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연주홍은 눈물을 꾹 참는 얼굴로 앞에 섰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연주홍이 9위라고? 아무리 심사라는 게 주관적 판단이 끼어드는 거라지만, 9위?
이번 평가에서 연주홍은 최소한 6위는 해야 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지, 다른 연습생들의 얼굴에도 약간의 의문이 떠올랐다.
보아하니, 뭔가 순위에도 ‘약간의’ 조작이 들어가셨나 보군.
나는 속으로 화를 삭였다.
연예계 있으면서 더러운 꼴 많이 봤지만, 정말 끊이지도 않고 대단하다.
도희영은 무거운 목소리로 나머지 순위를 마저 발표했다.
11위, 박하은
10위, 이주선
9위, 연주홍
8위, 방수인
7위, 신유현
6위, 조희온
“자, 그리고 이제 5위. 호명하겠습니다.”
5위부터는 데뷔권 순위였기 때문에, 좀 더 긴장감 느껴지는 진행이 시작되었다.
“해당 연습생은, 처음 컬러즈에 들어왔을 때부터 꾸준히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누군지 이름도 안 나왔는데 다 알겠다. 다음에 나올 멘트도 벌써 들리는군.
“하지만.”
그렇지. ‘하지만’이 나와 줘야지.
“진정한 프로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안정적인 실력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 줘야 합니다. 오늘은 데뷔권에 들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앞으로 나와 주세요.”
도희영의 멘트와 함께, 화면이 바뀐다.
5위, 서백영
“서백영 연습생.”
아니나 다를까, 서백영은 데뷔권 순위임에도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기쁜 척하려고 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정진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서백영은 나름대로 소감을 잘 마무리했다. 눈가가 굳어진 건 맞지만, 아직 연습생이니까. 미숙할 수밖에 없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실망은, 다른 사람의 실망이 아니다.
나 자신의 실망이지.
서백영은 지금 복잡한 감정일 것이다. 생각보다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답답함과, 소속사의 불합리함.
그 어떤 것도 이겨 내기 쉬운 감정은 아니다.
다른 연습생들도 서백영의 기분을 이해하는지, 모두 기분이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나머지 순위들은, 그렇게 의외는 아니었다.
4위, 류보라
3위, 김금
2위, 김려유
오로지, 나만 제외하고.
12위, 이경아
1위, 윤청
***
“치사하고 더럽네.”
고시원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이렇게까지 견제 들어가는 걸 보니, 미는 데뷔조가 있나 본데.”
원래 스틸블루로 데뷔했던 사람들은 다음과 같았다.
김려유, 서백영, 윤청, 김금, 조희온.
아마도 이 멤버 구성이 컬러즈에서 미는 구성이었겠지.
“누가 봐도 김려유가 2등은 아니던데, 굳이 2등으로 뽑았단 말이지.”
내가 보기에 김려유와 서백영의 순위를 바꾸면 딱이었다.
너무 대놓고 밀어주니까 오히려 같잖아 보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
연주홍이 없는 것까지야 얘네 눈이 삐어서 그렇다 치고.
…류보라는 왜 데뷔 못 했지?
여기서 가장 인기 많은 애는 류보라 아닌가?
나는 류보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류보라는 아이돌로 데뷔하지 않았었다.
컬러즈뿐만 아니라 다른 소속사에서도 데뷔하지 않았다. 최소한 백녹하의 기억에선 그랬다.
그렇다고 배우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사라져 있었다.
아까 중간 평가 때 보니까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던데.
최소한 김려유나 조희온보다는 훨씬 잘했었다.
…무슨 일 있었나?
10년 전 일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 원.
나는 핸드폰을 노려보았으나, 핸드폰은 잠잠했다.
아직 내가 알 때가 아니다 이건가?
“그나저나 멘토 발표를 미룬 걸 보면 뭔가… 수작질을 하고 있나 본데.”
