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83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83)
도현이 어머님을 뒤따라 온 지 벌써 10분이 넘었다.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거의 뛰다시피 서두르셔서 들키지는 않았는데 이 정도 거리면 차를 타고 오는 게 더 빠르지 않나?
무슨 급한 일이길래 저리 서두르시는 건지….
점점 길이 좁아지더니 경사도 가팔라진다.
사람이 거의 안 다녀서 조금 거리를 더 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름한 판잣집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달동네 느낌이다.
발로 가볍게 툭 쳐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시멘트 돌담들엔 때 탄 벽화와 낙서들이 가득하고 무슨 표시인지 모르겠지만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집들도 꽤 많다.
요즘 시골도 이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3분 정도 지났을까? 걸음을 멈추신 어머님은 바로 옆에 있는 판잣집 안으로 들어가셨다.
다른 집들도 상태가 썩 좋진 않지만 이 집은 완전히 폐가 직전이다.
전생에 나도 잘사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200만 원 가지고는 생활이 힘들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느낌이 쎄해서 일단 따라오긴 했지만 미행한 걸 알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테니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일단 주소는 알았으니 지금은 돌아가고 내일이라도 한번 다시 연락드리고 찾아봬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
어머님이 다시 나오셨는데 옆에 6~7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보인다.
김도현의 동생인가?
혹시나 내 쪽으로 오실까 봐 급하게 몸을 숨기고 지켜보는데, 이쪽이 아니라 바로 앞집으로 들어가신다.
조금 더 지켜보니 반대편 쪽에서 이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검은 세단 한 대가 오더니, 어머님 집 앞에 멈춰 섰다.
덩치가 꽤 있어 보이는 남자 1명과 머리에 무스인지 왁스인지 잔뜩 발라 이상한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 이렇게 둘이 내린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더니 그대로 어머님 집 안으로 들어간다.
도둑 같지는 않은데… 어? 어머님이 다시 나오셨다.
외제 차를 보고 잠깐 멈칫하시더니 집으로 들어가셨다.
* * *
서둘러 집으로 가며 연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는다.
혹시 놈들이 해코지를 한 건 아닌가 싶어 가슴을 졸이며 집에 왔는데 다행히 연지는 낮잠을 자는 중이었다.
바로 연지를 깨워 옆집 할머니 댁에 맡기고 돌아오는데 집 앞에 검은 차가 주차되어 있다.
집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들어가 보니 한 놈은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고 다른 한 놈은 제집 안방처럼 마루에 누워 있다.
“고객님, 밖이시라더니… 안 그래도 막 전화하려던 참인데 타이밍을 딱 맞춰 오셨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이런 식으로….”
“문 열려 있던데? 우리 온다고 말했잖아.”
“도… 돈 보낼 테니까 당장 나가요.”
“꼴랑 100? 아니지, 150이랬나? 밀린 이자만 200이 다 되어 가는데 그거 가지고는 안 되지.”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난달 것까지 다 합쳐도 150 정도일 텐데.”
“지난달에 갚았으면 고객님 말대로 150이면 됐었겠지만 달이 바뀌었잖아. 이자를 안 내면 연체 이자가 붙는 거 몰라?”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무슨 한 달 만에 50이나 더….”
“그럼 제때제때 갚으시지 그러셨어?”
이 악마 같은 놈들….
“200… 보낼 테니까 가세요.“
“이야, 아까도 그러더니 또 50이 올라가네.”
“맨날 돈 없다고 하더니. 형님, 우리 모르게 돈 어디에 꼬불쳐 둔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럼 어디서 호구라도 하나 물었어? 하긴… 뭐, 우리 고객님이 나이치곤 괜찮은 편이니 돈 많은 홀아비라도 만나?”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훑어보는데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돈 보낼 테니까 가세요….“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도 기름값은 받아 가야지. 이참에 원금도 좀 상환합시다.”
“이젠 정말 더 없어요. 200이 전부라고요.”
“영 신뢰가 안 가는데… 그럼 그 200은 어디서 구하셨는데? 고객님 사정이야 뻔히 아는데. 아직 월급날 아니잖아?”
“형님, 이 아줌마 밤일 시작한 거 아닐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돈 보낼 테니까 당장 집에서 나가요! 안 그러면 경찰 부를 거예요.”
“이 아줌마가 미쳤나? 지금 누구한테 소리를 지르고….”
“편수야, 그만. 고객님, 경찰 부르시고 싶으면 부르세요. 안 말립니다.”
“지금 이러는 거 다 불법인 거 몰라요?”
