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2)
12화.
연습생들은 모두 옆의 연습실로 이동했다.
사실상 쫓겨나듯이.
그들이 모두 나가자 주요 스태프 몇 명과 심사 위원들은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아니, 쟤 뭐야?”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김 이사였다.
“원호 씨. 쟤 원래 저렇게 잘했어?”
김 이사는 조금 불쾌한 얼굴로 댄스 트레이너, 조원호에게 물었다.
“쟤 원래 춤 심각했는데, 진짜.”
“나 깜짝 놀랐잖아요.”
도희영도 만만치 않게 놀란 얼굴이었다.
“나보다 잘하던데?”
“…어쩌면 사장님보다 더 잘할 수도….”
보컬 트레이너, 강순화도 얼떨떨하게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걔가 워낙 못했어서 지금 더 잘 춰 보이는 거지.”
기대가 없으면, 오히려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조원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너무 엄청난 발전이었다.
“하긴…. 쟤 원래 데뷔조도 아니었잖아.”
“데뷔조긴 했어요. 저희 메인 보컬이 없어서 마지막 심사 위원 픽으로 꽂아 넣으려 했었죠.”
“아니, 그건 우리 픽이고. 원래는 쟤 욕받이로 대충 끼워 넣어서 다른 애들 논란 묻히게 할 생각이었잖아.”
김 이사는 윤청이 들으면 기함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해 댔다.
“저렇게 가면 무난하게 데뷔 픽으로 갈 것 같은데.”
대중들의 눈은 누구보다 날카롭다.
저렇게 압도적으로 실력이 뛰어나 버리면- 당연히-
“…1위로 뽑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데뷔할 수밖에.
방금 윤청의 무대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연습생들 사이에 10년 차 탑 아이돌을 데려다 놨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백녹하’는 그 10년 차 아이돌 중에서도 실력으로 유명했으니까.
하지만 이들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아니 무슨 약이라도 한 줄 알았어, 나는. 전혀 긴장을 안 해서.”
“…소주 조금 먹고 왔나?”
도희영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데뷔 초에 가끔씩 써먹던 방법이었다.
김 이사는 그런 도희영을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거 이대로 가면 좀 문제야.”
김 이사는 아주 못마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김 이사의 플랜은 이랬다. 가장 인기가 없을 게 뻔한 윤청을 데뷔조로 넣는다.
대중들이 어떤 것을 가장 잘 물어뜯던가?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을 선택하는 것.
어떨 때는 인성 논란이나 다른 논란보다도 더 크게 물어뜯는 것이었다.
김 이사는 김려유가 데뷔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PD 픽으로 편집점 잘 몰아주고, 서사 알아서 쌓아 주면 당연히 훨씬 유리했다.
거기다가 김려유가 특별히 못난 편도 아니고, 오히려 연습생들 중에서는 꽤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김려유에게는 딱 하나의 단점이 있었다.
과거.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는 것.
아무리 묻고 묻으려 해도, 김 이사는 알고 있었다.
어떤 것들은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 묻을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김 이사는 차라리 다른 욕받이를 앞세워 김려유를 묻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욕받이 대상으로 윤청을 택한 것이었고.
심약하고, 무대에만 서면 벌벌 떠는, 데뷔조에 몇 번 들었지만 족족 떨어지는 연습생.
절박하고 간절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한.
이용하기 딱 좋은 연습생이었다.
그런데.
‘바로 인정하네요?’
‘네, 사실이니까요.’
아까 그 당돌하게 대답하던 모습이며.
완벽에 가까운 무대며.
무엇 하나 놀랍지 않은 게 없었다.
에이스 서백영보다 훨씬 더 에이스 같은 모습이었다.
왜 우리가 쟤를 몰랐었지, 의문이 들 정도로.
“…어떻게 할까요?”
오 PD가 슬쩍 물었다.
“데뷔조는 그대로 가야 해요. 김려유, 서백영, 김금, 조희온, 윤청으로.”
김 이사는 딱 잘라 말했다.
“일단 윤청 분량을 좀 줄이죠. 저 무대는 통편집해 주세요.”
“네?”
오 PD의 눈썹이 매우 올라가기 시작했다.
방금 무대는 음악 방송만 3년을 연출했던 그가 봐도 레전드 무대였다.
고작 연습생이 사흘 준비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고.
방송에 나가면 무조건 화제가 될 무대였다.
화제가 뭐야, 오 PD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윤청을 1위로 만들 자신도 있었다.
저 정도 인재면, 시청률도 오른다.
원래 방송은 한 명의 걸출한 스타가 멱살 잡고 끌어 올리는 법이다.
특히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이면 더더욱.
그런데 그런 무대를 통편집하라고?
“그건 좀 무리입니다. 어차피 중간 평가를 통편집한다고 한들, 본 평가 때는 무대를 통편집할 수도 없어요. 모든 본무대는 오튜브에 올라갈 거고요.”
오튜브에는 모든 무대가 날것 그대로, 편집 없이 올라간다.
그때 가면 숨길 수도 없다.
오히려 저런 무대를 통편집했냐고, 역시 방송국 놈들 미친 게 분명하다고 욕이나 먹을 게 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조작 의심까지 따라올 거고.
조작하려다가 손모가지 날아간 놈들이 한둘이던가.
오 PD는 약간의 조작 정도면 모를까, 그렇게 티 나는 조작은 할 생각이 없었다.
