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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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어제 류보라와 서백영의 작은 충돌 이후로 숙소 분위기는 푹 가라앉아 있었다.
김금은 류보라의 눈치를 보았고. 연주홍은 서백영의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멤버 모두의 눈치를 보았다.
‘다 언니처럼 행복할 순 없어요. 그래도 폐 끼치고 싶지 않다잖아요, 제가. 그냥 그거면 되는 거예요.’
설마 류보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가족의 존재가 류보라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리고 그 영향이 절대 좋지 못하다는 것도.
내 불찰이었다.
류보라의 기분을 좀 더 헤아려 주었어야 했는데.
19살이면 얼마나 예민할 시기야.
온 가족들이 류보라 하나 케어해 줘도 모자를 시기인데.
나라도 19살 두 멤버들을 챙겨 줬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백영도 챙겨야 할 타이밍 같았다.
마침 같은 방을 쓰니까.
“언니.”
나는 방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서백영을 불렀다.
하여튼 저 양반이 가만히 있는 꼴을 못 봤어, 내가.
“응.”
“…보라 일 말인데요.”
“난 괜찮아.”
서백영은 땀을 닦아 낸 후, 특유의 구김살 없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보라 입장을 생각 못 해 준 결과지, 뭐.”
“…아니에요. 다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까.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보라도 이해하고 있을걸요.”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라….”
서백영은 침대에 걸터앉은 후, 나를 올려다보았다.
“청이 너도 그렇게 생각해?”
“네?”
“내 환경과 보라의 환경이 다를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냐는 말이야.”
어….
솔직히 말해서 서백영의 환경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인지 생각 자체를 한 적도 없었다.
실수였다.
내가 서백영을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 모두가 살아온 방식이 다르다는 거였어요. 언니와 제가 다르듯. 보라와 언니도 다르죠.”
“…그건 그렇지.”
서백영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난…. 부모님이 이혼하셨어.”
“…!”
“그 과정이 사실 그렇게 쉽진 않았어. 법적으로 정말 오래 싸워야 했거든.”
나는 말없이 서백영의 맞은편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보라에게 법적인 도움을 받아 보라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어. 만약 그때 아버지와 내가… 법적인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을 테니까.”
서백영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법적인 분쟁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받는 일이긴 하지. 보라 마음도 굉장히 이해돼. 나였어도 솔직히 그깟 돈, 그냥 줘 버리고 말자 생각했을 것 같거든.”
서백영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조금 후련한 얼굴로 날 보았다.
“하지만 나는 보라가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애가 우리를 위해 희생하기보단…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음도 서백영의 마음과 매우 닮아 있었으니까.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 그거잖아. 나 하나만 희생하면, 저 사람이 더 행복해지겠지? 하는 거. 하지만 사실… 아니더라. 내가 희생하면 상대방이 더 슬퍼질 때가 있더라고.”
“…뭔지 알아요.”
“청이는 알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털어놓은 거기도 해.”
서백영은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무거운 얘기 들어 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말씀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보라는… 내가 얘기 잘해 볼게. 알겠지?”
“…네. 언니라면… 어렵지 않게 오해를 풀 거라 생각해요.”
서백영은 씩 웃었다.
“청이는 날 항상 믿어 주더라. 난 그게 좋아.”
“부담스럽지 않아요? 전 누가 저 믿어 주면 부담스럽던데.”
“아니? 기대에 부응해야지, 하는 동기가 돼서 좋아. 약간, 힘이 된다고 해야 하나. 으쌰라 으쌰… 뭐 그런 느낌.”
“그게 대체 뭔 느낌인데요….”
저런 사람도 있구나.
나는 서백영의 눈을 피했다.
나보다 훨씬 선한 사람의 눈을 보기란, 역시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난 그렇게 생각하거든. 믿음에 부응하는 사람보다, 그 사람을 믿어 주는 사람이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봐 봐.
과하게 좋은 사람이라니까.
“언니.”
“응.”
“제가 언니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아직도 많을 텐데.”
그건 그렇지.
그래도 그렇게 바로 말하면 내가 뭐가 돼.
