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32)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 봐야 3분 30초.
아무리 우리가 올해 가장 화제성이 컸던 신인이라 해도, 신인은 신인이었다.
방송국 측에서나, 컬러즈 측에선 시간을 더 받아 낼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바로 거절했다.
‘대형 소속사 빨로 시간 받아 갔다는 말 굳이 들어가면서까지?’
연말 무대는 모든 아이돌들이 총망라하는 곳인 만큼, 모든 덕후들이 총망라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 말은?
욕먹기가 숨 쉬는 것보다 쉽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냈던 멤버들이다.
굳이 상처받을 일을 만들어 줄 필요가 없었다.
애써 준비한 [파란> 편곡 버전과 스페셜 무대를 완곡으로 보여 줄 수 없는 게 아쉽지 않냐고?
아쉽지.
하지만 아쉬움은 언젠가 다가올 콘서트에서 풀면 된다.
팬들을 위해서 연습 버전 영상을 오튜브에 올리자고 멤버들과 합의하기도 했다.
의상도 그대로 입고, 장소도 그냥 연습실 말고 색다른 곳에서 하는 걸로.
아, 그래서 준비한 스페셜 무대가 뭐냐고?
“근데 저희 스페셜 무대 뭐 해요?!”
그건 연주홍의 매우 타당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뭔가 이름부터가 스페셜이니까 특별한 거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떤 걸 보여 드려야 좋아하실까.”
모두가 머리를 쥐어 싸고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가.
“일단 하나는 확실해요.”
“그렇지.”
“무조건 귀여워야 함.”
“무조건이죠.”
“이건 이견이 있을 수가 없어.”
신인은.
귀여움이다.
[파란>의 편곡 버전이 혁명군vs정부군 컨셉으로 무거우니만큼, 스페셜 무대는 가볍고 귀여워야 했다.‘얘네가 아까 걔네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통통 튀고 발랄하게.
“클래식하게 산타 컨셉으로 갈까요?”
“그거 했다가 다른 선배님들이랑 겹치면 방송국에서 반려당해.”
“…그러면 독특한 거 해야겠구나.”
“하 정말. 우리는 존재 자체가 귀여움이라 아무거나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왜 아무도 우리의 귀여움을 몰라주지?!”
“….”
우리는 모두 애써 연주홍을 무시했다.
“아니면요.”
그때.
김금이 손을 들었다.
우리는 모두 기대 하나 없는 눈으로 김금을 보았다.
왜 기대 없는 눈이냐고?
김금을 봐라.
귀여운 걸 싫어하는 관상이다.
어쩌다 한번 귀여운 컨셉을 시키면 엄청 부끄러워하는 녀석이기도 하고.
멤버들 중에서 제일 작아서 사실 귀여우려면 제일 귀여울 수 있는데.
그렇게 봐 주시는 팬들도 많고.
그러나 본인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1절에서 총을 썼으니까. 2절에선 화살을 씁시다. [파란> 컨셉이 무기였으니까.”
“…그게 대체 어떻게 하면 귀여울 수 있는 거지?”
아니나 다를까 살벌한 대답에, 류보라가 바로 지적에 들어갔다.
화살이… 귀엽나…?
“화살도 어떤 화살인지, 누가 드는지에 따라 달려 있슴다. 보시죠.”
김금은 핸드폰으로 후다닥 검색하여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
어라?
“어… 이거… 이거 귀여운데요?!”
“금… 금이가… 귀여운 생각을 해 냈어…?”
“내일 태양이 서쪽에서 뜨나?”
“님들 대체 저를 뭘로 보는 거임. 저는 완전 귀엽고 짱 쎈 랩퍼인데요. 제가 안 하는 거지 못하는 건 없음.”
으응….
아무튼 그렇게 결정되었습니다.
저희의 스페셜 무대가.
***
다시, 현장.
가요연말대전 2부의 도입부.
드디어 1부에서 완곡도 하지 못하고 내려간 스틸블루에 대한 아쉬움을 풀 기회가 왔다.
바로, 신인 그룹 기획 무대!
세 개의 그룹이 약 2분씩 선배 그룹의 무대를 커버하는 기획 무대였다.
이른바, 스페셜 무대.
앞서 두 개의 신인 아이돌들이 무대를 한 후.
드디어 스틸블루의 차례가 왔다.
‘이 노래는…?!’
