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8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28)
I’LL BE BACK
오늘은 드디어 축제의 마지막 날, 어제 원래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았었던 미희가 돌아와 나는 선생님 역할을 그만뒀다.
물론 미희는 여자 주인공이고 나는 남자 주인공이니 계속하려면 할 수도 있었지만 애초에 원해서 맡은 역할도 아니었으니까.
성지안이 다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고 나는 원래 내 역할이던 소품과 배경 담당으로 돌아왔다.
홀가분하다.
물론 첫 번째 공연 이후에는 성지안의 돌발 행동도 없었고 적응을 못 한 것도 아니지만 매번 사람들 앞에 서서 연기를 한다는 게 은근히 심력을 소모하는 일이니까.
덕분에 자유를 되찾긴 했지만 축제를 즐기기는커녕 나는 지금 스위스에 와 있다.
뜬금없이 스위스는 왜 왔냐고?
루시엘이 벨기에와 스위스 초콜릿이 맛있다는 걸 위튜브에서 봤다며 벨기에와 스위스의 초콜릿으로 만든 초코바를 먹고 싶다고 부탁했다.
솔직히 내가 루시엘을 안 챙기는 건 아니지만 이런 지극히 사적인 부탁을 들어주러 해외까지 나오는 일은 여태 없었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
녀석에게 성지안과 키스를 했다는 걸 들켰으니까.
첫 연극 공연을 보러 왔을 때 세진이와 은서 둘만 있을 줄 알았는데 루시엘도 같이 왔던 거였다.
예전에 내 목걸이를 통해 세상을 보던 때처럼 세진이 목걸이에 숨어 있었다고 하는데.
어휴, 세진이 갈 때 같이 좀 가지.
일단 내 의지로 한 게 아니라 당한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추궁하거나 몰아붙이진 않았다.
오히려 세진이와 은서에게 거짓말을 한 걸 더 문제 삼았지….
“여기 있는 거 다 포장해 주세요.”
“전부요?”
“네.”
완전히 약점을 잡혀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둘에게 진실대로 이야기할걸.
입막음의 대가로 날 실컷 부려 먹고 있다.
당장 오늘 이 초코바도 수입과자점 같은 데서 사지 말고 직접 현지에 가서 사 오라고 해서 스위스에 왔다.
처음에는 막막했다.
영국이나 스웨덴은 가 봤어도 벨기에나 스위스 둘 다 실제로 가 본 적 없는 나라니까.
순간 이동 마법은 만능이 아니다.
가 보지 않은 곳으로는 이동할 수 없으니 다음 기회에 사주면 안 되냐고 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오히려 영국으로 비행기 타고 갔으면 중간에 지나쳤을 테니 적당히 감으로 가면 되지 않겠냐며….
뭐, 결국 녀석 말대로 성공은 했다.
처음엔 러시아 상공, 다음엔 폴란드 그리고 다음은 체코까지 세 번 실패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벨기에를 거쳐 여기 스위스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세진이 카드를 내서 계산했다.
달러나 엔화는 좀 있어도 유로화는 가진 게 없다.
“배송은 어떻게 해 드릴까요? 혹시 묵고 계시는 호텔 있으시면….”
“경량화 주머니 있으니까 포장해서 한쪽에 쌓아만 주세요.”
“경량화 주머니? 그게 뭐죠?”
이해를 못 한 표정인데 통역 마법이 문제 있나?
대화가 잘 통하는 걸 보면 이상하진 않은 것 같은데….
“안나, 경량화 주머니는 마법으로 물건을 많이 담을 수 있게 만든 아티팩트란다.”
뒤에 있던 노인이 설명을 하는데 가게 주인인가 보다.
“젊은이 집이 상당히 잘사나 보군. S 랭크 마법사들 중에서도 인챈트 마법에 특화된 사람만 만들 수 있으니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지.”
호오, 그렇구나.
사람들이 보는 데서 아공간을 만들 순 없어서 대충 몇 개 만들어 가져온 건데 아공간과 비슷하지만 경량화 주머니엔 보존 기능이 없다.
그래서 별로 대단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돈 없을 때 몇 개 만들어 팔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초콜릿을 챙겨 나왔다.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사부가 있는 포탈로 이동했다.
포탈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확인해 보려고 휴대폰을 꺼내 슬쩍 보니 벌써 저녁 6시가 넘었다.
