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7)
17화.
커버곡 미션 경연 당일.
열두 명의 연습생들은 메이크업을 받고 난 후,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저번에 데뷔곡 [Rainbow>를 촬영했던 그 스튜디오였다.
물론 무대 세트는 많이 변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저번보다 훨씬 단순한 분위기의 세트장이었다.
하긴, 매번 그렇게 돈 쓸 방송사가 아니긴 해.
나는 매일 예산 문제로 투덜거리던 오 PD를 떠올렸다.
이번 미션 최종 평가에서 내 순서는, 아홉 번째.
적당한 순서였다.
“으아아아아….”
대기실.
여기저기서 긴장감에 끙끙거리는 소리, 앓는 소리, 한숨 소리, 예민함에 날카로운 소리들이 들렸다.
오랜만에 카메라가 잠깐 없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밝게 웃겠지만.
“흐어어….”
내 옆에서 머리를 꽁꽁 쥐어 싸매고 있는 건 연주홍이었다.
중간 평가 때부터 멘탈이 좀 아슬아슬해 보이던데.
오늘은 완전히 넋이 나갔군.
“많이 긴장 돼?”
“당연하죠.”
연주홍은 화장이 지워지면 안 되니까 얼굴을 감싸지도 못하고, 한숨만 쉬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건 처음이에요.”
대기실에는 무대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었다.
모니터에는, 텅 비어 있는 무대와 빽빽한 관중석이 교대로 보이고 있었다.
자기소개 영상 효과인지, 각 연습생들을 응원하는 슬로건들이 가득했다.
저기 윤청 이름도 있네.
백녹하라는 이름이 아니라, 윤청이라는 이름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묘했다.
“삑사리 나면 어쩌죠?”
“뭘 어째. 안 난 척해야지.”
삑사리 하나 때문에 무대 전체를 망칠 순 없으니까.
난 단호하게 말했다.
“저기에 저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온 것 같은데. 저한테 엄청 실망하실 거예요. 대충 얼굴 보고 들어오셨다가 실력 보고 도망치면 어떡해요?”
“…그건 뭐… 방법이 없지.”
팬들이 누굴 응원할지는 팬들의 자유니깐.
그러나 연주홍은 내 말에 더욱 더 시무룩해졌다.
“전 심지어 언니 바로 뒷순서잖아요!”
“음, 뭐. 뒷순서인 게 싫은 거야? 어차피 투표 반영, 누적 반영도 아니니까 뒷순서라고 해서 나쁠 건 없잖아.”
만약에 투표가 누적으로 반영된다면 뒷순서는 불리하다.
자칫하면 분량 문제로 편집되어, 다음 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한번 그런 시스템으로 욕을 먹었던 방송사라 그런지,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최종회의 투표만이 결과에 반영된다.
2주에 한 번 발표되는 투표 결과는, 일종의 지표 확인 정도였다.
“아뇨. 뒷순서인 게 문제가 아니에요. 언니 바로 뒤인 게 문제인 거죠. 안 그래도 저 실력 부족이라 완전 비교될 텐데….”
연주홍은 옆에서 계속 중얼거렸다.
얘가 원래 이런 애였나. 전생에서는 굉장히 강하고 빈틈 하나 없는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너 실력 부족 아냐.”
“에이.”
내 말을 듣고도 연주홍은 손사래를 쳤다.
“괜히 저 위로해 주시려고 그럴 필요 없어요. 저도 제 실력, 다른 언니들에 비해 부족한 거 알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야, 맨날 저 욕만 먹잖아요. 트레이너님들도 저 어중간하다고 그러고. 보컬 트레이너님도, 댄스 트레이너님도, 하다못해 랩 선생님도 그러시는 거 있죠. ‘야, 주홍아, 너는 어떻게 랩도 그렇게 애매하게 하냐?’”
연주홍은 랩 선생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해 냈다.
의외로… 잘 따라 하는데?
“하도 어중간하단 말을 들어서 그런가, 연주홍이 아니라 이름을 연중간으로 바꿀까 생각도 했다니까요.”
연주홍은 입이 댓 발 나와서 투덜거렸다.
“난 오히려 그게 더 대단한 것 같은데.”
“네?”
연주홍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날 보았다.
“그 말은, 춤도 중간 이상은 하고, 노래도 중간 이상은 하고, 심지어 랩도 중간 이상은 한다는 거 아냐?”
“…어….”
“그런 게 올라운더 아닌가?”
“올라운더라고 하기엔 실력이 좀… 부족하죠.”
연주홍은 시무룩해하며 분홍색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음.
웬 토끼 귀가 보이는 환상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네가 이곳에서 중간 이상은 가. 물론 네가 가장 뛰어난 실력자라고 말하진 않을게. 그건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나는 연주홍의 중간 평가 무대를 떠올리며 말했다.
“저번 무대만 봐도, 넌 충분히 잘해 냈어.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연습생이 그 정도면 잘한 거야. 물론 데뷔 후엔 더 잘해야겠지만, 넌 어리니까 발전할 거고.”
“….”
연주홍은 굉장히 얼떨떨한 눈으로 날 보았다.
나 뭐 말실수했나?
“언니.”
“응?”
“언니 요즘 변했단 말 많이 듣죠?”
