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작사 깃발이었다.
최악은 피하긴 했는데….
뭐, 괜찮나.
다른 연습생들도 빠르게 깃발을 낚아채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깃발은 당연하게도 작곡 깃발이었다.
“안 돼………….”
어마어마한 절규와 함께.
마지막 작곡 깃발을 거머쥔 건, 다름 아닌 조희온이었다.
애도한다….
네 특기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작곡이 아닌 건 알겠다.
“자, 다들 포지션을 하나씩 가져갔죠? 그럼, 해당 포지션 멤버들을 발표하겠습니다.”
포지션 1. 작곡
: 김금, 신유현, 조희온
포지션 2. 작사
: 류보라, 윤청, 이경아
포지션 3. 안무 제작
: 이주선, 서백영, 박하은
포지션 4. 컨셉과 코디 총괄
: 연주홍, 김려유, 방수인
오 PD는 PPT 화면을 넘겼다.
“이번에는 팀을 세 개로 나눌 겁니다. 그리고 각 팀에는 포지션 별로 한 명씩 멤버가 배정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Team A. (작곡 1, 작사 1, 안무 1, 컨셉 1)
“자, 그럼 이제 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오 PD는 파리처럼 손을 비비며 말했다.
“그냥 제비뽑기를 하면 재미가 없겠죠?”
“아뇨!”
“에이, 튕기긴.”
튕기긴 뭘 튕겨.
사람 말 귓등으로도 안 듣는군.
“자, 아무리 최종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곤 하지만, 미션 순위는 중요합니다. 그러니 미션 순위 1, 2, 3등에게 베네핏을 주도록 하죠.”
“…!”
연습생들의 눈이 커졌다.
지난 미션의 1, 2, 3등은 김금, 김려유, 서백영이었다.
“자, 김금, 김려유, 서백영 연습생. 앞으로 나와서 리더 배지 받으세요.”
졸지에 각 팀의 리더가 된 세 사람은 배지를 트레이닝복에 달았다.
“김금 연습생.”
“네.”
리더 배지를 단 김금은 제법 잘 어울렸다.
약간 리더긴 한데… 아이돌 그룹 리더가 아니라 무슨 군대에서 원 스타 이런 거 하고 있을 느낌이었다.
“김금 연습생은 지난 미션 MVP였죠.”
그랬다.
김금은 심사 위원 선정 MVP 1위와 현장 투표 1위를 동시에 거머쥔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나도 김금이 두 1위를 가져간 것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실력이 정말 좋긴 했거든. 무대도 잘 만들어졌고.
“넵.”
“MVP 베네핏으로, 가장 먼저 팀원을 뽑게 해 드리겠습니다.”
김금의 얼굴엔 고작 그거냐, 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말 표정 관리 못 하는구나.
“이제 여러분은 여러분의 포지션을 제외한 다른 포지션의 멤버를 영입해야 합니다.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할 겁니다. 김금 연습생부터, 김려유 연습생, 그리고 서백영 연습생까지.”
나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내 포지션은 작사.
그러나 작사 포지션에는 김금과 절친인 류보라가 있다.
당연히 류보라를 뽑겠지.
그리고 작사 포지션은 아직 멤버들의 능력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최우선순위가 아니다.
김금 정도 되면… 컨셉이나 안무 제작이 더 우선순위 아닐까.
내가 김금이라면 일단 안무 멤버부터 영입할 것이다.
누가 잘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저는 작사 포지션의 윤청 연습생 뽑겠습니다.”
?
“오케이. 윤청 연습생, 김금 연습생 뒤에 서세요.”
나? 나를 뽑은 거야?
나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나 자신을 가리켰다.
그러나 김금은 굉장히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왜? 왜지?
나는 의문스러웠지만 일단 김금 뒤에 섰다.
그 뒤로 김려유는 가장 절친한 친구인 조희온을 뽑았다.
음.
조희온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까 반응 보니 작곡엔 젬병인 것 같던데.
역시 혈연픽답게 우정픽을….
“자, 자동으로 작곡 포지션의 신유현 연습생, 서백영 연습생의 팀이 됩니다. 서백영 연습생, 추가로 한 명 더 뽑으세요.”
“저는 작사 포지션의 류보라 연습생 뽑겠습니다.”
저건 투표를 의식한 선택이었다.
나머지 연습생들은 비교적 순위가 낮은 연습생이니, 류보라를 뽑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다.
“저는 연주홍 연습생 뽑겠습니다.”
김금은 이어서 연주홍을 뽑았다.
연주홍은 비교적 빨리 불린 게 좋았는지, 헤실헤실 웃으며 내 뒤에 섰다.
