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125)
125. 함락된 성벽
끝없이 밀려오는 데몬족의 군세.
《키릭-! 인간! 키리릭-!》
《그와아아악-!》
《우어어-!》
데스랜드로 진출했던 브릿지 마을의 여러 전초기지들 중 가장 전방에 있던 ‘광업지구’가 최초로 점령당했다.
“퇴각! 퇴각하라!!”
예정되어 있던 퇴각.
루센트와 전사들은 미리 연습했던 루트를 통해 신속히 철수했다.
임업지구, 농업지구까지 건설한 전초기지 시설들까지 전선이 밀려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데몬즈리프트의 양 옆 고원으로 펼쳐진 ‘타워디펜스 전초기지’에 도착했다.
그곳에 선 루센트는, 협곡을 따라 이동하는 마물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쏴라!! 놈들이 결코 무사히 이곳을 지나가지 못하게 하라!!”
고원 위의 스톤타워와 각종 수성 병기들이 쉴 새 없이 화살과 화염을 뿜었다.
허공을 날아간 수많은 투사체들이 지면을 긁어댔다.
콰콰쾅!! 콰앙!
그간 워낙 업그레이드가 진행되었던 탓에, 이제 스톤타워들은, 더 이상 그냥 스톤타워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외벽을 강철로 덧대어 방어 능력을 향상시킨 ‘아이언타워’부터 시작하여….
자체적으로 바윗덩어리를 쏘아내는 장치를 내장한 ‘볼더타워’.
마력코어를 내장하여 마나 탄환을 발사하는 ‘아케인타워’.
변종 파라사우롤로푸스를 통해 축적한 화염을 분사하는 ‘플레임타워’까지.
콰아아아앙!
협곡 아래에서는 미리 심어놓은 스파이더 호저 마인들이 멈추지 않고 폭발을 일으켰다.
“케르베로스 마인을 폭파시켜라!”
한편, 최근에 새롭게 도입된 마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케르베로스 마인’.
일반 타입, 독 타입, 화염 타입 총 3가지로 구성되어있어서 그런 네이밍이 붙은 듯했는데….
기존의 ‘스파이더 호저 마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수동으로 폭발 시킬 수 있는 원격 폭발물이라는 점에 있었다.
한편, 데몬족의 머리 위로 제2비행단의 글라이더 편대가 날개를 최대로 펼친 채 활강했다.
“터빈 출력 최대로!”
“진입 중!”
글라이더 – ‘애로우헤드’들이 지나간 곳에는 수십 발의 화살과 불주머니, 독주머니가 쏟아져 내렸다.
푸슉-! 푸슈슉-! 콰앙! 콰콰쾅!
물론 빈약한 내구도를 지닌 몇몇 기체들이 눈먼 투사체에 맞아 격추되기도 했다.
워낙 아측의 물량이 적과 차이가 나서 생기는 일이었다.
“사제장님, 이건…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부관의 보고에 루센트는 그저 말없이 전장을 노려봤다.
꿀꺽.
브릿지 마을을 향해 이동하는 마물들의 군단.
종류도 다양한 데다, 그 물량 또한 너무나도 많았다.
만약 저것들이 현재 타워 디펜스를 펼치고 있는 이곳 고원을 향해 일시에 기어 올라오기라도 한다면?
루센트는 고원 한쪽의 무너진 잔해를 바라보았다.
“….”
저것은 이번 방어전이 시작되자마자 떼로 몰려왔던 데스아이 수백 마리가 자폭하며 무너진 스톤타워의 흔적이었다.
다행히 그 뒤로는 비슷한 규모의 데스아이 무리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놈들이 호시탐탐 이곳 ‘타워디펜스 전초기지’의 방어라인을 타겟하여 노리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아무리 지리적인 강점이 있다 하더라도… 놈들이 작정하고 몰려들면 결국 이곳이 밀리는 것도 시간문제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놈들이 이곳에 큰 미련을 두지 않은 채 빠르게 지나가려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광업지구, 임업지구, 농업지구의 전초기지에서 겪었던 일이 이곳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현재 족장이 부재한 지금, 데스랜드 원정대를 이끄는 대장으로써, 루센트는 더 이상은 물러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슬슬 공격대를 준비해야겠군.”
거의 수천 마리에 달하는 마물들.
그 대군의 후열이 방금 협곡을 통과했다.
그 뒤로도 무시 못 할 숫자의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긴 했으나, 저 정도면 굳이 루센트가 직접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사제장님. 정말로 가시려는 겁니까?”
“가야 한다네. 그렇지 않으면, 저 마물들의 공세는 결국 멈추지 않을 테니까.”
