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9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09)
압박감에 눈을 떠 보니 웬 강아지가 내 배 위에 올라와 있다.
머리가 세 개 달린 게 혹시…?
―이봐, 어서 일어나라고.
“카이나칸?”
―그래, 나다.
이 자식 이렇게 작은 크기로도 변신이 가능했나? 그런데 왜 이렇게 친근하게…. 아, 마지막에 무형검을 완성했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될 때가 있다더니 천운이 따랐다.
솔직히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은데….
박살 났던 어깨와 다리도 멀쩡한 걸 보니 루시엘이 치료해 준 모양이다.
“내가 얼마나… 아니, 그보다 루시엘은 어디 있지?”
―주인님은 저기 계신다. 얼른 주인님에게 가 봐.
카이나칸이 앞발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마계수 옆에 루시엘이 눈을 감고 앉아 있다.
그런데 어째 표정이 상당히 안 좋다.
“쟤는 왜 저러고 있어?”
―다 너 때문이잖아. 너랑 싸울 때 무리하게 힘을 쓰시는 바람에 마기의 잠식이 가속화되었다.
나와 싸울 때 무리했구나.
그러게, 안 싸우고 좋게 치료해 준다고 할 때 치료받고 마법 가르쳐 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너 아까 분명히 주인님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지? 주인님이 널 치료했으니 너도 주인님을 어서 치료해 드려.
“알았으니까 좀 비켜.”
자리에서 일어나 루시엘에게 다가갔다.
―이제 깨어난 거냐?
“그래. 치료 고맙다. 나도 바로 치료 시작할게.”
―정말 나를 치료할 수 있어?
“테스트는 통과 아니야? 그러니까 네가 날 치료해 준 거고.”
―그래. 그럼 치료는 어떤 식으로…?
“편한 상태로 있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편한 상태? 알았다.
루시엘의 몸을 가리고 있던 천들이 사라지기 시작해서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옷은 왜 벗어?”
―네가 편한 상태로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그… 옷은 불편해도 그냥 입고 있어. 네가 벗으면 내가 불편하니까.”
―네가 불편하다고? 쯧쯧, 못생긴 주제에 예쁜 건 알아 가지고.
“자꾸 못생겼다고 하지 마라. 너도 내 취향 아니거든.”
―이… 인간 주제에.
“그 ‘인간 주제’한테 세 번이나 공격당하신 게 누구더라?”
―치, 치료나 해.
“네네. 그럼 시작할게.”
루시엘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내공을 밀어 넣고 탐색을 시작했는데 살짝 놀랐다.
천사도 혈도가 인간과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갓 태어난 아기처럼 모든 혈도가 뚫려 있다.
막힌 곳이 없어 구석구석 내공을 흩뿌리며 탐색하는데, 루시엘이 자꾸 움직인다.
“뭐 해, 움직이지 마.”
―가, 간지러워서…. 원래 이런 거야?
“네가 지나치게 예민한 것 같은데. 좀 참아.”
구석구석 탐색한 결과, 원작에 있던 설명대로 세 가지 기운이 느껴진다.
하나는 엄청나게 밝고 청명한 기운이고, 다른 하나는 음습하고 끈적끈적하다.
나머지 하나는 두 번째 기운보다 훨씬 더 음습하고 살짝 접촉한 것만으로도 헛구역질이 날 것처럼 위험한 느낌을 풍기는 기운이다.
딱 보니 첫 번째는 원래 루시엘이 가지고 있던 천사의 기운, 두 번째는 타락하면서 얻은 마기, 마지막은 마왕이 남긴 마기 같다.
“지금부터 마기를 흡수할 거니까 몸에서 힘 빼.”
―마기를 흡수한다고? 그럼 네가 위험한 거….
“난 괜찮으니까 말하지 말고 집중해.”
루시엘의 마기를 내 몸으로 끌어왔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내 몸에 들어오자마자 거칠게 날뛰었지만, 심법을 운용하자 내공으로 정제된다.
한 번으로는 완전히 정제되지 않아 단전이 찌릿찌릿해서 한 번 더 심법을 돌리니 그제야 잠잠해진다.
“앞으로 세 번 정도 더 하면 될 것 같네. 어때, 마기가 줄어든 게 좀 느껴져?”
―느껴져. 넌 괜찮은 거야? 어찌 인간이 마기를….
“난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어.”
생각했던 대로, 세 번 더 반복하니 마왕의 마기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었다.
“마왕의 마기는 없앴는데… 잠깐만 이러고 있어 볼래?”
―뭐, 뭘 하려는 건데?