노래가 흘러나오자마자, 현장에 있던 모든 컬덕들은 몸부터 반응했다.
이 노래는, 화이트노이즈의 [Love Arrow>였다.
화이트노이즈의 대히트곡이자, 여름 시즌송인.
신인 시절 나온 청량하고 맑은 컨셉의 곡인지라, 화이트노이즈 팬들에겐 그리운 곡이기도 했다.
그게… 여기서 나온다고?
구름 뚫고 날아갈 거야
널 향한 화살은
It’s a love arrow
‘윤청 목소리!’
이윽고.
전광판에 핑크빛 하늘과 하트 모양 구름들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배경 영상이 나타났다.
그에 따라 무대 위에 스틸블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처럼 몽실몽실한 흰색 미니 드레스.
토슈즈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무릎까지 감싸고 있는 리본 슈즈.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날개?!’
프리즘 홈마는 본능적으로 카메라부터 들어 올렸다.
미친.
날개?!
그것만이 아니었다.
멤버들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미친 스블이들ㅋㅋㅋㅋㅋ손에 활 들고 있어 근데 귀여움을 곁들인
초미니 화살이랑 활인 거 보니까 이번 컨셉은…
큐피드!
큐피드 미친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큐피드 스틸블루라니 띠발 나 왜 저기 없어
어떤 흐린 날씨여도
어떤 어둠 속에서도
나는 너를 발견할 거야
화살처럼 날아가 꽂힐 거야
페이스 체인 낀 서백영 위대하다 진짜;
큐피드 아니고 아프로디테가 있는데요
누가 서백영한테 페이스체인 줌? 만수무강하세요
네게 쏠 화살은
Love Love Love!
우리 사랑 빛깔은
Pink Gold and Rainbow
It’s my love bow
Shot Shot love arrow!
분명 귀여운 컨셉인데도, 김금은 본인 몸에 밴 힙합 바이브를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큼직큼직한 제스처, 약간은 장난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눈길.
묘하게 터프함이 많이 첨가된 김금만의 귀여움이었지만, 팬들은 ‘오히려 좋아’를 외쳐 댔다.
김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부끄러워하면서 할 거 다하는 게 킬포다
타덕인데 지금 나온 애 왤케 부끄러워하는 거 티나는데 그게 또 귀엽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중에 사과머리까지 해서 더 귀여움 ㅠㅠ
다른 멤들은 앙증맞게 화살 쏘는데 김금만 거의 죽기살기로 쏘는데요ㅠㅠㅋㅋㅋ
너는 bow 나는 arrow
우린 제법 어울려
끊임없이 쏘아 줘 love arrow
쏟아지는 coral pink arrow!
연주홍은 두 손의 손가락을 모았다가 카메라를 향해 휙, 화살을 쏘듯 놓았다.
그럴 때마다, 주근깨를 그려 넣은 콧잔등이 찡긋, 하고 찌푸려졌다.
볼 전체를 물들인 코랄색 블러셔와 옅게 그려진 하트 모양 주근깨, 그리고 살짝 올린 코랄색 양 갈래 만두 머리.
연주홍의 팬들은 이날을 202×1231 가요연말대전 레전드 홍피드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후로도 잊을 만하면 길이길이 회자되는 무대가 된 건 덤이다.
쭈홍이 진짜 이번 컨셉 찰떡이다
주홍: 윙크할게
나: 죽을게
그냥 방금 명화에서 큐피드 튀어나왔는데요? 그냥 인간 큐피드인데요?
아기,, 왤케 눈은 주먹만한데 코는 쪼코맣고,, 얼굴은 마이크만해,,?
이건 연코랄을 위한 무대네 그래서 센터세운듯
근데 주홍이 너무 하얘서 조명 받으니까 옷 색이랑 주홍이 피부랑 구분이 안감 지금ㅋㅋㅋ 아이돌들 톤다운 메이크업 왜하는지 알것같다…
그때.
노래가 갑자기 뚝, 하고 끊어졌다.
그리고 윤청이 다른 멤버들에게 화살을 쏘는 시늉을 했다.
화살에 맞은 멤버들이 픽, 하고 옆으로 쓰러지자.
윤청은 토라진 얼굴을 하고선 가운데에 홀로 섰다.
그러자 노래가 다시 흘러나왔다.
다들 이상해
사랑은 파란색이잖아 (아냐?)