또 무슨 수작질을 하려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1위를 해도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신생아들 사이에서 혼자 어른이라고 인정받는 게 뭐가 기분 좋은 일이겠나.
1위를 못 하는 게 굴욕이면 굴욕인 일이었다. 그보다는 다음 방송이 훨씬 신경 쓰였다.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신경 쓰였고.
오늘 분위기를 보니, 생각보다 김 이사의 입김이 강한 모양이었다. 무대 같은 건 눈에 뻔히 보이는 건데도, 심사평과 순위를 입 맞춘 거 보면.
하긴 김모경, 전생에서도 보통 독한 사람 아니긴 했지.
나는 다시 한번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그런 사람의 횡포를 이기고 1위로 데뷔하려는 건데, 도움 좀 더 줘도 되지 않니? 뭐라도 힌트를 줘 봐.
답답하기 짝이 없네. 다음 촬영 날은 이틀 후라고.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
제작진: 중간 평가 어땠어요?
자막: 결국 눈물을 참지 못하는 연주홍 연습생…
[주홍: 사실 예전부터 많이 들었던 말이라 괜찮아요.] [제작진: 예전부터 많이 들었다는 것은?] [주홍: 항상 애매하다?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아요. 확실한 저만의 것이 없다고…]주홍은 빨개진 눈으로 훌쩍훌쩍 울다가도 헤헤, 하고 다시 웃었다.
[주홍: 순위가 속상한 게 아니에요. 9등도 제가 받기엔 과분한 순위라고 생각해요. 다만 매일 같은 평가를 받는데도 나아가지 못하는 제 자신이 답답해서요….]자막: 매번 평가 시간마다 같은 말을 들어야 했던 연주홍 연습생
[주홍: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지켜봐 주세요! 언젠간 저도 저만의 무기를 가지고 나타나겠습니다!]제작진: 다른 연습생의 무대는 어떤 게 눈에 들어왔었나요?
[려유: 류보라 연습생. 걔는 진짜 너무 예뻐요. 같은 걸 해도 좀 더 빛나는 느낌.] [희온: 김금 연습생. 확실히… 랩을 잘하더라고요.] [금: 윤청 연습생이요. 다들 윤청 연습생 뽑지 않아요? 아니라고요? 왜??] [보라: 그건… 차원이 달랐어요.] [주홍: 그 언니 왜 진작 데뷔 못 했을까요? 데뷔하고도 남을 실력이던데.]자막: 주홍 연습생,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나요
[경아: …제가 12위를 하는 게 전혀 억울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 열심히 따라가야죠.] [유현: 본 평가가 진짜 기대되더라고요.] [수인: 그 언니가 심사 위원 해도 되겠던데요?]제작진: 그럼 반대로, 저 연습생 좀 실망이었다 하는 연습생이 있었나요?
[려유: 백영 언니?] [려유: 아, 저 자꾸 뭔가 되게 나쁜 애처럼 보일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요.]자막: 알긴 아는…?
[려유: 그 언니가 원래 진짜 잘했어서. 그 순위가 좀 충격적이죠. 언니 본인도 충격받았을걸요?] [금: 려유요.] [제작진: 김려유 연습생은 2등 하지 않았어요?] [금: 그랬죠.] [제작진: 그럼 왜?] [금: 솔직히 그거 2등 할 무대는 아니지 않나? 한 5등 정도 같던데.]자막: 솔직한 MZ세대….
[주홍: 아이, 그런 거 물어보시면 안 되죠!] [제작진: 그래도 굳이 꼽자면?] [주홍: …려유 언니? 잘하긴 했는데, 2등까지인진…? 역시 심사 위원분들의 눈은 달라도 뭔가 다른가 했어요.] [수인: 전 뭐, 예상했어요. 려유 최소한 3등 안에 들 거라고.]제작진: 왜요?
