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심사 위원들의 메인은 역시 김 이사인 듯했다.
그레이쉬의 멤버 도희영과 함께 센터에 앉는 것을 보니.
“안녕하십니까!”
연습생들의 우렁찬 인사가 끝나고, 심사 위원들은 모두 착석했다.
“자, 그럼 연주홍 연습생부터 보죠.”
김 이사는 마이크를 건네받더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넵, 1번 연주홍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연주홍은 특유의 쾌활한 기세로 인사했다.
손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얼굴의 미소만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저것도 재능이지.
“연주홍 연습생은… 화이트노이즈의 [Gifted>를 선택했네요.”
“네!”
“왜 이 곡을 선택했죠?”
오, 도 선배.
꽤 심사 위원 포스.
백녹하였을 때 나는 도희영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사석에서는 푼수 선배였는데, 역시 카메라가 돌아가면 또 다르네.
“어, 저는… 화이트노이즈 선배님들의 당당하고 멋있는 모습을 본받고 싶어서 이 노래를 선택했습니다!”
“이 노래 꽤 어려운데. 괜찮겠어요? 연주홍 연습생 음역대보다 조금 높잖아.”
보컬 심사 위원이 말했다.
“…넵!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열심히 가지고는 안 되지. 결과로 보여 주세요.”
연주홍은 나름대로 꿋꿋하게 대답했지만, 김 이사가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자 연주홍의 어깨가 조금 축 늘어진 것 같았다.
조금 안쓰럽긴 하군.
***
연주홍은 꽤 잘 해냈다.
안무가 어려운 편인데도 그럭저럭 소화해 냈고.
노래를 특출나게 잘하는 것까진 아니어도, 안정적으로 해냈다.
편곡을 잘한 건지, 걱정했던 음역대도 괜찮았다.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끼와 표정.
나를 또 한 번 보여 줄 거야
나만이 알았던 나를
저것만은 연습생들 중에도 발군이었다.
연주홍이 그렇게 인기 있었던 이유기도 했고.
매력 있었다.
원곡자인 화이트노이즈처럼 멋있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귀여웠다.
쌓여 있는 색색의 선물 뒤에
선물보다 더 설레는 순간들
그리고
나
그러나.
노래의 1절이 채 끝나기도 전,
“여기까지.”
김 이사가 손을 들어 노래를 중단시켰다.
그러자 연습생 모두의 눈이 흔들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쁘지 않았는데. 오히려 생각보다 잘해서 놀라고 있었는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놀랐으니, 연주홍은 오죽할까.
하지만 연주홍은 헉헉거리면서도, 바로 밝게 인사했다.
“연주홍 연습생.”
“네!”
김 이사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왜 중단시킨 것 같아요?”
나왔다.
모두가 가장 무서워하는 질문.
“음…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인 것 같습니다!”
“아니.”
김 이사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실력은 나쁘지 않았어요. 기대를 안 해서 그런가.”
“…가, 감사합니다.”
저런 말에도 감사하다고 해야 하다니.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제 본론이 나오나.
나는 오 PD를 힐끗, 보았다. 말하고 있는 김 이사가 아니라, 오 PD를.
얼굴이 아주 밝은 걸 보니 이 상황은-
“연주홍 연습생은 왜 항상 이렇게 애매하지?”
대본이군.
방송에서 짜고 치는 상황은 매우 많다.
오히려 너무 안 짜고 치면, 상황이 통제도 안 되고 재미도 없다.
그러니 짜고 치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적당히 큰 틀은 주어져야지.
특히나 여기 연습생들처럼 방송물 하나도 안 먹은 애들이 떼로 나오면 더더욱.
하지만.
“죄송합니다.”
그 큰 틀을 애들한테 안 말해 주면 안 되지.
“나한테 죄송할 건 없어요. 연주홍 연습생이 데뷔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손해 볼 건 없으니까.”
지금 이 상황은, 속된 말로 하자면 어그로다.
딱히 트집 잡을 게 없어도, 일단 뭐라도 트집을 잡아서 어그로를 끄는 것이다.
왜냐고?
그래야 자극적이니까.
“손해 보는 건 연주홍 연습생 자신이지.”
그래야 시청률이 오르니까.
“다음번에는 더 발전한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애는 씩씩하군.
그래, 차라리 저게 낫다.
악마의 편집 당하지 않으려면 저렇게 씩씩하고 당찬 게 나았다.
굳세어라 연주홍.
“네, 그럼 다음 연습생.”
***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엄청난 혹평을 들었다.
몇 명만 제외하고.
“항상 김려유 연습생은 평가에 강한 것 같네요. 기대 이상의 모습 좋았습니다.”
김려유와,
“김금 연습생은 남자 아이돌 노래를 커버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본인만의 매력을 잘 보여 줬어요.”
