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15)
“여러분은 이제, 각 팀별로 상대 팀의 대표곡을 경연으로 보여 주셔야 합니다. 다만.”
신유화는 그렇게 말하고 김려유를 보았다.
“아직 정식으로 음원을 낸 적 없는 팀이 있습니다. 려유 씨.”
“네.”
“아직 려유 씨는 데뷔곡이 없는 신인이죠.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하다하다 앨범도 낸 적 없는 애를 잘도 꽂았군.
이 정도 되면 김모경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상식을 전부 파괴하니까.
“사실 시청자분들께선 의아하실 겁니다. 아무리 [메이크 어 뉴 컬러>에 나왔었다곤 하지만 정식으로 데뷔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나왔을까. 이에 대해서 각오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네. 시청자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김려유는 잔뜩 긴장된 얼굴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참…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피해자인 줄 알겠다.
나는 멤버들의 표정을 슬며시 확인했다.
다들 전에 얘기했던 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 걱정되었던 김금과 연주홍도 아주 잘하고 있었다.
오히려 너무 화가 나니까 머리가 식는 것 같았다.
“먼저 함께 출연한 선배님들께 감사의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도 않은 저를 정말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아까 대기실에서도 너무 따스하게 인사해 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내가 알기로 김려유의 대기실에 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김 이사가 머리를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연자들도 전부 동의한 사항이라고 이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말하려는 거군.
물론 김려유의 등장에 전부 놀란 표정이었던 걸 보면 동의한 사항이 아니었겠지만.
“더불어, 저로 인해 상처 입으셨던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야 오해를 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러나 오해일지라도, 그 오해를 만든 것은 저의 실수였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께 꼭 좋은 무대로 보답하겠습니다.”
“네, 정말로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또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죠. 려유 씨의 말을 들으니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네요. 좋습니다. 이곳, [탑 오브 아이돌>에서 좋은 무대를 통해 대중들께 보답하는 것으로 하죠.”
신유화는 미리 지시를 받은 건지, 아주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직 려유 씨에게는 대표곡이 없는데요. 려유 씨. 제가 듣기로는 바로 이곳, [탑 오브 아이돌>에서 데뷔곡을 발표하신다는데, 맞나요?”
“네, 맞아요. 다른 출연자분들과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서 저도 데뷔곡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시청자분들께서도 지금 방송을 보실 때쯤, 음원을 막 접하고 계실 것 같아요.”
아예 여기서 데뷔를 할 심산이었군.
이제야 조금씩 의문이 풀리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사실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엠텐이 왜 ‘김려유’라는 악수를 두었는지.
김려유가 없어도 잘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왜 김려유를 넣었는지.
하지만 엠텐 입장에선 김려유가 그렇게 큰 악수는 아니었다.
당연히 욕이야 좀 먹겠지만, 욕은 오히려 화제성을 증명하는 지표일 뿐이다.
방송국이 연예인도 아니고, 고작 조금 욕먹는 걸 그렇게 신경 쓸 리도 없다.
오히려 화제가 안 되는 게 더 신경 쓰일 것이다.
아예 1화부터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서 시청률 상승을 노리고 있겠지.
물론 이건 엠텐의 입장이고.
우리나 다른 출연자 입장에서는 폭탄을 떠안은 셈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거의 핵폭탄을 떠안게 된 거지만.
적당한 비즈니스용 표정으로 김려유를 보고 있는데,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뭐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니, 기묘한 느낌은 곧바로 사라졌다.
“네, 좋습니다. 그래도 다른 출연자분들은 아직 해당 곡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기서 한번 무대를 보여 주실 수 있으실까요? 물론, 형평성을 위해서 방송에는 이 무대가 나가지 않습니다.”
출연자들 쪽에서 느껴졌는데.
기분 탓인 건가.
나는 찜찜한 기분을 애써 지우고 다시 김려유의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
네 혀끝으로 불러 줘
Call me BAD
Call me BAD BAD BAD
김려유의 신곡은 확실히 컬러즈의 자본력이 느껴졌다.
베이스 사운드부터가 웅장했고,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곡이었다.
철저하게 중독성을 노린 듯한 반복적인 후렴구와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우리와는 묘하게 결이 다르면서도, 또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었다.
얼핏 들으면 주체적이고 당당한 느낌이었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결국… 김려유의 원래 감성이었다.
그래도 그건 가사의 문제지, 노래 자체는 좋았다.
우리한테 아낀 돈을 그대로 저기에다가 썼나 보군.
그래도 저 곡만큼은 당첨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하이하이호의 무대를 하면 했지, 김려유와 엮이는 건 사절이다.
저쪽도 아마 우리와 엮이고 싶지 않을 거다.
최소한 ‘초반’부터는.
후반으로 갈수록 어떻게든 우리와 화해하는 장면을 만들어 보고 싶겠지.
물론 그렇게 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대놓고 욕할 가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웃는 낯으로 하하호호 떠들어 주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비공개 걸그룹 팀을 공개하겠습니다, 바로 3년 만에 컴백하는-”
또 다른 비공개 팀은, [맥스버닝>이라는 팀이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제법 인기를 끌고 있는 팀이었다.
해외 활동을 주력으로 해 공백기가 꽤 길었지만, 이제야 컴백을 하면서 다시 한국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룹 컨셉이 확실하고 각 멤버들의 실력도 탄탄한 편이었다.
“그럼, 이제 여러분께서 커버해야 할 각 팀의 대표곡을 소개하겠습니다.”
