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4)
14화.
잠시 쉬는 시간…이지만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는 시간.
아무래도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는 압박감 때문에, 제대로 쉬는 연습생이 없었다.
그래. 이게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방송의 진짜 지치는 점이지.
쉬는 시간도 전부 녹화되고 있다는 것.
“청 언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접근해 오는 연습생이 있었다.
이번엔 누구지.
“저… 저 잠시만 봐주실 수 있으세요?”
아.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어떤 거 도와줄까?”
연주홍.
의외긴 한데, 워낙 사람들한테 잘 붙는 성격이라 그렇게 의아할 건 없었다.
“저… 음정만 좀…. 트레이너님이 말씀해 주신 게 감이 아직 안 와서….”
“응, 그럼 나랑 한번 같이 불러 보자.”
나는 연주홍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었다.
얘는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자, 지금 여기에서 목에는 힘 좀 빼고-”
내가 점찍은 데뷔 후보거든.
나는 당연히 스틸블루의 원 멤버 그대로 갈 생각이 없었다.
전생에 그렇게 했다가 한번 망했는데, 굳이 또 똑같이 갈 이유가 있나.
특히나 전에 망했던 이유가 멤버 병크 때문이라면 더더욱 멤버 교체는 필요하지.
김려유는 확실하게 빼야 했고, 다른 멤버들도… 필요하다면 바꿔야 한다.
그럼 누구로 바꾸느냐가 문제였다.
그리고 내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선택한 연습생이 바로 얘.
“헉, 언니 말대로 하니까 올라가져요!”
연주홍이었다.
“다행이다, 도움이 되었다니까.”
전생에서 인기 있었던 멤버여서가 아니다.
연주홍은 연주홍만의 ‘포지션’이 있다.
연주홍은 자신이 애매한 포지션이라 싫다고 말했지만, 그 말은 반대로 하면-
“청청 언니는 이런 거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요?”
어떤 포지션에도 녹아들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청청 언니는 대체 어디서 나온… 호칭이냐.
나, 백녹하.
방년 30세.
아이돌 경력 10년 차.
별별 애칭 다 들어 봤지만 팬이 아닌 다른 애가 이런 애칭을 쓰는 걸 들으니 괜히 어려진 기분이었다.
“글쎄, 연습생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까 그냥… 체득이 되었나 봐.”
연주홍은 개성이 미친 듯이 넘치는 멤버들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 줄 멤버였다.
컬러즈의 연습생들은… 실력이 있는 것도 좋고, 개성이 강한 것도 좋은데 말이야.
애들끼리 케미가 좋다는 느낌은 별로 없어.
그런 ‘케미’를 일으켜 줄 수 있는 멤버로는 연주홍이 제격이었다.
“진짜 언니 대박이다. 언니랑 친하게 지내야겠다.”
단순히 얘가 친화력이 좋아서가 아니다.
모두와 잘 어울리는 친화력도 좋지만-
“우리 만약 합숙 들어가면 저랑 같은 방 써요!”
“나야 좋지.”
연주홍에게는 연주홍만의 뭔가가 있어.
“뭐야, 둘이 벌써 친해졌네?”
은근히 끼어드는 이 연습생은, 바로 조희온.
얘도 원래 데뷔해야 할 멤버 중에 하나였지.
딱히 별다른 특징은 없고,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면-
“아, 청 언니가 저 보컬 좀 봐주고 있었어요!”
김려유의 절친이라는 점.
그래서 그런가 둘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청이 실력 늘었다고 바로 줄 서는 거야? 주홍이 똑똑한데?”
이를테면, 이렇게 사람 교묘하게 빡치게 만든다는 것.
딱히 트집 잡기는 뭐할 정도로… 아주 교묘하게.
내가 반박하려는 순간,
“아이, 언니가 저보다 더 똑똑하죠. 언니는 려유 언니한테 진작에 줄 섰잖아요!”
연주홍이 한발 빠르게 나섰다.
“…뭐?”
“아이, 진짜. 언니한테 제가 배워야죠! 저는 눈치가 없어 가지고 사람한테 막, 줄 서고 이런 거를 잘 못해서…. 저는 뭐 이사님 조카고 그런 거 진짜 하나도 몰랐거든요! 하… 정말 언니한테서 배워야 하는데. 저는 사회생활 같은 거 진짜 잘 몰라서….”
…센데?
“너 말을-”
“헉. 제가 또 뭐 실수했어요?”
싱글싱글.
연주홍은 아주 방긋, 웃으며 말했다.
조희온은 화를 내려다가, 힐끗, 카메라를 보았다.
그리고 이를 꽉 깨물며 미소 지었다.
“아냐, 주홍아. 근데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언니가 무슨 줄을…”
“엥? 저 장난이었는데?”
“어?”
“언니도 장난으로 말한 거 아니었어요? 언니 설마 진심? 아니, 누가 연습생끼리 줄을 서요?”
어느새 연주홍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다.
입은 분명히 웃고 있는데, 눈은 살짝 돌아 있는 느낌이었다.
“아니지~ 아니야….”
“에이, 우리 이런 거 가지고 막 꽁해 있지 마요! 우리 웃으면서 해요!”
“하하하하….”
…내가 평가를 잘못했다.
얘는 친화력이 좋은 애가 아니다.
얘는 그냥 무서운 애다!
조희온은 더 말 걸지 않고,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연주홍은 조희온이 사라지자마자, 다시 해맑은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저 그럼 다음 질문 해도 돼요?”
