨 온 유구한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눈 앞에 있는 불사의 마족은 모르는 건가?
그 당연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건가?
그럴 리가 없다.
그도 직접 다른 차원과 세계의 몰락을 주도하고 직접 지켜보지 않았던가.
“무한의 마족 노겔, 한때 내가 직접 널 가르친 적도 있었지.”
“예, 먼 과거의 일이죠. 그딴 일이 지금 뭔가 상관이 있나요?”
“없다. 그저, 네가 전에 이야기를 꺼냈길래 떠올랐을 뿐이다. 나는 지금부터 널 죽일 것이다.”
그리 말하는 불사의 마족의 눈은 가라앉아 있었다.
“예, 해보시죠. 제가 몸을 갈아 낄 수 있다는 건 아시죠?”
비아냥을 무시한 채 불사의 마족이 오른편에 놓인 부덕의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안다. 하지만······. 지금부터 발휘할 금제가 네 생명을 끊을 것이다. 이건 본래 마계왕을 죽이기 위해 고안한 힘이다.”
“지, 진짜로 마계왕에게 반란을 하려고 했어요? 이봐요. 뭔 말 같지도 않은······.”
마계왕을 죽이기 위한 비장의 수.
금제(禁制).
그것은 금지된 제약의 중첩을 의미한다.
철컥.
불사의 마족은 부덕의 상자에 나 있는 구멍 속에 손을 집어 넣었다. 이번에는 마기 대신 그의 피가 부덕의 상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본체유일 : 권역 내, 모든 생명은 하나의 본체를 가집니다. 』
『 영혼 있는 자 : 권역 내에 존재하는 본체는 본래의 영혼을 소유합니다. 』
하나씩만 놓고 본다면 무의미할 제약 두 개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성채에 보관되어 있던 무한의 마족의 영혼이 공간을 넘어 이곳에 도달했다. 영혼은 무한의 마족을 향해 안개처럼 모여든다.
“뭐, 뭔 짓을 하려는 거에요······. 뭔······.”
이제 무한의 마족의 영혼은 이곳에 있다.
그러나 이것 자체로는 금제가 아니다.
『 영혼 속박 : 신체를 잃은 영혼은 해당 좌표에 고정됩니다. 』
『 생(生) : 영적 존재는 근처의 신체에 빙의합니다. 』
『 빙의 금지 : 빙의 된 영혼은 신체를 잃습니다. 』
금제란 벗어날 수 없는 무한의 고리.
빠져나올 수 없는 무한 순환의 덫이다.
마족들은 이것을 금기시 했다.
타자의 개입이 있기 전까지, 금제의 고리에 빠진 두 마족은 기약 없는 고통 속에 존재해야 했으니까.
언젠가 존재했지만 아득히 오랜 세월이 지나며 사라졌던 마족의 제약이, 지금 불사의 마족의 손에 의해 다시 나타났다.
스으윽······.
부덕의 상자에서 피 묻은 손을 빼낸 불사의 마족이 입을 열었다.
“이제 네 영혼을 빼내겠다. 그리하면 금제의 덫이 너를 옭아매겠지.”
그의 붉은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무한의 마족이 기겁하며 몸을 미친듯이 비틀었다. 묶여 있지만 않았더라면 진작에 도망갔을 것이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무언가, 무언가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