특히나 자기 의지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의지로는 더더욱.
“아직 생방 무대도 아닌데 굳이 오튜브에 평가 무대를 올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김 이사도 고집이 만만치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미 기획 회의에서 다 통과된 사안입니다. 요즘 오튜브 아니면 화제 끌기도 쉽지 않아요.”
누가 본방 보냐. 요즘 다 OTT랑 오튜브로 보는 세상인데.
오 PD는 속으로 혀를 찼다. 엔터 이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감이 없어서야.
오 PD는 사실 불만이 아주 많았다. 김 이사가 윗선에 대체 뭘 먹였는지는 몰라도, 아주 제대로 먹인 게 분명했다.
국장이 대놓고 그에게, 어지간하면 김 이사의 말을 들어주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건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였고.
이건 확실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오 PD는 세상 물정도 모르는 고인물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를 망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김 이사님.”
오 PD는 손을 들어 김 이사의 말을 막았다.
“만약 시청률 안 나오거나 조작 논란이라도 터지면 저 대신에 뭐, 책임이라도 지실 겁니까?”
“….”
“김 이사님이 전부 지시한 거라고 말이라도 하실 거예요? 아니시죠?”
오 PD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일어섰다.
“평가를 뭐 어떻게 하시든, 그건 심사 위원분들 재량으로 하세요.”
“!”
“김 이사님이 만약 윤청 연습생을 누르고 싶다면, 한번 평가로 눌러 보세요. 별로였다, 뭐, 그렇게 하셔도 좋습니다. 대차게 까셔도 좋고요. 그건 확실하게 제가 방송에 넣어 드리겠습니다.”
나야 개이득이지.
김 이사 욕으로 댓글이 도배될 텐데.
욕도 화제성인 세상이다.
오 PD는 실실 웃었다.
“하지만 저는 방금 윤청 연습생 무대 가장 길게 잡아서 넣을 겁니다. 예고편에도 넣을 거고요.”
눈이 있으면 당연히 쟤가 뜰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오 PD는 인성은 없을지 몰라도 눈이 없진 않았다.
***
다시 촬영이 재개되고, 연습생들은 연습실로 돌아왔다.
심사 위원들뿐만 아니라, 연습생 사이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대부분은 상당히 지치거나, 혹은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평가를 잘 받은 사람이 적었으니까.
그리고,
“….”
윤청이 너무 압도적으로 잘해 버렸으니까.
사실 이들의 입장에선 모두가 다 같이 못하는 게 훨씬 낫다.
나만 못하는 것보다야, 다 같이 못하는 게 마음에 위로라도 된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럼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하는 게 낫다.
김려유나 김금, 류보라는 원래도 데뷔 유력 후보였다.
김금은 유일한 래퍼 포지션이었고, 김려유는 김 이사 친척이었으며 류보라는 인지도부터가 남달랐으니까.
하지만.
윤청은 아니었다.
모두들 조금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전에 인트로 안무를 소화해 낸 건 그럴 수 있다 치자.
의외긴 했지만, 죽어라 하나만 파서 운이 좋았다고 치자.
하지만 방금 그 무대는 운이 아니었다.
그건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본 연습생들이 가장 잘 알았다.
모두들 윤청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윤청은 꼴찌 후보에서, 1위 후보로 올라왔다.
그건 많은 의미를 가졌다.
“…윤청 연습생 평가 시작하겠습니다.”
첫째로, 사람은 원래 나보다 못난 줄 알았던 사람이 나보다 잘난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원래 잘하던 놈들이 잘하는 건, 괜찮다. 그건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나보다 못난 줄 알았던 놈이 나보다 잘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분하다.
“윤청 연습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네.”
둘째로, 이건 또 다른 기회였다.
연습생들은 사실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다.
소속사가 윤청을 심사 위원 픽으로 데뷔시킬 거라는 것을.
어차피 인기는 좀 없을 것 같으니까 심사 위원 픽으로 넣어서 메인 보컬로 데뷔시키자.
“…훌륭했어요. 솔직히 흠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당장 데뷔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 윤청이 누구보다도 잘해 버리면?
오히려 심사 위원 픽 자리가 빈다는 뜻이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 이 실력, 본 평가 때도 발휘하길 바랄게요.”
몇 마디 칭찬이 더 이어진 후, 중간 평가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김 이사는 역시나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칭찬을 한 건 트레이너들과 도희영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멘토를 만날 차례였다.
하지만 그때,
“원래 오늘 멘토를 만나 볼 예정이었죠.”
김 이사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런데 저희 일정에 조금 차질이 생겨서, 오늘 말고 다음번으로 미룰게요. 다들 양해해 줘서 고마워요.”
연습생들은 서로를 힐끗, 보았다.
김 이사가 말하는 ‘차질’이라는 게 윤청이라는 건 모두가 예상하는 바였다.
심지어는 윤청 본인조차도.
“중간 평가 순위만 발표할게요.”
도희영은 연습생들의 순위를 하나씩 발표했다.
“먼저, 12위와 1위는 마지막에 발표하겠습니다. 11위는, 박하은 연습생.”
도희영의 진행과 함께, 화면에는 하나둘씩 연습생들의 순위가 추가되었다.
연습생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앞으로 나와 섰다.
11위, 박하은
10위, 이주선
“그리고… 9위, 연주홍 연습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