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4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84)
구밀복검
학교에 신입생으로 들어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월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5월, 화사한 봄이 그 기세를 뽐내며 여름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
가정의 달이라는 말 그대로 어린이날이라는 휴일도 있고, 어버이날에 스승의날까지 많은 이벤트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마냥 좋아하지만은 않는 달이 바로 5월이다.
“다들 오늘도 수업받느라 수고했어. 다음 주 중간고사인 건 알지? 주말에 공부 좀 해.”
“네.”
5월에는 중간고사가 있으니까.
“찬성아, 주말에 같이 공부할래? 스터디룸 예약해 뒀는데.”
우리 헌터 학교에는 자습실과 별도로 스터디룸이 있다.
시험 기간이라 예약이 빡빡했을 텐데 용케도 잡았네.
“나는 혼자 하는 게 편해서.”
“비싸게 굴지 말고 나와. 다른 애들도 다 오기로 했는데.”
남지현까지 귀찮게 하네.
“다른 애들? 누구누구 오는데?”
“도현이랑 혜지. 나랑 지안이랑 너.”
“학생회 멤버네.”
저번 체험 학습을 같이 갔다 온 이후로 다들 가까워졌다.
아, 물론 이지성은 제외지만.
“다들 전부 상위권이라 같이 공부하면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
다들 우등생이라는 건 알지만 솔직히 나는 시험에 별로 관심이 없다.
민찬성의 과거 성적이 어땠는진 잘 모르겠지만 연수원에서도 1등을 했던 게 강신혁이니까.
“미안.”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전 과목 만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 일을 벌이면 어그로가 엄청 끌릴 테니까.
“기껏 생각해 줘서 제안했는데 나중에 성적표 보고 후회나 해라.”
적당히 중간만 하려 했는데, 남지현 저 녀석보단 잘 봐서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까 보다.
“나는 알아서 할 거고 학생회 멤버들이랑 할 거면 지성이나 끼워 주지 그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저런 양아치가 무슨 공부.”
사실 중간고사보다 신경이 더 쓰이는 건 이지성이다.
1학기 절반이 다 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도현이와 사이가 좋지 않다.
오히려 유혜지가 약혼자라는 커밍아웃을 해서 더 사이가 안 좋아진 것 같다.
물론 고등부 와서 사고도 안 치고 학기 초엔 몰카 사건도 해결하고 학생회도 들어가며 이미지 회복을 많이 하긴 했다만….
여전히 가까이 지내는 애들도 없고 반에서조차 겉도는 느낌이다.
“기숙사에서 보니까 매일 자습실에서 공부 열심히 하던데? 같은 학생회 멤버니까 좀 챙기는 게….”
“넌 진짜 속도 좋다. 아무리 기억이 없어도 그렇지. 쟤가 널 엄청 괴롭혔다는데….”
“기억도 없는데 굳이 담아 둘 필요 없잖아? 요샌 사고도 안 치고 착실하게 생활하는데.”
“아주 성자 나셨네. 난 쟤 싫어. 쟤 오면 내가 안 갈 거야.”
“나도 이지성은 좀….”
역시 업보가 너무 크다.
“그래도 과거 일 때문에 따돌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뭐래. 다 자업자득이지.”
틀린 말은 아니다.
자기가 저지른 일이 아닌 이지성은 정말 억울하겠지만 별수 없지.
이지성 저 자식은 인식을 바꿀 생각이 없나?
본인 스스로 상황이 안 좋은 걸 잘 알 텐데 왜 아무것도 안 하는 건지.
결코 이렇게 가만히 있을 녀석이 아닌데….
“학생회실이나 가자.”
“오늘은 왜 부른 거래?”
“5월에 어버이날도 잇고 스승의 날도 있으니 행사 같은 거 설명 하려는 게 아닐까?”
“가 보면 알겠지.”
“그래. 가자.”
* * *
“이사를 간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번에 선생님이 남겨 주신 계약서 덕분에 연지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계속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사기를 당했어.
2주 전쯤에 어머니 직장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는데 나이도 비슷하고 성격도 좋아서 금세 친해지셨다고.