랩터바이크 10기, 파라 카트 5기, 지옥불 카트 5기.
자신을 포함해 총 40인으로 구성된 공격대.
루센트는 정렬한 게릴라 부대를 한 번씩 슥 둘러보았다.
“지금부터, 우리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원정을 떠날 것이네.”
그 말에, 공격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거운 침묵으로 답했다.
루센트는 아크한이 말해준 지시사항을 떠올렸다.
– 첫번째는 정찰. 두번째는 방어. 세번째는 생존. 뭐든지 방어적으로, 최대한 병력을 온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네번째는 말이다….
족장인 그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이곳 전초기지에서 해내야만 하는 일들.
아크한은 어찌 알았는지,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미리 대처법을 말해준 터였다.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데스랜드 저 깊숙한 곳에 있을 특정 구조물의 파괴다.”
루센트는 칠판에 아크한이 알려준 그림을 본따 커다란 지도를 그렸다.
그리고 각 장소에 동그라미를 치며 말했다.
“어업지구의 언데드 조선소, 목축업지구의 쓰러진 통나무, 약초밭의 트롤 야영지… 그리고 이곳, 내성 구역 너머에 있는 의료지구의 모츄어리, 상업지구의 고블린 부락까지.”
물론 아크한이 모든 걸 다 해내라 명령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곳의 책임자로서, 그리고 신의 뜻을 받드는 한 명의 사제로써.
루센트는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웠다.
그가 동쪽 지평선의 어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형제여… 혹시라도 살아있다면, 부디 무사하기를 바라네.’
루센트는 파라 카트의 빈자리에 올라타며, 반짝반짝 닦아낸 자신의 강철 메이스를 높이 치켜 올렸다.
“그럼 출발하자!”
《호오이!》
《호호히익이!》
《크아앙-!》
그렇게, 루센트의 공격대는 또다시 어두운 동쪽을 향해 돌아오지 못 할지도 모를 원정을 나섰다.
***
브릿지의 동쪽 성벽.
“함정을 작동하라!!”
쉭쉭쉭쉭-!
푸슉! 푸슈슉!
“스팀 베리를 빨아라! 활시위를 당겨라!!”
“샤아아아! 쉬야아아아!”
“미친 달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궁수들의 사격이 쉴 새 없이 쏟아졌고.
“탄환을 장전하라! 서둘러!”
투칵! 투카칵!
업그레이드를 거쳐 강철로 된 탄환들이 전장의 적들을 향해 비처럼 퍼부어졌다.
쿠콰콰콰콰콰쾅-!!
《츄릅-! 츄츄츕-!!》
《으허허헉-!!》
《록타-! 오가!》
그렘린과 코아틀 그리고 오크의 경우, 과거 데스랜드의 공격대가 활약해준 덕분에 그 개체 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었다.
다만 현재 적들의 병력 대부분을 구성하는 마물들은 바로 트롤, 오우거, 고블린, 좀비.
《타즈팅고-!》
《구와아아아아아악-!!》
《키리릭-!!》
《으어어어…》
압도적인 신체능력과 재생력을 지닌 트롤.
그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에 무식한 방어력까지 지닌 오우거.
조악한 무기와 머릿수로 밀어부치는 고블린과 질병을 퍼뜨리는 좀비.
게다가, 이번에는 적들의 조합에 거미 형상의 마물, 아라크니드까지 추가되었다.
《키헤엑- 키헥-!!》
아크한에게 미리 설명을 들은 바에 의하면, 그것들은 벽이나 구조물 혹은 ‘거미줄’을 타고 접근해오는 ‘특수 기동’에 특화되어 있는 개체들.
‘다른 건 다 무시해도 괜찮을 정도라고 하셨다… 하지만, 저것은…….’
박살난 기계 함정의 위에 선 산만한 거미 한 마리.
저것만큼은 최우선적으로 없애야 하는 마물이었다.
“저놈에게 모든 화력을 집중시켜라!”
“벌집으로 만들어주지!”
“쏴라!!”
쿠콰콰콰콰쾅-!!
성벽 위의 메카닉 병기들과 궁수들에 의한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그것은 바로 유일보스, ‘아라크니드 퀸’.
《끼히헤에엑…!》
‘아라크니드 퀸’은 어마어마한 포격을 한몸에 받아내면서도 별 데미지를 받지 못하는 듯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동시에 두 앞다리를 하늘로 치켜들면서 가로세로로 겹쳐진 입을 쫘악 벌렸다.