“실험해 볼 게 좀 있어서.”
―실험? 넌 내가….
“너한테 이득이 됐으면 됐지 해가 되진 않을 거야. 이젠 나 믿을 수 있잖아?”
―아… 알았어.
두 번째 기운인 마기를 내 신체로 끌어오려 했는데 마왕의 마기와 달리 원래 루시엘의 몸에 자리 잡은 힘이라 그런지 통제가 어려웠다.
“너 도와주려는 거니까 협조 좀 해.”
―마기를 네 쪽으로 보내면 되는 거야?
“맞아.”
루시엘이 통제를 돕자 꿈쩍 않던 마기가 내 몸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왕의 기운보단 거칠지 않아 한 번만 심법을 돌려도 바로 내공으로 바뀐다.
내공으로 바뀐 기운을 다시 루시엘에게 보내 봤지만, 역시 내공이 되어서 그런지 루시엘의 몸에 머물지 못하고 내게 돌아와 버린다.
―기운이 사라졌어.
“미안. 이건 안 되나 보네. 다 끝났어.”
마왕의 마기만이 아니라 루시엘이 타락하면서 생긴 마기도 정화해 보려 했는데 실패했다.
원작에서는 따로 설명이 없어서 가능할 줄 알았는데….
손을 떼고 자리에 일어섰다.
비록 타락하며 생긴 마기를 정화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마왕의 마기를 제거한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는지 루시엘의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다.
―넌 괜찮은 거야?
“끄떡없어. 이젠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야.”
―좋아. 무슨 마법을 원해?
“전부 배우고 싶긴 한데, 가장 먼저 재생 마법.”
―재생? 치료는 다 됐을 텐데. 혹시 아직 아픈 곳이 있다면 내가 다시….
“아니. 난 괜찮은데 재생 마법으로 고쳐 주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
―어?
민하의 일에 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혹시 민하란 아이가 네 반려?
반려는 무슨! 은팔찌 찰 일 있나.
“그랬다간 잡혀간다고. 그런 감정은 없어. 그냥 내가 가르치는 아이 중 한 명이야.”
―고작 가르치는 아이 하나를 위해서 목숨 걸고 나랑 싸운 거라고?
“고작 가르치는 아이가 아니라 내 학생이야.”
―그게 그거 아닌가?
“너도 다른 천사들을 위해 타락을 택했잖아.”
―그, 그걸 어떻게…?
“내가 좀 아는 게 많거든.”
―나는 대천사장으로서 당연한 선택을 한 거다.
“나도 민하의 담임으로서 당연한 선택을 한 거야.”
살짝 감동한 표정이다.
―너 얼굴은 못생겼지만, 마음은 착한 녀석이었구나.
이 자식이 또 못생겼다고….
“아까도 말했지만, 너도 내 취향 아니거든. 마법이나 알려 줘.”
―그런 것치고는 아까 얼굴 완전히 빨개지던데!
“그거야 네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옷을 벗으니까 그랬지. 남녀가 유별하거늘.”
―뭐래? 너 내가 여자로 보여? 웃기…. 어? 또 빨개졌네. 혹시 상상한 거야?
“허, 헛소리 그만하고 마법이나 가르쳐 달라니까!”
―당황한 표정은 나쁘지 않네. 너 조금 귀엽다?
“다 큰 남자한테 그런 말은 실례라고. 얼른 마법이나 가르쳐 줘.”
―그래. 너 전에 다른 마법을 배워 본 적은 있어?
“없는데.”
―어… 없다고? 그럼 무슨 배짱으로 내게 마법을 배우겠다고 한 거야?
“그냥 배우면 되는 거 아닌가?”
마법을 익힌 적은 없지만, 어차피 내공만 있으면 마법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주인공인 이지성이 증명했다.
―그냥 하면 된다니! 기초도 없으면서 뭘 하겠다고?
“기초?”
―걷지도 못하는 녀석이 뛰겠다는 거라고. 마법이 만만해?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 * *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이 등신아!
“너무 갈구는 거 아니야? 어, 어쨌든 발은 다시 생겨났잖아. 4일 만에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지.”
루시엘에게 마법을 배운 지도 어느덧 4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루시엘은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난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기초나 이론 같은 건 무공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빠르게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재생 마법은 마법 중에서도 고난도라 익히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제부터 카이나칸의 발을 자르고 재생하는 식으로 실습하고 있는데 내내 실패하다 드디어 성공했다.
하지만 관절이 완전히 반대로 자라나 기괴한 모습이다.
―그래서 지금 잘했다고? 네 학생 팔도 저렇게 고쳐 줄 거야?