그렇게 하나둘씩 이름이 불리고, 모든 팀원이 정해졌다.
Team A
작곡: 김금
작사: 윤청
안무: 이주선
컨셉: 연주홍
Team B
작곡: 조희온
작사: 이경아
안무: 박하은
컨셉: 김려유
Team C
작곡: 신유현
작사: 류보라
안무: 서백영
컨셉: 방수인
우리 팀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이주선은 내가 잘 모르는 연습생이긴 하지만, 중간만 가면 된다.
나머지 셋이 그렇게까지 능력치가 바닥을 치는 것도 아니고.
안무가 걱정이긴 하지만….
여차하면 전생에서 썼던 안무 몇 개만 끌어다 쓰자.
“아, 려유 언니! 나 친한 사람 한 명도 없어.”
…저건 좀 걱정되네.
이주선은 김려유에게 쪼르르 달려가 투덜대고 있었다.
김려유와 친했군.
“걱정 마세요.”
“!”
“주선이 정도는 신경 쓸 필요도 없어요. 제가 처리할 테니까.”
그때, 김금이 내 뒤로 와서 비장하게 속삭였다.
언제부터 날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
아니, 그것보다 처리한다는 건 또 무슨 말이야?
“언니는 그냥 노래만 잘 뽑아 주시면 돼요.”
“어… 작곡은 너 아냐?”
“백짓장도 맞들면 낫고, 저희는 팀이니까 뭐든 맞들어야 합니다. 콩알 하나도 맞들어서 먹어야 돼요, 이제.”
맞는 말이긴 한데 왜 이렇게 짜증 나냐.
“이주선! 이리 와!”
“나 잠깐-”
“3, 2…”
“가고 있어!”
“늦으면 좌로 구르게 합니다.”
…너 혹시 호랑이 교관?
매우 단호한 김금 덕분에, 우리 셋은 기가 바짝 든 채로 모였다.
“자, 시간이 열흘밖에 없으니 빠르게 가야 합니다.”
김금은 어디서 구한 건지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가져왔다.
“먼저 컨셉을 대략적으로 정해야 그에 맞게 다른 것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주홍 연습생?”
“네, 네?”
연주홍이 저렇게 누군가한테 기죽은 거 처음 본다.
“연주홍 연습생이 컨셉 담당이니까 의견 부탁드립니다. 저희 넷이 뭘 하면 좋을까요.”
“어….”
연주홍은 쉽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지, 우물쭈물했다.
그럴 만했다. 방금 팀이 결성되었는데 뭐가 떠오르겠냐.
“그러지 말고, 큰 틀은 같이 정해요. 세부적인 건 연주홍 연습생이 담당하더라도, 큰 틀은 같이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언니….”
연주홍은 매우 감동받은 얼굴로 나를 보았다.
널 위해서 한 건 아냐.
나도 답답한 건 싫어서 한 거야.
“좋습니다. 어두운 게 좋을까요, 밝은 게 좋을까요.”
나는 멤버 구성을 보았다.
김금 한 명만 보면 어두운 게 어울렸지만, 연주홍은 아니었다.
귀엽고 깜찍한 게 잘 어울릴 것 같단 말이지.
이주선은 약간 청순섹시 쪽이고.
…잠깐.
“음.”
“어….”
“헉.”
우리는 서로를 보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우리 넷 다 이미지가 하나도 안 맞잖아?
잠깐 숙연해진 분위기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김금은 그야말로 스트릿.
연주홍은 귀엽고.
이주선은 여리고 섹시한 분위기다.
나는… 나는 그냥 나고.
이 네 사람을 모두 통합할 수 있는 컨셉이 뭘까.
“스포티하고 건강한 느낌으로 가야겠네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신인다운 풋풋함으로 가자는 거죠? 전 뭐… 나쁘진 않네요.”
김금이 먼저 제안하고, 연주홍이 화색을 띤다. 이주선도 아닌 척 맞장구를 친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중에,
“그게 끝이면 안 돼.”
나만이 약간의 반기를 든다.
“스포티를 기본으로 가되, 우리만의 차별화된 컨셉으로 가야 할 것 같아.”
“그것도 맞아요. 스포티한 컨셉은 워낙에 클래식이라….”
김금도 동의했다.
이미 많은 아이돌들이 스포티한 컨셉을 해 왔기 때문.
다른 점을 확실하게 만들지 않으면, 그저 그런 무대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럼 저희만의 차별화된 컨셉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한번 침묵이 돌았다.
애초에 차별화 전략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거면 차별화도 아니겠지.