이를 인지한 체체가 서둘러 놈을 향해 검은 흑마력을 끌어올렸다.
“저 어리석은 자에게… 심연에서 비롯된 파멸의 힘을….”
하지만, 긴장해서 그런 것일까?
자기도 모르게 영창을 이어나가던 체체의 머릿속에 문득 에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묘하게 그 중2병 엘프가 지껄이던 주문이랑 닮아 있는 듯한…
‘하, 하지만 이 주문은 진짜 원래 이런 주문인데…!’
체체는 묘한 수치심을 뿌리치고는 지팡이를 쭉 뻗으며 외쳤다.
“다크 팩트…!!”
자신도 모르게 워록이 되어버린 이후, 남몰래 연마해온 워록의 마법.
‘다크 팩트’.
그 성능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투화아아아악-!!
‘아라크니드 퀸’의 몸에서 시커먼 불길의 대폭발이 터져 나왔다.
‘다크 팩트’.
검은 화염의 불길을 일으켜, 대상이 보유한 카르마의 양에 비례한 피해를 입히는 광범위 학살 마법이었다.
푸확-! 푸화아아아악-!!
검은 폭연에 휘말린 주변의 아라크니드들이 연쇄적인 카르마의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 나갔다.
그야말로, 지켜보는 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워록의 힘.
하지만….
“어째서?”
그 검은 폭발 속에서도 ‘아라크니드 퀸’은 누더기가 되었을지언정, 쓰러지지는 않았다.
《키에에엑… 키에에에엑…!!》
다음 스킬이 사용 가능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체체는 곧바로 스미스에게 외쳤다.
“스미스! 스팀 코일 캐논의 재장전은 아직 멀었는가?”
“이제 곧입니다, 제사장님!”
성벽 중심에 솟아오른 길쭉한 포신이 살짝 들어갔다 튀어나왔다.
투칵-! 푸슈욱-! 슈우욱-!
양옆의 배출관으로부터 새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슬슬 가동이 가능하다는 신호.
포신의 각도를 적절한 곳까지 조절한 뒤, 포수의 신호를 받은 스미스가 외쳤다.
“발사!!”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포구로부터 푸른 마나로 이루어진 빔이 사출되었다.
이미 한 차례 발사하여 ‘아라크니드 퀸’의 심장을 꿰뚫었던 푸른 빔.
그것이 이번에는 놈의 머리를 꿰뚫고 가슴, 배까지 길다란 구멍을 만들어냈다.
과거 아크한이 엘프족을 상대하느라 바빴을 때.
오크 웨이브를 막는 과정에서 엘리트 보스인 오크 주술사, ‘화안의 나즈그렐’을 일격에 즉사시켰던 무기였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를 두 방이나 처맞은 ‘아라크니드 퀸’은 아직도 쓰러질 생각이 없는 듯했다.
《끼히헤에에에에 – !!》
녀석은 머리가 날아간 상태로 쫙 벌린 입을 다물지 않고 있는 마물.
단순히 사후경직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 게 아니라, 놈의 아가리에서는 뭔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뭔가를 쏘아내려는 듯, 새하얀 무언가가 몰려들고 있는 놈의 아가리.
일전에 아크한이 경고했던 최악의 기술, ‘디스럽션 웹’의 발사 징조였다.
집중포화를 통한 놈의 제거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 저것을 막을 방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체체는 모두를 향해 다급히 외쳤다.
“전원!! 퇴각하라!!”
곧,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미줄 투사체가 성벽 위로 떨어져 내릴 것이고, 이로 인해 성벽의 방어라인이 완전히 마비될 것이다.
당장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이 없는 이상…
성벽을 버려서라도 퇴각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남은 대응책이었다.
체체는 아직 주저하고 있는 전사들을 향해 다시 한번 외쳤다.
“성벽을 포기한다!!”
정신을 차린 부관들이 체체의 명령을 재창했다.
“퇴각하라!”
“신속한 움직임에 방해되는 건 모두 내려놓고 이동하라!”
일전부터, 브릿지에 변고가 있을 때마다 현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지펴왔던 네 개의 봉화.
그중 네 번째의 봉화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은, 체체가 제사장이 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것이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패전’.
‘하지만…’
네 개의 봉화에는 ‘패전’ 외에 ‘긴급 대피’라는 의미도 있었다.
그렇기에 체체는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마음을 먹었다.
‘아직 패배한 것은 아니야.’
그렇게 성벽을 달려 내려가는 동안, 체체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다음 작전을 정리했다.
잠시 후, 이 성벽은 마물들에게 함락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해야 할 일은….
‘자폭.’
