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84
84화 군단장의 아이템
동굴의 끝, 보스의 방에 앉아 있는 마족 하나.
그는 최하위 느림의 마족이었다.
‘후, 이번 일만 끝나면 높은 지위를 받을 수 있을 거야.’
아이템 지킴이.
‘그나저나 슬슬 찾으러 오실 때가 됐는데.’
아이템 중 만들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아이템이란 세계의 역사와 전승을 담아낸 것. 그 성능은 대개 유일하다.
하여 딱 맞는 아이템을 발견했을 때, 위쪽의 마족들이 탐을 내는 경우가 있다.
지금 느림의 마족이 지키고 있는 아이템이 그러했다.
‘어려운 일이야, 차라리 공략을 해서 아이템을 들고 나가는 게 편하겠는데.’
절차가 필요하다는 위쪽의 입장이었다.
상위 마족들은 마족의 존재를 숨기고 싶어하셨다. 치욕의 밤 이후로 그들은 진짜로 뒷방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
‘에휴, 우리 마족들이 고작 인간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니.’
이종족의 반란 따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던가. 그토록 강대한 힘을 가지고도 그들을 두려워해서야 어떤 일이 제대로 될 수 있단건지.
‘곧 하위 마족께서 회수하러 오신다고 하니 그때까지만 기다리자.’
느림의 마족은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믿고 있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던전에 쭉 깔아둔 대규모의 정밀 함정들.
속도의 제약까지 걸어놨으니, S랭크의 헌터들이 와도 던전을 지키는 일은 거뜬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건 절대 못 뚫지.’
그때였다.
쿠구구구—!
상념에 젖어 있던 느림의 마족을 깨우는 진동이 동굴 내부로 울려 퍼졌다. 지진이 일어난 게 아닐까 싶은 강력한 진동.
“뭐, 뭐야······?”
보스방의 입구에서 자신의 권속인 고블린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주, 주인님! 큰일 났습니다!”
“뭔데? 인간들의 침입이냐?”
“예, 그건 맞는데······.”
“놔둬. 어차피 함정은 돌파 못해. 그보다 방금 그 진동은 뭐냐?”
함정은 견고하다, 이 정도 진동에 허물어질 게 아니었다. 느림의 마족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 오해를 바로 잡듯 고블린 권속이 말을 꺼냈다.
“전부 박살났습니다. 방금 동굴의 진동은 인간들의 기술이었습니다.”
“그게 뭔······.”
그가 말을 끝까지 하기도 전이었다.
쿠구구구—!
다시 한 번 동굴을 뒤덮는 진동이 느껴졌다. 느림의 마족의 얼굴이 굳어졌다.
“장난하지마라, 이 동굴이 얼마나 넓은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이만한 충격을 주려면 최소한 S급 헌터가 와야 한다고. A급 게이트를 공략하는데 S급 헌터가? 그거야말로 낭비가 아니고 뭐냐.”
애써 현실을 부정하는 느림의 마족.
고블린 권속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선택하셔야 합니다. 도망가실지 아니면 맞서 싸우실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예, 그렇습니다. 함정은 전부 망가졌고 방금 통신으로 2열 마수들도 전부 죽었습니다. 적들의 출력은 말씀하신대로 S급이 맞습니다.”
S급이 도대체 왜 이런 후미진 던전까지 온단 말인가.
‘젠장, 운이 없어도 더럽게 없네. 저 놈들을 죽이는 건 문제가 아니야.’
느림의 마족은 게이트 위치한 마기를 끌어 모았다.
A급 게이트의 시스템 보정 덕분에 전투에 자신은 있었다.
‘헌터들을 죽이면 이 던전에 이목이 집중된다는 거다.’
높으신 분들의 뜻과는 반대가 되는 상황.
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어쩔 수 없지. 인간들을 전부 죽여서 아이템을 챙긴 뒤 던전을 닫는다.’
공략이 끝나 한 번 닫힌 던전은 열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3열 마수들을 집결 시켜라.”
느림의 마족은 창을 잡았다. 날카로운 보랏빛 창날.
부우웅, 턱.
