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22)
22화.
팀 결성 이후 첫 번째 날.
각 팀은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흩어졌다.
우리 팀도 그랬다.
일단 이주선과 연주홍은 컨셉 레퍼런스를 따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겠다고 사라졌다.
김금과 나는 작곡을 위해 소속사 내 작업실로 빠졌다.
작업실 천장을 슬쩍 보니,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오 PD는 이제 카메라맨이 따라다니는 횟수가 줄어들 거라고 말했다.
그 대신 소속사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고, 그것을 토대로 관찰 예능처럼 내보낼 예정이라 했다.
작업실은 그중 하나였다.
어떻게 보면 카메라맨이 없으니 자유로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숨이 막히는 방식이었다.
눈에 안 보이더라도 내 행동 하나하나가 방송에 나간다는 뜻이었으니까
방심할 수 없다.
“금아.”
“넵.”
“여기 말고 카메라 없는 곳으로 갈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연습실과 작업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건 아니었다.
메뉴컬에 참여하지 않는 연습생이 더 많으니까. 그 연습생들도 연습할 공간이 필요하고.
“혹시 뭐, 저 때리시려는 건가요?”
“…내가 굳이 왜….”
“그런 거 아니면 옮기죠. 저도 좋아요.”
그렇게 우리는 카메라 없는 연습실로 자리를 옮겼다.
“뭐, 여기가 더 좋네요. 저는 주로 여기 와서 곡 쓰거든요.”
“평소에 곡 많이 만들어 놨어?”
“네.”
김금은 자신의 노트북을 켜서 내게 보여 주었다.
“대충 이 정도.”
…혹시 밥 먹고 노래만 만들었니.
나도 싱어송라이터였기 때문에 노래를 많이 만들었었다.
비록 모든 노래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데뷔 후 10년 간 만들어 놓은 노래만 해도 500개는 넘어가지 싶은데….
얘는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이미 몇백 개는 있는 것 같았다.
“전부 완곡은 아니고, 대부분은 그냥 탑 라인 정도만 만들어 놨어요.”
“그래도 대단한데.”
나는 전생에서 본 김금을 떠올렸다.
김금은 아티스트로서도 성공했지만, 작곡가로서도 성공했었다.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는 족족 히트를 쳤기 때문에, 항상 저작권 수입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었다.
천재는 떡잎부터 남달랐구나.
나는 새삼 감탄했다.
“원래는 만들어 놓은 노래 중 하나를 가져다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 PD님께 여쭤봤었거든요.”
“안 된다고 하시지?”
“네. 절대 안 된다더라고요. 형평성에 안 맞는다고.”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형평성도 형평성이지만, 그렇게 미리 만들어 둔 것을 쓰면 방송이 재미가 없어질 테니까.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애초에 제가 만든 것 중에서 저희 컨셉이랑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도 없고요.”
“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만 물어봐도 돼?”
“언니를 왜 뽑았냐고 물어보시려는 거죠?”
“응.”
의도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좋다.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그걸 줄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궁금했어요.”
김금은 자세를 바로잡고 나를 똑바로 보았다.
그래, 궁금할 법도 하지.
작곡 쪽에는 재능이 전혀 안 보이던 애가, 자기소개 영상부터 자작곡을 들고 왔다.
작곡 쪽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은 김금으로선 궁금할 만했다.
라이벌이 나타난 거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일까.
나는 긴장했다.
라이벌을 옆에 둔 채 탐색이라도 한번 해 보고 싶은 걸까.
내 작업물을 보고 싶어 하려나.
견제가 들어오려나?
“살려 주세요!”
음?
“제발! 저랑 같이 데뷔해 주세요! 저는 혼자서 팀 앨범 만들 자신 없다고요!”
어?
“소속사에서는 맨날 저만 믿고 정규 앨범 열두 곡 다 뽑아 보란 소리나 하지, 사방에선 컬러즈니까 당연히 작곡 멤이 다 만들겠다며 기대하지. 아니, 제가 어떻게 그걸 혼자 다 만들어요?”