그것은 최근 스미스가 개발한 ‘마력 스팀 코어’ 기술로 구현한 성벽의 기능 중 하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금 브릿지의 성벽에는 마력 스팀 코어가 3개나 투입되었으며, 이를 통해 ‘자폭’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그 경우 귀중한 코어를 그대로 소모해버리는 일이 되지만…
‘상관없어.’
성벽에서 버티다 전사들의 목숨을 허무하게 잃어버리느니, 빈 성벽이라도 자폭시켜 최대한 많은 마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쪽이 나았다.
게다가 어차피 버리고 도망갈 성벽이 아닌가.
마침내 마을의 중심부에 새롭게 만들어진 방어라인.
체체는 이를 살피며 문제가 없는지 마지막으로 체크했다.
‘진짜 이걸 써먹을 일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전시 상황을 가장한 훈련을 할 때를 제외하면, 실제 상황에서는 처음으로 형성해본 포메이션.
“…….”
이 낯선 상황 속에서, 브릿지의 전사들과 사제들, 그리고 민병대로 무장한 주민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동쪽 성벽을 바라봤다.
언제나 그들을 굳건히 지켜주던 높디높은 성벽.
그것이 잠시 후, 저 공포스러운 시커먼 마물들에 의해 함락당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흑…. 브릿지의 성벽이….”
문득 어떤 주민이 참지 못한 듯 신음을 토해냈다.
마을 중앙에서 임시 성벽의 역할을 수행해줄 ‘방패 부대’ 수십 기의 기계화 브론토사우루스들 또한 불안한 듯 울부짖었다.
《부오오오-》
《부오-》
하지만.
체체는 모두에게 외쳤다.
“성벽을 포기했다고 패배한 것은 아니다!”
전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무너진 성벽은 다시 복구하면 그만이고, 쳐들어온 마물들은 모조리 쓸어버리면 그만이다! 우리는 지지 않을 것이며, 마을을 무사히 지켜낼 것이다!”
체체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를 따르던 부관 몇몇이 이어 힘차게 외쳤다.
“지켜낼 것이다!!”
“포기하지 마라!!”
“끝까지 가면 우리가 이길 것이다!!”
이내 마을의 모든 이들이 다함께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하지만 끓어오르는 열기 속.
체체는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마력 스팀 코어’를 이용한 자폭 테스트는 이미 스미스를 통해 확인한 바 있었고, 그 예상 파괴 범위 또한 확실했다.
‘성벽의 자폭을 통해 날려버릴 수 있는 적들의 예상 수치는 약 절반.’
운이 좋으면 그 이상도 가능하겠지만,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라는 아크한의 말을, 체체는 똑똑히 기억했다.
이후에는 성벽의 잔해를 바리케이트 삼고, 방패부대를 제2의 성벽으로 삼아 적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그도 안되면, 마을 내부의 스톤타워에서 농성을… 그도 불가능할 것 같다면 곧바로 서쪽 성벽으로 올라간다.’
그래도 안 되면?
서쪽 성벽의 너머에 있는, 불과 얼마 전에 수리가 끝난 ‘언브로큰 브릿지’를 건넌다.
‘이후 다리를 끊어버리면 돼.’
거기까지 생각한 체체는 곧바로 스미스에게 말했다.
“준비는 되었나?”
성벽을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스미스.
그가 불현듯 통곡했다.
“쿳쏘…!”
그리고는 곧장 붉은 버튼이 있는 나무 패널을 바라보며 답했다.
“이렇게… 우리 모두의 피땀이 들어간 성벽을…!”
“어쩔 수 없다, 스미스. 내가 신호하면, 즉시 버튼을 누르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 순간, 성벽 위로 트롤 한 마리의 실루엣이 올라왔다.
《타즈팅- 고!》
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양옆의 성벽으로 수많은 마물들의 실루엣이 하나둘씩 등장했다.
《키리리릭-!!》
《구아아아아아아악-!!》
이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성벽을 마침내 정복해낸 것이 그만큼 기뻤던 것일까?
놈들은 하늘이 떠나갈 것처럼 포효를 내뱉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던 체체는, 놈들이 가만히 기뻐하게만 둘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지금이다, 스미스. 저들을 모조리 날려버려라!!”
“알겠습니다아아!!”
그 외침과 함께 스미스의 손가락이 자폭 버튼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
번쩍!
성벽 쪽이 아니라, 방어라인의 뒷편에 위치한 브릿지 마을 중앙 광장에서부터 거대한 푸른 섬광이 터져 나왔다.
체체는 두 눈을 크게 뜨며 그쪽을 돌아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