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9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59)
“사… 사직서를 내셨다고요?”
“응.”
놀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놀란 표정이다.
“그럼 퇴직하신 거예요?”
“정확히는 아직이야. 교감 선생님이 사표 수리는 방학이 지나고 할 테니 좀 더 생각해 보라고 했거든. 딱히 바꿀 생각은 없지만.”
“갑자기 왜…. 아, 혹시 내년에 우리 아레스 길드로 오시려는 거예요?”
“응?”
“제가 걱정돼서 그러시는 거잖아요.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선생님도 참….”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세진이 녀석은 예전부터 날 스카우트 하고 싶다고 했었지.
“아니. 난 길드 활동은 할 생각 없어.”
“네? 그럼 학교 관두고 뭐 하시려고요?”
“글쎄. 계획은 세워 두긴 했는데, 아직 확실하게 준비가 된 건 아니라서 일단은 비밀.”
“비밀이요?”
“나중에 준비가 끝나고 확실해지면 제대로 설명해 줄게.”
“궁금하게… 차라리 나중에 말씀하시지. 준비는 언제쯤 되는데요?”
“WHCU 대회 출국 전엔 설명할게.”
계속 추궁할지 모르니 핑계도 다 생각해 두긴 했는데 흔쾌히 알았다고 하는 게 약간 의외다.
제대로 설명도 안 했는데.
“실업자가 된다는데 별로 걱정 안 되나 봐?”
“돈도 많으시면서 엄살 부리시긴….”
“그럼 내가 가난했으면 반대했을 거야?”
“아니요. 돈 같은 건 상관없어요. 선생님이 무일푼이라도 절 선택하기만 하시면 제가 다 먹여 살릴 수 있어요.”
감동이다.
세진이 녀석, 어쩜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든든한데. 그럼 앞으로 한량으로 살아 볼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태사부님처럼 놀고먹으면서 살 분이 아니라는 거 알거든요.”
뜨끔하다.
…전생에는 지금의 사부처럼 놀고먹으면서까지는 아니어도 유유자적 사는 게 꿈이었으니까.
“아까는 사부 편을 들더니 이제 없다고 디스 하는 거야? 다 일러야겠네.”
“네? 아니,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농담이야.”
얼핏 보기엔 놀고먹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부는 의념으로 루시엘의 육체가 무너지지 않게 계속 균형을 잡아 주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틈틈이 세진이 무공도 봐주고 있고.
내 무공…은 안 가르친 지 꽤 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나만 차별당하고 있다.
세진이나 루시엘은 잘 챙기면서 나는 완전히 찬밥.
당장 조금 전만 해도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걸 애들이 보는 앞에서 대련 핑계를 대며 두들겨 패지를 않나.
이렇게 생각하니 서운해서 안 되겠다.
조만간 라면 통제 한번 들어가든가 해야지.
아예 안 사 가면 난리를 칠 테니… 그래.
순한 맛으로 열 박스 정도 사 가야겠다.
* * *
“선생님?”
“왔어? 오늘도 일찍 나왔네. 잠깐만, 선생님 세수 좀 하고 아침 먹으러 가자.”
은서와 보강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전에 세진이와 대회를 준비할 땐 강원도에서 합숙을 했지만 이번에는 학교에서 지내고 있다.
저번에도 김대찬이 억지를 부린 거긴 했지만 어쨌든 말이 나왔었으니까.
이번엔 달리 김 선생이나 홍 선생이 보강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은서랑은 예전에 스캔들이 터진 적이 있어서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숙사 안 들어가시고 계속 여기 계셨던 거예요?”
“다른 참가자들 분석 좀 하느라. 그래도 날 꼬박 새운 건 아니고 틈틈이 잤어.”
학교를 그만둘 생각이면서 이렇게 보강을 하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참가자가 은서다 보니 어쩔 수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고 하지만 비교적 사용을 덜하는 새끼손가락 같은 경우엔 똑같은 힘으로 깨물어도 더 아플 테니까.
검술반 학생들이나 우리 반 다른 학생 같은 경우에도 다 같은 제자라고 생각하지만 은서는 조금 특별하다.
자주 보면 정든다는 말이 있듯이 은서와 내가 함께한 시간은 결코 적지 않으니까.
은서와는 추억이 많다.
올해 1년간 처음 담임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민하가 다쳤을 땐 반장 일까지 대신해서 어떻게든 반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했던 것도 안다.