“….”
“장난이야, 장난.”
“흥.”
“청아.”
“네.”
서백영은 핸드폰을 켜서 내게 무언가를 보여 줬다.
“나 어렸을 때 태권도 되게 오래했었다.”
“?!”
액정 위로는 태권도 검은 띠를 한 채로 브이를 하고 있는 서백영의 어린 시절 사진이 떠 있었다.
“언니 되게 어렸었네요.”
“난 뭐 어린 시절이 없나. 지금도 어려.”
서백영은 하하, 웃었다.
“나 태권도 다닐 때, 옆에 학원이 댄스 학원이어서 둘 다 같이 다녔었거든. 그러다가 태권도 원장님이 넌 예쁘고 몸을 잘 쓰니까 컬러즈 오디션 보라 해서 온 거야.”
“그런 건 보통 댄스 학원 원장님이 권유하지 않아요?”
“두 분이 부부셔.”
“….”
되게 귀여운 오디션 일화군.
“나 그래서 오디션 영상 보면, 태권도 하고 앉아 있어.”
“….”
용케 뽑혔다.
나는 속으로 서백영을 발굴해 낸 원장님 부부에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
“음. 그래서 내가 아무 말도 못 했는지도 몰라.”
“뭘요?”
“보라가, 나는 좋은 어른들 사이에만 있어서 아무것도 모른다 했잖아.”
“…네.”
“맞긴 해. 좋은 어른들이 주변에 많았거든.”
그랬구나.
“좋은 거죠.”
“응, 엄청 좋았어.”
서백영은 방문 앞까지 걸어갔다.
“그래서 보라도, 좋은 어른의 존재를 믿게 해 주고 싶어.”
“…이를테면 언니 같은?”
“난 성인이지, 어른인진 잘 모르겠네.”
하하.
서백영은 그렇게 웃고 방을 나갔다.
***
“…으음.”
다음 날 새벽.
이마가 화끈거리는 감각에, 눈을 뜨는 순간 생각했다.
이거 망했다.
“…언니.”
나는 옆 침대에 있는 서백영을 불렀다.
“어, 어. 응, 청아.”
서백영도 자고 있었는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아픈 것 같은데 혹시 매니저 언니 좀 불러 주실 수 있을까요.”
“뭐?!”
서백영은 단박에 침대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누가 보면 용수철인 줄 알겠어요.
“혹시 이거 독감일 수도 있으니까… 너무 가까이 오진 마세요…. 안전거리 유지….”
“처, 청이 너 독감이라고?!”
서백영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비척비척 내게 다가왔다.
“열은 안나?!”
“안 돼. 손대지 말고 나가요…. 당장…. 부탁할게요.”
“아니, 네가 아픈데 내가 어딜-”
“우리… 활동 일주일 남았어요. 한 명 아픈 거야 동선 수정으로 때울 수 있지만. 두 명은 안 돼요. 제발.”
내 말에 서백영은 그제야 손을 멈칫했다.
“매니저 언니한테 부탁할게요. 언니는 일단 나가서 매니저 언니 좀 불러 줘요…. 나… 나 링거라도 맞게.”
“어, 어! 그럴게. 매니저 언니한테 전화할게.”
서백영이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젠장.
초봄 추운 날씨에 불안불안하다 했다.
보자.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오늘 내일 스케줄만 불참하고. 목요일부터 출석하자.
전염성만 아니면 되는데. 단순 몸살인 거면 좋겠다.
나는 이마에 손을 댔다.
불덩이였다.
음.
이틀… 이틀 안에 무조건 나아야 하는데.
우리 이번 주도 1위 노리는 중인데.
좀 무리하긴 했지.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스케줄이었다. [탑 오브 아이돌>을 끝내자마자 [디어 마이 디바>를 촬영하고, 쉴 틈도 없이 바로 [Paper Dol>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앓아누워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안 좋잖아.
일주일만 늦게 아프지 그랬냐.
나는 약하기 짝이 없는 윤청의 몸뚱어리가 원망스러웠다.
“청아!”
아.