능숙하게 휘둘러 바닥에 꽂았다. 창날이 꽂힌 바닥에서 검은 마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마족의 눈이 붉게 빛났다.
“인간들을 쓸어버리고, 아이템을 챙겨 나간다.”
쿠구구구——!
또 다시 몰려오는 진동.
옆에 서 있던 고블린 권속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녀석은 가까스로 말을 꺼냈다.
“그······. 3열도 전멸 당했는데요.”
* * *
확실히 잘 싸운다.
천성호의 공략에는 거침이 없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녀석의 움직임에는 확신이 깃들어갔다.
‘그보다······. 마력양이 대체 얼마나 되는거냐.’
붉은 마력을 뻥뻥 난사하고 있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응축된 마력이 파도처럼 동굴을 뒤덮는다.
버서커 신아람이 광화 상태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을.
천성호는 대수롭지않게 해내고 있었다.
“형, 어때요? 제 실력 쓸만한가요? 아직 감이 잘 안 잡히네요.”
“잘하고 있어. 그대로만 해.”
공략은 천성호의 독주였다. 옆으로 새어 나오는 마수들은 진세아가 잡도록 했다. 아직 진세아에게 A급 특수 게이트의 마수들은 버거운 감이 있었다.
“후우.”
그러나 진세아는 특성 신속(神速) 덕분에 전투 중에 스피드 계속해서 증가한다. 잠시 심호흡을 한 진세아는 한달음에 달려들어 마수 세 마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
피투성이가 된 진세아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도 S급으로 각성 시켜줘요. 사기잖아요.”
“그게 되면 나부터 S급으로 각성했겠지. 저건 천성호의 재능이야. 너도 잘하는 거 있잖아.”
“내가 잘하는 거요? 그건 강한 거랑은 상관 없잖아요.”
진세아의 스킬 ‘절대 강탈’.
레벨만 더 올린다면 전 세계의 중요 아이템을 휩쓸고 다닐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일단은 훈련을 시킨다.
“은빛의 날개에 들어가는 거 고려해봐. 도움이 될 거야.”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솔깃하네.”
가장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했다. 은빛의 날개에 인재가 몰리는 감이 있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아니, 오히려 은빛의 날개가 아니면 곤란하다.
‘수호길드는 스타 헌터를 육성해내는데는 좋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자리는 한 자리라는 느낌. 진짜 실력을 쌓고 내실을 다지려면 은빛의 날개가 낫다.
‘오성에게 보내는 건 절대로 안될 일이고.’
배신 가능성이 높은 김민수가 오성의 길드장이다.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지금 오성에 힘을 더 해줄 필욘 없겠지.
천성호가 휩쓸고 지나가자 동굴이 완전히 깔끔해졌다. 넓은 공동이 나오고, 열 갈래가 넘는 갈림길이 나왔다.
“형, 어디로 갈까요?”
이 중 하나에 보스방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일반적인 던전이었다면 가장 큰 길을 택하는 게 정답이었겠지만.
여기엔 마족이 있다.
‘제약을 보니, 최하위 마족인 느림의 마족인 것 같은데.’
미래 김상욱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최하위 마족 중에선 가장 강한 놈이랬다. 게이트의 등급도 A고.
괜히 뒤를 잡히면 곤란할······.
거기까지 생각하는데 옆에 있는 천성호가 보였다.
‘그럴 리는 없겠네.’
천성호의 마력만 충분하다면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저기서부터 하나씩 마력을 쏟아 붓는거야. 그러면 그 중 하나에선 튀어나오겠지.”
“오빠, 그게 말이 돼요? 아무리 상꼬맹이가 쎄도 그렇지······. 미친 짓이잖아요.”
그러나 내 말에 천성호는 씩 웃으며 팔을 걷어 붙였다.
“까짓꺼 해보죠.”
미친 짓 맞다.
그런데 천성호는 그 미친 상상을 뛰어 넘는 놈이거든.
천성호가 양손에 쥔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 되며 붉은 마력이 검 위에 깃들었다.