“당연히 아니지.”
―그럼 다시 해 봐.
말과 동시에 루시엘이 다시 카이나칸의 발을 잘랐다.
세 번을 더 시도했지만 역시 모두 이상하게 붙어 버린다.
―진짜 답답하네. 어떻게 이 쉬운 걸 못해?
루시엘이 한숨을 쉬며 손가락을 튕기자 카이나칸의 발이 정상으로 자라난다.
“그래도 이 정도면 곧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너무 구박하지 마. 그러다 기죽으면 할 것도 못 해.”
연이은 실패지만 결코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지금 나를 구박하는 루시엘조차 길어도 3개월 안에는 내가 성공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물론 민하에게 약속한 기한까지는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시간이 30배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충분하다.
―하여간 말은 잘해. 너 곧 돌아간다며?
이제 곧 이곳에 온 지 5일. 바깥 시간으로는 네 시간쯤 지났을 거다.
일단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여기 다시 오는 건 문제없다.
루시엘에게서 잔뜩 받은 마계수 잎을 찢으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으니까.
“다시 온다고 했잖아. 그러게, 있을 때 좀 잘해 주지. 떠난다니까 섭섭해?”
―서, 섭섭하긴 누가… 너같이 못생긴 녀석은 있든 없든 상관없거든!
말은 저렇게 해도 진심이 아니라는 걸 이젠 안다.
처음엔 상당히 고압적이고 까칠하게 굴었지만 4일간 루시엘은 정말 최선을 다해 가르쳐 줬다.
쉴 때는 이야기도 많이 나눠서 제법 친해졌고.
“그럼 슬슬 가 볼게.”
―벌써? 내일 간다고 하지 않았어?
“시간이 확실치가 않아서. 어차피 다시 온다니까.”
루시엘과의 싸움에서 휴대폰이 박살 났다.
물론 카이나칸이 대략적인 시간을 알려 주긴 했지만 정확한 건 아니니까.
―5개월 뒤에나 온다며. 배운 거 다 까먹는 거 아니야?
당장 다음 주말에 다시 올 생각이긴 하지만 바깥에서 하루는 이곳에서 30일.
주말에 다시 오면 5개월이 지나 있겠지.
“나 바보 아니거든. 그리고 5개월은 최대고 아마 그보단 빨리 올 거야.”
―정말? 그럼 언제 올 건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못생긴 녀석은 있든 없든 상관없다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묻고 있다.
참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다.
“글세…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오지 않을까? 어쩌면 더 자주 올 수도 있고. 물론 그리 오래 있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평일에도 야근 같은 게 필요해지면 일할 걸 챙겨서 이곳에 올 생각이다.
이곳에 넘어올 때 옷을 포함해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들도 같이 왔던 걸 보면, 노트북도 가져올 수 있을 테니까.
30분만 야근해도 열다섯 시간이니 이제부턴 야근에서 해방이다.
물론 그만큼 나이를 빨리 먹겠지만….
그래도 뭐, 사부가 초절정 고수부터는 노화가 늦게 찾아온다고 했으니 너무 자주 오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재생 마법도 빨리 익혀야 하고 다른 마법도 배울 게 많아 자주 올 수밖에 없다.
―그것도 너무 길어.
“최대한 자주 들를게. 그리고 다음에 올 땐 이것저것 챙길 게 있으면 챙겨 올게.”
사부에게 해 줬던 것처럼 노트북에 동영상도 담아 오고 간식거리도 챙겨 오고, 루시엘은 책을 좋아한다고 하니 이북 같은 것도 구매해서 가져다주면 좋을 것 같다.
―약속하는 거지?
“그래. 약속할 테니까 너도 나 안 잊어버린다고 약속해. 다음에 왔을 땐 싸우기 싫다.”
―나… 나도? 알았어.
루시엘 녀석,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더니 갑자기 내게 다가와 이마에 입술을 맞춘다.
“뭐 하는 거야?”
―뭐? 천계에서는 약속의 증표로 이렇게 하는데!
“그, 그러냐?”
원작에는 딱히 이런 건 없었던 것 같은데….
“너도 약속한다며, 얼른 해.”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자기 이마를 들이대는데 도저히 못 할 것 같아 딱밤을 때렸다.
딱―.
―앗! 뭐, 뭐 하는 거야?
“우리 세상에서는 약속할 때 그렇게 안 하거든. 자.”
말을 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뭐 하자고?
“우리는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다고.”
사실 이것도 오글거리긴 매한가지지만… 뭐, 이마에 키스하기보단 백배 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