당장 이번 여름방학식 때만 해도 녀석 덕분에 연수도 면했고.
선생이 되어서 애들을 편애하면 안 되겠지만 선생도 사람이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써야지.
그리고 마지막인 만큼 은서가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은서는 2학년이라 내년도 있지만 내년은 주인공의 독무대가 될 테니까.
그래서 무공도 가르쳤고 며칠 내내 상대 분석을 했다.
다행히 올해 참가자들 중에선 세진이나 비앙카처럼 수준이 아예 한 차원 다른 녀석은 없다.
일본과 미국의 참가자들이 조금 강하긴 하지만 은서라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을 거다.
“아침 뭐 먹을까?”
“저는 아무거나 좋아요.”
방학이라 급식실이 운영되지 않아 아침은 보통 나가서 사 먹는다.
원래 보강 초반에는 전날 저녁에 미리 먹을거리를 사서 각자 기숙사에서 먹고 수업을 하곤 했지만, 지난주부터는 실습 위주로 포탈 공략을 진행하고 있다.
“어허, 아무거나가 제일 어려운 말인 거 몰라? 확실하게 안 정하면 싱싱한 미꾸라지가 듬뿍 들어간 추어탕 먹으러 갈 거야.”
“추어탕 좋아요.”
어? 이게 아닌데.
“저번에 가 봤는데 반찬으로 김치랑 가지나물이랑 미역 줄기밖에 없던데?”
“가지랑 미역이 몸에 얼마나 좋은데요. 딱 제 스타일이네요.”
사실 나는 추어탕도 못 먹고 미역 줄기랑 가지도 싫어한다.
“그냥 해 본 말이야. 구보 조금 뛰다가 햄버거나 먹자.”
“선생님, 햄버거는 몸에 안 좋아요.”
“햄버거엔 야채도 고기도 다 들어 있는데? 빵이라 탄수화물도 있고.”
여고생이면 햄버거나 떡볶이나 파스타 같은 거 좋아해야 정상 아닌가?
요즘 여고생들은 다 이런 건지 은서가 특별한 건지 모르겠다.
검술 훈련장으로 나와 가볍게 스무 바퀴 정도만 뛰고 은서와 함께 차를 타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드라이브 스루에서 버거를 사서 먹으며 헌터넷 어플로 포탈을 찾아보는데 마침 인근에 B 등급 4인 포탈이 나왔다.
최근까진 D 등급이나 주로 C 등급만 다녔지만 이제 대회도 얼마 안 남았으니 조금 수준을 높여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정규 교육 과정에선 2학년에는 E 등급까지만 다니고 3학년 여름이나 되어야 D 등급을 다니지만 은서는 C 등급의 몬스터와도 상당히 잘 싸웠다.
물론 현역 헌터들처럼 공략을 하는 건 아니고 내가 대부분의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1마리 정도만 남겨 겨루는 식으로 하고 있다.
“행복구청 옆에 B 등급 4인 포탈 나왔는데, 어때?”
“B급이요?”
“왜, 자신 없어?”
은서는 다 좋고 최근엔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소심한 성격이 남아 있다.
조금은 자신감을 가져도 될 텐데.
“아니에요. 가 볼게요.”
“너무 걱정할 거 없어. 지금까지 했던 식으로 할 거니까.”
사람을 상대하는 것과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다르긴 하지만 현실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습은 필수다.
더군다나 은서 같은 순둥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과 주저하지 않는 마음이니까.
포탈을 신청하는데… 어라?
잠깐 고민하는 사이에 다른 파티에서 신청을 한 건지 신청 버튼이 회색으로 변했다.
“어? 선생님, 여기 마감된 것 같은데요?”
“괜찮아. 우리가 신청하면 이쪽이 취소되거든.”
원래 길드에 배정되지 않은 포탈의 배정은 무조건 선착순이지만 우리는 예외다.
물론 내가 S 랭크 헌터에 헌터 협회 명예이사라고 먼저 신청한 사람들에게 ‘어이, 좋은 말로 할 때 곱게 꺼져.’ 하며 갑질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 은서가 WHCU 대회 출전자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만큼 어떤 포탈이든 우선 배정, 우선 입장할 수 있는 권한이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회색 버튼 상태에서는 원래 클릭이 안 되지만 은서와 내 헌터넷 ID엔 지금 WHCU 출전자 및 코치 권한이 부여된 상태라 신청이 가능하다.