…그렇지. 진짜 사람이 변하긴 한 거니까.
영혼 자체가 바꿔치기됐는데 그대로일 리가 있나.
“저는 뭐, 언니에 대해서 원래도 잘 몰랐으니까 변했는지 아닌지는 몰랐었는데….”
연주홍은 무언가 혼란스러움 반, 묘함 반 섞인 표정이었다.
“언니가 되게 다르게 느껴지긴 하네요.”
“다르다고?”
“네.”
음.
좀 더 윤청처럼 굴었어야 했나?
나는 윤청처럼 구는 게 어떤 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미 데뷔한 선배님들 같아요.”
뜨끔.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그럼?”
“멋있단 거죠.”
연주홍은 결연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솔직히 전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무대에선 안 쫄도록 노력해 볼게요.”
으이구.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그게 어디야. 무대에서 안 쫄기,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
10년 차인 나도 맨날 쫄았으니까.
넌 안 쫄기만 해도 엄청난 거지.
***
[네! 지금까지 방수인 연습생의 [Perfect color> 무대였습니다. 정말 파워풀한 무대였는데요!]앞순서의 무대가 모두 끝나고, 결국 내 무대의 차례까지 왔다.
무대 아래에서 대기하는 동안 나를 소개하는 멘트가 들려왔다.
나도 마지막으로 입을 풀고 목소리를 내보았다.
윤청의 성대는 상당히 혹사당한 상태였기에, 나도 사실 음 이탈이 걱정됐다.
근데 그건 뭐, 운명에 맡기는 거고.
지금은 그런 걱정 따위가 무대를 망치게 둘 순 없지.
심장이 뛰는 게 느껴졌다.
이런 감각은 또 오랜만이네. 단순한 긴장을 넘어선 느낌.
이런 걸 뭐라고 하더라.
[퍼플애플의 [forbidden>. 이제는, 윤청의 [forbidden>입니다.]…신인의 설렘, 이라고 해야겠지.
“윤청 연습생, 올라가세요.”
스태프의 안내 멘트에 따라, 나는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섰다.
아, 정말이지 낯익으면서도-
너는 아니라 말하지만 shh
너의 눈은 날 보고 있잖아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다.
***
스포주의)ㅁㄴㅋ 첫 미션 방청 후기
※주관주의※
※반박 시 니 말이 다 맞음※
※곧 썰릴 예정※
일단 애들 다 쩔었음.
색색놈들 진짜 이 간 거 느껴지더라…
여돌 맛집으로 유명한 컬러즈답게 진짜 애들 퀄 전반적으로 높았음.
일단 애들 후기는 눈에 띄는 애들 것만 쓸게. 12명 거 다 쓰기엔 너무 피곤함.
1빠는 김금이었음. 올컬러즈 노래 했던데 진심 개쩔었음 걍 김금 빠들은 마음 놔도 될듯 춤은 그냥 간단하게만 췄는데 랩실력 걍 압살임 데뷔안할 수 없음
…
아홉번째가 윤청이었음.
다들 윤청 기대 높을 거임 나도 높았고.
그리고 절대 실망 안할 무대일 거임.
무슨 옛날 노래 커버했던데 듣자하니 홍연서 아이돌 시절 노래래.
어케 허락 받은 건지는 몰겠는데, 진심 신의 한수.
컨셉부터 걍 미침.
자기소개 영상처럼 여리청순인디 컨셉으로 가겠거니 했는데 띠용 반주부터 개쎄죠 미쳤죠
약간 그 뱀 컨셉으로 가는데 섹시 컨셉이라기보단 뭔가 개멋있는 언니 컨셉에 가까웠음
약간 여팬 저격 컨셉이었음
라이더랑 흰 셔츠에 검은 넥타이랑 가죽스키니 입었음
※넥타이가 ㅈㄴ 중요함※
폰카에 몰래 찍은 거라 화질 구리지만 볼 사람은 보셈
(사진)
물론 노래실력은 말할 것도 없음
걍 미침 춤도 잘 추던데?? 누가 메보라서 춤 못출거라 그랬냐?
걍 미쳤던데 다른 애들도 잘했지만 얜 무슨 데뷔 10년차 같더라니깐
★
ㅁㄴㅋ 윤블루 스포♥
(영상)
#메뉴컬 #윤청 #넥타이청 #라이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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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발짝 다가와 girl
난 여기 널 위해서
뿌리내리고 열매를 맺고
영상 속 윤청은 검은색 생머리를 휘날리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기다려 왔어 this moment
베어 물어 날 here we go
윤청은 넥타이를 풀어 양손으로 잡아당겼다.
그리고 넥타이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눈이 가려진 상태로 완벽하게 후렴구를 소화해 낸 후, 곡의 마지막으로 치닫는 순간.
노래의 분위기가 변하고.
두려울 건 없어
나를 베어 물어
네 눈을 가렸던 것들을 걷어 내 줄게
가사에 맞춰 윤청은 눈을 가렸던 넥타이를 끌어 내렸다.
카메라 또한 윤청의 눈을 클로즈업했다.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눈가에 조명이 내리쬐었다.
그러자 오른쪽 눈 아래에 있는 눈물점이 반짝 빛났다.
나는 너의 새로운 세계야
그리고 노래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