“그… 그렇지.”
“선배님들도 처음부터 다 만들진 않았다고요. 그런데 저한테는 기대가 크다며 아무도 안 도와주려 해요! 심지어 다른 연습생들은 작곡 작사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고요!”
김금은 그야말로 쌓아 왔던 울분을 터트렸다.
“제가 곡 뽑아내는 기계예요, 뭐예요? 전 그냥 수능 치기 싫은 18살 고딩이라고요!”
“맞지맞지….”
“탈주할까, 그냥 도망칠까 고민하던 차에 언니가 갑자기 나타난 거예요!”
어…? 어…?
“언니의 자작곡을 듣는 순간 저는 생각했어요.”
뭐, 뭐를.
“됐다.”
아니, 뭐가 됐는데.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김금은 호랑이처럼 올라간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내 두 손을 부여잡았다.
“이제 제가 데뷔 못 하더라도 언니는 데뷔해야 하는 겁니다. 알았어요?”
“어?”
“아시겠냐고요.”
“아, 알겠어….”
왜 내가 기가 죽는 거지?
김금은 내 대답에 그제야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모니터를 가리켰다.
“그럼 같이 협력해서 곡을 뽑아 보시죠.”
“으응.”
“저는 언니만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작곡 포지션 너 아니었어?
난 작사 포지션 아니었어?
나는 항의하려다가, 컬러즈에 이미 많이 당한 듯 한껏 찌든 김금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내 데뷔 초가 떠올라서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나는 중소 소속사의 소녀 가장이었다.
첫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소속사 입장에선, 돈 한 푼 한 푼이 아쉽고 아까웠다.
비싼 노래를 사 올 여력이 없었던 서 대표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나한테 매달렸다.
‘녹하야, 내가 능력이 없어서 미안하다…. 노래 하나 사 올 돈도 없어서 미안해….’
덕분에 내 작곡 실력만 강제로 일취월장하고 말았었지.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뒷골이 당겨.
그런 시절을 겪어 왔다 보니, 김금의 마음이 완전히 이해됐다.
너도 이 그룹의 소녀 가장이 되고 있었구나.
“금아.”
“네.”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어떤 마음인지 알아. 우리 함께 끝까지 해 보자.”
“!”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
화끈하게 캐리해 보자.
“언니.”
“응?”
“제 영혼은 이제 언니 겁니다.”
그거까진 필요 없구….
***
그렇게 김금과 동맹 아닌 동맹을 체결했다.
사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김금의 작곡 능력에 적당히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철없는 생각이었지.
핏덩이에게 기댈 시간에 곡이라도 하나 더 뽑았어야 했는데.
나는 고민하다가, 예전에 작곡해 두었던 노래 중 하나를 떠올렸다.
전생에서도 발표한 적 없는, 차차기 서브타이틀곡으로 생각해 두었던 곡이었다.
전생에서 타이틀곡으로 만들어 두었던 노래는, 경연 미션곡으로 쓰기에는 좀 아까웠다.
앞으로 데뷔하고 나서도 곡은 계속 내야 한다.
타이틀곡 정도로 뽑힐 만큼 괜찮은 노래는 아낄 필요가 있었다.
서브타이틀도 살짝 아깝긴 하지만….
쓰자.
어차피 이 세상에선 나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데, 뭐.
알차게 다 털어먹고 뜨자.
처음부터 완곡을 다 들려주면, 예전에 만들어 둔 거 아니냐는 의심을 살 게 뻔했다.
그래서 먼저 후렴구 라인 몇 마디만 들려주었다.
“!”
김금은 유심히 내 노래를 듣더니 눈을 미친 듯이 빛냈다.
“잠시만요, 언니.”
김금은 혼자 노트북으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더니, 내게 들려주었다.