가까이 지내다 보니 집안 사정을 알게 됐는데, 상당히 어려워서 보험 영업도 같이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 보험을 하나 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그분이 인감과 신분증을 맡기면 알아서 내일 가져다준다고 해서 맡겼더니 그날 이후로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연락도 안 되고 걱정하던 찰나 그저께 집에 대출 안내 우편이 도착했다고 한다.
알아보니 보험을 들어 주겠다던 어머니 동료가 인감과 신분증을 이용해 은행에 대출을 받은 거였다.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은행도 찾아가 봤지만 인감과 신분증이 어머니 거다 보니 구제가 힘들다고….
은행 빚뿐만 아니라 사채도 빌렸는지 조금 전에 연지를 데리고 집에 왔는데 사채업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사기꾼 아줌마는 필리핀으로 출국해서 잡기 힘들다고 하고.
빚을 갚기 위해 지금 사는 집을 전세로 돌리고 그 보증금으로 급한 불을 끄려고 하신다는데….
―미안해. 엄마가 멍청해서….
“아, 아니에요. 엄마 잘못이 아니라 사기꾼이 나쁜 건데….”
―…이사 가게 되면 주소 보내 줄게.
힘이라곤 전혀 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는데, 다시 한 번 어머니 탓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어머니는 전화를 끊어 버리셨다.
전세 보증금은 나중에 기한이 끝나면 돌려줘야 할 텐데….
아니, 그것도 그거지만 전세 보증금으로 과연 빚을 다 해결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계속 엄마를 찾아와 괴롭히던 사채업자들이 생각나 너무 걱정이 된다.
방학이라면 알바라도 해서 도움을 드릴 텐데,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고 막막하다.
이럴 때 강신혁 선생님이 계셨다면….
“도현아? 도현아!”
“어? 응, 혜지야.”
“뭐야, 한참을 불러도 말이 없고. 학생회실 가자. 오늘 종례 끝나고 오라고 했잖아.”
“아, 그랬지…. 가야지.”
* * *
“정 비서님, 저번에 부탁드린 건 다 끝났나요?”
―네. 지시하신 대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저기, 도련님, 그냥 예전처럼 편하게 부르시는 게….
“이게 편합니다.”
―앗, 네.
“일은 깔끔하게 처리한 거죠?”
―그럼요. 오늘 사채업자가 찾아간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사채업자요? 그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 같은데.”
―김도현 학생의 모친이 지금 사는 집이 꽤 비싸더라고요. 뭐, 자기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래서 은행 빚만으로는 완전히 망하게 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사채업자에게도 돈을 좀 빌리도록 했습니다.
그래도 사채업자는 조금 너무한 게 아닌가 싶지만 뭐, 괜찮겠지.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집을 비우고 전세로 돌려서 보증금 빚을 갚겠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보증금을 전부 줘도 원금도 안 되고 사채 빚이란 게 원래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으니….
“거기까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요?”
―워낙 독한 놈들이라 이대로 끝내도 되겠지만, 지금 나가서 살 집을 알아보는 것 같은데 중계인을 매수해 사기를 치면 완전히 끝장을….
정 비서 이 사람은 피도 눈물도 없나?
물론 내가 먼저 김도현 집을 좀 어렵게 만들어 달라고 하긴 했다만 그렇게까진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추가로 지시하기 전에는 그냥 지켜만 보세요.”
―알겠습니다.
너무 몰아붙이다가 김도현 가족 중에 누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솔직히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게 다 그 강신혁이라는 또 다른 빙의자 때문이다.
그 자식이 김도현을 돕지 않았더라면 내가 김도현을 도와주며 관계 회복을 했을 테니까.
강신혁뿐만 아니라 김도현 그 자식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곱게 친해졌으면 내가 이렇게까진 안 했지.
그동안 몇 번이나 친근하게 다가가 손을 내밀면 좀 못이기는 척 받아 주고 했어야지, 개무시를 하니 나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주인공만 아니었으면 나도 신경도 안 썼을 텐데.