“으응.”
…진짜 얘랑 데뷔해도 괜찮을까?
***
“자, 이제 멘토들 만나러 갈게요. 각자 스태프분들이 안내해 주는 회의실 따라가시면 돼요~”
드디어.
대망의 멘토와의 조우다.
스태프들은 연습생을 한 명씩 불러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 순서였다.
뭔가 이거 불안한데.
왜 자꾸 나를 마지막으로 미는 느낌이지?
아니나 다를까, 내 불길한 예감은 맞았다.
모든 연습생이 나가고, 텅 빈 연습실에 나만 남자 오 PD가 나를 불렀다.
“자, 윤청 연습생.”
“네.”
“원랜 이게, 윤청 연습생 멘토로 퍼플애플 멤버가 배정이 되어야 하잖아요?”
불길한데.
오 PD는 애매한 표정이었다. 딱히 만족스러워 보이지도, 그렇다고 불만족스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뭐지, 저 표정은?
“근데 지금 사장님이 해외에 계시다네요.”
…아닌데? 내가 아까 오면서 사장님 한국에 있는 거 확인했는데.
“그렇다고 이제, 갑자기 퍼플애플의 다른 멤버를 섭외하는 것도 좀 어려워서요. 이해하죠?”
“네, 당연하죠. 제가 애초에 무리했던 거니까요. 죄송합니다….”
“아이, 뭐 죄송할 건 없고.”
오 PD는 천연덕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아무튼 그래서!”
오 PD는 씨익 미소 지었다.
저 인간이 웃는 건 나쁜 징조인데.
“이참에 중간 평가 1위 베네핏도 주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네?
“내가 선택권을 줄게요.”
…역시.
“이름하여~ 바로바로~! 다른 연습생의 멘토 뺏기!”
“…뺏…기요?”
“네. 다른 연습생들에게 배정된 멘토를 지금 다 알려 줄게요. 이중에 한 명을 뺏어서 윤청 연습생의 멘토로 만들면 됩니다.”
아, 젠장.
“하지만 그러면… 그 연습생은…?”
“멘토 없이 그대로 가는 거죠!”
이 인성질과 이간질의 달인 같으니라고.
나는 속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자, 여기 이 리스트가 멘토-멘티 배정 명단이에요. 10분 줄 테니 보고 어떤 연습생의 멘토를 뺏어 올지 결정해 주세요!”
오 PD는 리스트와 나, 그리고 카메라만 남겨 놓고 나갔다.
졸지에 나는 카메라만 남은 연습실에서 종이만 뚫어져라 봐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대충 다들 예상 범위 내의 멤버들을 배정 받았다.
눈에 띄는 것만 보자면.
김려유-도희영 (그레이쉬)
이 정도.
아무리 그래도 심사 위원을 멘토로 배정해 주는 건 너무 편애 아닌가?
이렇게 대놓고 편애를 드러내면 얘한테 좋을 것 같지도 않은데.
…아니다.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건 미끼다.
누가 봐도 이건, 나한테 보내는 메시지였다.
김려유에게서 도희영을 뺏으라는 메시지.
오 PD의 속셈을 알 것 같았다.
김려유와 나의 대립각을 세워 보려는 거군.
“흐음.”
나는 지금까지의 촬영본을 떠올렸다.
아마 지금쯤이면 시청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김려유가 김 이사의 조카고, 은근한 편애를 받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는 기대할 것이다. 내가 그런 ‘빌런’ 김려유를 몰아내는 것을.
이를테면, 오 PD.
의외네.
김려유를 ‘빌런’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거지.
김 이사와 한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가?
우선은 오 PD의 마음을 읽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 PD의 마음대로 가 줄 생각은 없었다.
***
“다 결정했어요?”
오 PD는 10분이 지나자, 칼같이 들어왔다.
아주 잇몸이 만개할 정도로 웃으며.
얄미운 놈.
“네, 결정했습니다.”
“오, 진짜?”
내가 바로 결정할 줄은 몰랐는지, 오 PD는 놀란 눈이었다.
하지만 즐거움에 가까운 놀람이었다.
“좋아요. 그럼 윤청 연습생.”
“네.”
“누구의 멘토를 뺏겠습니까?”
“저는…”
***
제작진: 멘토는 마음에 들어요?
[수인: 진짜 마음에 들죠, 당연히. 평소에 너무 존경하던 선배님인데.] [보라: 컬러즈의 연습생 신분인 것의 최고 장점이죠.] [백영: 그저 감격?]제작진: 그런데 그 멘토를 뺏길 수도 있어요.
제작진: 저희가 사장님 섭외를 실패해서, 대신 윤청 연습생에게 중간 평가 1위 보상으로 다른 연습생들의 멘토를 뺏을 수 있는 권한을 줬어요.
[주홍: 청이 언니가 저희 멘토를 뺏을 수도 있다구요?!] [주선: 대박.] [희온: 그건 좀 너무하셨다….] [경아: …저 청이한테 뭐 밉보인 거 없겠죠?] [유현: 안 되는데!!]제작진: 누구를 골랐을 것 같아요?
[백영: …려유?] [금: 아무래도 심사 위원을 멘토로 배정받았다는 것부터가….] [수인: 좀 매력적이긴 하잖아요.] [려유: 저겠죠, 뭐. 아…. 망했다.] [주홍: 누구 골랐어요, 언니??]제작진: 윤청 연습생이 선택한 사람은 바로….
자막: 1분 뒤, 공개됩니다!
[윤청 연습생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