차율: [슬로프(slope)>
슈가드림: [하와이안 피자>
맥스버닝: [Creepy love>
하이하이호: [그 여름날>
스틸블루: [파란>
려유: [Call me BAD>
대충 곡 제목만 봐도 각 그룹의 컨셉이 느껴졌다.
일부러 개성이 확실한 그룹 위주로 모은 것 같았다.
비교적 인기가 적더라도, 보는 재미가 다양할 수 있도록.
맥스버닝 같은 경우만 해도 1위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지만 코어팬이 탄탄한 그룹이었다.
그러고 보니 1위를 해 본 팀이 우리, 차율, 슈가드림… 세 팀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슈가드림은 딱 한 번 해 본 게 전부였고,
아무래도 완전히 자리 잡은 그룹들은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으니, 라이징 위치인 그룹 위주의 캐스팅이었다.
…차율만 빼고.
차율은 확실히 인기가 있는 가수였으니까.
아무튼.
경연곡은 전부 아는 노래였다.
최근 김금과 작곡을 함께 하면서, 근 5년간 발표되었던 여자 아이돌 타이틀곡은 죄다 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각 팀별로 어느 팀의 대표곡을 커버할지 정해 볼 건데요. 곡 선정은 가장 낮은 연차부터 원하는 곡을 고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건 너무 대놓고 김려유 밀어주기 아니냐, 엠텐아.
이 정도 되면 슬슬 경고 들어올 수준 같은데.
…엠텐 걱정을 해서 뭐 하겠는가.
우리는 우리 걱정만 하면 된다.
나는 찬찬히 곡 목록을 살펴보았다.
일단 각 곡별 컨셉을 정리해 보자면 이렇다.
[슬로프(slope)>: 트로피컬 하우스가 가미된 팝 락 (POP ROCK) [하와이안 피자> : 뽕짝 끼가 섞인 B급 감성 후크 송 [Creepy love> : 드럼 베이스가 귀에 꽂히는 메탈 장르의 다크 판타지 K-POP [그 여름날> : 펑키한 신디사이저가 돋보이는 청명하고 경쾌한 신스 팝“자, 그러면 각 팀별로, 어떤 곡을 우선순위로 할지 상의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신유화의 말을 시작으로, 출연자들은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들 뭐 하고 싶어요?”
내 말에, 멤버들은 모두 서로 눈치만 보았다.
취향이 극명하게 다른 만큼, 어려운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직감 때문이었다.
“…저는 사실 여기서 다른 분들 보자마자 딱 커버해 보고 싶었던 분이 있었어요.”
“보라 너도? 나돈데.”
“허거거걱. 저도요!”
“오, 사실은 나도 있어.”
…말은 안 했지만 사실 나도 있다.
곡 목록을 볼 것도 없이, 그냥 바로 커버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럼 다 같이 동시에 말해 볼까?”
“좋아요.”
“네네!”
“오케이. 가 보자고요.”
“하나, 둘, 셋.”
누구냐고?
“차율 선배님.”
“차율 선배님!!”
역시 다들 위급할 땐 마음이 맞는군.
“나도 사실 차율 선배님 하고 싶었어.”
멤버들의 의견이 나와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도 내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길게 논쟁하지 않아도 되어서.
왜 하필 차율이냐고?
차율의 노래 [슬로프(slope)>가 명곡이어서도 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녹하야.’
그냥, 내가 차율을 잘 알아서.
그래서 그냥,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또 혼자 땅굴 파고 들어가 있었어? 네 잘못 아닌 거 알잖아. 그러지 말고 우리 집 와. 우리끼리 술이나 한잔할까?’
오랜만이네, 언니.
이렇게 언니의 어린 시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청아?”
아.
너무 오랫동안 넋을 놓고 있었군.
나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번으로는 우리가 두 번째라, 가능성이 있어요. 문제는-”
“려유가 누구를 선택하냐겠구나.”
서백영의 말에 모두의 표정에 다시 그늘이 드리워졌다.
“뭐, 별로 걱정은 안 돼요.”
“왜?”
“…려유는 아마도, [그 여름날>을 선택할 거예요.”
내 말에 멤버들은 모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니까, 두고 보시라니까.
***
“저는, 하이하이호 선배님들의 [그 여름날> 하겠습니다.”
“!”
아니나 다를까 김려유는 [그 여름날>을 선택했다.
멤버들은 동시에 나를 쳐다보았다.
대체 어떻게 알았냐는 눈이었다.
사실, 그렇게 놀라운 결과도 아니었다.
그냥 저기서 가장 난이도가 낮고 소화하는 게 무난한 곡이 [그 여름날>이기 때문이었다.
실력이 최대한 들통나지 않는 선에서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할 거라 예상했다.
게다가, 김려유는 욕먹는 이미지를 어떻게든 중화하려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돌의 노래를 선택하겠는가?
어떻게든 가장 인기가 없는 아이돌의 노래를 선택해서 욕먹을 가능성을 낮추려고 하겠지.
원작 가수의 팬덤이 그렇게 크지도 않으니, 비난을 피하기도 비교적 쉬웠다.
그리고 그놈의 섹시 컨셉에서 조금이라도 탈피하기 좋은 노래이기도 하고.
“좋습니다. 려유 씨가 소화하는 [그 여름날>은 또 어떤 느낌일지 제가 다 기대가 되는데요. 좋은 무대 보여 주시길 바랍니다.”
신유화는 김려유에게 의례적인 멘트를 날린 후,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스틸블루. 두 번째 차례입니다. 어떤 곡을 하시겠습니까?”
또다.
또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가 시선을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차율 선배님의 [슬로프(slope)> 하겠습니다.”
율 언니.
친해지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