뭐, 됐다.
이젠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까.
먹고살 만해서 내 도움이 필요 없다?
그럼 도움이 필요하게 만들어 버리면 된다.
학생회실에 들어오니 아직 선배들은 안 왔는지 안 보이고 김도현과 유혜지도 없고 우리 반 3인방뿐이다.
잠깐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하는 게 느껴졌지만 이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바쁘다.
“찬성아, 같이 하자.”
“난 혼자가 편하다니까.”
“너 시험 망하고 후회하지 말고 곱게 같이 하자고.”
“너보단 잘 볼 듯.”
“뭐? 야, 내기할래?”
민찬성 저 자식은 처음엔 진짜 많이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까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더는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혹시 기억을 하는데 연기하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난번 체험 학습 때 내게 빵을 주는 걸 보고 의심을 완전히 지웠다.
연기라면 자기를 괴롭히던 녀석을 챙겨 줄 리가 없으니까.
“무슨 내기?”
반에서 인기 많은 성지안, 남지현과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부러워하는 녀석들이 꽤 많지만 미래를 아는 나로서는 그다지.
어차피 남지현과 성지안 모두 히로인.
지금 민찬성과 저렇게 잘 지내더라도 아무 의미 없다.
2학년 때 김도현과 같은 반이 되면 전부 김도현에게 홀딱 빠져 넘어갈 테니까.
2학년까지 가지 않고 저번 체험 학습만 보더라도 성지안과 남지현 모두 벌써 김도현에게 관심이 생긴 것 같던데.
성지안과 남지현 모두 히로인답게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나를 극도로 혐오하니 내가 꼬시긴 힘들겠지만 아마 내가 지금 민찬성이었으면 성지안을 확 휘어잡아 내 여자로 만들었을 거다.
남지현도 민찬성이랑 많이 티격태격하긴 하지만 은근히 관심 있는 눈치던데.
쯧쯧, 미련한 자식.
뭐, 병원에 계속 누워 있었을 테니 연애 경험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확인하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김도현과 유혜지가 들어온다.
김도현 옆에 착 달라붙어 있는 유혜지는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김도현의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한다.
완전히 죽상인 게 엄마한테 소식을 들은 게 틀림없다.
“왔어?”
“애들아, 민찬성 이 자식이 주말에 같이 공부 안 한 대. 건방지게 너희들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이러는 거 있지?”
“말 지어내지 마라. 내가 언제 그랬어? 그냥 난 혼자가 편해서.”
“혼자가 편하면 그냥 혼자 하게 해.”
“그래도 다 같이 하면 좋잖아. 같은 학생회인데. 겸사겸사 친목 도모도 하고.”
“목적이 공부가 아닌가 보네.”
“겸사겸사라고 했잖아. 같은 학생회끼리….”
“학생회라면 저기도 1명 있는데?”
민찬성의 말에 다들 나를 바라본다.
기억이 없어도 다른 애들에게서 내가 자기를 많이 괴롭혔다는 걸 들었을 텐데.
저번 체험 학습도 그렇고, 은근히 나를 챙겨 주는 느낌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이지성이 무슨 공부. 하자고 해도 안 할걸.”
“됐어.”
“나도 별로.”
“왜들 그래. 수업도 열심히 듣고 질문도 많이 하는데. 저번에 기숙사 자습실에서도 혼자 공부 무지 열심히 하고 있던데.”
“그럼 뭐 해. 성적은 완전 별로잖아.”
“저번에 마법 테스트도 통과 못 해서 재시험 봤다며.”
내 이미지가 쓰레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앞에 사람을 두고 이런 식으로 대놓고 까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너무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민찬성이 다가온다.
“그러니까 좀 도와주면 되지. 지성아, 너 주말에 우리랑 같이 공부할래?”
“어?”
“야!”
“민찬성, 너 진짜….”
“너희야 말로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어차피 스터디룸 6인까지 이용 가능하잖아. 지성이도 끼워 주면 나도 같이 할게. 이지성, 같이 하자.”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나를 챙기는 건지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
진짜 호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