“다음 진행은 이렇게 해 보시면 어떨까요.”
“!”
이번에는 내 쪽이 놀랐다.
원래 내 곡의 진행보다 훨씬 세련되고 신나는 멜로디가 나온 것이다.
이거… 괜찮다. 정말로.
“좋은데?”
“그렇죠? 괜찮죠?”
김금은 매우 뿌듯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도와 달라고 하긴 했지만, 얘도 기본적으로 천재는 천재다.
정말로 나한테 모든 것을 맡길 생각은 없었겠지.
하나보단 둘이 심적으로 훨씬 낫다.
도움이 되든 안 되든 동료는 있어야 든든한 것이다.
“응. 진짜 괜찮아. 그러면 도입 부분도 같이 생각해 보자.”
“아뇨, 언니.”
“응?”
김금은 비장한 표정이었다.
어디 전쟁터라도 가니.
“여기서부턴 제가 할게요. 데뷔하면 같이 만들겠지만… 이번엔 제 포지션이니까.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래?”
“넵. 맡겨만 주십쇼.”
진짜 이렇게 믿음직할 수가.
김금은 예의 쾌녀 그 자체인 미소를 지으며 내게 따봉을 날렸다.
그리고 신나게 헤드셋을 낀 채로 이것저것 비트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집중력 하나는 대단하네.
진심으로 작곡을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컬러즈 이놈들….
이렇게 작곡을 좋아하는 애한테 대체 무슨 짓을 했으면….
열심히 하는 김금을 보니, 여러 생각들이 겹쳤다.
나도 질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이 열정만큼 화답하고 싶다는 생각.
나는 중간중간 김금이 만드는 노래를 확인하며, 그에 맞게 가사를 수정하고 다듬었다.
우리 둘은 서로 협력해 가며 노래를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금아. 벌써 새벽 3시다. 이제 돌아가서 자자.”
“아, 안 돼요. 저 1시간만 더….”
“무슨 마음인지 알겠지만, 뇌라는 건 혹사시킨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냐. 잘 땐 자야 효율이 높아져. 내일 다시 해.”
“그렇지만 조, 조금만 더….”
“자라.”
“넵.”
김금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노트북 두고 가라.”
“…힝.”
내가 네 마음을 모를 줄 알고?
나도 다 겪어 본 것들이다, 이거야.
***
김금을 데려다주고, 나는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나도 이렇게 작사에 집중한 게 오랜만이네.
처음엔 그냥 원래 작곡했던 노래 그대로 가려 했는데, 김금이 발전시키는 걸 보니 어쩐지 승부욕이 발동했다.
나보다 한참 어린 후배한테 질 수 없다는 이상한 자존심이랄까.
…기분이 묘하면서도 좋았다.
아직 데뷔도 안 한 친구들이랑 생활하니까 초심으로 돌아가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나는 대충 씻고 나와서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거의 12시간 만이었다.
오늘 정신이 없어서 핸드폰 한 번을 못 열어 봤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부재중 전화 12통, 문자 39개?”
이게 또 무슨 일이야.
나는 황급히 전화 목록부터 확인했다.
-연주홍 (12)
전부 연주홍으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였다.
이주선이랑 나간 동안에 무슨 일이라도 터진 건가?
나는 불안한 마음에 문자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
연주홍
언니 ㅠ
언니 큰일났어요
금 언니랑 여기 좀 와주시면 안 돼요?
주선 언니 가버렸어요…
주선 언니 엄청 화나서 가버렸어요 촬영 중에… 어떡해요??
주선 언니 미쳤나봐요 아니 말이 안 통해요
다른 문자 내용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충 훑어보니,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이주선이랑 컨셉 논의 중에 엄청 부딪쳤나 보군.
다른 문자도 큰일이었지만, 이 문자가 최악이었다.
연주홍
주선 언니 저희 팀 나간대요ㅠ
큰일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