『 동료 천성호가 스킬 ‘초(超) 마력 방사 Lv.7’를 발휘합니다. 』
스킬을 확인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초(超)라는 수식어는 그렇다고 쳐도 레벨이 7레벨이다.
천성호가 바로 어제 각성했음을 고려하면 말도 안되는 수치.
심지어 이 기술은 공격 기술도 아니었다. 그저 마력을 방사해낼 뿐. 그러나 그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해를 불허하는 압도적인 재능.
“하압!”
천성호의 기합과 함께 붉은 마력이 동굴의 모든 갈림길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앙—!
서 있는 게 힘들 정도의 반발력과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왔다.
“으아앙!”
별 생각 없이 서 있던 진세아가 뒤로 날아가버렸다. 나는 재빨리 바닥을 굴러 벽에 쳐박히려는 진세아를 잡아챘다.
그래도 바닥에 얼굴을 부딪히는 것까진 막아줄 수 없었다. 녀석은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빨개진 진세아가 소리쳤다.
“야, 상꼬맹이! 뒤에 있는 사람은 생각하고 쏴야 할 거 아니야!”
“그냥 가볍게 날린 공격인데, 거기에 휩쓸린 사람이 너무 약한 거 아닌가?”
“우악, 이 자식! 덤벼!”
진세아의 오른손이 빛나려는 찰나였다. 뿌옇게 솟은 연기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잘도, 잘도 난동을 피우는구나. 이 빌어먹을 인간 놈들······.”
말하는 것치고는 옷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결과적으로 갈림길 모두에 공격을 써보는 건 정답이었다.
“나 느림의 마족의 이름을 걸고, 네 놈들은 여기서 전부 죽여주마.”
화가 머리 끝까지 났는지 놈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내 눈이 향한 건 느림의 마족이 들고 있는 보랏빛 창이었다.
보랏빛 요기를 은은하게 흘려보내는 창.
‘저건······.’
심상치 않다. 꽤 높은 등급의 무기를 들고 있는 것 같다.
느림의 마족은 창을 든 채로 바닥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그대로 창과 함께 내리 꽂히듯 떨어졌다.
콰아앙!
천성호의 검과 느림의 마족이 창이 부딪혔다. 이어지는 공방은 치열하기 그지 없었다.
카앙! 캉! 카앙!
어지러울 정도로 불꽃이 튀어 올랐다. 첫 대인전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천성호는 본능적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 던전 내부의 생물은 움직임이 40% 느려집니다. 』
제약 때문에 움직임이 느려진 상태에서도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그 옆으로 진세아가 뛰어 들어갔다.
“나도 놀고만 있진 않았걸랑요.”
신속에 의해 보정 받은 움직임. 녀석은 양 손에서 단검을 꺼내 마족을 향해 던졌다.
카앙! 푹!
“크으윽, 이 쥐새끼 같은 놈.”
천성호의 검을 막으랴, 옆에서 날아 오는 진세아의 단검을 막으랴 바쁠 거다.
화아악!
느림의 마족이 뿜어내는 마기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일순 창의 끝에 검은 마기가 짙게 일렁였다.
그대로 내질러지는 창.
콰아앙!
천성호는 마력을 두른 검으로 그것을 받아냈다. 동시에 천성호의 뒤쪽 동굴이 무너져내렸다.
한동안의 고착 상태.
느림의 마족이 이죽였다.
“소모전이라면 지지 않는다. 내 마기의 양은 방대하거든. 인간인 네 놈과 다르게.”
“이 새끼가······.”
콰앙! 콰앙!
천성호가 고착 상태를 해제하고, 검을 휘둘러 상대를 몰아붙였다. 검의 끝에서 채찍처럼 솟아난 붉은 기운이 마족을 강타했지만 마족은 능숙하게 공격을 흘려냈다.
도발에 놀아나 힘을 소모하는 꼴이 되었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아직 어리다는 건가.’
이번이 첫 전투. 말도 안되는 싸움이긴 했다. 변화된 신체에 적응할 시간도 제대로 없었으니까.
‘여기선 내가 나선다.’
나는 대검을 들고 달려나갔다. 느림의 마족이 나를 바라보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잔챙이는 빠져!”