초콜릿 산다고 하루를 다 썼네.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기숙사에서 쉬겠다고 했지만 이제 슬슬 애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얼른 초콜릿만 가져다주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폰을 넣으려는데 부재중 전화가 39통에 톡도 엄청 많이 밀려 있다.
축제 중간에 누가 기숙사에 들러서 내가 없는 걸 발견하기라도 했나 생각하며 톡을 열어 봤는데 깜짝 놀랐다.
[찬성아, 괜찮아?] [찬성아, 너 살아 있어?] [제발 답장 좀 해.] [찬성아, 너 괜찮은 거 맞지?]전부 우리 반 애들인데… 어? 세진이에게 온 것도 있다.
[선생님, 왜 연락이 안 되세요? 지금 안타스가 학교를 점거했어요.]안타스가 학교를 점거?
설마 테러가 일어난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축제 하루 전 나는 홍만식을 찾아갔다.
강신혁의 동료라고 말하며 다짜고짜 두들겨 패면서 몇 가지 물었지만 안타스 코리아는 이번 헌터학교 축제에 아무런 일도 계획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타초경사(打草驚蛇)였나?
괜히 내가 홍만식을 자극해서… 아니, 그 영감이 아무리 내게 분해도 이렇게 극단적인 테러를 벌일 성격은 아닌데….
바로 세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자, 자. 시간 관계상 무투 대회 우승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잠시만요. 호식일보의 김나리 기잡니다. 저는 질문 하나도 못 했는데, 하나만 하면 안 될까요?”
사회를 맡은 선생이 나를 바라본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럼 질문드릴게요. 이번 우승자이신 이지성 학생은 유독 응원하는 사람이 없던데,”
“제가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우승 경기 때도 시상식 때도 우리 반 애들은커녕 담임인 최서라마저 오지 않았다.
“친구가 아니더라도 보통 무투 대회에선 자기 학교 학생을 응원하기 마련인데, 혹시 최근에 퍼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인터뷰는 여기까지만 하죠.”
저거 일부러 알면서 그러는 눈치인데… 하, 짜증이 솟구친다.
다른 기자들도 모르지 않을 텐데 알면서도 질문을 안 하는 걸 왜 저 여자만.
호식일보라고 했지?
처음 듣는 신문사인데 듣보 신문사라 그룹에서 미처 손을 못 쓴 것 같다.
“소문이 사실인가요?”
인터뷰 그만하겠다고 했는데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저걸 그냥 한 대 쳐 버릴 수도 없고.
무시하고 기숙사에 왔다.
무투 대회 우승을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
아니, 완전히 거지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품속에서 진동이 울린다.
꺼내 보니 오 비서다.
딱 보니 헌터들 철수시키겠다고 전화한 것 같은데, 받기도 싫다.
그저께엔 어제까지 학교 인근에 헌터들을 대기시켜 달라고 했었지만 어제저녁 사정사정해서 하루를 더 연장했다.
혹시 내 기억이 잘못된 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내 기억이 맞았다.
벌써 4시인데도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고 이미지 세탁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
WHCU가 남아 있긴 하지만 거기서 우승한다고 해도 지금 같은 분위기면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거기서 우승하면 더 언론의 이목이 쏠릴 테고 그렇게 되면 아까 그 기자 같은 사람들이 내 뒤를 캘 테고.
소문도 같이 퍼져 나가겠지.
완전히 조져 버렸네.
학교는 그냥 자퇴할까?
재벌 3세니까 딱히 먹고사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고, 미래에 닥칠 혼돈 속에서도 이미 기연 하나 손에 넣었으니 내 한 몸 건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꼬일 수가 있다니, 참 거지 같다.
주변을 보니 학생이고 방문객들이고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나만 왜 이렇게 불행한 건지….
삐이이! 지직… 지직….
계속 보고 있으면 괜히 화만 더 날 것 같아 기숙사로 돌아가려 했는데 옆에 있던 스피커에서 불쾌한 기계음이 들린다.
학교 방송실에서 통제할 텐데, 미아라도 생긴 건가?
저런 거라도 해결해 주면 도움이 좀 되려나?
아니다.
무투 대회 우승했는데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 겨우 미아 1명 찾아 줬다고 나락 간 이미지가 돌아올 리 없지.
―아아, 마이크 테스트.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헌터학교 학생 및 교직원 그리고 방문객들에게 알린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라.