[보라: (웃음)] [경아: 김 이사님 친척이니까요. 조카라는데 사실 딸인 건 아닌지?] [희온: 려유가 김 이사님 친척이라서 특혜가 있었냐고요? 아뇨, 전혀요.] [제작진: 다른 연습생들의 생각은 다르던데?] [희온: 려유에 대한 질투 아닐까요? 전 려유가 꼭 데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베프라서가 아니라, 진짜로. 려유만큼 열심히 하는 애가 없어요.]제작진: 특혜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막: 또다시 터지는 눈물…
[숨겨 왔던 비하인드 스토리… 과연 김려유 연습생의 진심은?] [다음 주 이 시간에 확인해 주세요!]***
그리고, 오 PD의 예상대로 ‘메이크 어 뉴 컬러’는 아주 많은 화제를 끌었다.
아니 윤청 뭐임
아니 한국인이라서 아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진짜 아니
울 보라와기 진짜 예쁜 건 알았지만 얼굴로는 깔 수가 업다 진짜
아 우리 주홍이ㅠㅠㅠㅠ주홍아 언니 우러ㅠㅠㅠ(gif)
윤청 얼굴 좀 보세요 다 봤으면 윤청 노래 들어보세요 다 봤으면 이제 춤 보세요 걍 미침
청뽕차오름 지금
탐라 전부 윤청 얘긴 거 댕웃기네ㅋㅋㅋ그래서 윤청 짤 좀ㅠ
근데 김ㄹㅇ 좀 쎄하지 않?ㅋㅋ다른 연습생 말 들어보니까 좀 쎄하던데 애가ㅋㅋ
└쎄믈리에 납셨네ㅋㅋ이제 2화인데 좀 가마니 좀ㅎㅎ
└ㄹㅇ 또 숲속 친구들 되지 말구ㅎㅎ
김세글자 빽 믿고 나온듯ㅋㅋ역시 코리아 학연지연‘혈연’이죠
그야말로 대박.
그렇게, 메이크 어 뉴 컬러 2화 시청률은-
1.8%를 기록했다.
***
멘토와의 만남 촬영 날이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최종 평가 날도 하루 밀렸다.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연습할 시간이 하루라도 더 생긴 것에 감사해했다.
물론, 나는 별로 기쁘지 않았다.
이미 나야 연습이 다 되어 있었고, 다른 연습생들이 미완성일수록 내가 더 돋보일 테니까.
…하긴 뭐.
“하나, 둘, 셋. 아니, 거기 템포 안 맞잖아.”
“자꾸 동작 날릴래, 희온아?”
“주홍아. 쌤이 뭐랬지? 너 시작할 때 엇박으로 들어가는 습관 좀 고치라고 했잖아.”
쟤네들한테 경쟁심을 느끼는 나도 한심하다.
여기 있는 애들 모두 햇병아리 수준이고, 나는 고인물인데.
…너무 치졸해지지 말자.
“백영아. 너 정신 안 차려? 너 내일모레가 평가야!”
“려유야. 2절 들어가면서부터 갑자기 힘이 확 꺾인다.”
지금 이곳은 컬러즈 연습실.
오늘은 중요한 촬영 날은 아니었고, 트레이너들이 연습생들의 무대를 봐주는 것을 찍는 날이었다.
심사 위원으로 참가한 두 트레이너도, 실제로 컬러즈의 트레이너였기에 연습생들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나도 다른 연습생들처럼 계속해서 연습했다.
…다른 게 있다면, 나는 지적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 정도겠지.
이거 이러다가 너무 눈에 띄면 곤란할 것 같은데.
조금 틀리는 척해 볼까.
“청아. 집중해야지. 음 샌다.”
일부러 음정을 살짝 새게 하자, 역시 지적이 바로 들어왔다.
“네!”
“중간 평가 때 1위 했다고 방심하지 말고. 진짜 중요한 건 본 평가니까.”
“넵.”
이게 오늘 받은 첫 지적이자, 또 마지막 지적이었다.
의아한 게 있다면, 칭찬도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