또 순식간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어느새 방에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매니저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니. 저… 열이 좀 있는 것 같네요. 일단 스케줄 좀… 체크…. 오늘 저 하루… 빠져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스케줄… 스케줄이 뭐였죠?”
“네가 왜 스케줄을 걱정해!”
매니저는 빽, 소리를 지른 후 내 이마에 손을 댔다.
사람 살갗이 이렇게 따갑고 쓰라리게 느껴질 줄이야.
그만큼 지금 내 몸이 아프다는 뜻이겠지.
“청아, 너 몸이… 엄청 불덩이야…!”
“다행히 인후통은 없어요. 전염성이 없는 거여야 할 텐데…. 멤버들 이 방… 못 들어오게….”
“애들 다 다른 매니저들이 케어하고 있어. 너는 일단 나랑 병원부터 가자.”
“알겠어요. 오늘 스케줄 뭔지… 얼른.”
실낱같이 뜬 눈, 시야에 매니저 얼굴이 보였다.
질린 것 같은 표정이다.
아픈 와중에 스케줄 챙기는 게 놀라운가 보네.
하지만 나는 펑크 이미지 생기는 게 더 무섭다. 내가 아픈 것보다 훨씬 더.
“오늘 지방에 행사 하나 있어. 나머지 멤버들 보내고, 죄송하다 하고 위약금 물어 드리면 돼. 아, 아니. 이게 아니고. 지금은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회사가 왜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넌!”
매니저는 날 일으켜서 들쳐 업었다.
이 나이 먹고 남 등에 업히려니 부끄럽구만.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헉.”
늦잠 자서 스케줄 지각한 기분으로, 그렇게 정신을 차렸다.
정수리부터 심장까지 전해지는 싸늘한 신호로.
“청아, 일어났어?”
눈을 뜨자, 매니저가 제일 먼저 보였다.
거, 무슨 로맨스 소설도 아니고.
눈 뜰 때마다 보니까 민망하군요.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아, 네. 훨씬 낫네요.”
나는 내 손목에 꽂혀 있는 링거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액의 힘이란 위대한 거군.
몸이 훨씬 가벼웠다.
“과로해서 열이 났던 것 같대. 네가 걱정했던 대로 무슨 병이 있는 건 아냐. 하지만 당분간은 제발 휴식 좀 취하라더라.”
“…이번 주 활동까지만 하고 바로 쉴게요.”
“내가 말린다고 네가 듣겠니.”
매니저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것보다….
“멤버들은요?”
“아… 그거.”
매니저가 난감한 듯, 웃음기가 있는 듯… 뭔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왠지 불안한데.
“그… 청아.”
“무슨 일인지 빠르게 말씀해 주세요.”
“네가… 자고 있는 동안…. 좀 많은 일이 일어났어….”
“!”
안 좋은 일이 터졌구나.
젠장.
“다들 괜찮은 거예요? 뭐 다친 사람이-!”
“아니. 아니. 아무도 안 다쳤어.”
다행이다.
나는 바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뭐가 문제죠?”
몸이 다친 게 아니라면.
어떤 문제든 내가 해결하면 된다.
“그게…. 문제는 아니고. 오히려… 좋게 잘 풀린 것 같아. 아주 다행히.”
“…?”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군.
내 시선에, 매니저는 식은땀을 흘리며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어…. 길게 설명해 주는 것보다… 이 영상을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매니저가 건넨 건, 오튜브의… 직캠?
이거….
“이거 멤버들 오늘 가야 했던 행사 스케줄, 그 무대 아니에요?”
“…정확히는 어제… 거지. 오늘은 수요일이라, 다른 멤버들은 음방 스케줄 갔어.”
벌써 하루가 지났다고?
나는 황급히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영상을 다 본 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게 뭐예요?! 멤버들은…!”
“다들 괜찮아. 멀쩡해. 아주 멀쩡해.”
“제 눈으로 확인해야…!”
“지금 다들 사녹 끝내고 인터뷰 중이야.”
“네?”
뭔 인터뷰?
내 멍한 표정에, 매니저는 난감한 눈으로 보았다.
“청아. 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