잔챙이는 누가 잔챙이냐.
어느새 놈의 뒤에는 고도로 응축된 마기가 모여 있었다. 그것이 등 뒤에서 넘실거리며 피어난다.
‘천성호와 전투하면서 힘을 비축해 둔 건가.’
확실히 노련하다. 놈이 최하위 중에서 최강이라는 이유를 알겠다.
‘나도 더 강해져야 한다.’
발전의 마족을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칭호의 효과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선 당연히 마계 필드 1000%의 데미지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 수준으로는 중위 마족을 쓰러뜨릴 수 없다.
화아악!
놈이 모아둔 마기에서 보랏빛 창이 두 자루 솟아나왔다. 그것은 자유자재로 허공을 맴돌며 나와 진세아를 향해 쏘아졌다.
미안한데, 내가 그렇게 잔챙이는 아니거든.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허공에 푸른 잔상이 새겨지며 보랏빛 창과 마기를 통째로 집어 삼켰다. 이제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큭.”
느림의 마족이 내 접근을 눈치 채고, 모아둔 마기를 전부 창 위에 쏟아부었다. 오러처럼 검게 불타오르는 창날.
나는 소리쳤다.
“천성호, 그 녀석을 붙들어!”
“네, 형!”
천성호의 검이 미친듯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검 끝에서 퍼져나간 붉은 마력은 천성호 본인의 몸 전체를 덮을 정도였다.
“뭐, 이런······!”
느림의 마족은 선택해야 했다.
나를 막을지, 아니면 눈 앞의 괴물 천성호를 막아낼지.
찰나의 고민. 놈의 선택은 당연히 후자였다.
“죽어라!”
느림의 마족은 본능적으로 천성호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응축된 마기와 천성호의 마력이 충돌하며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그 선택은 정답이 아니었다.
『 스킬 ‘각성 일자 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
동굴의 천장과 바닥을 잇는 푸른 직선. 그것은 내 공격을 미처 대비하지 못한 마족에게 정확히 직격했다.
콰아아앙!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강렬한 섬광이 동굴 내부를 뒤덮었다. 동굴 내부로 강력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빛이 잦아들었을 때, 느림의 마족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스스스······.
뿌옇게 솟은 먼지가 가라앉았다.
『 최하위 ‘느림의 마족’을 처치하셨습니다. 』
『 2710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천장과 바닥에 뚫린 끝을 알 수 없는 구멍. 그 충격파에 바닥을 구른 진세아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어······. 오빠도 S급······?”
천성호 또한 그 위력에 입을 슬쩍 벌렸다.
“다시봐도 개쩌네······.”
어쩐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한층 달라진 것 같다.
『 레벨업! Lv.77이 되었습니다. 』
『 레벨업! Lv.78가 되었습니다. 』
『 레벨업! Lv.79가 되었습니다. 』
『 레벨업! Lv.80이 되었습니다. 』
『 B등급 최대 레벨에 도달하셨습니다. 』
위력이야 대단하긴 한데.
‘역시 피로감이 장난 아니네.’
나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알림창을 확인했다. 준비해 놨던 포션을 마시니 그제서야 살만하다.
‘남은 보스 처리는 천성호한테 맡기면 되겠어.’
그때였다.
뀨!
내 몸에 방어구로 붙어 있던 오르티마가 뛰쳐나갔다. 녀석은 각성 일자베기 때문에 생긴 구멍을 향해 뛰어들었다.
잠시후 녀석이 상자와 창을 등에 지고서 위로 올라왔다.
“오······.”
상자를 살피던 내 눈이 살짝 커졌다.
‘이건 던전 클리어 보상이잖아.’
느림의 마족은 던전을 공략하고 빠져나가려는 생각이었던건가. 뭐, 중요하지 않다. 그보단 이곳에 담긴 내용물이다.
중위 전투의 마족이 군단장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아이템 중 하나.
샤아아아—!
상자를 여니 찬란한 총천연색의 빛이 뿜어져나왔다. 아름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이펙트였다.
이 빛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내 생에 이걸 얻게 될 줄이야.’
레전더리급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