김금과,
“류보라 연습생은 확실히 사람 눈길을 끄는 뭔가가 있네요. 배우 출신이라 그런가?”
류보라를 제외하고.
류보라는 배우 출신이라는 언급이 나오자마자, 얼굴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배우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별로 좋아하지 않나?
“그럼 이제 한 명만 남았네요. 윤청 연습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도희영이 나를 불렀다.
나는 앞 순서의 연습생이었던 류보라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심사 위원들의 앞에 섰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야 이골이 날 정도지만-
“안녕하십니까, 12번 윤청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청으로 서려니 나름 또 긴장되네.
이렇게 긴장한 게 대체 얼마만이더라.
오히려 대상을 받을 때나,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할 때도 이렇게는 긴장하지 않았다.
“윤청 연습생은 선곡으로 되게 재밌는 걸 했네요?”
“네. 퍼플애플 선배님의 [forbidden>을 선택했습니다.”
김 이사는 나를 뚫어져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사장님으로 한번 화제성 좀 끌어 보겠다? 의도가 너무 투명하게 보이는데?”
아주 신랄한 말투였다.
“네, 맞습니다.”
근데 그렇다고 기죽을 나도 딱히 아니었다.
“…!”
김 이사나 다른 심사 위원들은 내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는지, 조금 놀란 눈치였다.
“바로 인정하네요?”
“네, 사실이니까요.”
진짜 사실인데 뭐 어쩌라고.
“…이렇게 관심을 끈다고 다가 아니에요. 소화를 해내야지. 오히려 제대로 못하면, 역효과일 수 있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걸 선택했다? 자신 있나 봐요?”
댄스 심사 위원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시비를 건다기보다는, 정말로 재밌어 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게, [forbidden>은 노래도 노래지만 안무가 매우 어려운 곡이었으니까.
“제 기억 속에 윤청 연습생은 보컬은 강했지만 춤에는 좀 약했는데. 혹시 편곡하면서 춤은 생략하기로 했나요?”
“아뇨. 춤도 그대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두 트레이너 모두 놀란 눈치였다.
아무래도 직접 윤청을 트레이닝시킨 사람들이니, 더 놀랐겠지.
“편곡을… 직접 했네요?”
도희영이 대본을 보다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네, 부족한 실력이지만… 직접 해 봤습니다.”
“이유가 있어요?”
도희영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작곡에도 관심이 있는 멤버니 그럴 만도 했다.
“제가 작곡이나 편곡에 관심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좋아하는 노래라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작곡도 해요?”
도희영은 이제 아예 놀라는 것도 포기한 눈치였다.
“왜, 그. 자기소개 영상 때도 자작곡 했잖아.”
옆에서 다른 트레이너가 말을 얹었다.
도희영은 몰랐다는 듯, 어깨만 으쓱였다.
쟤가 자기소개 영상에서 뭘 하든 알 바 아니다 이거겠지.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윤청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낮은지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1화도 방영하기 전.
내가 아무리 앞선 촬영본에서 활약을 하더라도, 심사 위원들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고로, 이들이 아는 윤청은- 지금의 윤청이 아니라 과거의 윤청.
기대치와 호기심이 바닥일 수밖에 없었다.
“네, 부족하지만 도전 중입니다!”
하지만 기대치가 낮다고 꺾일 나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앨범의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였다고.
편곡이야 아주 이골이 날 정도로 해 봤으니까.
…사실 이 노래, 전에 편곡한 적 있기도 했고.
연말 무대에 서 본 적이 있었으니까.
이거 너무 불공평했나?
“흠, 뭐. 명곡이긴 하죠?”
“엄청난 명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장님이 작곡하셔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사실 맞았다.
아부성 멘트지만 그래도 해야지. 사회생활인데요.
김 이사는 나를 묘한 눈으로 훑었다.
쟤가 저런 캐릭터였나, 하는 눈이었다.
“우리 사장님 입이 귀에 걸리겠네.”
“그니까.”
도희영과 댄스 심사 위원이 작게 소곤거렸다.
…물론 오디오에는 다 잡힐 정도로 크게.
“좋아요. 그러면 한번 보도록 할게요.”
***
나를 베어 물어
네 눈을 가렸던 것들을 걷어 내 줄게
나는 너의 새로운 세계야
드디어 노래가 끝났다.
사실 자신만만한 척했지만, 쉽지 않았다.
윤청의 성대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망가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삑사리라도 내면 망하는 건데, 라는 생각에 신경이 온통 곤두서 있었다.
다행히 삑사리는 안 나왔군.
자, 그럼 이제-
“….”
“….”
“….”
“….”
저쪽의 반응을 볼 차례지.
“잠시만 저희끼리 상의할게요.”
상의?
의외의 반응에, 나도 놀랐다.
그때, 오 PD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갑자기 끼어들었다.
“잠깐 쉬었다 갈게요!”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