“불법? 편수야, 우리가 사람을 팼냐, 물건을 부쉈냐? 빌려준 돈 달라고 찾아온 것 말고는 없는데.”
“맞습니다. 형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는 건 범죄잖아요!”
“문이 열려 있었다니까? 우리가 온다고 전화를 안 한 것도 아니고. 경찰 와도 훈방으로 끝날 텐데 부르고 감당 가능하시겠어?”
“….”
“이제 좀 상황 파악이 되셨나 보네. 그래, 일단 200 출처는 넘어가고 지난번에 제안했던 건 생각 좀 해 보셨나?”
“그런 일은 안 하겠다고 말했잖아요.”
“아이고, 생각을 전혀 안 하셨나 보네. 그럼 우리 돈은 어떻게 갚으시려고?”
“일을 해서….”
“쥐꼬리만 한 청소업체 월급 받아서 어느 세월에?”
“어떻게든 갚을 거니까….”
“고객님, 생각 좀 잘하시라고 했잖아요, 왜 쉽고 편한 길이 있는데 자꾸 돌아가시려고 하나 몰라. 이제 곧 여기도 재개발된다고 들었는데, 갈 데는 있고? 우리 고객님은 세입자라 분양권도 안 나오잖아?”
“당신이랑 상관없잖아.”
“답답하네. 우리가 소개해 주는 곳으로 출근만 하면 이자도 세 달 동안 안 받고 원금도 20%나 까 준다니까? 그래, 내가 인심 썼다! 거기에 더해서 모텔 달방 정도는 구해 줄게. 콜?”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일은 안 할 거예요.”
“이 아줌마가 진짜….”
“하지 말라고. 고객님, 생각을 하고 말하라니까? 고객님만 입 다물면 애들이 어떻게 알아? 눈 딱 감고 몇 년만 참으면 되는 거야. 자식들한테까지 빚 물려주고 싶어?”
“아이들은 상관없잖아요.”
“상관이 왜 없어. 부모가 못 갚으면 자식이라도 갚아야지. 그러고 보니 큰아들이 헌터 학교 다닌다고 했나? 헌터가 돈을 잘 버는 건 맞지만 그놈이 커서 돈 벌 때는 빚도 엄청 늘어 있을 텐데, 감당 가능할지 모르겠네.”
“….”
“200은 됐고, 딱 3일 줄 테니까 생각 잘해. 편수야, 가자.”
“네, 넵. 형님.”
* * *
가까이 와서 엿듣길 잘했다.
인상이 안 좋다고 생각은 했는데 사채업자일 줄이야.
대화를 들으면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겨우 참았다.
도대체 어머님은 아까 왜 이런 이야기를 안 하신 건지….
내가 그리 못 미더웠나?
약간 실망이지만,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부담 없이 말해 달라고 했어도 초면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형님, 조금만 더 밀어붙이셨으면 하겠다고 했을 것 같은데. 뭐 하러 3일이나 더 주셨습니까? 200도 안 받으시고.”
“편수야, 그러니까 네가 안 되는 거야. 200이 대수냐? 200은 미끼야. 우리 쪽에서도 그런 호의를 보여 줘야 경계심이 사라질 거 아니냐. 무작정 밀어붙여서 억지로 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 입으로 하겠다고 만들어야지. 그래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
“그렇군요. 그럼 용철이 가게로 보내는 거죠?”
“야, 용철이네는 완전 늙다리들이 가는 데잖아. 사장님이랑 이미 이야기 다 했어. 윤미정이 인물도 반반하고 나이야 몇 살 감으면 되니까 덕배 가게로 보내기로 했다.”
지금은 어머님을 탓할 때가 아니라 저 쓰레기들 처리가 우선이다.
공교롭게도 CCTV도 없어서 편한 마음으로 낄낄거리며 차에 타려는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뭐야?”
인상을 쓰며 다가오는데, 말조차 섞기 싫어 곧장 점혈로 놈을 제압했다.
툭―.
“펴… 편수야?”
한 놈이 쓰러지니 다른 한 놈은 바로 운전석에 타 버린다.
의리라곤 하나도 없는 녀석들 같으니라고.
하긴 쓰레기에게 의리가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빠르게 다가가서 창문을 깨 버리고 놈을 끄집어낸 후 마찬가지로 혈도를 점해 제압했다.
옴짝달싹 못 하고 눈알만 굴리는 두 쓰레기를 뒷좌석에 싣고 운전석에 있는 유리를 대강 털어 내고 앉았다.