원한다면 이런 자유 배정 포탈뿐만 아니라 길드에 배정된 포탈까지도 우리가 먼저 들어갈 수 있다.
길드에 배정된 포탈은 일반 검색에 나오지도 않고 괜히 길드들 밥그릇을 건드릴 필요는 없어서 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웬만하면 양보할까 했지만 근래 B, C 급 포탈이 없어 거의 매일 경기도 외곽까지 나갔던 터라 오늘은 좀 편하게 가고 싶다.
회색 신청 버튼을 누르자 기존 신청자들이 취소가 되는데… 어라?
취소되는 신청자 명단에 아주 익숙한 이름이 있다.
신청을 마무리하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방금 포탈 잡았던 거 취소됐지?”
―그걸 어떻게… 선생님이 취소시킨 거예요?
“응. 내가 그랬어.”
신청자 취소 명단에 보인 익숙한 이름은 바로 세진이다.
―S 랭크 헌터라고 갑질 하시는 거예요?
“갑질은 무슨 갑질이야. S 랭크 헌터도 그런 취소는 못 하는데. WHCU 보강으로 은서랑 같이 가려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괜찮으면 같이 공략할래? 우리도 둘이고 너희도 둘이잖아.”
―그래도 돼요?
“취소시켜서 미안하기도 하고. 대신에 수익은 너희가 모두 가져도 괜찮아.”
―네? 그렇게까지 안 해 주셔도 되는데.
“맨입으로 해 달라는 건 아니고, 공략 끝나고 은서랑 대련 좀 부탁할게. 같이 다니는 분도 마법사랬지? 그분도 같이 해 주시면 좋겠네.”
세진이는 아직 안티로이더 길드 소속이지만 이번 주는 팀 재개편으로 휴가 기간이라 아는 언니와 함께 둘이서 공략을 다니고 있다.
―저는 당연히 가능한데… 잠시만요.
잠시 후에 알겠다고 해서 은서와 함께 포탈 위치로 이동했다.
공영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가 보니 세진이와 동료가 먼저 와 있었다.
“선생님, 여기에요.”
“안녕. 안녕하세요, 강신혁입니다.”
“안녕하세요. 서은서입니다. 세진 언니, 오랜만이에요.”
“우와, 처음 뵙겠습니다. 노현정이에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현정 씨는 세진 씨와 은서처럼 헌터 1학교 출신으로 세진이와는 3살 연상이다.
초면이지만 나도 세진이에게 이야기를 좀 듣긴 했다.
길드에서 제일 친한 언니라고.
특히 지난번에 고양이를 추천한 것도 현정 씨다.
세진이와 은서는 작년엔 같이 보강도 해서 서로 아는 사이라 현정 씨만 살짝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성격이 워낙 시원시원하고 적극적이라 잘 어울렸다.
나이 차이가 조금 있긴 하지만 어쨌든 동문이라 그런가?
금세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여자 셋에 낀 내가 소외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 * *
포탈 공략은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지만 정말 순조롭게 끝났다.
현정 씨는 A 랭크 마법사였고 세진이는 아직 B 랭크긴 해도 포탈 공략 횟수만 다 채우면 A 랭크 진급은 확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까.
애초에 나 혼자서도 충분히 정리가 가능한 수준이고.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자이언트 스네이크 외에도 희귀하고 비싼 몬스터인 트롤이 2마리나 나왔기 때문이다.
가죽도 오우거에 버금갈 정도로 질기고 피도 마법 연구에 자주 쓰여 상당히 비싸게 팔 수 있다.
원래 최대한 상태 좋게 처리해야 하지만 세진이와 현정 씨가 양해를 해 줘서 1마리는 은서가 상대하게 했다.
회복력이 워낙 좋은 녀석이라 은서가 마무리를 하진 못 했지만 그래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치열하게 싸웠고 꽤 치명적인 상처도 입혔다.
은서는 운기조식을 통해 휴식을 취하게 하고 포탈 입구에 사체를 모아 뒀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대련은 포탈에서 하죠.”
“은서 괜찮겠어요? 아까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싸웠는데.”
“저 괜찮아요!”
“젊어서 그런가, 기백이 좋아.”
“역시 국가 대표!”
두 사람이 놀리니 은서 녀석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못 든다.
“놀리지 마세요. 우리 은서 얼굴 터지겠어요. 은서 누구랑 먼저 할래?”
“저는 세진 언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