다들 고민하다가 하나씩 의견을 내놓았다.
스쿨 룩, 치어리딩, 운동선수 등등.
그러나 뭔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건 없었다.
“안 되겠다. 딱 하나만으로는 승부가 안 될 것 같아. 하나만 넣지 말고, 두세 개를 조합해서 넣어 버리자.”
“오.”
김금이 눈을 빛냈다.
“그거 괜찮은 생각 같아요.”
“주홍이 생각은 어때?”
아무래도 컨셉 총괄은 연주홍이니까.
내가 의견을 냈지만, 선택은 연주홍이 해야 한다.
“좋은 것 같아요…!”
“주선이는?”
이주선은 내가 자신에게 직접 질문하자, 조금 놀란 눈치였다.
“너무 복잡하게 하면, 오히려 번잡해 보이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다.”
나는 의견을 수긍했다.
“그러면 너무 다른 두 개의 키워드를 조합하지 말고, 비슷한 키워드를 조합할까?”
“…뭐,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기도….”
“오케이. 그러면 뭐랑 뭐를 조합하면 좋을까.”
다들 이것저것 화이트보드에 키워드를 썼다.
“저, 혹시….”
그때, 연주홍이 손을 들었다.
“이런 건 어떨까요?”
연주홍이 화이트보드 한구석에 키워드를 써 내려가며 컨셉을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연주홍은 불안한 눈으로 물었다.
“…별로일까요?”
“아뇨.”
“아니.”
그리고 나와 김금이 바로 대답했다.
“정말 좋은 것 같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우리 둘이 진지하게 말하자, 연주홍의 표정도 밝아졌다.
아까 기죽었던 연주홍은 어디 가고, 이제 해맑은 연주홍만 남아 있었다.
“진짜요?!”
“응, 괜찮은 것 같아. 잘만 구성하면 되게 재밌을 것 같은데?”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컨셉도 마음에 드네요.”
“주선 언니는… 어때요?”
연주홍은 아까부터 혼자 말이 없는 이주선에게 물었다.
이주선은 약간 뚱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카메라가 그녀 쪽으로 돌아가자 바로 수줍게 미소 지었다.
“다들 좋으면 저도 좋아요.”
…예의 주시 해야겠군.
“그럼, 컨셉이 대략적으로 정해졌으니, 저랑 청 언니가 곡을 뽑아 오겠습니다. 그동안 연주홍 연습생은 컨셉과 의상 구체화시켜 주세요.”
“네!”
“이주선 연습생은 일단 대략적으로 컨셉에 맞춰 안무 스타일만 구상해 주세요. 저희가 최대한 빠르게 곡 뽑아서 토스해 드리겠습니다.”
“곡 나오는 데 얼마나 걸릴까?”
총 연습 시간은 10일.
너무 촉박했다.
“3일만 주세요.”
“그럼 안무 짤 시간이 너무 부족할 것 같은데….”
이주선은 말끝을 흐렸다.
이주선의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노래 하나를 3일 만에 뽑아 오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라고.
주변을 둘러보니 못해도 5일은 투자하는 것 같은데.
김금 정도니까 3일로 해결하겠다고 하는 거지.
“그러면 실시간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한 줄이라도 나오면 바로바로 드리죠. 어때요?”
“…알겠어요.”
“그동안은 연주홍 연습생을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금의 말에, 이주선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안무 틈틈이 짜는 것도 힘든데, 컨셉까지 돕는 건 무리이지 않을까…? 나 개인 연습 시간도 있고….”
“…저희도 곡 나오자마자 안무 짜는 거 전부 도와드릴 테니까요. 조금이라도 협력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 나는-”
“주선이 네가 안목이 좋아서 그래.”
이러다 싸우겠군.
내가 급하게 중간에 끼어들자, 두 사람은 잠시 으르렁대는 것을 멈췄다.
“평소에 너 사복 잘 입잖아. 그리고 너도 네 옷 네가 고르는 게 더 마음 편하지 않아?”
“…뭐, 그건 그렇죠.”
“응. 우리 모두 더 좋은 결과 가져가려고 하는 거니까, 조금만 도와주자. 대신에 나랑 금이, 주홍이도 안무 짜는 거 최대한 도울게.”
“알았어요…. 그러면.”
일단락되긴 했지만, 여전히 분위기는 가라앉은 상태였다.
나는 오 PD를 힐끗, 쳐다보았다.
입이 찢어지는군.
이대로는 안 되겠어. 방송에 분위기 너무 안 좋게 나가겠다.
무슨 수라도 써야 한다.