우린 Still Blue
아직 새파란걸
그러니 터트려 줘 내 마음
My My My
많이 많이 많이
Big Blue Bomb
BOOM BOOM BOOM!
마지막 소절에 맞춰, 윤청은 무언가 작은 주머니를 꺼내 하늘로 던졌다.
그러자 파란색 하트 모양 반짝이들이 쏟아지고.
때맞춰 무대 위에서도 파란색 하트 모양 반짝이가 쏟아져 내렸다.
그야말로 파란색 하트 폭탄이었다.
멤버들도 어느샌가 일어나 하트 비를 만끽하며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에버블루들의 눈에는, 온 세상이 파랗게 보였다.
정말이지, 즐거운 연말이었다.
***
재롱잔치하는 스블과 그걸 지켜보는 학부모 화이트노이즈
(사진)
사윤 저렇게 엄마미소 짓는 거 첨봄ㅋㅋㅋㅋㅋㅋ
(사진)
설희는 아예 핸드폰으로 직찍하고 있음…
다들 자기 노래 불러주는 후배 귀여워서 죽는중
당연함.
6년만의 걸그룹 후배임.
fact: 스틸블루는 컬러즈에서 6년만에 나온 걸그룹이다.
개사한 부분 윤청님이 부르실 땐(파란색 어쩌구) 빵 터지심
애들이 이렇게 선배미 터지는 거 첨봐서 그런가 귀여움ㅋㅋ
여자들의 친목,,, 개쥬아,,
친목 더해줘 더
화이트노이즈는 연차가 몇년인데 아직도 야외로 보내냐ㅠㅠ
물론 그 덕분에 레전드 친목짤이 떠서 좋긴 한데 안 좋아
얼마나 추우면 스블이나 홭노나 전부 코 새빨개져있음ㅜㅜ
└난 뭔 루돌프 메이크업인 줄 알았는데 추워서 그런 거더라ㅠㅠ
이와중에 제트에이 나온다
신유화 빼고 여섯 명만 나오네
애들 야윈 거 봐라
쟤넨 또 무슨 죄냐 ㅋㅋㅠㅠ
(((((((((제트에이))))))))
제트에이 리더가 신유화 완전히 손절함 별스타그램 스토리로도 저격했고… 완전히 손절분위기임 그룹이
신유화 원톱그룹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222사실상 신유화가 멱살잡고 캐리한 그룹이라 뭐…
손절은 당연한 거긴 함 범죄자를 안고갈순없잖아
이제 카운트다운 한당
해피뉴이어~!
해삐 뉴이어♥
***
“자, 이제 새해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모두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를 기다리며, 마지막 카운트를 시작하겠습니다.”
60초.
전광판에 크게 쓰여 있는 숫자였다.
“다른 애들도 나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서백영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랬다.
김금, 류보라, 연주홍은 미성년자라, 대기실에서 따로 카운트다운을 해야 했다.
대신에 우리는 미리 준비해 온 단체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서백영은 ‘해피 뉴 이어, 에버블루’를 들고, 나는 ‘해피 뉴 이어, 스틸블루’를 들었다.
“새해 소원 빌자. 청아.”
“그럴까요.”
“그럼. 다른 애들도 대기실에서 아마 같이 빌고 있을걸.”
주위를 보니, 다른 연예인들도 다들 눈을 꼭 감고서,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있었다.
아마 내년과 관련 있는 소원이 많겠지.
나도 조용히 서백영을 따라 눈을 감았다.
소원… 원래 이런 미신을 그렇게 잘 믿는 편은 아니지만.
솜 뭉탱이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도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미신을 못 믿을 이유도 없어졌다.
그럼… 한 번만 소원을 빌어 볼까.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10!”
“9!”
엄마를 위해서 신인상을 꼭 타고 싶어요.
“8!”
그래서… 엄마가 무사했으면, 다시 제게로 돌아왔으면 해요.
“7!”
하지만 또 멤버들을 위해서 신인상을 타고 싶어요.
“6!”
멤버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5!”
그러니까 제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겸사겸사 멤버들의 소원도 같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4!”
마지막으로.
“3!”
나의 내년은.
“2!”
…아니, 윤청과,
“1!”
서백영, 류보라, 김금, 연주홍의 모든 해가.
“0!”
“해피 뉴 이어!”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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