창문이 깨져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지만, 문짝이 뜯겨진 것도 아니니 운전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긴 했지만, 어머님이나 다른 사람이 나올 수도 있으니 자리를 옮겨야 할 텐데….
생각해 보니 이 동네가 재개발 지역이라고 했으니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공을 퍼뜨려 가며 동네를 돌다 보니 금방 괜찮은 장소를 발견했다.
CCTV도 없고 주변 집들도 전부 이사 갔는지 인기척이 하나도 없어서 심문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다.
두 쓰레기를 폐가 안으로 옮기고 부하 같아 보이는 놈은 아예 수혈을 짚어 기절을 시키고 다른 녀석은 말만 할 수 있게 아혈만 풀어줬다.
“소리 지르면 어떻게 될진 설명 안 해도 되겠지? 너 아니어도 대답할 입은 하나 더 있어.”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겁을 좀 주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누, 누구신데 우리한테…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질문은 나만 한다.”
“뭐, 뭐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협박이 잘 먹혔는지 질문을 하는 족족 술술 털어놓는다.
이 자식들은 무허가 대부업체. 일명 사채업자 밑에서 일하는 놈들인데, 연 이자율을 기본 200%에서 많게는 4,000%까지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여자들은 유흥업소에 소개시켜 업주들에게 선불금을 받아 가로채고 일해서 번 돈의 일부까지 떼어먹는다고 한다.
김도현의 어머님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려던 것 같은데, 아까 대화를 엿들으며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자식들은 쓰레기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다.
“저, 저기 다 말했으니까 이제 그만 보내 주시면 안 될까요? 살려만 주시면 정말 손 씻고 깨끗이 살겠습니다.”
개소리를 지껄여서 걷어차니 벽으로 날아간다.
뭐지?
꽤 강하게 찼는데 신음 한마디 내지 않는 게 이상… 아, 점혈 상태라 고통을 못 느낄 텐데 괜히 찼다.
“내가 다 말하면 살려 준다고 하진 않았잖아?”
사무실 위치는 물론이고 사장 번호까지 알아냈으니 이놈들은 이제 필요 없다.
“이 개자식… 우아아으!”
소리를 지르며 욕을 했지만 다가가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고 내공을 주입하자 이내 거품을 물더니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진다.
처음엔 죽일까 생각도 해 봤지만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예전 마약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뇌호혈에 내공을 불어넣어 백치로 만들었다.
어차피 백치가 된 이상 누가 발견해 주지 않는다면 여기서 죽겠지.
수혈을 짚어 기절시킨 놈도 똑같이 백치로 만든 뒤 밖으로 나왔다.
백치로 만들면서 흔적은 대충 지웠는데 차가 문제다.
잠깐 생각하다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혹시 폭발이라도 일어날까 봐 꽤 공을 들여 차를 깔끔히 녹여 버리고 카페 주차장에 세워 둔 내 차로 돌아왔다.
어머님을 괴롭혔던 쓰레기들은 깨끗이 처리했지만 그렇다고 빚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천사금융입니다.
젊은 여자가 받는데 아까 놈들에게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름이 진짜 너무 언밸런스하다.
연 4,000%라는 살인적인 이자를 처받아먹는 거머리 같은 놈들이 천사금융이라니
지인이 그쪽에 빚이 있는데 대신 대출 상환을 좀 하려 한다고 사무실 위치를 알려 달라고 말했다.
위치야 이미 알고 있지만, 대뜸 찾아가면 의심을 살지도 모르니까.
서울 외곽이라 거리가 꽤 있어서 거의 한 시간 정도 차를 달려 놈들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꽤 허름한 건물인데 건물에 사채업자 사무실이 참 많다.
미소금융, 해피금융 등등 천사금융은 2층이다.
문을 열자 아까 전화를 받았던 직원인지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 1명이 보인다.
다른 자리도 2개 있는데 아까 내가 처리한 놈들 자리인지 사람은 없다.
아, 안쪽으로 문이 하나 보이는데 저기에 사장이 있나 보다.
“어떻게 오셨… 와, 완전 내 스타일이네. 어디 호빠야? 못 보던 얼굴인데.”
표정이 바뀌길래 혹시 나를 알아본 줄 알았는데 어디 호빠냐니, 진짜 어이가 없다.
“그딴 일 안 합니다. 아까 통화했던 사람입니다. 지인이 여기 빚이 있어서 대신 갚겠다고.”
“아, 쏘리. 여기 오는 잘생긴 남자는 다 그쪽이라서. 저기 안으로 들어가세요. 사장님, 손님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