응? 뭐야 이거 설마….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제1헌터학교 내부에 있는 인원들은 전부 그 자리에 멈춰서 대기해라. 학교는 우리가 점거했다.
테러다.
너무 좋아서 순간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송을 무시하고 움직인다.
학생회에서 준비한 이벤트라고 생각하는지 웃으며 떠들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 이 사태가 학생회에서 기획한 이벤트 같은 게 아니라는 걸.
비록 지금은 학생회에서 제명당하긴 했지만, 이번에 테러 대비를 위해 축제에 관한 거라면 달달 외울 정도로 정보를 수집했고 내가 수집한 정보에 이런 이벤트 같은 건 없었다.
곧장 인적이 없는 구석으로 가서 오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우승 축하드립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헌터들 아직 대기하고 있지?”
―막 철수 준비 중입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내일 회장님께서 이집트 출장 때문에 경호 인력 충원해야 해서….
“방금 헌터학교가 점거당했다고 방송이 나왔어.”
―네? 그게 무슨….
그동안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막상 상황 벌어지니 완전히 얼타네.
“테러가 일어났다고! 바로 헌터들 정문으로… 아니, 후문으로 보내. 최대한 빨리!”
이미 저런 방송을 할 정도면 출입구에도 뭔가 수를 써놨을 텐데 정문보다는 후문이 더 낫겠지.
애초에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후문이 더 가깝기도 하고.
전화를 끊고 바로 사람들을 향해 다가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뭐야?”
“왜 저래?”
“무투 대회 우승자이자 학생회 일원이었던 이지성입니다. 지금 이 방송은 학생회에서 기획한 돌발 이벤트 같은 게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대부분 내 말이 믿기지 않는지 오히려 나를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방문객 옆에 있는 학생들은 수군거리고.
방문객 대부분 학생의 친인척이니 나에 관한 이상한 소문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이런 식으론 답이 없다.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믿기 힘드시겠죠. 하지만 저는 화신전자 사장의 아들입니다. 제 모든 건 물론 화신그룹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제 말이 사실이 아닐 시엔 한 사람당 백만 원씩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건 정말 실제 상황입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진짜 테러 아니야?”
“아니면 백만 원씩 준다고 하는데? 속는 셈 치고 한번 따라 보자고.”
돈을 주겠다고 하니 이제야 좀 반응이 온다.
“에이, 미련한 사람들. 헌터학교가 보안이 얼마나 철저한데.”
하지만 여전히 일부는 내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고 마음대로 이동한다.
―분명 한국어로 말했는데 말을 못 알아먹나? 움직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콰앙! 콰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기숙사 쪽에서 불기둥이 치솟는다.
“꺄아악!”
“뭐야, 저거?”
“진짜 테러 아니야?”
―경고를 무시한 대가로 조금 전 헌터학교 기숙사를 폭파시켰다. 다시 한 번 알린다. 우리는 이미 헌터학교 곳곳에 폭탄을 설치해 뒀다. 순순히 우리 멤버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도록. 반항하거나 함부로 움직일 시 모든 폭탄을 터뜨리겠다.
“어, 어떡해.”
“엄마….”
“영호야!”
“예서 엄마! 예서 엄마 어딨어?”
완전히 아비규환인데… 솔직히 나도 놀랐다.
이런 폭파 같은 건 원작에서도 없었으니까.
“보셨죠? 빠르게 대피하셔야 합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하지만 지금 움직이면 폭탄을 또 터트린다고 하는데….”
“그럼 이대로 테러리스트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실 겁니까? 제 주변에 계시면 폭탄이 터져도 제가 막을 수 있습니다.”
어떤 폭탄인지 몰라도 웬만한 폭탄이라면 강기보다 강하진 않겠지.
그렇다면 내 배리어로 막을 수 있다.
사람들을 이끌고 후문으로 향했다.
다행히 후문에 도착할 때까진 추가 폭발이나 경고 방송은 없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테러 조직원들도 만나지 않았고.
하지만 후문 쪽엔 테러 조직원들로 보이는 녀석들이 선생들을 포박하고 있었다.
“거기 뭐야? 움직이지 말란 방송 못 들었나?”
금발을 한 외국인이 우리 쪽을 향해 소리친다.
외국인이라고?
안타스 코리아에 외국인은 없을 텐데…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